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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2.0] “말 못할 사정으로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는지 주변을 돌아보게 됐어요”

송파도서관이 마련한

최은 영화평론가의 ‘영화로 생각하는 더불어 사는 세상’

서울 풍납중 학생들 대상으로

영화를 소재로 사회문제를 돌아보는 시간 가져

최은 영화평론가가 지난 10일 서울 풍납중 도서반 학생을 대상으로 열린 강좌에서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에 담긴 메시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백상경제연구원




지난 10일 풍납중학교 도서관에서는 특별한 인문학 강좌가 열렸다. 도서반 학생 20여명을 대상으로 영화를 보며 사회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된 것. 책을 좋아해서 모인 독서 모임답게 도서관에 일찍 도착한 학생들은 비치된 책을 꺼내 읽으며 강의가 시작되길 조용히 기다렸다.

이 날은 아몰 굽테 감독의 인도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2012)’으로 사회문제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강의를 맡은 최은 영화평론가는 학생들이 생소하게 느낄 수 있는 인도 영화에 대한 간략한 소개로 강의를 시작했다. 최 평론가가 “인도 영화를 볼리우드(Bollywood, 봄베이(뭄바이의 옛 지명)와 할리우드의 합성어) 영화라고 부를 정도로 인도는 영화 산업이 발달해 있다”며 “인도에서 연간 1,000편 이상의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고 말하자 학생들은 놀라는 눈치였다. 강의의 소재로 ‘스탠리의 도시락’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최 평론가는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이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라고 말하며 영화의 주요 장면을 요약해서 보여줬다.

부모를 잃은 열 살 남짓의 소년인 스탠리는 삼촌이 경영하는 식당에서 살고 있다. 스탠리는 학교가 끝나면 바로 돌아와 식당 일을 도와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삼촌의 폭력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스탠리한테 학교에서 먹을 점심 도시락을 싸가는 것은 사치였다. 하지만 학교에서 스탠리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불우한 환경에 대해 내색을 하지 않았다. 도시락이 없는 스탠리를 의아해 하는 친구들에게 엄마가 병원에 가는 바람에 도시락을 못 싸왔다는 거짓말로 둘러댔다. 밝고 쾌활하며 노래, 춤, 공부 등 못하는 게 없는 스탠리에게 친구들은 늘 자신들의 도시락을 내줬다. 스탠리의 학교생활은 베르마 선생님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학생들의 도시락을 뺏어먹는 베르마 선생님은 매일 도시락을 안 싸오는 스탠리가 못마땅했다. 급기야 도시락이 없는 학생은 학교에 나올 수 없다고 스탠리에게 엄포를 놓았다. 학교를 못가는 스탠리의 사정을 뒤늦게 알게 된 같이 일하는 식당의 한 종업원은 식당의 남은 음식들을 모아 스탠리에게 도시락을 싸줬다. 도시락을 들고 신이 나서 학교에 간 스탠리는 베르마 선생님을 찾아가 밝게 웃으며 자신의 도시락을 내줬다. 스탠리의 순수한 행동에 베르마 선생님은 자신의 행동이 부끄럽다며 학교를 떠났다.

대략적인 영화의 스토리를 알게 된 학생들에게 최 평론가는 “이 영화는 밝고 쾌활한 소년 스탠리와 도시락을 뺏어먹는 악당 베르마 선생님을 통해 인도의 아동학대와 빈부격차를 익살스럽게 풍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의 영화에서는 베르마 선생님이 아이들의 도시락을 뺏어먹을 수밖에 없는 사연을 말해 주지만 이 영화는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권력을 이용해 자기보다 약한 사람의 것을 뺏거나 괴롭히면 안 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평론가는 ‘인도에서는 1,200여 만명의 미성년 노동자고 있고 가족에게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미성년자까지 합하면 5,000만명에 이른다‘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을 보여주며 “실제로 이 영화는 인도의 열악한 부분을 드러낸다고 생각해 인도에서 환영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에게 “여러분들 주변에는 스탠리처럼 밥을 못 먹거나 학대를 받는 불우한 환경에 처한 친구가 없을까요”라고 물었다. 학생들은 잠시 머뭇거리다 “모르지만 있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진지하게 대답했다. 최 평론가는 “이 영화를 보며 주변에 있는 불우한 친구들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송파도서관이 마련한 ‘영화로 생각하는 더불어 사는 세상’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원격 강의 등 비대면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풍납중 1학년 안다인 양은 “한 편의 영화에 생각할 거리가 많다는 것을 느꼈다”며 “주변을 돌아보게 된 시간이었다”고 강의를 들은 소감을 밝혔다. 3학년 한도윤 군은 “영화를 단순히 보는 대신에 이해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은옥 풍납중 사서교사는 “영화라는 영상 매체를 활용해 학생들의 관심도와 집중도를 높인 강의였다”며 “오늘 배운 내용을 책으로 연결해 학생들이 생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고인돌 2.0은 올 11월까지 8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의 인문학의 사고를 높이기 위한 강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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