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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 간식 '당근' 거부하는 세로, 삐졌다? 수의사 전한 '진짜 속마음'

사육사가 제공하는 간식을 거부하며 뒤돌아있는 얼룩말 ‘세로’. JTBC 뉴스 영상 캡처




지난 23일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탈출해 서울 도심을 활보하면서 글로벌 스타가 된 얼룩말 ‘세로’를 두고 “반항하기 시작했다”, “삐졌다” 등의 표현을 쓰는 것은 ‘잘못된 의인화’의 전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곰 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인 최태규 수의사는 28일 전파를 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동물한테 반항했다, 싸웠다, 심지어는 삐졌다고 얘기하는데 (이는) 잘못된 의인화"라며 "예컨대 동물이 무서워서 일상적인 행동을 못 하는 상황을 두고 '삐졌다'라는 표현하면 삐진 주체인 동물을 탓하게 되는 것"이라고 상황을 짚었다.

그러면서 최 수의사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는 관점"이라고 지적한 뒤 "귀여운 것은 어쩔 수 없기도 하지만 사실은 동물이 굉장히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인데, 그것을 보고 귀여워하는 것은 사실은 동물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최 수의사는 아울러 "야생동물인 얼룩말이 사람의 의도대로 행동하지 않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동물원에 사는) 야생동물들은 인위적 훈련을 통해 사람과 소통하는 방식을 학습해야 한다. 그런데 반항한다는 얘기는 훈련이 부족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덧붙여 최 수의사는 세로의 탈출 소동을 두고는 "얼룩말과 사람의 안전이 큰 위험에 처했던 사건"이라며 "동물원에서는 그 동물의 신체 능력을 감안해서 어떤 행동을 하든지 탈출을 막아야 하는 건데 50년이나 된 동물원에서 얼룩말이 부술 정도의 울타리를 방치했다는 게 비상식적"이라고 지적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 수의사는 또한 대공원 측이 세로의 안정을 위해 암컷 얼룩말을 데려오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 "(세로가) 탈출한 것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며 "얼룩말은 무리생활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를 맺을 대상이 꼭 필요하지만, 이 종의 사회적 구성은 암수 한 쌍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도 했다.



한편 대공원에 따르면 세로는 동물원에 돌아와 건강을 회복했으나 간식을 거부하는 등의 의사표현을 하고 있다.

허호정 서울어린이대공원 사육사는 “(세로의) 어미가 2년 전 갑자기 사망했었다”라며 “세로가 미숙하고 어린 상태에서 갑자기 보호자가 없어지니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무료함을 느끼고 사는 것에 재미를 잃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허 사육사는 “탈출 후 포획 뒤 지금은 회복이 잘 돼 건강하게 지내고 있지만 심리적으로 완전히 삐져있는 상태”라며 “간식을 먹지 않겠다는 표현을 확실히 하며 시무룩하게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JTBC가 27일 보도한 영상에서 세로는 사육사가 당근 등 간식을 건네는데도 뒤를 돌은 채 꼬리만을 흔들며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허 사육사는 “(탈출한 세로를 포획하며) 마취 과정에서 다치거나 잘못될까봐 걱정했다”면서 “소방대원 분들과 경찰 분들이 너무 고맙다. 덕분에 (세로가) 잘 들어올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만 3살의 수컷 그랜트 얼룩말종인 세로는 지난 23일 서울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우리 주변 나무 데크를 부수고 탈출해 광진구의 차도와 주택가 등을 배회하다 3시간여 만에 포획됐다. 세로의 질주 과정에서 차량 2대가 경미한 파손을 당하기도 했지만, 대형 사고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동물원 측에 따르면 세로는 2019년 태어나 엄마 ‘루루’, 아빠 ‘가로’와 함께 지냈으나 2021년 루루와 가로를 모두 떠나보낸 뒤 집에 들어가지 않거나 인근 축사의 캥거루와 싸우는 등 심리적 동요 상태를 보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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