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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사면 세금이 0원?”…덴마크 ‘EV 선도국’ 비결 살펴보니

■전기차 선도국 덴마크 가보니

2021년 판매 차량 57%가 전동화 모델

전동화 전환 위해 정부 전폭 지원

전기차 구매시 180% 규모 車세금 면제

전기택시 전용 충전허브 개소

주택가 충전기 집중 설치해 편의성 높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운영 중인 재규어 i-PACE 전기택시. 유창욱 기자




11일 저녁 9시 30분 어둠이 내려앉은 덴마크 카스트럽 국제공항. 밤이 깊은 시간에도 북유럽 최대 공항이자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관문인 이곳에는 5분 간격으로 쉴 새 없이 여객기가 착륙했다. 유럽 각지에서 온 승객들은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고 공항 앞에는 이들을 태우기 위해 택시 30여 대가 긴 줄을 드리우고 있었다.

택시 승강장에 들어서자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 20대 넘는 전기택시가 줄지어 서있어 내연기관차를 찾는 게 빠를 정도였다. 차종도 다양했다. 메르세데스-벤츠 EQE, 재규어 i-PACE 등 한국에선 고급 전기차로 분류되는 모델과 체코 국민차 스코다의 첫 전기 SUV ‘엔야크’처럼 생소한 모델도 택시 마크를 달고 있었다.

코펜하겐 시내로 들어가자 택시뿐 아니라 전기 승용차, 버스가 도로를 가득 메웠다. 현대차(005380) 1세대 아이오닉, 코나 EV, 아이오닉5, 기아(000270) 니로, EV6 등 한국 전기차도 다수였다. 마치 전기차 전시장을 보는 것 같았다.

덴마크는 북유럽 내에서도 전동화 전환에 앞서있는 ‘전기차 선도국’으로 평가받는다. 덴마크 전기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현지 자동차 판매량의 57% 이상이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자동차였다.

전체 자동차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4%를 넘어섰다. 지난 11일 기준 덴마크에서 운행되는 차량은 250만 대로 이 가운데 전기차는 10만 대에 달했다. 차량 100대 중 4대(4%)가 전기차인 셈이다. 한국도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전기차 보급 대수가 29만 대를 넘어섰지만 전체 차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를 가까스로 넘긴 수준에 불과하다.

덴마크 코펜하겐 시청 앞 도로. 시내 곳곳에서 전기차와 전기버스, 전기택시를 찾아볼 수 있다. 유창욱 기자


덴마크의 급속한 전동화 전환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정책 덕분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덴마크 정부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1990년 대비 7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3년 전 제시했다. EU에서 선정한 목표치 55%보다 높은 수치다. 또한 2030년까지 휘발유와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의 판매를 전면 중단하는 계획도 수립하며 운송 부문의 전동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덴마크 정부가 전동화를 위해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는 세금 혜택이다. 사회안전망이 공고히 구축된 덴마크는 세 부담이 높은 국가로 유명하다. 자동차 구매 시에도 차 가격의 180%에 달하는 등록세가 붙는다. 1000만 원짜리 차를 구매하면 1800만 원의 세금까지 총 280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덴마크 정부는 전기차 구매 시 세금을 전액 면제하는 파격적인 정책을 2010년대 초반부터 지속하고 있다. 2015년 자유당 정권이 전기차 등록세 면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정책을 내세워 전기차 판매량이 급감한 경험이 있어 이후 차례로 집권한 우파·좌파 정권 모두 전기차에 대한 세금 혜택만큼은 그대로 유지했다. 반면 내연기관 차량의 세금은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는 세금 부담 탓에 자동차 구매를 꺼리던 덴마크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결심하는 데 영향을 줬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운영 중인 택시 전용 충전 시설 '단허브(Danhub)'. 사진 제공=Dantaxi


이와 함께 덴마크 정부는 대중교통을 전기차로 우선 전환하는 정책에 집중하고 있다. 버스와 택시를 2030년까지 친환경 차량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운수업계와 논의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했고 전기버스를 도입하는 1년 예산으로만 7500만 크로네(101억 원)를 책정했다.

전기택시 도입을 유도하기 위해 택시 전용 충전 허브를 설치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덴마크 교통부는 카스트럽 국제공항 인근에 덴마크 최대 택시 회사 단택시(Dantaxi)를 위한 대규모 충전시설 ‘단허브(Danhub)’를 개소했다. 이곳에는 5개의 초고속 충전기가 설치돼 한 번에 최대 10대의 택시를 충전할 수 있다. 하루에 수용 가능한 택시는 총 400대에 달한다.

지원책에 힘입어 단택시는 전국에서 보유 중인 약 1800대의 택시 가운데 400대를 전기차로 바꿨다. 단택시 측은 단허브 덕분에 2025년에는 코펜하겐에서 디젤 택시 운행을 종료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덴마크 정부는 민간 충전 사업자와 협력해 코펜하겐 이외에도 오르후스, 올보르, 오덴세 등의 주요 도시에 택시 전용 허브를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주택가 노상 주차장에 설치된 전기차 완속 충전기. 유창욱 기자


개인 전기차 운전자를 위해 충전 인프라를 촘촘히 설치하는 작업 또한 병행하며 민간 부문의 전기차 보급도 앞당겼다. 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덴마크에 설치된 충전소는 총 6550기로 2019년(2450기)보다 무려 167% 급증했다. 이미 주유소보다 전기차 충전소가 더 많아졌다.

특히 덴마크 정부는 고속도로 등 주요 길목뿐 아니라 집이나 직장에서도 충전할 수 있는 완속 충전 인프라를 보급하는 데 집중했다. 실제로 코펜하겐 골목 곳곳의 노상 주차장에는 전기차 전용 주차·충전 공간이 마련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차난이 심각한 도심에서 주차와 충전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점은 전기차 운전자에 충분히 매력적인 유인이 된다. 또한 충전을 위해 별도 시간을 내 급속 충전기를 찾아갈 필요가 없는 점도 장점이다.

노르웨이 에너지 컨설팅 기업 ‘라이스타드 에너지(Rystad Energy)’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덴마크 같은 국가에서는 충전기 당 전기차 대수가 많지만 점점 더 많은 전기차가 판매되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가 충전을 위해 멀리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가정용 충전기에 만족한 결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전기차 소비자는 가정에서 충전하는 것을 첫 번째로 원한다. 공공 충전소가 아무리 많아도 전기차 보급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덴마크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와 PHEV를 포함해 총 100만 대의 친환경차가 보급돼야 한다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현지 전기차 업계에서는 목표의 초과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본다. 덴마크 전기차협회 측은 “공급망 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전기료 인상 등은 전기차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교통의 녹색전환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수립한 2030년 보급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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