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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서 반찬통에 고기 담아 달라고 했더니 [지구용]




일회용품 없이 마르쉐에서 장 본 이야기가 담긴 지난 지구용 레터 재미있게 보셨나요? 그날 레터에서 용사님들과 약속한대로 이번엔 마트에서 일회용품 없이 장보기에 도전했어요. 마르쉐에 갈 때와 마찬가지로 반찬통, 면주머니, 에코백 그리고 조금 더 비장한 용기를 챙기고 나선 마트 제로웨이스트 쇼핑길,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요?

원래는 고구마랑 사과 살 계획이었는데요


지난 23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일용언니와 생강 에디터. 이날의 구매 목록은 고구마와 사과, 바나나, 쌈채소 그리고 홍합까지 총 5가지였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5가진 모두 사지 못했어요. 군고구마의 계절인 만큼 마트 식품 코너에 들어가자마자 차곡차곡 쌓여있는 고구마를 만날 수 있었어요. 그런데 모든 고구마가 비닐이 붙은 상자에 포장돼 있더라고요.

고구마 바로 건너편에 진열된 사과는 5~6개씩 봉지에 담겨진 채로 판매 중이었어요. 심지어 딱 한개씩 낱개 포장된 사과도 무더기로 쌓여있었죠. 바나나 진열대로 가니 반갑게도 포장이 안된 채로 팔고 있었어요. 게다가 세일까지! 기쁜 맘에 바나나를 들었는데 송이 사이사이에 비닐이 끼워져 있더라고요. 에디터는 조용히 바나나를 내려놓았어요.

제로웨이스트 장보기가 취지인 만큼 이날 장보기에선 대체품을 찾아보기로 했어요. 에디터는 고구마 대신 잘 익은 단호박 하나를 비닐 포장 없이 업어왔어요. 또 사과 대신 제철 과일인 감귤을, 비닐 포장된 쌈채소 대용으로 싱싱한 시금치 2단을 면주머니에 담았어요.

반찬통에 고기 담아주실 수 있나요? 과연 결과는?!






이제부터 진짜 난관이 시작 됩니다. 바로 홍합 구매! 수산 코너로 가니 플라스틱에 포장된 홍합들만 보였어요. 점원에게 커다란 김치통을 수줍게 내밀며 혹시 이 통에 홍합을 구매할 수 있는지 여쭤보니 포장된 홍합밖에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어요.

단념할 수 없기에, 두 에디터는 정육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어요. 마찬가지로 플라스틱에 포장된 고기는 많았지만 통을 내밀며 쇠고기를 구매하고 싶다고 말했죠. 답변은 안된다는 것. 일부 수입산 고기 외에는 모두 포장된 채로 유통돼 매장에선 썰어 팔지 않는대요.

그때 친절한 점원분께서 등장하셨어요. 돼지고기는 현장에서 포장하니까 따로 통에 담아줄 수 있다는 말씀! 천신만고 끝에 돼지고기를 사긴 샀는데...이 미션은 실패라고 해야할 것 같아요. 통을 드렸는데도 혹시나 샐까 걱정이 되셨는지 고기를 비닐 봉지에 담아서 주셨거든요

소비자는 이미 바뀌었는데...마트는 언제 바뀔 계획?




이날의 실험은 이렇게 달콤 쌉싸름(...)하게 마무리 됐어요. 언제까지 소비자 개인이 죄책감을 느끼고 전전긍긍해야 하나 답답하더라고요. 소량의 물건을 구매하면 그나마 낫지만 여러 식구가 먹을 식품을 한번에 많이 사는 소비자들은 다회용기를 일일이 싸들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요. 소비자는 이미 바뀔 준비가 돼 있어요. 이젠 유통사들이 나설 차례에요.

이번에 장을 보고 확인한 건 마트의 유통 시스템이 근본적으로 플라스틱 포장에 의존하고 있다는 거였어요. 불과 수년 전만 해도 플라스틱 트레이에 포장되지 않은 식품을 무게를 달아 구매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과일, 수산물, 육류 할 것 없이 이미 공장에서 포장돼 마트로 유통돼요. 이 구조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아무리 소비자들이 용기를 내도 의미가 없어요.

해외에선 이미 유통업체들의 변화가 시작됐어요. 베트남에선 바나나잎과 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봉투를 비치했고 프랑스에선 당장 내년부터 일부 식품의 플라스틱 포장을 금지했어요. 지금 바로 시작해도 한발 늦은 플라스틱 프리, 유통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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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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