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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크루즈 점퍼서 사라졌던 대만 국기, 이래서 돌아왔다 [글로벌체크]

[김연하의 글로벌체크]

영화 '탑건: 매브릭', 트레일러서 사라졌던 대만 국기 내보내

봉쇄령에 축소된 중국 영화시장, 헐리우드 관심서 멀어져

AFP연합뉴스




헐리우드 배우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영화 '탑건: 매버릭'이 미국에서 개봉했습니다. 올 상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히던 이 영화는 개봉 나흘 만에 1억56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데이 연휴에 맞춰 개봉한 영화 중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는데요. 미 포브스는 탑건: 매버릭이 개봉 6일 만에 미국에서만 1억9110만달러를 벌어들였다고 전했습니다. 이 영화는 오는 22일 한국에서도 개봉되는데요, 톰 크루즈는 개봉에 앞서 한국을 찾아 홍보에 나설 계획입니다.

이 영화는 1986년 개봉됐던 '탑건'의 속편입니다. 36년 만에 속편이 나온다는 소식에 관객들은 미리부터 들떠 있었는데요, 실제로 영화가 개봉된 뒤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 중 하나가 바로 톰 크루즈가 입은 점퍼였다고 합니다. 영화 속에서 그가 입은 조종사 점퍼 뒷부분에 대만 국기가 부착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트위터 캡쳐


대만 국기가 헐리우드 영화에 나온 것이 왜 특별하냐고요? 사실 이 영화는 2020년 개봉될 예정이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개봉은 계속 연기됐고 이제서야 개봉됐죠.) 당시 개봉에 앞서 2019년 영화의 예고편이 먼저 공개됐었는데요, 예고편에서 톰 크루즈는 대만 국기와 일장기가 그려진 점퍼를 입고 나왔지만 이후 트레일러 영상에서는 이 장면이 사라졌습니다. 일각에서는 탑건의 제작사인 파라마운트가 중국 당국의 검열을 의식해 이를 삭제한 것으로 추정했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의 눈치를 봐서 이를 삭제했다는 겁니다.

파라마운트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중국의 코로나19 규제와 그로 인해 영화 시장이 급격하게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중국이 상하이와 베이징 등에서의 코로나19 규제 때문에 북미에 영화 시장 1위 자리를 빼앗겼다"며 "컴스코어 무비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 북미의 영화 시장 규모는 24억6100만달러로 중국의 24억6100만달러를 추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현재 중국 시장의 티켓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40% 가까이 낮다"고 덧붙였습니다. 오미크론 변이가 뒤늦게 중국을 휩쓴데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 정부가 강도 높은 봉쇄정책을 시행하면서 올 들어 중국 내 영화 매출이 급격하게 줄어들자, 제작사가 아예 중국 시장을 포기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그간 헐리우드가 영화 제작에 있어 중국의 눈치를 봤던 것은 중국의 시장이 거대했기 때문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쪼그러든 현 상황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는 분석입니다. 현재 이 영화는 중국 당국의 개봉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이터연합뉴스


사실 헐리우드는 오랫동안 중국 당국 입맛 맞추기에 앞장서왔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팟캐스트인 '더 저널'은 "1990년대까지 헐리우드 영화는 중국에서 널리 보급되지 않았다"며 "타이타닉이 중국에서만 5000만달러를 벌어들이자 제작사는 중국의 잠재력을 깨닫고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헐리우드 영화에 대한 중국 당국의 반응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논란이 됐던 영화가 바로 1990년대 개봉된 '티벳에서의 7년'과 '쿤둔'입니다. 이들 영화는 모두 달라이 라마에 대해 다뤘는데요, 중국 정부는 달라이 라마가 티베트의 독립을 주장하고 있다며 비판하고 있죠. NPR에 따르면 당시 중국 정부는 티벳에서의 7년을 제작한 소니 모회사의 공급망까지 거론하며 위협했습니다. ‘티벳에서의 7년’은 중국에서 아예 개봉조차 되지 않았는데 말이죠. ‘쿤둔'의 경우 겨우 극장 4곳에서만 개봉됐지만 중국 당국의 화를 피하지는 못했고, 당시 디즈니의 CEO였던 마이클 아이스너는 이후 중국으로 직접 날아가 당국 관계자들을 만나고 사과까지 했습니다. 당시 그는 관계자들을 만나 "나쁜 소식은 그 영화가 개봉됐다는 것이고 좋은 소식은 아무도 그것을 보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이는 헐리우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력했는지를 보여주는 일화로 꼽히며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제 헐리우드는 완전히 중국 눈치 보기에서 벗어난 걸까요? 아니면 봉쇄령 종료로 부활하고 있는 중국 영화 시장의 비위 맞추기에 다시 나설까요? 헐리우드의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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