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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게 눈' 모방…수륙양용 광각카메라 개발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에 송영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렌즈는 곡면' 고정 관념 뒤집어

'농게 눈' 닮은 편평 구배형 제작

물 안팎서 왜곡없는 360도 촬영

자율주행차·AI·VR 등 적용 기대

송영민(가운데) 광주과학기술원 교수가 연구팀과 같이 농게 모사형 전방위 수륙양용 카메라의 영상 획득 실험을 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음식을 빨리 먹는다는 뜻의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이라는 속담의 주인공은 갯벌에 사는 농게이다. 농게는 남풍이 불면 태풍이 부는 줄 알고 구멍으로 재빨리 숨는다. 농게는 툭 튀어나온 눈의 모든 면이 아주 작은 홑눈들로 뒤덮여 한 번에 360도를 볼 수 있다. 사방으로 넓게 펼쳐진 갯벌에서 물새떼의 공격을 피하고 효율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꾀하기 위해서다. 더욱이 밀물과 썰물에 따라 땅이 물에 잠겼다 드러났다를 반복하는 갯벌에 살아 물속과 물 밖의 물체를 모두 정확히 볼 수 있다. 눈의 초점거리가 늘 같기 때문이다. 농게의 눈에 있는 렌즈 표면은 곡면이 아니라 편평한 점이 특징이다. 표면이 편평하면 빛을 모을 수 없어 이를 만회하기 위해 표면 내부가 곡률과 굴절률(refractive index)이 서서히 바뀌는 구배형 렌즈(graded index lens)의 형태를 띤다.

송 교수 연구팀이 손뼉을 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농게의 눈을 모방해 360도 전방위·수륙양용 촬영이 가능한 초소형 광각카메라를 개발한 연구자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2월 수상자로 선정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하고 한국연구재단과 서울경제가 공동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2월 수상자인 송영민(42)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농게·나방·물고기 등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독특한 형태로 진화한 광학구조물을 모방해 신개념 카메라를 개발했다. 농게의 겹눈 구조를 모사한 360도 전방위·수륙양용 카메라를 개발한 게 단적인 예다.



기존 광각 카메라는 넓은 화각을 갖기 위해 7~13장의 어안렌즈를 겹쳐 이용해 부피가 크고 영상 왜곡이 발생한다. 최근 360도 화각을 갖는 카메라가 나왔지만 통상 두 개 이상의 카메라에서 얻어진 영상을 합쳐야 하는 한계가 있다.

물속과 물 밖 모두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농게 겹눈 구조 모사.


초소형 360도 초광각 수륙양용 카메라 기술 개발


송 교수는 농게 홑눈의 분포와 렌즈의 형상을 분석해 렌즈의 표면은 편평하지만 내부는 곡률과 굴절률이 서서히 바뀌는 구배형으로 진화해 물속과 물 밖에서 항상 초점이 맞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본뜬 편평 구배형 렌즈를 제작했다. 일반적으로 렌즈는 곡면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뒤집은 것이다. 그는 “‘한 번에 아주 넓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동물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종종 가는 순천만 갯벌에서 농게의 눈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수륙양용 촬영 생각은 못하다가 다른 어떤 논문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했다.

송 교수 연구팀은 편평 구배형 렌즈를 이미지센서와 결합하고 렌즈와 포토다이오드로 구성된 광학시스템을 2㎝ 크기의 공모양 구조물에 집적해 왜곡 없는 영상 획득이 가능한 카메라 개발에 성공했다. 송 교수는 “하나의 소형 카메라로 360도 수준의 넓은 화각을 구현한 최초의 사례”라며 “앞으로 자율주행, 가상현실과 메타버스, 보안·정찰 분야 등에 폭넓게 적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옛말에 ‘몸이 천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라고 했는데 초소형 광각카메라가 자율주행차, 내시경카메라 등 의료기기, 가상현실 기기, 스마트폰, 시스템반도체 이미징센서, 인공지능(AI) 등의 핵심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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