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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항의가 스토킹?…한달간 3,000건 신고 봇물

■스토킹처벌법 시행 한달

전형적 스토킹 물론 층간소음 항의방문도 입건

현장 "범위 넓어 판단 모호…과해보일까 걱정"

순기능 살리도록 대상 좁혀야 한다는 지적도

/이미지투데이




서울 관악구의 한 원룸에 거주하는 박 모(30대) 씨는 벽간소음을 유발하던 옆집과 갈등을 빚다가 얼마 전 경찰에 신고했는데 오히려 경찰의 경고를 받았다. 옆집 거주자들이 밤새 크게 웃거나 소리를 지를 때마다 박씨가 벽을 쳤는데 경찰은 “옆집에서 위협을 느끼면 스토킹처벌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말했다. 박씨는 “옆집이 1년째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는 통에 수면 장애에 걸렸다”며 “벽간소음 때문에 (상대방의) 벽을 치면 스토킹이 될 수 있다니 황당했다”고 말했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지 약 한 달. 일선 현장에서는 법 적용 여부를 놓고 혼선이 이어지고 있다. 법에 따라 층간소음 등의 이웃 간 분쟁, 채무 관계, 언론 취재 등 다양한 사례가 스토킹의 범주에 들면서 “판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21일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18일까지 4주간 접수된 신고는 총 2,988건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 시행 초기다보니 ‘내 피해 사례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법률 상담이 많이 들어온다”며 “혐의가 있다고 보여 입건된 신고는 전체의 10% 정도”라고 설명했다.

입건된 사례를 보면 옛 연인을 계속 따라다니는 식의 전형적인 스토킹은 물론 층간소음 문제로 윗집에 수차례 찾아가거나 ‘조상 땅 명의 변경에 동의해달라’며 친척 집 문을 두드린 사례 등도 포함됐다.



이처럼 다양한 사건이 스토킹처벌법의 적용을 받는 것은 스토킹에 대한 법적 정의 때문이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 또는 그의 동거인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본다. 이같은 행위가 지속·반복되면 범죄로 인정돼 3년 이하(흉기 사용시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적용 대상이 넓다보니 일선 현장에서는 판단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관 A씨는 “전형적인 스토킹이 아닌 개인 분쟁은 어디까지를 정당한 사유로 봐야 하는지 판단이 어렵다”며 “법 시행 초기이고 판례가 없다보니 신고를 처리하는대로 경찰서에 발생보고를 하는 편인데 다소 과하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일선 경찰서 관계자 B씨도 “악의적인 허위 신고가 들어올 경우 정당한 권한이 있는 채권자나 층간소음 피해자가 스토킹 피의자로 오해받을 수도 있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혼란이 장기간 지속되면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원치 않는 구애 행위를 처벌한다는 스토킹처벌법의 취지를 생각하면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넓은 것은 사실”이라며 “판례가 축적되면 저절로 해결되겠지만 법에 단서 조항을 달아서 스토킹의 정의를 명확히 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넓어 논란이 반복되면 법의 취지와 순기능도 퇴색될 수 있다”며 “일단 일선 현장에서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판단하되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스토킹 정의 조항을 조금 더 구체화하는 것도 생각해볼 법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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