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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조롱도, 코로나도 이겼다…‘사브르 어벤져스’[도쿄 올림픽]

男 펜싱 단체전 이탈리아 압도, 런던 이어 2연패

4강서 드러누워 조롱한 독일에 신승, 맏형 김정환 네 번째 메달

김정환이 롤모델인 에이스 오상욱, 개인전 부진·코로나 딛고 포효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이 28일 도쿄 올림픽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한 뒤 메달을 들어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구본길, 김정환, 김준호, 오상욱. /지바=권욱 기자




“우리나라 사브르가 ‘어벤져스’라는 것을 국민께 증명하고 싶습니다.”

맏형의 다짐은 현실이 됐다. 한국 남자 펜싱 사브르 대표팀이 세계 랭킹 1위의 위엄을 도쿄 피스트(펜싱 경기대)에서 확인했다.

오상욱(25·성남시청), 구본길(32), 김정환(38·이상 국민체육진흥공단), 후보 선수 김준호(27·화성시청)로 짜인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28일 일본 지바의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단체전 결승에서 이탈리아를 45 대 26으로 완파했다. 맏형 김정환은 지난 24일 개인전 동메달을 딴 뒤 메달 획득에 실패한 동생들을 보듬으며 “(단체전에서) 깔끔하고 멋진 경기로 우리나라 사브르가 발전했다는 것, 어벤져스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는데 그 바람을 멋지게 이뤄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의 한국은 9년 만의 2연패에 성공했다. 올림픽 펜싱에는 ‘종목 로테이션’이 있어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때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이 열리지 않았다. 2017년부터 3년 간 세계선수권 3연패를 달성하고 팀 세계 1위를 지켜온 남자 사브르는 이번 대회 개인전의 아쉬움을 딛고 최대 목표였던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개인전에서는 세계 1위 오상욱이 8강, 구본길은 32강에서 탈락했다.

각개전투에서는 고전했지만 한데 뭉친 어벤져스는 무서울 게 없었다. 결승 초반부터 앞서나간 한국은 김정환이 알도 몬타노와 승부에서 13점 차로 달아났고 오상욱, 구본길, 김준호가 차례로 나서 ‘폭풍 득점’을 이어갔다.



한국 펜싱은 김정환의 동메달, 여자 에페 단체전 은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세 번째 메달이자 첫 금메달을 수확했다.

한국은 8강에서 이집트를 45 대 39, 4강에서는 독일을 45 대 42로 눌렀다. 독일은 경기 중 김정환이 공격 실패로 넘어지자 이를 조롱하려는 듯 일부러 누워 손을 하늘로 뻗는 동작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국은 선수별 전력이 고른 독일에 초반 끌려갔지만 구본길이 베네딕트 바그너를 몰아붙여 흐름을 바꿨고, 마지막 9번째 대결에서는 마튀아스 스차보와 맞선 오상욱이 동점 허용 뒤 내리 3점을 뺏어 접전을 승리로 마무리했다. 한국은 런던 올림픽부터 이어온 빠르고 섬세한 ‘발 펜싱’으로 체격의 열세를 가뿐히 뛰어넘었다.

김정환은 2012년 런던 대회 단체전 금메달, 2016년 리우 대회 개인전 동메달을 포함해 올림픽 메달을 4개로 늘렸다. 한국 펜싱 선수 중 올림픽 3회 연속 메달을 획득한 선수도, 3개 이상의 메달을 따낸 선수도 그가 처음이다. 단일 올림픽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메달을 모두 챙긴 것도 한국 펜싱 최초다.

2019년 대표팀에서 한 차례 물러났다가 도쿄 올림픽을 바라보며 돌아온 김정환은 올림픽 마지막 경기에서 화려한 피날레를 썼다.

김정환을 롤모델 삼은 오상욱은 8강과 4강, 결승까지 모두 마지막 9번째 주자로 나서 임무를 완수하며 올림픽 첫 메달로 금메달을 가져갔다. 특히 지난 3월 국제 대회에 나갔다가 코로나19에 걸리는 불운을 이겨내고 당당히 시상대 맨 위에 섰다. 당시 한 달가량 앓으면서 체중이 7㎏이나 빠지기도 했다. 구본길은 김정환과 런던 대회 금메달을 함께 빚은 데 이어 이번 대회 우승도 함께했다.

경기 후 오상욱은 “(코로나19를 겪은 뒤) 다시 운동하려니 다리가 잘 안 따라왔다. 그래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기쁘다"며 “오늘은 사브르의 또 다른 출발을 알리는 날이다. 다시 대표팀에 뽑힐 수 있게 노력해서 다음 대회(2024 파리) 금메달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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