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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직관할래?"…험난했던 동계올림픽 관람기

백신접종증명, PCR 검사 4회 필요

단체 이동, 경기장 500m 우회입장

신분 확인 때 개인정보 쉽게 노출돼

베이징 캐피탈 실내경기장에서 5일 열린 쇼트트랙 경기 관람을 위해 경기장 입장 전 보안 검색을 기다리고 있다. 김광수기자




예상은 했지만 경기 관람은 생각보다 험난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중국의 정책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철두철미했다.

지난 4일 개막한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일반 관중을 받지 않는 대신 ‘초청 관중’을 동원해 관중석을 채우고 있다. 지정된 관중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조직위원회와 각종 정부기관 관계자, 대학생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외교부는 베이징 주재 특파원들에게도 관람 기회를 제공했다. 쇼트트랙, 피겨스케이팅, 아이스하키, 스키 등의 종목 중에 추첨을 통해 관중으로 동원될 기회가 주어졌다.

5일 베이징 캐피탈 실내경기장에서 열리는 쇼트트랙 경기에 초청됐다는 통보를 지난달 31일 받았다. 기쁨도 잠시, 당일부터 까다로운 관람 조건이 요구됐다.

백신 증명서가 필요했다. 중국은 자국 백신이 아닌 해외에서 백신을 접종한 경우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에서 3차 접종까지 마쳤지만, 중국에선 백신 접종 이력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상태였다. 다행히 올림픽 경기 관람에선 해외 백신 접종 이력도 허용해줬다.

지난 1일 장문의 ‘경기 관람 조건’이 전달됐다(참고: "관람 전후 PCR 4회"…中, 올림픽 동원 관중에도 '방역 만리장성'https://www.sedaily.com/NewsView/261ZG1905S).

모든 관중은 경기를 관람하기 전과 후 각 2회, 총 4회의 유전자증폭(PCR)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경기 전 96시간 이내 △경기 전 24시간 이내(첫 검사와 24시간 이상 격차) △경기 후 3일째 △경기 후 7일째에 받아야 했다.

베이징 캐피탈 실내경기장에서 5일 열린 쇼트트랙 경기 관람을 위해 이동하는 관중들에게 자원봉사자들이 길을 안내하고 있다. 김광수기자


경기 4일 전인 2일이 되자 PCR 검사를 받았는지 경기 관람 담당자의 확인이 시작됐다. 이어 다시 하루를 남긴 4일 오후가 되자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알림이 왔다. 경기 관람을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경기장 입장을 위한 소지품도 까다롭게 규정됐다. 셀카봉, 삼각대, 카메라, 캠코더, 망원경, 식품, 알코올, 소독 물티슈 등은 물론 취재진에게도 노트북을 반입할 수 없다고 알려왔다. 심지어 볼펜도 뾰족해 무기가 될 수 있으니 휴대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 일부 기자의 항의가 있었지만 규정이라는 말만 반복됐다.

관람 당일, 경기 시작 시간은 저녁 7시(현지시간)였지만 오후 4시25분까지 집합할 것을 통보받았다. 개별 이동은 불가능했다. 집합 장소는 프레스센터가 위치한 베이징국제호텔이다. 도착하자 PCR 테스트 결과를 확인하고서야 차량 탑승이 가능했다. 티켓은 여권을 확인한 후에 배부됐으며 좌석을 옮기지 못하도록 티켓과 좌석 번호도 사전에 정해뒀다. 혹시 모를 코로나19 환자 발생을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버스는 오후 5시를 조금 넘어 출발했고 20여분 만에 경기장에 도착했다. 눈 앞에 경기장이 보였지만 입장하기까지 여러 차례 난관이 기다렸다. 버스는 경기장에서 500미터 가량 떨어진 건물 주차장에 세워졌다. 차량이 멈췄지만 쉽게 내릴 수 없었다. 관람객을 인솔하기 위한 담당자를 기다린 후에야 버스에서 하차했다.

베이징 캐피탈 실내경기장에서 5일 열린 쇼트트랙 경기 관람을 위해 경기장 입장 전 신분 확인 과정을 거치고 있다. 김광수기자


경기장을 향하는 길은 더 가관이다. 인도를 따라 약 500미터를 뒤로 돌아가면 됐지만 왕복 10차선 도로를 육교와 지하도를 연이어 건너면서 ‘ㅁ자’ 모양으로 크게 돌아갔다. 중간에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차량의 입구가 위치했기 때문에 동선이 겹치지 않기 위해서다.

경기장까지 가는 인도에는 줄을 연결해 일반 시민들과의 동선이 차단됐다. 매 5미터 정도 간격으로 자원봉사자들이 경기장까지 경로를 안내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과 겹치지 않도록 했다.

경기장 입구에선 다시 신분 확인과 보안 검사가 진행됐다. 해외 특파원 일부는 여권으로 신분 확인이 되지 않아 담당자의 별도 확인 과정을 거쳤다. 담당자가 기자의 얼굴 사진을 찍자 최근 입국한 비슷한 외모의 사진이 여러 명 나왔다. 기자의 여권 사진과 현장에서 찍은 사진의 일치율이 9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선택을 하자 입국 날짜부터 여권 정보가 주르륵 떴다. 중국의 놀라운 안면인식 기술을 확인한 동시에 ‘개인 정보가 이렇게 쉽게 확인될 수 있다’는 생각에 소름이 끼쳤다. 보안 검색대에선 가방 속 모든 물건을 꺼내야 했다. 앞의 중국인은 포도 몇 알을 챙겨왔다가 제지 당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경기장 입장이 가능했다.

경기가 모두 끝난 후에도 통제는 여전했다. 개별 행동은 불가능했다. 인솔자를 따라서 다시 왔던 길을 거꾸로 주차된 버스까지 돌아왔다. 그나마 최초 집합장소까지 돌아가진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는 집으로 귀가 가능했다.

아직 다 끝난 것은 아니다. 경기 관람 후 3일째와 7일째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검사를 받지 않으면 건강코드가 초록색이 아닌 황색, 빨간색으로 변할 수 있다. 중국에서 초록색 건강코드가 아니면 어떠한 시설도 이용할 수 없다. 심지어 택시도 탈 수 없는 것은 물론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도 들어갈 수 없다. 아직 두 번의 검사가 의무적으로 남은 셈이다.

베이징 캐피탈 실내경기장에서 5일 열린 쇼트트랙 경기 관람을 마친 관중들이 일반인들과 구분하기 위한 선 안쪽으로 걷고 있다. 김광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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