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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 첫 순교자는 신장 165㎝에 치주염을 앓고 있었다

천주교 전주교구, 24일 유해 진정성에 관한 보고회

윤지충 등 유해 3구 발굴 및 감식 과정 공개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의 유해와 치아./사진제공=전주교구




지난 3월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 등 3인의 유해가 발굴됐다. 1791년 순교한 지 230년 만이다. 천주교 전주교구는 이달 초 이 유해들을 한국 천주교 첫 순교자의 유해로 선언하는 교령을 발표했다. 더 이상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의미다. 그동안 행방이 묘연하던 순교자의 유해는 어떤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순교자의 유해로 인정됐을까.

천주교 전주교구는 24일 전북 완주군 초남이성지 교리당 나눔의 집에서 유해발굴 과정과 감식 결과를 담은 '한국 최초의 순교자 유해 진정성에 관한 보고회'를 진행했다. 지난 3월11일 초남이성지 인근에서 유해 3구를 발굴한 뒤 4개월에 걸쳐 진행된 유해감식 결과로 호남교회사연구소와 전북대학교 고고문화인류학과 윤덕향 교수,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교실 등이 참여했다.

전주교구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윤지충은 신장 165.2㎝로 밝혀졌다. 외상 소견으로는 사망 무렵 골절, 즉 다섯째 목뼈의 얘기 손상이 확인됐다. 그는 치주염을 앓고 있었는데, 이번 감식을 통해 총 32개의 치아 가운데 4개의 충치가 확인되기도 했다.

해남 윤씨 친족 4명의 부계 유전자와 비교 분석한 결과에서도 총 17개 항목이 모두 일치해 동일 부계 혈연관계임이 드러났다. 전주교구는 이런 결과를 종합해 해당 유해가 1791년 참수형으로 순교한 윤지충으로 추정된다는 최종 결과를 내놨다.

윤치충 바오로 백자사발지석./사진제공=전주교구




발굴 현장에서는 해당 유해가 윤지충임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인 백자사발지석도 발견됐다. 묘소에서 수습된 백자사발지석에는 윤치충의 인적사항과 무덤이 조성된 시기 등이 기록돼 있었다. 대표적으로 '聖名保祿(성명(세례명)보록(바오로의 한자 표기))'이라는 글자를 통해 해당 유해가 윤치충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윤지충은 1784년 고종사촌인 정약용의 가르침으로 천주교에 입교했다. 그로부터 3년 뒤 이승훈에게 세례를 받았고, 모친이 사망하자 천주교식 장례를 치르기 위해 신주를 불태운 폐제분주(廢祭焚主) 사건으로 참수형을 받고 순교했다. 윤지충은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복자로 시복됐다.

그의 옆에서 발견된 유해는 권상연 야고보로 확인됐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권상연의 신장은 152.5㎝에 외상 없이 건강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권상연 역시 1791년 윤지충과 함께 참수형으로 순교했다. 또 윤지충의 동생 윤지헌 프란치스코는 신장 163㎝로 사망 무렵 왼쪽 넙다리뼈에서 골절이 확인됐다. 신유박해(1801) 때 능지처참형으로 순교한 윤지헌의 유해는 양쪽 아래팔과 종아리, 양쪽 손과 발 뼈가 소실된 채로 발견되기도 했다.

이들 유해는 지난 16일 유해가 발굴된 초남이성지 바우배기 인근 교리당에 안치됐다.

차명자산성지 김영수 신부는 이날 보고회에서 “전주교구는 첫 순교자들의 유해를 발굴하고 그 진정성을 확인하는 과정이 교회의 지침과 신앙의 전통에 입각해 신중하고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되도록 감독했다”며 "한국 최초의 순교자의 유해를 발굴하는 작업은 엄중하고 역사적인 사건이며 교회사적으로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와 문화에서 다루어지게 될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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