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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입자 울리는 ‘재건축 2년 실거주’ 규제… 폐지 목소리 커진다

저렴한 전셋집서 내몰린 세입자

빌라로 눈돌리며 전셋값도 올려

갭투자 막으려다 전세난민 양산

비판에 규제 법안 아직 국회 계류





#“아이 학군 때문에 이사왔는데 집주인이 들어와 살겠다고 전세 재계약을 못해주겠다고 합니다. 전학 보내기는 싫은데 현재 보증금으로는 근처 다른 단지 전세를 얻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인근 오피스텔도 빈 집이 없다네요.”

강남구 대치동의 한 구축 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있는 학부모 A씨는 요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좋은 학군을 찾아 이사를 온 만큼 자녀가 졸업할 때까지 거주하고 싶었지만 집주인이 실거주 2년 요건을 채워야 한다며 내년 초까지 집을 빼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부터 재건축 규제책을 잇따라 내놓은 결과 세입자들이 전셋집에서 내몰리는 등 엉뚱한 곳까지 불똥이 튀는 가운데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 그렇지 않아도 비싼 강남 집값이 더욱 오를 것으로 우려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분양가상한제, 안전진단 강화, 실거주 2년 의무 등 강력한 재건축 규제책을 쏟아냈다. 특히 ‘실거주 2년 의무' 규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지난 6·17대책에 포함된 이 규제에 따르면 재건축 아파트의 입주권을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2년 이상 실거주를 해야 한다. 이 요건을 채우지 못하면 시장 가격도 아닌 감정평가 가격으로 현금청산을 받게 된다. 문제는 집주인들이 실거주를 위해 세입자에게 퇴거 요청을 하는 바람에 저렴한 전셋집에서 내몰려 갈 곳을 잃은 ‘전세 난민’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어진 지 오래된 재건축 단지들은 보통 전세가가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저렴하다. 집주인의 실거주로 전셋집에서 쫓겨난 세입자들은 기존 보증금으로는 근처 전셋집을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전세가가 더 싼 외곽지역이나 인근의 오피스텔, 빌라 등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에 인근 오피스텔과 빌라 등의 전셋값도 함께 뛰는 분위기다. 양천구 목동의 한 공인 관계자는 “집주인 실거주로 전셋집에서 나온 세입자들이 인근 빌라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최근 몇달 새 가격이 5,000만원 이상 뛴 곳도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실수요가 아닌 투자 목적으로 세를 끼고 재건축 아파트를 사들이는 ‘갭투자’를 방지하겠다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규제가 오히려 전세난의 원인이 되면서 실거주 2년 의무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는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실수요가 아닌 투기를 차단하겠다는 원칙에서 나온 규제지만 그 피해가 세입자에게 돌아갔다”며 “재건축 단지는 낮은 가격의 전세 물량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는데 여기에 집주인들이 다 들어와 살게 되면서 전세 물량이 부족해졌고, 결국 전세난이 심화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책 자체의 실효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미 양도세제에 ‘2년 거주’를 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만큼 재건축 아파트 2년 실거주 규제가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1주택자가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2년 거주가 필수적"이라며 “재건축 실거주 2년 의무는 원정투자나 갭투자 차단을 위해 만들어진 규제인데, 이미 양도세 혜택을 받으려면 2년 거주가 의무인 만큼 굳이 실거주 2년 의무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듯 실거주 2년 의무 규제는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당초 지난해 말 입법을 거쳐 올해 초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해당 내용을 담은 도시 및 주거정비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국토위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실거주 2년 의무 규제가 전세난을 심화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여당에서도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기 부담스럽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양지윤 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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