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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티 나면 안 된다고 교육”…여군, 남성 중심 軍문화서 고립

여군생활 연구논문…“여성성 은폐 등 다양한 감정적 고통 겪어”

조직 내 소외감·여군이라는 이유로 필요 이상 소문 돌기도

지난 10일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이모 중사 분향소에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여자 티 나는 것을 입으면 안 된다’고 교육을 받아 지금도 남자 트레이닝복을 입고 화장품도 무향 무취로 사용합니다. 대부분 남자인데 병사들이 보면서 어떻게 생각할까 (스스로 생각합니다).”(군복무 여성 A씨)

공군 여성 부사관 사망 사건으로 인해 군 조직에 만연한 성차별과 성폭력 관행이 드러나고 있다. 군 내 소수자인 여군들은 과거부터 조직 내 배제·고립을 두려워하며 여성성을 은폐하는 등 다양한 감정적 고통을 겪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학계에 따르면 김지현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등은 지난 2월 한국심리학회지에 실린 논문 ‘여군의 군 생활 경험과 적응 과정-포커스그룹 인터뷰를 중심으로’에서 군 조직 내 소수 집단으로서 여군들이 겪는 어려움을 조사했다. 연구진은 2017년 당시 군에서 4년 이상 복무한 20∼50대 예비역 장교 5명·현역 장교 4명·현역 부사관 3명 등 여군 12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평균 복무 기간은 15년 5개월, 계급은 중사부터 소령까지다.

/이미지투데이


면접 내용 분석 결과 여군이 군 생활 중 겪는 고충은 △소수집단의 소외감 △신체적 다름에서 오는 어려움 △여성에게 고정된 성 역할에 대한 부당함 △임무 수행에서의 장벽 등으로 분류됐다. 면접 대상자들은 남성 군인들과의 관계 속에서 소외를 느끼거나, 여군이라는 이유만으로 필요 이상의 소문이 도는 상황이 두려워 스스로 고립을 선택하기도 했다.

인터뷰에 응한 B씨는 “남자들이 하는 얘기는 주로 어제 먹었던 술, 술집에 나왔던 여자, 그리고 일, 이렇게 세 가지였다”며 자신은 남군들의 대화에 낄 수 없었다고 말했다. C씨는 “남군과 달리 여군은 밖에 나가면 나갔다는 소문이 나고, 들어오면 ‘몇 시에 들어왔다더라’, ‘뭐 하고 왔다더라’를 모두가 알게 된다. 전출 가면 전에 있던 곳에서 어떤 사람인지 미리 정보를 파악해 소문이 쫙 퍼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과도한 관심이 싫어 영내 숙소에서 아예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12일 공군 부사관 성추행 피해 사망 사건 관련 2차 가해 혐의를 받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노모 준위(왼쪽)와 노모 상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노 준위와 상사가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군과 업무 외 모임이 없기 때문에 정보 단절로 업무 역량 차이가 발생한다거나, 남군 부하에게 계급을 무시당하고 사무실을 빼앗기는 등 부당함을 경험했다는 진술도 있었다. 여군은 남군들이 기존에 영위하던 문화와 일상생활을 더는 자유롭게 할 수 없도록 불편함을 주는 존재로 인식되기도 했다. D씨는 “평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한 적도 없는데 내가 지나가면 급하게 끄면서 ‘에이, 이제 담배도 못 피우겠다’라고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여성은 전투력을 약화하는 존재’라는 성 역할 고정관념에 직면해 갈등을 느끼다가 스스로 여성성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감추려고 시도한 여군들도 있었다. A씨는 여군이 군인 이전에 '여성'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자신이 성적 대상화될까봐 여성성을 감추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에는 ‘쟤 정말 남자 같다’는 말이 양성평등에는 맞지 않지만 칭찬처럼 느끼곤 했다”며 “남군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더 열심히 했다”고 했다.

논문은 “면접 참여자들이 '군인'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한다”며 “남군과 동등한 대우를 받기 위해 다수 기득권자인 남군들의 테스트를 견디며 군인으로 인정받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거치면서 '여군'이 아닌 군인이 돼간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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