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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경고등 켜진 미국 경제

◆유혜미 한양대 금융경제부 교수





지난주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으로 살얼음판을 딛는 듯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운 것은 예견된 일이었지만 총자산이 276조 원에 달하는 은행의 갑작스러운 파산은 충격이었다. 이번 사태로 마냥 견고하다고 인식되던 미국 경제 역시 언제든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간 미국 경기가 견고했던 이유 중 하나는 코로나19 방역 기간 중 지급된 대규모 재난지원금으로 가계의 초과 저축이 크게 쌓였다는 점이다. 덕분에 급격한 물가 상승에도 가계의 소비에는 큰 타격이 없었다. 그러나 이 초과 저축은 많은 근로자들이 노동시장을 떠난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미국 노동시장은 리오프닝 이후 급증하는 노동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중 급감했던 이민자 유입이 리오프닝 이후 빠르게 회복되지 못하는 것도 노동 공급 부족을 부추겼다.

최근 발표된 여러 고용 관련 지표들에 따르면 미국 노동시장은 여전히 뜨겁다. 2월 비농업 부문의 고용은 1월보다 31만 명 증가해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고 시간당 임금 상승률도 전년 동월 대비 4.6%로 전월(4.4%)보다 올랐다. 3월 둘째 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 역시 전주보다 2만 건이나 감소했다. 이렇듯 굳건한 미국의 노동시장이 서비스 물가 상승세 둔화를 지연시킨다는 점을 고려하면 SVB 사태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미국 경기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가계의 초과 저축은 리오프닝 이후 소비 증가와 높은 물가 상승세로 빠르게 감소하며 가계의 소비 여력을 낮추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2월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0.4% 감소해 이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우 소비가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에 달해 소비 둔화는 곧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SVB의 파산으로 현실화된 잠재적 금융 불안 요인은 은행 대출을 위축시킬 수 있다. 이는 고금리로 이미 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된 기업 부문 전반의 고용과 투자를 더욱 감소시켜 경기를 빠르게 얼어붙게 할 것이다.

미국의 노동 공급이 점차 증가한다는 점도 노동시장 과열이 오래 지속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미국의 16세 이상 인구 중 노동시장 참가자의 비중인 노동시장참가율은 최근 3개월 연속 상승했고 노동시장 내 이민자의 비중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노동 공급이 늘어나는 반면 경기 침체로 노동 수요가 줄어들면 임금 상승률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기가 꺾이면 대미 수출 비중이 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다. 경기가 꺾이면 물가 상승률은 하락하므로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도 낮아진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 가능성, 금융기관 연체율 증가 등 금융 불안 요인도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을 어렵게 한다. 하지만 한은의 금리 동결은 한미 금리 격차 확대로 외화 자금 유출 및 환율 급등 가능성을 높인다. 이런 가능성은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에 대한 시장의 불신을 해소함에 따라 낮아질 수 있다. 정부는 수출처 다변화와 같은 특단의 대책으로 수출 회복에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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