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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무 5년만의 訪中도 무산…의회 대중국 압박 거세질 듯

외교 집어삼킨 '中 풍선'

加 거쳐 美 진입…전투기가 격추

정상회담 해빙 무드도 공중분해

美 "전략적 지역 감시 위한 용도"

中 "기상관측용…과잉반응" 반발

격양된 공화당, 강경한 조치 촉구

중국의 정찰 장비로 추정되는 풍선 미국 몬태나주 상공에서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해 말 정상회담을 계기로 긴장 완화를 모색하던 미중 관계가 미국 본토를 침범한 중국 정찰 풍선으로 인해 ‘시계 제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이 무기한 연기되고 미국 내에서 중국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 측도 미국이 끝내 풍선을 격추한 데 대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양국 간 보복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국방부는 4일(현지 시간) 본토 영공에서 발견된 중국 정찰 풍선을 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 해안에서 F-22 스텔스 전투기가 발사한 AIM-9 공대공 열추적 미사일로 격추시켰다고 밝혔다. 미 당국은 지난달 28일 풍선이 캐나다를 거쳐 영공에 진입한 것을 탐지하고 이달 1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격납고가 있는 몬태나주 상공에서 격추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풍선 잔해에 따른 피해를 우려해 계획을 미뤘다. 버스 3대 정도 크기인 이 풍선에는 각종 정찰 장비가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현재 군 당국이 잔해 수거에 돌입한 상태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비롯한 미 당국자들은 이 풍선이 “미국의 전략적인 지역들을 감시하기 위한 용도”라고 밝혔다.

5년 만의 美 국무 방중 무산… 풍선 용도 놓고 공방

블링컨 장관은 중국 정찰 풍선 문제를 문제 삼으며 5~6일로 예정됐던 첫 방중 일정을 전격 연기했다. 2018년 10월 이후 5년여 만에 성사된 미 국무장관의 방중이 출발 직전에 무산된 것이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 본토 위로 정찰 풍선을 날려 보낸 중국의 결정은 용납할 수 없고 무책임하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 라인 사령탑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블링컨 장관과의 통화에서 “근거 없는 억측과 허위 선전은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맞대응했다.

당초 중국 당국은 해당 풍선이 “기상 관측용인데 바람 때문에 계획된 항로에서 멀리 벗어났다”며 미국 영공에 진입한 데 대해 신속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럼에도 미국이 풍선을 격추하자 중국은 “과잉 반응이자 심각한 국제 관행 위반”이라고 반발하며 “중국은 필요할 경우 추가 대응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한다”고 경고했다.



외교 집어삼킨 中 풍선…미중 관계 시계 제로

모처럼 대화 분위기가 고조되던 미중 관계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다시 혼란에 빠졌다. 당초 외교가에서는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의 대면 정상회담을 계기로 올해 미중 갈등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미국 동맹들 사이에서 미중 갈등이 글로벌 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고 중국도 코로나19 봉쇄에서 벗어나 경제적 반등을 노리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내부에서는 올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이 후한 대접을 받기를 원하는 희망도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관계 개선의 중대 모멘텀이 됐을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무산되면서 풍선 문제가 사실상 양국 간의 외교를 집어삼킨 상태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미국이 풍선 잔해를 회수해 군사적 정찰용이라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이를 대중 압박용 카드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에번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중국이 아무리 부정해도, 이번 사건은 미중 관계가 냉전과 같은 경쟁 상태임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칼자루 쥔 美 의회 中 향한 거센 공세 예고

중국이 싸움의 명분을 주자 칼자루를 쥔 미국 의회는 격앙된 모습이다.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풍선을 즉시 격추시키지 않은 바이든 정부를 비판하며 중국에 보다 강경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로저 위커 공화당 상원의원은 “중국 공산당의 첩보 기구가 미국 전역을 떠다니도록 놓아둔 것은 백악관의 나약함을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기밀 정보를 보고 받을 수 있는 상·하원 지도부 모임 ‘8인의 갱(Gang of Eight)’에 현 상황에 대한 명확한 보고를 요구했다. 바이든 정부는 이에 따라 관련 내용을 다음 주 보고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의회 차원의 대중국 압박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매카시 의장은 이미 중국이 가장 예민해하는 ‘대만 방문’을 검토 중이며 마이크 갤러거(공화당) 미 하원 대중국 특별위원회 위원장도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대만을 찾아 청문회를 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직 외교적 해결 여지를 남겨둔 바이든 정부의 대중 관계 셈법도 복잡해졌다. 대니얼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바이든 정부는 이미 여건이 허락할 때 블링컨 장관이 다시 방중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면서도 “중국이 만약 피해자를 자처하거나 보복을 선택한다면 미국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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