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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만들듯 몇분만에 뚝딱…전세계 코인 1만개 돌파

["닷컴버블 유사" 잇단 경고음]

개발·투자자들 너도나도 뛰어들어

두달만에 1,100개 증가 '우후죽순'

韓, 알트코인 거래액 전체 95% 차지

시세조작해도 처벌 근거없어 요주의







전 세계 암호화폐의 개수가 사상 처음 1만 개를 돌파했다. 유망한 기술도 없는 암호화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너도나도 인터넷 관련 사업에 뛰어들었던 ‘닷컴버블’ 때와 유사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23일 전 세계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 사이트에 등재된 암호화폐 개수는 이날 0시 30분 현재 1만 3개로 처음으로 1만 개를 돌파했다. 지난 2019년 8월 21일까지만 해도 2,457개에 그쳤지만 채 2년이 채 지나지도 않아 4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전 세계에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불면서 빠르게 늘었다. 올 3월 21일에는 8,899개였지만 지난달 22일 9,420개로 늘더니 한 달 사이 다시 500개 이상 늘며 1만 개를 넘어섰다. 지난 두 달 사이 하루에 17개가 넘는 암호화폐가 새롭게 생겨난 것이다. 코인마켓캡에 등재되지 않은 암호화폐까지 감안하면 전 세계 암호화폐는 1만 개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의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1990년대 말 벤처 붐이 일어났을 때도 투기 붐이 일었지만 벤처기업의 성공 확률은 3~5%에 불과했다”며 “암호화폐의 성공 확률은 벤처기업보다 더 낮을 것이다. 좋은 암호화폐를 고르는 안목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시중은행의 한 디지털 담당 임원은 “암호화폐가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미 공개된 소스로 만들기 때문에 디지털 분야 전문가는 마음만 먹으면 몇 분 만에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이더리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돌아가는 암호화폐 코드를 다운 받아 가격을 책정해 자신의 이름으로 발행할 수 있는 식이다.

반면 독창적이고 기술적으로 유망한 암호화폐는 그만큼 만들기 어렵고 탄생하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린다. 최근 두 달 사이 1,100개가 넘는 암호화폐가 생겨난 것은 결국 기존의 것을 복사해서 만들거나 장난삼아 만드는 암호화폐들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가짜 명품을 만드는 것은 디자인을 고안할 필요도 없고 있는 것을 그대로 베껴서 하면 된다”며 “암호화폐도 다른 것을 베낀 것은 만들기가 쉽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가령 양복점에서 맞춤 양복을 만드는 것도 치수를 재고 색상과 원단을 고르듯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며 “마찬가지로 상상력이 풍부한 암호화폐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고 전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빗썸 강남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전문가들은 1990년대 말 인터넷 관련 산업이 처음 등장하며 지나치게 고평가됐던 닷컴버블과 상황이 유사하다고 경고했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닷컴버블 때 평범한 회사인데도 회사 명칭에 ‘닷컴’만 붙이면 갑자기 주가가 10배씩 뛰었다”며 “지금도 분위기에 휩쓸려 너도나도 코인을 만들어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도 암호화폐를 만들어 상장하면 개발자는 특별한 기술적 우수성이 없어도 일확천금을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앞다퉈 암호화폐를 찍어내고 있다. 투자자 역시 그렇게 탄생한 잡코인들이 하루아침에 몇 배씩 급등하자 맹목적으로 암호화폐가 유망하다는 점만 인지하고 투자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가 유망한 산업이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거품과 무분별한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암호화폐) 투자 비중이 전 세계 흐름에 비해 높은 상황이다. 일례로 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업비트에서의 이달 22일 하루 동안 비트코인 거래액 비중은 4~5%에 머무른 반면 세계 최대 거래소 바이낸스에서는 21%였다. 한국에서는 비트코인을 제외한 알트코인이 전체 거래액의 95%를 차지할 정도로 알트코인에 대한 인기가 높다. 변동성이 커 짧은 시간 안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 투자자들이 현혹되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다양한 암호화폐 업권법 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본격적인 논의도 시작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투자자 보호 장치도 없는 상황이다. 구체적으로 새로운 암호화폐가 상장될 때 백서를 발행한다고 하지만 허위 정보를 게재해도 처벌할 규정이 없고 리딩방, 지라시(사설 정보지) 유포로 시세를 조작해도 역시 처벌할 근거 법이 없는 실정이다. 거래소 직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수익을 보고 이를 모르는 투자자가 손실을 봐도 역시 구제할 방법이 없다.

박 센터장은 “1만여 개의 암호화폐 중 실패하는 암호화폐가 다수일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건전한 암호화폐를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 김 교수도 “암호화폐가 모두 거품은 아니다. 그 중에서도 우수한 코인이 있다”며 “발행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코인 가격이 꾸준히 오르거나 일정 가격 이상을 유지하는 것이 좋고 코인의 미래에 대해 기여를 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좋은 커뮤니티를 형성한 것이 좋은 코인”이라고 강조했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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