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7일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 계기 처음 대면했다. 박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한국의 새 정부가 자유와 평화, 인권, 법치 등 가치를 중시한다고 분명히 밝혔는데, 미중 패권 경쟁 속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 중시 기조에 중국 측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자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 장관은 이날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왕이 부장과 회동하고 한반도 문제와 양국 관계, 지역 정세 등에 대해서 논의했다. 박 장관은 특히 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우리 신(新) 정부는 한중 관계에서 상호존중과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한중이 신뢰를 쌓으면서 평등하게 협력하는 좋은 동반자가 돼야 다가올 미래 30년도 건강하고 성숙한 관계를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신 정부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중시한다”면서 “자유와 평화, 인권과 법치를 수호하기 위한 국제사회 협력과 공조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도 했다. 이와 함께 “국제관계에서 개방성과 투명성, 포용성 원칙에 기초해서 글로벌 도전 대응에 있어 책임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한중 관계도 이런 보편적 가치와 규범에 입각해 상생하고 발전하기를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왕이 부장은 한중 관계가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것을 언급하며 “한국의 새 정부가 한중 관계를 위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 데 대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양국 간 전략적 협력 관계는 양국 국민들의 보다 큰 이익을 위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지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평화와 발전을 위해 한중이 상호 간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가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한미동맹 중시 기조에 대한 왕이 부장의 견제 발언이 어느 정도 수위로 나올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중국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 왔기 때문이다. 왕이 부장은 지난달 12일 박 장관과의 첫 화상 회담에서 "친미파인 줄 알았는데 오늘 보니 지화파"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발리 응우라라이 국제공항에서 한국 취재진들과 만나 "(왕이 부장과) 만나게 되면 '우리 한중 간에 상호 존중, 협력의 정신을 바탕으로 성숙하고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 가자' 이런 이야기를 할 것"이라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 장관은 또 중국 정부가 던지는 견제구와 관련해 “여러 가지 관심 사항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중국과의 소통을 보다 활성화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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