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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집값 더 떨어질 것…'영끌' 문제는 지분공유제로 풀자"

[권구찬 선임기자의 청론직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고금리·거래절벽·역전세亂 '3중고'에 경착륙 조짐

'통화정책의 전환' 확실한 신호 때까지 백약이 무효

PF대출 '배드뱅크' 설립 금융권 부실 전이 차단을

호가 중심 매매지수 폐기, 실거래가를 표준 삼아야

부동산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가격 예측 모델을 만든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올해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지만 주택 개발 사업 중단 또는 연기로 3~4년 뒤 서울의 주택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성형주 기자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주택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2022년 한 해 동안 서울 아파트의 가격 하락 폭은 대략 20%. 1년여 전 누구도 대세 하락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을 때 낙폭까지 거의 정확하게 맞춘 인물이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다. 김 교수는 개인 홈페이지(부트캠프)에 부동산 분석 보고서를 꾸준히 업로드하면서 ‘부린이(부동산+어린이)’의 멘토로 떠오르고 있다. 김 교수는 30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주택시장 상황에 대해 “경착륙 조짐이 엿보인다”며 “기준금리가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실한 신호가 오기 전까지는 하락 압력이 워낙 강해 백약이 무효”라고 진단했다.

-집값 하락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두 가지 경험이 도움이 됐다. 미국 부동산 리서치 회사에서 오피스빌딩의 투자수익률을 분석하고 임대료와 공실률 등을 예측했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 예측 기법을 국내 주택 시장에 맞게 재설계했다. 더 중요한 것은 데이터의 활용과 분석이다. 부동산 리서치 회사 근무에 앞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다. 정보기술(IT)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없었더라면 가격 예측이 어려웠을 것이다.

-요즘 주택 거래가 거의 얼어붙었다.

△지난해 하반기 들어 주택 거래가 거의 실종된 상태다. 서울 아파트의 한 달간 거래가 수백 건밖에 안 된다. 2006년 이후 월 평균 6500건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초유의 상황이다. 미래 가격을 불투명하게 보니 다들 시장 참여를 꺼리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기준금리를 내려 경기를 부양할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기준금리를 올리는 상황이어서 충격파가 크다.

-지난해 말 내놓은 저서 ‘2023년 부동산 트렌드’에서 올해 서울 아파트 가격이 25~30%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연말 기준금리가 현행 3.5% 수준을 유지한다면 올해 30%가량 떨어진다고 본다. 낙폭보다 과거 어느 수준으로 가격이 회귀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서울 아파트 가격은 올해 말 기준으로 5년 전인 2018년 4분기 수준까지 밀릴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서울 집값, 2018년 수준으로 밀릴 듯




-올해가 지난해보다 하락 폭이 크다는 의미인데.

△올해 상황이 더 나쁘다. 경착륙 조짐마저 보인다. 거래량 급감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도 과거와 다른 양상이다. 게다가 ‘역전세 대란’은 매매 수요를 더욱 위축시킬 공산이 크다. 올해 서울 강남권 입주 물량이 1만 가구를 넘는다. 나중에 기준금리를 내린다 해도 이 정도 물량이면 역전세 대란이 내년에도 풀리지 않을 수 있다.

-정부가 규제의 대못을 뽑아도 약발이 잘 듣지 않는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규제 완화보다 통화정책이다. 기준금리가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정책을 전환할 것이라는 확실한 신호가 있기 전에는 규제 완화를 통한 수요 진작에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다. 중요한 것은 정책 일관성이다.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같은 대출 규제와 부동산 세제는 정권 부침과 경기 변동에 상관 없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주택 대출과 세제가 널뛰기하면 누가 정책을 믿겠는가.

-집값 폭등기에 도입한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찬성한다. 반(反)시장적 규제는 풀어야 마땅하다. 주택 매매 시 토지 거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과도한 규제다. 강남3구와 용산구에 남아 있는 규제 지역도 해제해야 하지만 정책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분양가 통제도 마찬가지로 풀어야 한다. 다만 부동산 경기 사이클을 감안해 경기 회복 시점에 집값 폭등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수요 진작책은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컨대 등록임대사업에 아파트를 포함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 못 된다. 경기 회복기에 ‘갭투자’를 부추기는 부작용이 크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단행한 등록임대 활성화 대책이 집값 폭등의 도화선이 됐음을 기억해야 한다.

미분양 아파트 매입, 모럴해저드 최소화 관건


주택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있다. 지난해 말 청약을 접수한 서울의 한 아파트 모델하우스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미분양 주택 매입을 검토하고 있는데.

△필요성은 인정된다. 나중에 공적 임대아파트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관건은 매입 가격이다. 원칙을 분명히 세워 특혜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 주변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입해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해야 한다. 미분양 주택 매입은 시장의 도태를 정부 개입으로 막는 것 아닌가.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한 사업자가 상대적 손실을 보게 해서는 곤란하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한 2030세대를 정부가 구제해야 하는가.

△필요하다고 본다. 영끌은 정부의 정책 실패 탓도 있으므로 그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빚을 일부 탕감하는 방식은 영끌을 하지 않은 사람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 국가가 원금 일부를 갚아주고 대신 지분을 정부와 공유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본다. 정부도 이미 공공분양 주택을 싸게 분양하고 대신 공공과 시세 차익을 나누는 ‘이익공유형’을 도입했다. 그와 비슷한 방식으로 풀자는 것이다. 영끌 수요가 몰렸던 강북 아파트 가격이 고점부터 신고점까지 도달하는 기간은 대략 7년이다. 7년 뒤 매각할 때 양도소득세 혜택을 주고 집주인과 정부가 지분대로 나눠 갖으면 영끌족의 패닉성 투매를 막을 수 있다.

-부동산 PF 사업장의 부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1·3대책은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정상화를 위한 조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0%로 알려진 둔촌주공의 계약률은 매우 좋지 않은 신호다. 부동산 PF 사업의 구조 조정이 필요하다. 과거 ‘배드뱅크’를 설립해 부실을 털어낸 것처럼 PF 사업장의 옥석을 구분해 신속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PF 부실 대출이 금융권으로 전이되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PF 사업장의 ‘리파이낸싱(차환)’이 사실상 마비됐다. 공사 중단 사태가 속출하고 신규 사업도 거의 멈출 것이다. 비단 지방뿐이 아니다.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민간 부문의 주택 공급 여력이 떨어지면 3~4년 뒤 서울의 주택 공급 부족 사태가 재발할 것이다. 나중에 경기가 회복되면 2027~2028년쯤 서울 집값이 재차 폭등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금부터라도 서울 주택 수요를 흡수할 택지 비축에 나서야 한다.

주택 사업 중단에 3~4년 뒤 공급 부족 가능성


이달 17일 계약을 마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 70% 수준에 그친 계약률이 주택 경기 침체의 실상을 보여준다. /연합뉴스


-3기 신도시의 완충 효과가 없을까.

△입지 여건이 2기 신도시보다 나은 편이지만 서울 집값을 잡는 데는 회의적이라고 본다. 지금은 3기 신도시 공급 속도를 늦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부동산원이 주택 가격 통계 조작 논란으로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다.

△정부 스스로 공신력을 떨어뜨렸다. 공직자들도 처음에는 지표를 믿다가 나중에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현실과 괴리가 있다면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시장의 불신을 받는 지표를 계속 국가 공인 통계로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기본적으로 매매가격지수는 실거래가격이 아닌 호가를 기반으로 만든 지수라는 결정적 한계가 있다. 매매가격지수를 폐기하고 실거래가격지수를 활용해야 한다. 매매가격지수는 급격한 가격 변동을 축소시키는 ‘평활화’의 문제가 있다. 가격 급등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시장 상황을 뒤늦게 반영하는 단점이 있다.

-실거래가격지수는 표본이 적고 거래가 없으면 통계 작성이 어렵다고 하는데.

△거래가 없다면 지수 산출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지만 지수 고도화 작업을 거치면 된다. 머신러닝 같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하면 거래가 없더라도 특정 아파트의 호수별 가격을 산출할 수 있다. 내가 운영하는 서울대 ‘공유도시랩’에서도 연구원 2명과 함께 AI 기술을 활용해 지수를 산출한다. 기술적으로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다. /권구찬 선임기자 chans@sedaily.com


▷용어 해설=배드뱅크(Bad Bank)

금융회사의 부실 자산이나 채권을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구조 조정 전문 기관. 배드뱅크는 금융회사로부터 부실 담보물(PF 사업장)을 넘겨받아 이를 담보로 자산담보부채권을 발행하거나 해당 담보물을 팔아 채권 일부를 회수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금융사는 부실 자산을 털어내 ‘굿뱅크(Good Bank)’로 남을 수 있다. 정부는 2011년 PF 대출 부실이 불거지자 금융권 공동 출자로 ‘PF정상화뱅크’를 설립해 부실 전이를 차단하고 PF 사업의 연착륙을 유도했다.1997년 외환위기와 2004년 신용카드 대란 등 주요 경제 위기 때마다 구조 조정 촉진과 부실 확산 차단을 위해 배드뱅크를 설립했다.


◆He is…

1972년에 태어나 서울대 지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UC버클리에서 정보시스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하버드대에서 도시계획·부동산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 정보기술(IT) 기업 오라클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한 데 이어 보스턴 소재 부동산 리서치 회사 PPR에서 부동산 가격 예측 등의 업무를 맡았다. 2009년부터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지역계획학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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