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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폐지에 '8학군' 러시…'기숙사 침대 100만원' 월세도 나왔다

[시험대에 오른 교육 평준화 정책]

<상> 더 공고해진 강남 철옹성

본가·처가까지 영끌해 전월세 마련

집값 뛰어도 자녀 미래 위해 '올인'

부모 70% "강남 전입·사교육 심화"

해외 유학 수요도 다시 증가 전망

전국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 학부모연합회 소속 학부모들이 지난해 12월 서울 중구 이화외고에서 열린 헌법 소원 제기 기자회견에서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가 자율형사립고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자사고 폐지로 ‘강남 8학군’ 진학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경기고 학군인 은마아파트·대치래미안팰리스 주변 전세 가격이 너무 올라 망설였는데 아이의 미래를 위해 본가·처가에까지 SOS를 쳐 ‘영끌’ 했습니다.”

40대 김 모 씨는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는 오는 2025년 자사고가 폐지된다는 뉴스를 본 후 최근 서울 강남구 전세로 이사했다. 경기·서울·보성고 등 강남 8학군에 진학할 수 있는 새 아파트 전세가(이하 전용 84㎡)는 22억~23억 원을 호가해 엄두도 못 내고 지은 지 40년이 넘은 은마아파트 전세(9억~10억 원대)로 옮겼다.

자사고 폐지로 상징되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 평준화 정책이 소위 진학 명문으로 불리는 강남 8학군을 부활시켰다. 정부는 지난 2019년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2025년 일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자사고 폐지가 강남·목동 등 일부 학군 선호 현상을 부추길 것이라는 교육계의 우려에도 교육 당국은 자사고와 강남 8학군이 상관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교육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밀어붙이기식 교육 평준화 정책이 오히려 ‘강남 철옹성’만 공고히했다는 지적이다.

◇강남·서초·양천구에 초·중학생 쏠림 현상=19일 서울경제가 입시 전문 기관인 종로하늘교육과 함께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초·중학생의 강남·서초구, 양천구 전입은 2년 전에 비해 많게는 다섯 배 가까이 급증했다. 강남·서초구 초등학생 순유입은 2019년 1,064명에서 올해 1,849명으로, 같은 기간 양천구도 498명에서 917명으로 각각 73%, 81% 급증했다. 중학생 역시 강남·서초구 순유입은 올해 308명으로 2019년(171명)과 비교해 80%, 양천구는 2019년 11명에서 올해 53명으로 5배 가까이 늘었다. 자사고를 목표로 했던 초·중학생들이 자사고 폐지로 강남 8학군 등 지역 명문 학교를 자사고의 대안으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평준화 시스템이 서울 강남·목동·노원 등 입시 학원 밀집 지역의 쏠림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서울대 합격자 513명 가운데 강남구 107명, 서초구 73명, 노원구 48명, 송파구 45명, 양천구 42명 등으로 이들 5개 구가 상위에 랭크됐다. 이는 입시 명문 중학교·고등학교 진학을 원하는 초·중학생의 순유입이 많았던 지역과 거의 일치한다. 올해 초등학생은 강남구(1,457명), 서초구(392명), 노원구(94명), 송파구(42명), 양천구(917명)에 순유입됐다. 중학생 역시 강남구(257명), 서초구(51명), 송파구(14명), 양천구(53명)는 순유입됐다.



◇자사고 폐지 이후 오히려 교육 불평등 심화=자사고 폐지가 강남·서초구, 송파구, 양천구 등 진학 선호 지역 부동산 가격 급등과 맞물려 학군 선택의 기회를 줄이고 교육 양극화를 더욱 공고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월세 가격은 치솟는데 학생들이 몰리면서 강남구에는 방 하나를 서로 쪼개 쓰거나 기숙사처럼 2층 침대를 사용해야 하는데도 1인당 100만 원이나 하는 월세까지 등장했다.

강남 지역이 교육 철옹성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나온다. 성균관대 연구팀이 최근 서울 지역 학부모 1,003명을 대상으로 자사고 일괄 폐지에 대한 여론을 조사한 결과 학부모 10명 중 7명은 자사고가 폐지될 경우 강남 8학군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자사고 폐지는 교육 평준화로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취지였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사교육 의존도를 높였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학부모 이 모 씨(서울 노원구)는 “정부가 줄 세우기를 지양한다며 평준화 정책을 밀어붙이고 공정성을 강화한다며 되레 수능 영향력을 높여 놓지 않았냐”며 “자사고에 진학해 해소할 수 있었던 부분까지 사교육으로 충당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자사고를 목표로 했던 학생들이 유학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사고·국제고 설립 시기를 보면 유학생 감소와 궤를 같이한다. 2009년 서울국제고를 시작으로 이후 11개의 국제고가 신설되면서 중고생 유학생은 2011년 중학생 4,977명, 고등학생 3,570명에서 2016년 중학생 2,700명, 고등학생 2,247명으로 5년 만에 각각 46%, 38% 감소했다. 하지만 2017년 자사고·국제고·외고가 후기로 지정되고 ‘이중 지원’이 금지되면서 중학생 유학생은 2016년 2,700명, 2017년 2,761명, 2018년 2,893명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임성호 종로하늘교육 대표는 “자사고는 국내에서 우수 인재의 유학 대체재 역할을 해왔다”며 “자사고가 폐지되면 다시 유학으로 수요가 쏠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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