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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댕냥이를 때렸는데…손해배상 가능하다?"[지구용]

법적으로 동물은 '물건'…새 법적 지위 보장하는 민법개정안 계류중

느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일용이와 동물 친구들. /일러스트=박희민 디자이너




누군가 생강 에디터의 반려묘인 키키를 해쳤다고 가정해볼게요. 가해자는 어떤 법에 따라 처벌을 받을까요? 형법의 ‘재물손괴죄’일 가능성이 높아요.

키키는 에디터의 가족인데 무슨…재물? 그런데 진짜예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동물은 법적으로 ‘물건’이거든요. 이에 따라 해당 동물의 ‘가격(몇만원, 몇십만원)’으로 처벌 수준이 정해지는 거죠. 이 사건으로 인해 에디터가 받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더라도 마찬가지예요. 반려동물은 물건이니까 그 가격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돼요. 역시 배상금액은 미미하고요.

두 번째. 본인의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이 있다고 칠까요? 당연히 못 키우게 해야될 것 같잖아요. 그런데 현행법으로는 학대범의 동물을 빼앗을 수 없어요. 그 사람의 ‘재산’이고, 본인 재산을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그걸 막을 방법이 없거든요. 동물의 생명과 행복을 무자비하게 외면하는 우리나라의 법 체계, 문제점이 와닿으시나요?

세 번째. 어떤 사람이 큰 빚을 져서 재산을 압류당하게 됐어요. 집, 차, 가전과 가구 같은 걸 압류해가겠죠. 그런데 놀랍게도, 이 사람의 반려동물도 압류할 수 있어요. 이 사람이 ‘소유’한 물건이니까요.

우리 나비, 초코, 두부들에게 법적 지위를


지난달 31일 국회 로비에 전시된 동물들의 사진.


이런 문제점을 정말 많은 분들이 꾸준히 지적한 덕분에 작년 10월 법무부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란 취지의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어요. 그치만 2022년 9월 현재까지도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채 방치된 상황. 그래서 동물권행동 카라는 올해 민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이랑 사진전을 열기도 했어요. 심상정 정의당 의원님 등도 도우러 오셨고요.

그럼 민법 개정안에 어떤 문구가 담겼냐면요.

◆민법 개정안


▷제98조의 1항 -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2항-동물에 대해서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

1항은 오케이, 근데 2항은 고작 한 줄인데 되게 어려운 느낌이죠? 동물은 물건과 달리 다루되, 구체적으로 명시된 관련법이 없을 땐 물건에 대한 (기존) 규정에 따른다는 뜻. 법 체계 전체를 한꺼번에 뜯어 고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그동안 다른 법과의 충돌을 막기 위한 부가적인 조항이라고 보면 돼요. 우리보다 먼저 동물에게 법적 지위를 부여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도 2항과 비슷한 조항이 있어요(ex. 오스트리아 : 동물은 물건이 아니며, 동물은 별도의 법률들에 의해 보호된다. 물건에 관한 규정들은 유사한 규정들이 존재하지 않는 때에 한하여 동물에 대해 적용된다).

그래서 뭔 얘기냐고요? 동물에게 동물만의 법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제일 중한 불(동물이 물건으로 취급되는 상황)을 먼저 끄고, 나머지 작은 불(관련해서 고쳐야 할 다른 법들)도 계속 끄겠단 이야기에요. 민법부터 바꿔야 다른 법들을 바꿀 수 있고, 최소한 반려동물을 압류한다거나 학대·살해 행위에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식의 일을 막을 수 있거든요.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겠죠? 동물의 법적 지위와 관련해서 우리가 계속 지켜보고 정치인들을 독촉해야 하는 이유예요. 우리 곁에 있는 동물들이 정당한 법적 지위를 찾는 그날까지, 함께 노력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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