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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지옥’ 빠진 판사들...1인당 사건 獨 5배

법관 1명당 연 460여건 담당

65%가 "신체건강 영향" 응답

사건처리 56일이상 지연되며

재판받을 권리까지 침해 우려

/이미지투데이




우리나라 법관 한 명이 한 해에 맡는 사건은 460여 건으로 독일보다 5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법원의 만성적 문제로 지적된 판사 수 부족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법관 부족으로 재판이 지연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법관 임용 때 요구되는 최소 법조 경력을 5년으로 낮추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마저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기 때문이다. 법관 부족으로 졸속 재판은 물론 사건 처리까지 지연되며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3일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공개한 ‘각국 법관의 업무량 비교와 우리나라 법관의 과로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판사 한 명이 연간 담당하는 사건은 464건으로 한국과 사법 시스템이 비슷한 독일의 5배, 일본의 3배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기준 한국의 법관 수는 정원 2,966명이었고, 같은 해 민형사 사건 수는 137만 6,438건이었다. 판사 1인당 연간 464.07건, 하루에 1.27건의 사건을 처리하는 셈이다. 한국과 사법 시스템이 비슷한 독일은 법관 1인당 89.63건, 일본은 151.79건을 맡아 담당 사건 수가 최대 5배가량 차이가 났다.



현장에서는 ‘번아웃’을 호소하는 법관이 늘고 있다. 지난 2월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법관의 업무 부담 분석과 바람직한 법관 정원에 관한 모색’ 토론회 발표 자료에 따르면 법관 대상 설문 조사 결과 응답자의 65%가 직무 수행으로 인해 신체 건강에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직무 수행으로 인한 번아웃 경험이 있다(52%), 주 평균 근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한다(48%)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서울서부지법 소속 한 부장판사가 동료들과 회식하다가 쓰러져 숨지는 등 과로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법관 사망 사건이 되풀이되고 있다.

문제는 법관 한 명이 담당하는 사건이 많아지면 개별 사건에 충실한 심리를 할 수 없는 데다 사건 지체도 심각해져 국민의 재판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는 점이다. 물리적으로 판사가 담당할 수 있는 사건 수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법원의 사건 지체 현상도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민사사건의 1·2심 처리 일수는 2010년 138.3일에서 2020년 171.9일로 30일 이상 증가했다. 형사사건은 2010년 104.7일에서 161.3일로 무려 56일 이상 증가했다. 법관 부족으로 재판 지연과 미결이 누적되는 것이다.

법원에 판사 인력이 더 필요한 과제들도 산적했다. 내년부터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 조서는 피고인이 법정에서 인정하지 않으면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게 되면서 형사사건 심리에 더 많은 인력과 에너지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질의 사법 서비스는 충분한 판사 수가 확보될 때 가능하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다. ‘좋은 재판’을 제공한다는 사법 개혁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판사 인력 충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7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과로사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정도의 업무량, 과다한 법관 1인당 사건 수로 인해 충실하고 신속한 재판이 저해되고 있다”며 “법관 및 재판연구원의 증원 등을 포함한 실질적인 대책을 시급히 논의해 달라”고 촉구했다. 서울고등법원 한 판사는 “기본적으로 충실한 심리가 좋은 재판의 전제”라며 “법관의 부족을 판사 개인의 성실성에만 의존하는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한기정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은 “법관 고령화, 사건 수 급증 등의 악조건 속에서 재판연구원의 도움으로 재판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담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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