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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내기 9급 공무원보다 많은 병사월급 200만원…‘제2인국공’ 터질수도

[공약, 거품을 걷어내라]

< 4 >초급간부·군무원·수험생까지 ‘들썩’…‘공정’ 허무는 병사 월급 인상

취임즉시 병사 200만원 월급…5.1조 더 필요

인수위 국방부 보고…재원조달 방안 못 찾아

병사만 월급 인상 땐 ‘공정성’시비 커질 전망

모병제 포함 군사·안보 체제 장기 로드맵 부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대선 후보 당시 강원 철원군 육군 3사단 백골부대 전방관측소(OP)를 찾아 손식 사단장의 설명을 들으며 전방지역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국방 분야 대표 공약인 ‘병사 월급 200만 원’이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까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보고하면서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다. 고생하는 병사들의 처우를 개선하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돈이다. 국방부도 재원의 현실성 문제에는 답을 내놓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원만의 문제도 아니다. 병사 월급만 200만 원으로 인상하면 기본급 기준으로 초급 간부가 병사보다 적은 급여를 받는다. 더욱이 9급 공무원 1호봉(월 168만 원)보다 병사의 급여가 높아져 공무원 사회 전반의 형평성 시비로 번질 수 있다. ‘공정’에 민감한 2030세대에게 형평성 문제는 정권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현 정부도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인해 이른바 ‘인국공 사태’에 직면해야 했다. 공약을 ‘선의’로만 밀어붙였다가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다. 윤 당선인이 병사 월급 200만 원을 실제로 인상할 경우 정책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23일 인수위에 따르면 국방부는 전날 병사 월급 200만 원 보장을 긍정 검토하겠다고 보고했지만 인상 시기를 두고 이견이 제시돼 ‘즉각 시행’ 여부에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윤 당선인 측이 취임 즉시 이행을 요구한 반면 국방부는 일정 시기를 두고 실현하는 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병사 월급을 200만 원으로 인상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올해 병사 월급이 51만 100~67만 610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인상 폭은 3배다. 당장 5조 10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 올해 국방예산 54조 6112억 원의 9.3%에 이르는 적지 않은 규모다. 윤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올해 예산 지출 조정을 통해 재원을 추가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국방부와 기획재정부가 구체적인 예산 방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지출 조정마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정작 재원을 마련해 병사 월급을 인상시키더라도 병사와 연령대가 비슷한 초급 부사관과 장교의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올해 기준으로 부사관인 하사 1호봉은 170만 5400원, 중사 1호봉은 179만 1100원, 장교인 소위 1호봉은 175만 5500원, 중위 1호봉은 192만 900원이다. 간부들이 각종 수당을 수령한다는 점에서 소득 역전이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기본급이 병사보다 못할 경우 군 사기 문제와 함께 간부 지원율은 뚝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군무원들도 반발하고 있다. 윤 당선인이 공약을 내놓은 직후 온라인커뮤니티 ‘군무원 갤러리’에는 ‘병장 월급이 7급 군무원 월급보다 많아지는 게 정상이냐’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는 “군무원 7급 1호봉 실수령액이 190만 원 조금 넘는데 병장 월급이 200만 원이라니”라며 “사병 대우 올려준다는 정치인들은 군무원 현직과 수험생들이 보이콧해야 한다”고 썼다. 공약이 실현될 경우 파장이 현 정부의 ‘인국공 사태’에 못지않을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는 여론이다.

초급간부와 군무원·수험생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결국 병사 월급 인상과 함께 간부 기본급도 올릴 수밖에 없다. 월급을 연쇄적으로 올리려면 1년에 10조 원 가까이 더 들 것이라는 추산이 나오는 이유다. F-35A 스텔스 전투기 40대 도입 예산이 8조 원, 최첨단 사드 1개 포대가 1조 원이라는 점에서 국방 전력이 인건비로 휘청이게 된다. 무엇보다 윤 당선인조차 지난해 9월 청년 예비역 병장들과의 간담회에서 군 장병 최저임금 보장 요구에 대해 최저임금 보장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군 전문가들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 공약으로 만들지는 못했다”고 발언한 바 있다.

특히 국방 전문가들은 월급 인상 한 가지만 두고 볼 일이 아니라 모병제 전환까지 고려한 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징병제 국가 가운데 태국·이집트가 최저임금의 100%를 지급하고 있지만 월급은 50만 원 미만이다. 미군 2년 차 미만 상병이 2100달러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군 생활 2년도 안 돼 월 200만 원 월급은 모병제 국가인 세계 최강군 미군 못지않은 월급 수준이다. 결국 병사 월급 인상은 징병제에서 모병제 전환의 일환으로 기존 군사·안보 체제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검토돼야 한다. 선거 때 ‘이대남(20대 남성)’ 표심 구애를 위해 내놓은 공약을 윤 당선인의 의지만 놓고 실현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인구절벽 시대가 임박한 상황에서 모병제가 불가피하더라도 첨단 무기 체계를 갖추는 로드맵 등을 구상하고 국민 동의를 얻어가며 전투력을 강화하기 위한 예산 책정을 고려해야 한다”며 “표심을 얻기 위한 복지·처우개선·월급 인상 공약과는 달리 전방위적인 국방 로드맵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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