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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소장품 특별전 '한국화 르네상스' 계기 되길"

'허백련 손자' 허달재 의재 이사장

장학구· 오용길 등과 함께 참여

가을, 청와대소장품 한국화 특별전

"정치·역사 아우르는 기획됐으면"

청와대 소장품인 의재 허백련의 '벽추'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할아버지(의재 허백련·1891~1977)의 작품 ‘벽추’는 기러기를 즐겨 그리신 다른 작품들과 달리 효도를 의미하는 까마귀 떼를 배치해 흥미로울 겁니다. 기획 중인 ‘청와대 소장 한국화 특별전’이 ‘한국화 르네상스’의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화 거장인 의재 허백련의 손자인 허달재 의재문화재단 이사장이 3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초청으로 청와대를 관람한 후 이같이 말했다. 문체부는 올가을 ‘청와대 소장품 특별전’으로 한국화 기획전을 준비 중이다. 이날 청와대 관람에는 허 이사장 외에도 청와대 소장품과 인연 있는 월전 장우성(1912~2005)의 아들 장학구 이천시립월전미술관장, 한국화가 오용길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함께했다. 공교롭게도 초청자들이 정치 명분을 초월한 예술의 ‘통합적’ 역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들이라 눈길을 끈다.

3일 청와대를 방문한 화가 오용길(왼쪽부터) 이화여대 명예교수,장학구 이천시립월전미술관장, 허달재 의재문화재단 이사장. 사진 제공=문화체육관광부


허백련의 손자 자격으로 청와대를 찾은 허 이사장 자신도 화가로, 5월 하순 청와대 관저가 전격 개방됐을 때 폭 285㎝ 크기의 대형 ‘백매(白梅)’ 작품으로 화제가 됐다. 2폭 병풍 형식으로 제작된 이 매화 그림은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에 입성했고, 김정숙 여사가 외빈을 맞이하는 자리에서 한국미의 사절 격으로 종종 등장하고는 했다.

한국화의 섬세한 묘미를 탁월하게 살려내는 오 화백의 경우 2019년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당시 청와대 본관에 걸린 4m 폭의 대작 ‘인왕산’으로 유명세를 탔다. 2005년에 지금의 서울경제 사옥이 자리잡은 종로구 중학동 한국일보 건물에서 바라본 인왕산 풍광을 그린 것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그해 청와대 소장품이 된 그림이다.



오용길의 1998년작 '봄의 기운'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각각 지난 정부와 인연이 있는 화가들이지만 기획 중인 ‘청와대 특별전’에는 정치적 배제나 편견 없이 두루 협력하는 모양새다.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을 지낸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때로 정치적인 예술가가 있지만, 그럼에도 예술은 정치를 초월한다”면서 “그것이 바로 예술이 갖는 사회통합과 국민통합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월전 장우성은 한국 채색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장이며, 100원짜리 동전 이순신 표준영정의 작가로 유명하다.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 있다는 이유로 이순신 표준영정 교체를 비롯해 100원 동전의 도안 변경이 논의되기도 한다. 하지만 미술사학자 최열은 “화가의 친일 행적에 대해 엄격하게 바라보고 비판받을 부분은 달게 받아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미술사의 맥락이나 미학적 측면에서는 작가와 분리해서 작품을 보는 측면이 필요하고, 이 또한 굴곡진 우리 역사의 일부이며 한 과정임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운봉’ ‘매화’ 등 장우성의 주요작을 소장하고 있다. 또 다른 청와대 소장품 작가로 이상범·김기창 등도 ‘친일인명사전’에 포함된 인물이지만, 이들을 제외하고는 한국 근대미술사를 논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다. 따라서 이번 청와대 특별전은 정치색과 역사성을 초월해 소장품의 미술사적 흐름을 국민 앞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할 전망이다.

월전 장우성의 1991년작 '학'. 사진 제공=문화체육관광부


문체부는 ‘청와대 한국화 특별전’을 10월 이후로 계획하고 있다. 전시장은 영빈관과 본관이 유력하다. 607점으로 확인된 청와대 소장품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정부는 청와대를 미술관을 비롯한 복합문화공간으로의 활용하겠다는 계획안을 발표했다. 근현대역사지구로서의 청와대의 문화 유산적 가치를 ‘보존’할 방안이 과제로 남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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