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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경찰, 치안시스템의 대전환]"국가경찰-자치경찰 상호 견제...시행착오 최소화 힘써야"
사회 사회일반 2019.09.26 17:55:44자치경찰은 지방자치의 ‘마지막 퍼즐’이다. 지방분권을 실현하려면 중앙집권적인 경찰력을 지방정부로 분산시켜 지역 치안을 스스로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맞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들이 앞서 자치경찰을 도입한 이유다. 70년 넘게 운영된 국가경찰 단일 체제를 뒤로하고 자치경찰과 공존하는 이원 체계를 도입하는 일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경찰 내부의 권력분산 문제를 포함, 치안서비스의 전달체계가 바뀌는 일이며 나아가 시민들의 일상에도 큰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기 때문에 다각적인 요소를 고려해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 서울경제는 권력기관 개혁에 방점이 찍힌 기존 담론을 넘어 자치경찰제 확대 시행 이후 국민들이 겪게 될 변화를 중심으로 ‘한국형 자치경찰제’의 성공적인 도입·시행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전문가 좌담을 가졌다. 좌담회에는 지난 3월 경찰법 전면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자치분권위원회 자치경찰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자치경찰 도입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고기철 경찰청 자치경찰추진단장이 참석했다. -자치경찰제 확대 시행의 토대가 될 입법작업이 지연되고 있다. 연내 입법이 가능한가. ▲홍의원=경찰법 전부 개정안을 지난 3월 국회에 제출했는데 아직 논의조차 안되고 있다. 원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관인데 검경 수사권 조정과 맞물리면서 ‘패스트트랙 법안’과 묶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로 넘어갔는데 현실적으로 사개특위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사개특위에서 다시 행안위로 넘어올 것 같다. 9~10월에 입법이 안되면 국회 일정상 물리적으로 20대 국회 내에서 처리하는 게 사실상 어려워진다. 연내 입법이 안되면 내년 21대 총선 전 밀린 법안을 일괄 처리할 때를 노려볼 수도 있겠지만 그때마저 처리가 되지 않으면 무산 가능성도 없지 않다. -현 시점에서 자치경찰제를 시행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가. ▲고 단장=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제의 연장선에 있다. 그동안 국가·지방자치단체 재정에 부담이 된다거나 치안이 약화한다는 이유 때문에 미뤄져 왔다. 제주처럼 이미 10년 정도 실시해온 역사도 있다. 자치경찰제가 시범운영 3단계까지 확대 실시 중인 제주를 보면 주민 안전에 큰 문제가 없었다. 더군다나 주민들과 보다 밀착된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지방분권이나 지역밀착형 치안서비스 제공 등을 위해 자치경찰제 도입이 필요하다. ▲홍 의원=자치경찰제를 시행해야 할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의 실제화다. 그간 지방행정과 지방의회는 있었지만 경찰만은 그렇지 않았다. 지방자치제를 실시할 때부터 국가경찰을 자치경찰제로 전환하는 것은 밀린 숙제처럼 남아있었다. 두번째로 대국민 치안서비스가 개선될 수 있다. 그동안 국가경찰이 못했다는 것이 아니다. 도시와 농촌이 다르고 생활 여건이나 지리적 조건, 인구 특성 등이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국가경찰도 나름대로 최대한 현실에 맞게 하려 하지만 유연성이 부족하다. 마지막은 권력분산이다. 자치경찰제는 검경수사권 조정과 맞물려 논의될 수밖에 없다.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의 분리 수준에 따라 다양한 방안이 나왔다. 현재 방안은 합리적인가. ▲고 단장=국가경찰이 담당하는 전체 민생치안 사무가 총 252개 정도 된다. 그중 자치경찰이 우선 처리해야 할 사무가 102가지, 공동 처리 사무가 62개다. 두 가지를 합치면 164개 정도다. 그에 따라 자치경찰에 현재 경찰 인력의 약 36%인 4만3,000명을 보내는 것이다. 현재 국가경찰 중 민생치안 인력은 8만3,000명 정도 된다. 4만3,000명이면 51.6%가 이관되는 셈이다. 국가경찰이 가진 권한의 상당수가 옮겨가는 것이다. ▲황 교수=자치분권위원회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했던 것은 처음부터 한꺼번에 시행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3단계로 나눴다. 3단계 뒤에도 국민들의 평가를 통해 언제든 확대할 수 있다. 지구대와 파출소가 자치경찰로 이관되는데 인원으로 따지면 36% 정도 된다. 지구대·파출소만 옮기는 걸 두고 검찰이나 일각에서는 그것으로 권력분산이 되느냐고 하는데 경찰을 잘 안다면 지구대·파출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안다. 경찰의 손발이다. 최일선에서 주민들과 접점을 갖고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경찰서가 자치경찰로 이관되지 않는다고 해서 분산이 덜됐다는 건 맞지 않다. 어쨌든 70년 넘게 이어온 국가경찰체제를 바꾸는 일인 만큼 쉽지 않겠지만 시행착오를 최소화해야 한다. 국민 치안을 두고 실험을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홍 의원=검찰의 문제제기처럼 자치경찰대와 현재 일선 경찰서가 공존·병립한다는 게 분명 기형적인 면도 있다. 또 관할권 다툼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자치분권위 논의 과정에서 경찰서 단위까지 자치경찰로 넘기자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경찰 입장을 감안해야 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넘기게 되면 자치경찰제가 자리 잡지 못한 상황서 치안 공백 문제, 수사력 약화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 간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도 중요한 문제다. 실제 앞서 권한 배분을 시험해본 제주에선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 ▲황 교수=시범 운영 중인 제주도는 경찰 사무를 기능적으로 나눴다. 그렇게 하면 현장에서 틀림없이 이중 운영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 당초 자치분권위 방안은 지구대·파출소를 자치경찰로 넘기는 대신 거점별로 지역순찰대를 두도록 했다. 예를 들어 한 경찰서에 10개의 파출소가 있다고 하면 원래 방안대로라면 10개 파출소가 자치경찰 소속이 되고 3~4개의 거점 순찰대가 국가경찰 소속이 되는 것이다. 제주처럼 업무별로 나누면 10개 파출소가 자치경찰로 넘어가면 국가경찰에도 10개를 둬야 한다. 범죄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른다. 자치경찰이 담당하는 범죄가 관할지역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홍 의원=혼란이 생긴다는 교수님 말씀에 동의한다. 핵심은 지금 시스템에서 그 고민을 피해당사자나 신고자가 하는 게 아니라 경찰이 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현장에는 가장 빠른 경찰이 나가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살인이나 폭력 신고가 들어왔을 때 자치경찰이건 국가경찰이건 그걸 회피하는 경찰은 없을 것이다. 현행범 검거 권한이나 초동조치권이 자치경찰에 보장된 상태에서 우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경찰이 출동하게 하면 되는 것이다. 역할을 구분하면서도 치안공백은 절대 있어선 안된다. 현재는 생활안전과 교통, 지역경비 정도 사무만 자치경찰로 이관하는데 앞으로도 역할을 계속 높여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훈련도 뒤따라야 하고 수사역량도 키워줘야 한다. 이것이 자치경찰만을 위한 건 아니다. 국가경찰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단순히 이분법적으로 생각할게 아니다. ▲고 단장=제주의 경우 초동조치권이 주어지지 못해 자치경찰이 소극적으로 움직인 측면이 있다. 그전에는 112신고가 국가경찰 전담이어서 별 문제가 없었는데 올해 1월부터 제주도 전역에서 신고 종류에 따라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나눠서 출동했다. 그러다 보니 자치경찰이 출동했는데 초동조치권이 없어 막상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제주 자치경찰이 겪는 문제는 제주도특별자치법에 의해 운영되면서 생긴 한계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경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지금 갖고 있는 자치경찰의 문제도 많이 해소될 것이다. -예산 확보와 지역 토호세력과의 유착 문제도 자치경찰 확대 시행 과정에서 우려되는 문제다. ▲홍 의원=자치경찰제 확대 시행에 앞서 일선 경찰들이 불안해한다. 처우나 신분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 같은 곳은 재정 상황이 좋은 곳이 있는가 하면 농어촌 지역은 재정자립도가 떨어진다. 자칫 이런 지역에 가면 처우가 열악해 지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법에 명시해놨다. 지금 국가경찰들은 전국으로 이동하며 근무한다. 반면 자치경찰은 한 지역에서 오래 근무하기에 일과 삶의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치경찰이 지역토착세력과 유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은데 경찰서 단위까지 자치경찰로 넘어가지 않는 병립구조가 장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일선서까지 자치경찰로 넘어가게 되면 전체적으로 유착이 발생할 수 있지만 병립구조에선 국가경찰의 정보 수집과정에서 자치경찰의 일탈과 비리를 한번 더 걸러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견제장치가 잘 이뤄지면 오히려 지금보다 지역에서 발생하는 유착고리를 끊는데 유리할 수도 있다. ▲황 교수=자치경찰이 한곳에 오래 머물면서 유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사실 지금껏 검찰에서 경찰의 일탈을 감시해왔는데 조직이 다른 검찰과 경찰은 서로의 속성을 아는데 한계가 있어 실질적인 견제는 어려웠다. 사후적으로 관여하는 정도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은 서로에 대해 잘 안다. 서로를 잘 아는 만큼 견제도 더 잘될 것이다. 두 배의 감시능력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예산·재정문제는 현재 자치경찰교부금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어떤 식이든지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 교부금이 신설되면 지자체의 재정자립도에 따른 차별성은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상쇄될 것이다. -자치경찰제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황 교수=그동안 자치경찰제에 대해 많은 백가쟁명식 대안과 토론이 있었다. 다양한 대안들에 대해 합의점을 찾기 보다는 새로운 방안을 만들기에 바빴다. 현재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생각을 반영한 방안이 도출돼 있다. 이제는 이 방안을 어떻게 더 정교하게 다듬을까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 단장=제주도에서 근무하던 당시 현장에선 중복 출동문제라든가 업무 관할권 문제가 있었지만 현장 경찰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논의하면서 많은 문제가 해결되고 발전적 방안을 도출하기도 했다. 이원적인 체제에서도 주민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확신도 생겼다. 제주의 경우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분야 인력을 자치경찰로 보내면서 지자체가 연계된 단체들과 상담·치료 등을 접목하는 것도 지켜봤다. 자치경찰체제에서는 이러한 연계를 통해 주민과 보다 밀착된 치안서비스를 효과적으로 제공될 수 있을 것이다. ▲홍 의원=1995년 지방자치제도를 도입할 때도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이 토호세력과의 유착이나 혼란 등을 우려했다. 지금 나오는 문제 제기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 지방자치제를 도입한 지도 벌써 25년이 흘렀다. 실제 많은 국민들이 지방자치제를 통해 지방행정이 주민친화적으로 바뀌고 민주화됐다고 생각한다. 자치경찰제도 처음이라 여러 우려가 나오지만 그렇게 될 것으로 믿는다. /정리=허진기자 hjin@@sedaily.com -
[자치경찰, 치안시스템의 대전환]"불법숙박 근절"...관광제주 지킴이 역할도
사회 사회일반 2019.09.24 17:16:55제주자치경찰단은 여름철 관광 성수기를 앞둔 지난 6월부터 관광저해사범 전담 단속반을 긴급 편성해 불법 숙박영업 행위와 무등록여행업 등을 집중 단속했다. 중국 애플리케이션 ‘타오바오’를 통해 제주에 입도한 중국인 관광객 4명을 본인소유 차량을 이용해 숙소에서 관광지까지 이동시켜 주고 600위안(한화 10만원)을 받는 등 4~5차례에 걸쳐 불법 유상운송 행위를 한 중국인을 단속하는 등 6월에만 58건의 관광저해사범을 적발했다. 제주자치경찰의 인력이 보강되면서 두드러진 성과를 내는 분야는 관광질서저해사범과 환경오염·산림훼손사범 단속이다. 숙박시설 공급 과잉으로 인한 불법 영업이 활개를 치고 난개발에 따른 환경훼손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 단속을 강화한 결과다. 절대·상대보전지역을 파헤치고 토지를 무단으로 형질 변경하는 행위도 제주자치경찰의 주요 감시대상이다. 지난해 11월 말부터 올해 5월 말까지 절대·상대보전지역에서의 불법 개발 행위를 기획수사해 모두 8건을 적발했다. 이 밖에 제주자치경찰은 지자체와 함께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고사목 제거지의 무단개간 등 불법 산림훼손행위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있다. 가축분뇨를 불법 배출하거나 쓰레기를 무단으로 투기하는 행위도 끊임없이 단속한다. 관광질서저해사범이나 산림훼손사범 단속에서 보듯 자치경찰은 지역 상황에 맞는 주민 밀착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유리하다. 국가경찰 체제에서는 식품·공중위생 등 특별사법경찰의 영역이나 여성청소년·생활안전과 같은 분야는 형사·수사 등 중대 범죄 영역에 비해 우선순위가 밀릴 수밖에 없는 탓이다. 제주자치경찰단의 한 관계자는 “지자체 소속의 특별사법경찰의 역할을 대부분 자치경찰이 흡수했다”면서 “단속계획 수립에서부터 지자체와 협력하기 때문에 효율성도 높다”고 말했다. /제주=허진기자 hjin@@sedaily.com -
[자치경찰, 치안시스템의 대전환]주취자 점령 '탐라문화광장' 시민 품에 돌려준 자치경찰
사회 사회일반 2019.09.24 17:16:18“탐라문화광장 일대는 휴식은 물론 달리기 코스로도 제격이지만 노숙자와 주취자가 많아 다들 꺼리는 곳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몰라보게 깨끗해지고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어요. 동호회 팀원들과 상의해 광장을 러닝코스에 포함할까 고려 중입니다.” 제주에서 러닝 동아리를 운영하는 문호진(29) 씨는 최근 달라진 탐라문화광장의 분위기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제주 일도1동에 위치한 탐라광장은 구도심의 중심에 위치한 동문로터리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동문시장 인근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노숙자와 주취자, 성매매 호객꾼들이 들끓는 탓에 광장 조성 후 8년이 넘도록 주민들에게 ‘가깝고도 먼 곳’이었다. 탐라광장을 시민 곁으로 되돌려 달라는 민원은 광장이 조성된 직후부터 빗발쳤지만 경찰은 속수무책이었다. 노숙자와 주취자들을 내쫓을 법적 권한이 없는 경찰로선 112신고나 민원이 들어올 때마다 현장에 출동했지만 일회성 계도에 그쳐야 했기 때문이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홍보 활동을 병행하고 알콜 중독 치료·자립 지원에 환경 개선 사업까지 이어져야 하지만 범죄 예방과 범인 검거에 주력해야 하는 경찰로서는 인력과 예산에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해묵은 과제를 해결한 건 자치경찰이었다. 광장 인근을 관할하는 제주자치경찰단 소속 산지자치지구대는 지난해 7월 출범과 동시에 지역 목소리를 듣기 위해 주민 소통에 나섰다. 자치지구대원들은 노숙자와 주취자들이 기존 경찰의 일회성 계도 활동의 한계를 악용한다는 주민들 의견을 수렴해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먼저 홍보·계도활동의 강도와 빈도를 높였다. 지구대원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광장에 상주하며 단속을 실시했다. 또 지역 문제에 관심이 많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율방범대를 결성해 순찰 공백을 메웠다. 주변 환경과 시설물 개선도 이어졌다. 광장 내 분수대 등 구조물이 주취자 점거를 지속한다는 판단 아래 제주시와 협력해 구조물들을 철거했다. 또 노숙자·주취자들의 안방이라는 어두운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인근 산지천 산책로 폭을 넓히고 근린 환경을 조성하는 등의 조치도 병행했다. 제주지방경찰청에서 파견돼 현재는 산지자치지구대에서 근무하는 예종필 경위는 “680억원을 들인 광장이 13년 동안 문제를 일으켜왔는데 이를 해결해서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경찰로 근무할 때는 늘 사건 처리에 바빠 민생치안 분야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기 어려웠다”며 “자치경찰과 국가경찰로 이원화된 이후에는 자치경찰로선 주민 생활에 관여할 여유와 힘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허진기자 hjin@@sedaily.com -
치안시스템의 대전환…자치경찰 테스트배드 '제주'
사회 사회일반 2019.09.24 17:15:45제주시 연동의 한 번화가 골목. 이곳은 제주자치경찰단 산하의 연동자치지구대 관할이지만 제주지방경찰청 소속 노형지구대 경찰차가 순찰을 돈다. 국가경찰로 일원화된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지만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이 공존하는 제주도에서는 익숙한 풍경이 됐다. 제주도에서는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의 업무 이원화에 따른 치안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속이 다른 지구대 관할 지역에서도 거점 순찰을 도는 경찰차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올해 1월 말부터 제주자치경찰의 ‘확대시범운영’이 3단계에 돌입하며 국가경찰 소속이던 연동지구대는 자치경찰 아래로 적을 옮겼다. 연동지구대를 포함한 3개 지구대와 4개 파출소가 제주자치경찰단 소속으로 편입됐다. 지난해 4월과 7월에는 각각 1·2단계 시범 운영에 들어가며 총 123명의 국가경찰이 자치경찰로 파견됐는데 이번 3단계 확대 운영으로 137명이 추가로 전환돼 지난 2007년 38명으로 출범한 제주자치경찰은 올 7월 기준 410명으로 몸집을 키웠다. 인원만 아니라 기능과 역할도 차츰 확대됐다. 자치경찰은 국가경찰과의 업무 분담을 통해 주취자 관리·보호, 학교폭력, 실종아동 관리 등 생활안전·여성청소년·교통 분야 사무에 집중하고 있다. 주취자응급의료센터와 학교안전경찰(SSPO) 등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제주 자치경찰이 자체적으로 고안해 운영한다.국토가 좁고 지방자치의 역사가 짧은 상황에서 굳이 자치경찰 도입이 필요하느냐는 논란 속에서 주민 수요에 맞는 치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역할에 충실하며 제주자치경찰은 나름대로 성과를 내왔다. 도내 고질적인 문제였던 불법숙박업과 가축분뇨 무단배출 및 삼림훼손 등을 집중 단속해 제동을 건 것이 대표적이다. 올 들어 확대시범운영 3단계로 접어들면서 위상이 강화되고 성과를 내고 있지만 한계도 뚜렷하다. 현행 제주특별법에 따르면 자치경찰에게는 초동조치권은 부여돼있으나 공무집행방해와 같은 일반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주어져 있지 않다. 마음먹고 경찰 업무를 방해하더라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3단계 확대시범운영으로 제주자치경찰은 일부 지역에서만 맡아왔던 112 신고출동 업무를 전역에서 분담하게 됐다. 112 출동 업무 54종 가운데 비긴급 출동 업무로 나뉘는 생활안전·아동청소년·교통 사무 등 12종을 자치경찰이 맡았다. 문제는 이런 도식적 구분이 실제 범죄 현장에서 얼마든 뒤바뀐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주취자의 난동 신고를 받고 출동했지만 현장에 도착해보니 폭행·상해 사건 등으로 사건이 번지는 경우도 있는데 자치경찰은 바뀐 상황에 대처할 수 없다. 제주 연동자치지구대의 한 관계자는 “지역주민과 밀착된 치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자치경찰에 지원했지만 실제 부여된 권한이 제한적이라 한계를 느낀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 4월18일 자치경찰의 초동조치권 부재로 범죄자가 현장에서 도주하는 사건이 발생해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이날 오후 10시께 연동자치지구대 인근에서 중국인 2명과 한국인 1명이 싸운다는 신고 전화가 들어왔다. 초동조치권이 없는 연동자치지구대원 대신 출동 거리가 더 긴 국가경찰 소속의 노형지구대원들이 9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나 용의자들은 이미 달아난 뒤였다. 이처럼 자치경찰의 ‘권한 공백’은 고스란히 시민 불편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우선 112 신고 출동 업무의 이원화는 불가피하게 현장 도착 지체로 이어진다. 자치경찰과 국가경찰의 업무 분리로 지구대 한 곳당 담당해야 할 관할 지역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자치경찰의 권한 부족에 따른 불편도 온전히 시민 몫이다. 현장에 먼저 출동한 자치경찰이 현행범을 체포하거나 사건을 국가경찰에 인계할 경우 시민들로서는 민원처리가 지연되거나 이중 조사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뒤따를 수 있다. 제도 정착 과정에서 불가피한 이 같은 시행착오는 국가·자치경찰의 노력으로 상당 부분 개선되고 있다. 주민 불편이 우려됐던 112 출동업무에서 양측은 타 지구대 관할지역에도 ‘거점 순찰’을 돌며 관할지역이 늘어난 데 따른 출동 지연에 대비했다. 그 결과 3단계 시범 운영 이후 112 출동시간이 국가경찰의 경우 35초가 단축되기도 했다. 이밖에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은 매달 협력회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업무를 조정해나가고 있다. 일례로 주취자 보호에 필요한 주민등록조회 권한은 국가경찰에 있었지만 과감히 자치경찰에까지 확대하며 업무 유연성을 높였다. 고창경 제주자치경찰단장은 “자치경찰제는 시대적 요구에 따른 것”이라며 “자치경찰 전역 확대 시행을 앞두고 제주 경찰의 시행착오를 통해 최적 균형을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제주=허진기자 hjin@@sedaily.com ◇제주 경찰 현황 *올 7월 현재. 자료=제주지방경찰청·제주자치경찰단 -
NYPD '이웃순찰제'로 주민과 협력…경찰 불신 줄여
사회 사회일반 2019.09.18 17:28:26뉴욕경찰(NYPD) 순찰국은 지난 2015년부터 맨해튼·브루클린·퀸스 등 각 구(區)와 밀착해 수사를 지원하는 ‘이웃순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웃순찰제도는 경찰관이 지역 주민 및 상인들과 친분을 쌓는 제도다. 경찰과 친분을 쌓은 시민들은 해당 지역에서 범죄가 일어나면 경찰에게 관련 동향을 전달하고 수사에 동참한다. 지역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장점으로 내세우는 자치경찰에 최적화된 제도인 셈이다. NYPD 소속의 일선 경찰서는 관할 지역을 4~5개 구역으로 나눠 각 구역에 이웃조정경찰관(NCO)을 2명씩 투입한다. NCO들은 지역 내 거주자나 상인 등과 평소에 관계를 쌓으면서, 범죄가 발생할 경우 이들을 통해 정보를 얻어 수사국에 전달하면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NCO들은 주기적으로 식당 등을 방문해 점주에게 근황을 묻고, 또 학교를 방문하거나 지역 지도자들과 함께 지역사회 모임에도 참여한다. NCO가 직접 지역에서 ‘경찰과의 만남’ 행사를 주기적으로 주최해 시민들의 불편사항을 듣고 이를 각 경찰서에 전달하기도 한다. NCO 두 명을 비롯해 순찰경찰관들을 관리하는 순찰팀장인 B경사는 “수시로 순찰팀장에게 보고하는 일반 순찰 경찰관과는 달리 NCO들은 자유롭게 다닐 수 있고, 순찰팀장도 ‘오프 라디오 타임’ 동안 업무지시를 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순찰팀은 근무조를 나눠 8시간씩 순찰을 돌지만 NCO는 일부 시간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순찰을 돌지 않아도 되는데 이를 오프 라디오 타임(무전기를 꺼놓는 시간)이라고 한다. NCO는 매일 약 2시간30분씩 담당 구역 내 사건·사고 신고가 들어와도 출동하지 않고 지역을 관리하는 시간을 갖는다. NCO 근무이력은 인사평가에도 플러스요인이 된다. B경사는 “NCO가 되려면 지원해 경찰서장 등 간부들과 면접을 거쳐야 하고, 지역 유착 및 부패에 가담하지 않도록 장기간 교육과 훈련을 받게 돼 과정이 쉽지 않다”면서 “그만큼 NCO 경력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이를 거친 뒤에는 대테러국 등 핵심부서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웃순찰제도는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을 낮추는 데도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NYPD는 의심스러워 보이는 시민을 멈춰 세우고 몸수색을 하는 ‘정지·신체수색(Stop and Frisk)’ 제도를 운영하면서 끊임없이 인권침해 논란에 휩싸였다. 주로 흑인이나 유색인종들을 멈춰 세워 인종차별이라는 비판도 거셌다. 계속되는 비판에 발상을 바꿔 도입한 것이 이웃순찰제도다. NYPD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3주 동안 단 한 차례의 총기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는데 거의 25년만의 일”이라며 “경찰관과 지역 주민들이 유대관계를 지속적으로 형성하면서 범죄 발생률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
5.5만명 NYPD, 계급별 5개 노조 결성..조합원 징계 땐 '무리한 감싸기' 비판도
사회 사회일반 2019.09.18 17:26:54뉴욕경찰(NYPD)은 경찰관과 민간인 근무자 등 구성원이 5만5,000명이 넘는 방대한 조직이다. 경찰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는 국내와 달리 NYPD는 계급별로 노조를 만들어 근무환경 개선이나 임금협상을 별도로 진행한다. 이들 노조는 조합원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해고되면 비판여론을 무릅쓰고 끝까지 복직을 위해 다투기도 해 종종 비판을 받기도 한다. NYPD 소속 경찰관 노조는 순경 및 순찰경찰관, 경사, 경위, 경감, 경령 및 상위 계급(총경·경무관 등) 등 계급별로 총 5개다. 계급별로 요구하는 사안이 다른 만큼 노조를 분리한 것이다. 계급별 노조와 협상을 하는 담당 부서는 노동관계국으로, 특히 경찰관 업무에서 새 제도가 도입될 때 원활한 집행을 위해 노조와 타협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NYPD 관계자는 “계급마다 요구하는 업무환경 개선과 임금협상 등 사안이 각기 달라 협상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들 노조 가운데 조합원이 가장 많은 순찰경찰관 노조는 강성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4년 비무장 상태의 흑인 용의자를 목 졸라 숨지게 한 백인 경찰관에 대해 최근 파면이 확정되자 NYPD를 상대로 파면 무효소송을 제기하고 제임스 오닐 청장과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의 사퇴를 요구할 정도다. 파면당한 경찰관은 1990년대부터 법으로 금지된 ‘목조르기’ 방식으로 흑인 용의자를 숨지게 해 미국 전역에서 비판여론이 들끓었다. 이 같은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합원을 감싸고 도는 노조에 대해 조직 이기주의에 함몰됐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국내에서도 지방직으로 신분이 전환되는 각 시·도 자치경찰이 노조나 직장협의회 설립 허용을 요구하거나 추진할 수도 있어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미국도 각 주마다 경찰노조가 있는 게 아니듯 우리도 지자체별로 상황이 다를 수 있다”면서 “자치경찰제 본격 시행 전까진 치안 서비스 향상 방안을 고민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
[자치경찰, 치안시스템의 대전환]위장취업·잠입수사로 비리경찰 색출…유착 가능성 원천차단
사회 사회일반 2019.09.18 17:25:43뉴욕시 경찰청(NYPD)에 22년째 몸담아온 A경사는 4년 전 마약범죄 전문 형사팀장으로 부임하면서 형사팀 동료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A씨가 팀장으로 인사가 나기 전 10년 넘게 뉴욕 경찰들의 부패와 비리를 감시·조사하는 NYPD 감찰국(IAB)에서 왕성한 활동을 한 탓이다. IAB는 NYPD 구성원의 부패와 비리를 조사하는 ‘경찰의 경찰’이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일반 경찰관들부터 뉴욕 내 마피아나 카르텔 등 거대 마약조직과 유착이 의심되는 경찰관들까지 모두 IAB의 감찰 대상이다. 항상 감시를 받는다는 생각에 IAB 소속 경찰관들을 바라보는 일반 경찰들의 시선이 고울 수가 없다. NYPD 내 감찰국 ‘경찰의 경찰’ 옹호국 징계 결정·소송국 조직 변호 FBI도 협력해 비위행위 조사·감시 마약조직 연루 경찰 등 무더기 체포 “국내서도 자치경찰 유착 대비해야” ◇지역 토호세력과의 유착 방지 위해 감찰·징계 ‘4중벽’=자치경찰제 확대 시행을 앞두고 가장 크게 우려되는 점 중 하나로 지역 토호세력과의 유착이 꼽힌다. 한 지역 내에서만 근무하게 되면 토착비리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버닝썬 사태’로 일부 경찰들이 지역 내 유흥주점 등과 유착한 사실이 드러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국가경찰 체제에서도 유착이 발생하는데 자치경찰이 도입되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NYPD는 내부조직의 자체 감시 외에도 연방수사국(FBI) 감시국까지 끌여들여 유착 가능성을 차단한다. NYPD 모든 구성원은 내부의 IAB·옹호국·소송국과 더불어 FBI 감시국까지 이어지는 4중벽의 감시를 받는 셈이다. 우선 IAB가 현장에서 경찰관들을 감시한다. 옹호국은 IAB가 체포한 비리경찰에 대한 징계 수위 등을 결정한다. 옹호국은 해당 경찰관의 범죄 및 부정행위와 관련된 IAB의 수사내용을 검토한 뒤 경찰청장에게 처벌을 요청한다. 일관되고 공평한 징계 결정을 보장하기 위해 옹호국은 뉴욕시 소속인 ‘경찰부패와의 전쟁위원회’와 FBI 등과 협력한다. 징계를 받은 경찰관이 부당하다며 NYPD를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경우 소송국이 나서 조직을 변호한다. 소송국장은 주로 뉴욕 지역 내 법원 판사 중 한 명이 위촉된다. ◇수년 간 위장근무 끝에 비리경찰 체포하기도=지난달 9일 뉴욕 맨하탄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A경사는 얘기를 나누면서도 계속 주변을 살펴봤다. 그는 “10년 넘게 남들을 감시하는 일을 하다 보니 생긴 직업병”이라며 “IAB에서 근무했던 사실을 대외적으로 아무도 알지 못하도록 익명으로 인터뷰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A경사는 IAB에서 특수수사를 전담했다. 경찰관의 유착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마약조직에 조직원으로 위장취업했다. A경사는 “시간이 지나 마약조직에서 인정을 받고 조금씩 자신의 지위를 확보하게 되면서 부패경찰들을 만날 일들이 생긴다”면서 “조금씩 증거들을 모은 뒤 한 번에 관련자들을 모두 체포한다”고 설명했다. 주로 인종별로 모여 구성된 마약조직에서 긴 잠복·위장근무를 하는 업무 특수성 때문에 IAB 비밀요원들은 차출 단계에서부터 이탈리아계·동양계·히스패닉계 등 인종이 고려된다. 대표적인 비리경찰 체포 사례는 IAB가 지난 2015년 처음 수사에 착수해 지난해 9월 비리경찰 7명을 붙잡은 일이다. 이들 7명은 전직 NYPD 베테랑 형사와 손잡고 뉴욕 퀸즈 일대에서 성매매와 도박 사업을 했다. IAB 비밀요원들은 만 3년의 기간 동안 이들을 도청하고 잠복근무를 한 끝에 일망타진했다. 전직 형사와 범행에 가담한 현직 경찰관들은 올해 4~12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미국도 비위 경찰 솜방망이 처벌…부패방지 위해 감찰기능 강화 필요=이같이 촘촘한 내부 감시망으로도 경찰 부패와 비리를 근절하는데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주요 언론 등에 따르면 2011~2015년 NYPD 경찰관 319명이 해고될 수준의 범죄를 저질렀지만 1년 동안 승진을 못하는 등 대부분 경미한 수준의 징계만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경찰관 중 일부는 과도한 물리력을 사용하거나 성추행을 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FBI 감시국의 존재가 부각된다. FBI는 미국 법령상 경찰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로선 개념상 수사경찰로, 여러 주를 아우르는 범죄사건을 수사한다. FBI 수사국은 이러한 광범위한 범죄를 맡고, FBI 감시국은 NYPD 등 자치경찰조직에서 발생하는 비위 행위 등을 감찰하는 역할이다. 자치경찰제 확대 시행을 앞둔 우리나라도 기존 국가경찰뿐 아니라 자치경찰의 비위행위를 예방·단속하는 감찰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청의 감사기능을 대폭 강화하거나 경찰법 개정으로 신설될 예정인 국가수사본부 내에 감찰국을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 경찰 고위관계자는 “자치경찰과 국가경찰 간에 상호 견제가 이뤄지면 비위행위가 줄어들 수도 있다”면서도 “자치경찰 내부 감사기능과 시·도경찰위원회만으로는 부패방지와 청렴도 향상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향후 경찰법 개정 과정에서 부패 방지를 위한 감찰 강화 방안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욕=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
"자치경찰 뿌리 내리려면 예산부터 독립해야"
사회 사회일반 2019.09.17 17:32:59일본 경찰청은 지난해 전체 예산 2조9,998억원 중 23.8%인 7,149억원을 전국 47개 도(都)·도(道)·부(府)·현(縣) 자치경찰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국가경찰 보조금은 자치경찰 규모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자치경찰 연간 예산의 2~3% 수준에 불과하다. 국가경찰 보조금은 지역 경찰학교 기본 운영비 일부와 순찰차, 무전기 등 공통 경찰장비 유지·보수를 위한 비용으로 사용된다. 도도부현 자치경찰을 운영하는 예산 대부분이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확보되고 있다는 의미다. 일본 경찰 전체 예산 33조1,871억원 중 약 30조원정도가 지자체로부터 나온다. 일본 자치경찰의 이 같은 예산 확보는 독자적인 권한 행사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자치경찰이 국가지원을 거의 받지 않고 도도부현 내 예산으로 경찰을 운영하면서 국가경찰의 개입 없이 독자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고 있다. 광역형 자치경찰의 대표모델인 일본은 강력사건을 포함한 대부분의 수사권이 자치경찰에 있다. 연쇄살인과 야쿠자가 개입된 강력사건 같은 대형사건이 발생하더라도 국가경찰은 수사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와 행정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역할을 제외하고 사건에 일체 개입하지 않고 있다. 추가 인력 지원 및 조정과 같은 역할 역시 각 자치경찰본부에서 결정한다. 자치경찰 예산은 자치경찰의 업무와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예산은 자치경찰의 독자적 활동권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대부분 국가경찰의 예산 지원을 받아 자치경찰이 운영될 경우 자치경찰의 독립성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 또 지자체별로 예산확보에 따라 소속 경찰관들의 처우가 달라질 수 있어 자치경찰 도입 초기 인력 이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과 반대로 한국은 경찰 예산은 80%가량이 인건비로 책정돼 있기 때문에 자치경찰이 도입되더라도 사실상 국가경찰의 지원을 통해 유지되는 형태다.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와 경찰청에 따르면 자치경찰이 도입될 경우 기존에 국가 예산으로 지원되던 인건비를 각 자치경찰본부로 분산하고, 자치경찰교부세 신설과 과태료 및 범칙금 징수권 지방세 이양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일본 경찰청 관계자는 “자치경찰이 진행하는 모든 사업은 국가경찰의 개입 없이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개별적으로 추진된다”며 “국가경찰 개입이 없기 때문에 지역 특성에 맞는 치안대책 수립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도쿄=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
나가노 자치경찰, 관광객 늘자 산악안전 조직 요청..코방까지 인력 배치
사회 사회일반 2019.09.17 17:32:03일본의 대표적인 산악지역인 나가노현에서 활동하는 산악안전구조대는 자치경찰대 소속이다. 지역 내 대표적인 치안수요 중 하나인 등산객과 스키 관광객들의 구조활동에 특화된 맞춤형 치안부서다. 나가노 자치경찰본부는 2015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산악안전대책과를 신설했다. 현재 나가노 전역에서 전문산악구조 인력으로 활동하는 경찰관은 총 33명이다. 이들은 주로 산간지방에 위치한 코방(파출소)과 주재소(1인 치안센터)에 근무하면서 산사태는 물론 여름에는 등산객, 겨울에는 스키장 관광객 조난·실족사고를 전담한다. 규모는 작지만 긴급 사고가 발생하면 경찰본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요청해 헬기까지 동원할 수 있다. 산악안전구조대는 일본 내에서도 지역 맞춤형 치안서비스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나가노 자치경찰은 1998년 동계올림픽을 치른 이후 관광객 증가로 조난·실족 사고가 늘어나자 지자체에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 조직을 신설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전에도 나가노 자치경찰 내에 유사조직인 산악안전팀이 존재했지만 말단 치안조직인 코방과 주재소까지 경력을 배치해 현장대응력 강화에 나선 것이다. 산악지역이라는 지역적 특성을 치안행정에 반영한 결과물이다. 산악안전구조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전문 훈련과정도 거쳐야 한다. 산악안전구조대는 나가노 경찰학교에 입소해 2주간 산악사고에 대비한 인명구조훈련 등 기본훈련 외에도 별도로 해발 3,000m 등반훈련 등 4주간 전문과정을 추가로 이수해야 한다. 또 경찰학교에 입소한 모든 경찰관이 2주간 실족·추락·조난 등 산악사고 구조훈련을 받는다. 나가노의 모든 경찰관이 기본적으로 산악지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재난과 사고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 의미다. 나가노 경찰본부 관계자는 “산악안전구조대는 지역 주민뿐 아니라 관광객들의 치안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자치경찰과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협력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나가노=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
[자치경찰, 치안시스템의 대전환] 근무시간 절반 순찰·가구방문..나가노현 중요범죄 60% 줄여
사회 사회일반 2019.09.17 17:30:21지난 5월29일 오전 9시 나가노현 나가노시 중앙경찰서 소속 곤도코방(ごんどう交番·파출소). 후지하라 다이조(가명) 순사부장(경사급)은 출근하자마자 방문할 가구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후지하라 부장의 당일 업무는 최근 늘어난 보이스피싱 범죄 예방 팸플릿을 집집 마다 나눠주는 것이다. 특히 보이스피싱 범죄에 취약한 노년층이 주대상이다. 일본에서도 손꼽히는 장수촌인 나가노시는 노인인구가 많다. 20여 분 뒤 한 노인 가구를 방문한 후지하라 부장은 주민으로부터 최근 집 인근에서 비행청소년 무리가 자주 눈에 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그는 “가구 방문으로 동네 치안 현황을 파악해 다음 순찰 계획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후지하라 부장은 자치경찰이다. 일본은 1947년 경찰법을 제정하고 이듬해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이원 체계를 출범시켰다. 외형적으로는 이원적 구조지만 경찰청을 중심으로 한 전국적 통일조직이다. 우리나라는 2007년 제주특별자치도에 자치경찰제를 도입하면서 중앙집권형인 프랑스 사례를 벤치마킹했지만 확대 시행을 앞두고는 사무범위나 합의제행정기관으로서의 시도경찰위원회 기능 등으로 인해 절충·통합형인 일본 모델과 많이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치경찰에게 일부 수사권이 부여되는 것도 일본과 유사하다. ◇지역사회와 ‘초밀착’…예방활동 통해 범죄율 낮춰=일본 자치경찰은 말 그대로 지역 주민과 ‘착’ 달라붙어 있다. 치안의 핵심을 사건 발생 후 대응이 아닌 ‘예방’에 두기 때문이다. 쏟아지는 112 신고 사건 처리에 허덕이는 한국 경찰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코방 소속 경찰들의 하루 일과 역시 순찰 활동에 방점이 찍혀 있다. 곤도코방의 경우 6시간 휴식 시간을 제외한 하루 18시간 근무 중 최소 10시간을 순찰에 쏟는다. 순찰은 두 가지 형태로 나눠 이뤄진다. 먼저 우범지역 순찰이다. 곤도코방에서는 청소년범죄에 힘을 쏟고 있다. 주된 활동은 시가지인 나가노역 및 곤도역 인근 비행청소년의 절도와 음주·흡연을 단속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는 주민도 밀접히 참여한다. ‘방범협회’라는 주민 자치단체가 집중 단속 장소 등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자체 순찰 활동에도 나선다. 곤도코방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경찰뿐 아니라 지역사회도 범죄 예방에 책임이 있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며 “이 때문에 지역 주민의 치안 참여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5시간은 가구방문이다. 하루 기준으로 경찰 한 명당 20가구, 1개팀이 80가구 정도를 방문한다. 노인·여성 등 범죄 취약계층과 우범인물 등이 주 대상이다. 코방 대원은 보이스피싱 등 최근 기승을 부리는 범죄 예방법이나 지진 등 재난 시 행동요령이 담긴 유인물을 방문 가구에 전달한다. 동시에 주민들의 치안 수요나 동향 등 정보도 같이 수집한다. 이는 나가노현 보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쿄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처럼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자치경찰은 집중 순찰 지역 선정 등 치안 계획을 세운다. 말 뿐인 예방이 아닌 사건 발생을 사전에 차단하는 치안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느리지만 확실한 효과…중요범죄 발생건수 17년만에 절반으로 감소=나가노현 자치경찰의 치안 활동은 실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나가노현 경찰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살인, 강도, 방화, 강간, 유괴, 인신매매, 성추행 등 중요범죄 발생 건수는 101건이다. 이는 나가노현에서 역대 가장 범죄가 많이 발생했던 2001년 254건 대비 절반 이하로 떨어진 수치다. 비결은 ‘초밀착 치안활동’이다. 가구 방문 등으로 종합한 정보에 기반해 사고 발생 예상 지역에 경찰을 집중 배치하는 것이다. ‘원론적인 대응책 아니냐’는 질문에 경찰본부 관계자는 “분명히 효과가 있다”고 자신있게 답했다. 이 관계자는 “제복 차림의 경찰이 순찰에 나서면 주민들에게 자각 효과를 준다”며 “대단한 대책은 아니지만 기본 순찰이 이처럼 계속 쌓여가며 범죄율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숨은 공신도 있다. 바로 지역사회다. 나가노현 경찰본부는 지난 2001년 이후 민간 부문과 협력을 강화해 치안 수준을 대폭 개선했다. 순찰의 경우 방범협회 등과 협력해 횟수를 늘렸다. 경찰본부 관계자는 “일반 기업체와도 협력시스템을 구축해 범죄 예방에 힘쓴다”며 “절도사건 감소를 위해 열쇠·도어락 제조업체와 정보를 공유하는 게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자치경찰의 순찰 강화와 지역사회와의 협력은 지난 5월28일 발생한 ‘가와사키 흉기 난동’ 사건에서도 돋보였다. 가와사키시에서 50대 남성이 등교 차량을 기다리던 초등학생 등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학생들이 밀집한 지역에 순찰 병력을 집중시켜 추가 범죄를 차단했다. 또 가와사키시 학부모 단체는 지역별로 8~9명씩 조를 짜 초등학생 등하교에 동행했다. 곤도코방을 방문했을 때 특이한 점은 경찰들이 웬만해서는 순찰차를 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코방 인근에서도 순찰차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자신이 맡은 지역의 큰 도로는 물론 골목 구석구석까지 자세히 알기 위해 걷거나 자전거를 탄다고 경찰본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지역 현안을 꿰뚫기 위해 그 정도 고생은 마다않는 것이다. 곤도코방 관계자는 “자치경찰제의 성패는 지역사회와의 밀착 정도에 달렸다”고 말했다. /나가노=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
민갑룡 "자치경찰관 국가직 유지 고민해야"
사회 사회일반 2019.09.15 17:37:21민갑룡(사진) 경찰청장이 자치경찰제가 확대 시행되더라도 지방으로 이관되는 경찰관의 신분을 국가직으로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자치경찰로 이관될 경우 지방직으로 신분이 바뀌는 데 대해 국가경찰들의 거부감이 여전한 데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이 이뤄질 경우 상대적 박탈감도 고려돼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민 청장은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치경찰제 확대 시행 이후 인력 이관 문제와 관련해 “자치경찰을 시·도 소속으로 운용하는 것과 신분문제는 차원이 다른 사안”이라며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다면 자치경찰의 신분을 국가직으로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관계기관 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자치경찰의 신분은 국가직으로 유지하되 인사·지휘권은 시도지사가 행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자치경찰제가 확대 시행되면 전체 국가경찰의 36%인 4만3,000명의 신분이 지방자치단체 소속으로 바뀐다. 이를 두고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경찰공무원은 지방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논란이 제기된 상태다. 민 청장은 “국가경찰에서 자치경찰로의 이직은 희망자에 한해 실시할 계획”이라며 “적정 인원이 이직을 희망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부여 방안 등을 지자체·관계부처 등과 협의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희망자가 저조할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부족한 인력은 지자체에서 직접 신규로 채용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 청장은 자치경찰이 도입되면 치안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그는 “치안행정과 지방행정간 연계를 강화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치안 정책과 사업들이 펼쳐지면 전반적인 치안력이 한 차원 향상돼 더욱 촘촘한 사회안전망이 구축될 수 있다”며 “자치경찰제는 주민밀착형 치안서비스 제공을 통한 국가 전체의 치안력 향상과 자치분권 가치의 조화로운 실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
교통·생활안전 전담 '지역 특화'…내달 시범지역 6~8곳 선정
사회 사회일반 2019.09.15 17:36:59“자치경찰 운영 예산 중 지방자치단체 부담은 얼마나 되나요?”“시범운영지역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요?” 지난 6월 25일 경찰청과 시도지사협의회가 공동으로 마련한 자치경찰 도입방안 설명회장.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의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설명회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30분 동안 이어졌다.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지난 1945년 미군정 체제에서 구축된 경찰조직체계가 74년 만에 대전환하는 만큼 지자체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15일 경찰청과 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에 따르면 이르면 다음달 말께 자치경찰제 시범운영지역 선정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경찰은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계류 중인 경찰법·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이 올해 하반기 중으로 통과된다는 전제하에 법 통과 후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시범운영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회에서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입법 논의가 중단된 상태지만 국회 논의과정과는 별개로 도입을 희망하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역 치안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자체적으로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17개 시·도 중 절반 이상이 도입 의사=자치경찰제는 전국 17개 시도에 국가경찰의 사무와 인력을 대폭 이양하는 형태로 추진된다. 이에 따라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치안업무가 지자체에 주어짐과 동시에 치안력 확보라는 새로운 책임도 부여된다. 전면 도입을 앞두고 시행되는 시범운영사업에 여러 지자체가 동시에 뛰어든 상태다. 시범운영이 확정된 서울·세종·제주를 제외한 경기·인천·대구·경남 등 7~8개 지자체에서 시범운영 도입에 적극적인 의사를 밝히고 있다. 당초에는 서울과 세종·제주를 포함해 총 5개 지역에서 시범운영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지자체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범운영지역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시범운영 지역을 선정하는 평가기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평가위가 공개한 시범운영지역 선정 평가요소는 도입환경·도입계획·주민참여·지자체의 추진 의지 등이다. 무엇보다 도입계획을 통해 제시되는 지역에 특화된 치안서비스 제공 여부가 핵심으로 꼽힌다. 경찰 관계자는 “자치단체의 행정력과 자치경찰의 치안역량이 결합되면 치안서비스의 질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자체별로 자치경찰 운영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 개진과 요구사항 반영이 활성화돼 주민의 눈높이와 지역별 특성에 맞는 맞춤형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고령화 사회를 맞아 노인이 많은 지자체에서 ‘치매노인 전담 경찰관’을 신설할 수 있다. 기존 지자체 예산과 시스템에 치안서비스를 결합한 맞춤 전략으로 치매노인 의료서비스 제공과 실종예방, 수색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과를 낼 수 있다. 또 학생 인구비율이 높은 지자체는 교육기관과 연계한 학교폭력 예방 및 수사를 위한 맞춤형 설계가 가능하고, 노인교통사고가 잦은 농촌 지역에서는 노인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시책을 도입해 추진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독자적 수사권 가진 모델이 최종 목표=국내에 도입될 자치경찰제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공존하는 이원화 모델이다. 자치경찰은 주민생활안전을 비롯 교통법규 위반 단속 및 지원, 시설·행사 경비를 주요 사무로 하면서 공무집행방해, 사망·뺑소니를 제외한 대부분의 교통사고에 대한 수사 등을 담당하게 된다. 또 아동복지법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등 14개 법률에서 처벌하는 범죄도 수사하게 될 전망이다. 자치경찰이 국가경찰의 사무를 보조하는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보다는 권한과 범위가 더욱 확대된 형태다. 미국과 일본 등 광역형 자치경찰제를 운영 중인 국가처럼 자치경찰이 독자적 수사권을 갖지는 않지만 교통·생활안전 등 일부 사무에서는 수사권과 초동조치권까지 행사가 가능한 구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자치경찰 사무에 대해 ‘무늬만 경찰’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자치경찰 사무가 교통, 여성·청소년 등으로 한정돼 있는 데다 국가경찰이 개입할 여지도 많아 국가경찰의 보조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등에서 운영 중인 독자적 수사권을 확보한 연방제 수준의 자치경찰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당초 정부에서는 지방경찰청·경찰서까지 자치경찰로 이관하는 일원화된 모형까지 검토했으나 치안력 약화·훼손 등으로 가장 현실적인 현재 수준의 모델을 결정했다”며 “향후 시범운영을 거쳐 본격 시행된 이후 자치단체별 치안여건 및 재정 여건,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치경찰 사무 및 권한 확대 여부를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특별취재팀=최성욱 팀장·서종갑 기자(일본 도쿄·나가노) 김지영·이희조 기자(프랑스 파리·리옹) 손구민 기자(미국 뉴욕) 허진 기자(제주) 취재지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
예산·인력확보가 관건…"특진 등 당근책 필요"
사회 사회일반 2019.09.15 17:35:37자치경찰제의 성공적 운영을 위한 관건은 추가 재원 마련과 인력 확보다. 충분한 예산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단체별 경찰 급여 격차는 물론 경찰력 확보에도 차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또 현직 경찰들 사이에서 자치경찰제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데다 정착환경이나 처우가 좋은 일부 대도시에만 지원자가 몰릴 수 있다. 경찰뿐 아니라 개별 지자체에서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원책 마련에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5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자체 재정 수준에 따른 치안서비스의 ‘빈익빈 부익부’를 막기 위한 재원 부담 기준·확보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자치경찰로 이관되는 생활안전, 여성·청소년, 교통 등 사무에 소요되는 인력·장비 등 재원은 지자체 몫이다. 자치경찰제를 시행하는 프랑스·미국 등 주요 7개국 중 5개국이 지자체 예산으로 운영된다. 영국은 지자체와 국가가 절반씩 부담하고 일본은 지자체가 90%, 국가가 10%가량을 부담한다. 경찰은 자치경찰제 시범 운영을 통해 예산을 산정한 뒤 재정확보 문제를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지자체에 포괄보조금을 지원하거나 교부세를 확충하는 방안이 꼽힌다. 특히 소방교부세처럼 자치경찰교부세를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강력하게 제기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기존 경찰 인원 일부가 자치경찰로 넘어가는 만큼 인건비를 지자체에 이관해야 한다”며 “이를 보조금 형태로 지원하거나 지자체가 세원이나 세수를 자체적으로 충당하는 구조로 갈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자치경찰제를 도입한 개별 지자체는 국가경찰을 대상으로 자치경찰 모집에 나선다. 시범운영 기간에는 인건비 등 비용은 국가에서 부담하고 지역별 특화된 사무와 인센티브 등에 들어갈 비용은 지자체에서 부담하는데 서울·부산 등 재정 여건이 좋은 도시로 지원자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 2006년 제주도가 처음으로 자치경찰제를 시범 도입했을 당시에는 1계급 특진 혜택 및 계급정년 폐지 등을 내세워 지원자 모집에 성공했다. 임용예정 계급에 해당하는 경찰관을 1순위로 뽑되 적격자가 없으면 차하위 계급에 있는 경찰을 1계급 특진할 수 있게 했는데 이같은 혜택은 제주가 첫 시범운영 도시여서 가능했다는 평가다. 신현기 한세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제가 확대 시행되더라도 예산·인력이 부족할 경우 주민밀착형 치안서비스 제공이라는 제도 취지가 무색하게 주민 불안만 가중시킬 수 있다”면서 “재정여건이 취약한 지자체는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영·서종갑기자 jikim@@sedaily.com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
"佛, 자치경찰 법 제정에만 20년…韓, 빨리빨리 태도 버려야"
사회 사회일반 2019.09.15 17:33:57“상황에 따라 자치경찰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법으로 규정하는 데만 20년이 걸렸어요. 한국이 ‘빨리빨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건 알지만 법을 만들고 현실에 적용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장 이브 세쉬레스(사진) 리옹시 공공치안 담당 책임자는 지난 6월 프랑스 리옹시청에서 가진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자치경찰은 해당 도시의 특징에 맞게 적합하게 발전해야 하는 조직”이라며 “전체적인 자치경찰의 업무를 규정하는 법을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치경찰 도입 과정에서 제기되는 우려 중 하나가 지역 내 민간 권력과의 유착 가능성이다. 지역에서 영향력이 큰 유력인사나 기업인 등의 간섭이 수사권에 미쳐 공정한 수사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세쉬레스 책임은 “세밀한 자치경찰 관련 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리옹에서는 자치경찰이 개인이나 특정 기관의 편을 들지 않고 항상 중립적인 태도를 취해야 한다는 의무가 시행령에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03년 제정된 프랑스 정부시행령에 포함된 자치경찰 윤리강령에는 ‘자치경찰은 국가에 대해 청렴·충성·공정성을 지켜야 한다’ ‘자치경찰은 시민단체·기업·자치단체 등에 대해 어떠한 경우라도 기부금이나 자선기금 등을 요구할 수 없다’는 등 자치경찰의 투명성과 중립성을 요구하는 조항이 적혀 있다. ‘자치경찰은 법령으로 규정된 직 등을 제외한 직업 활동을 겸직으로 할 수 없다’는 조항 역시 자치경찰이 권력과 결탁하는 것을 막는 수단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자치경찰을 운영하는 도시답게 리옹시가 자치경찰에 투입하는 예산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세쉬레스 책임은 “유럽에서 테러 사건이 발생하면서 치안의 중요성이 커진 탓”이라면서 “특히 폐쇄회로(CC)TV를 통한 사건 해결이 늘면서 350만유로(한화 약 4억6,000만원)를 들여 CCTV를 고화질로 바꿨다”고 언급했다./리옹=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
74년만의 자치경찰 도입…정쟁 얽혀 시작부터 삐걱
사회 사회일반 2019.09.15 17:32:59프랑스 전역에서 ‘노란 조끼’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 6월 리옹시 치안의 총괄본부 격인 리옹시자치경찰청사 내 통합관제센터 모니터에는 폐쇄회로(CC)TV를 통해 시내 곳곳의 상황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잠시 뒤 알림이 울리면서 국가경찰로부터 지명수배자의 사진과 옷차림 등 신상정보가 전달됐다. 관제센터는 곧바로 리옹 전역의 자치경찰관들에게 관련 내용을 무전으로 보내 국가경찰과 함께 지명수배자 검거에 나섰다. 페르낭데 앙리 리옹시자치경찰청장은 “국가경찰과 원활한 업무분담 체계를 바탕으로 강력사건과 테러를 제외한 대부분의 치안활동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근접 지원하는 게 자치경찰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를 비롯해 미국·영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분리 운영해왔다. 저마다 역사적 배경이 다르지만 자치분권을 실현한다는 취지는 동일하다. 자치경찰제 전국 확대시행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문재인 정부는 올 2월 국가수사본부를 신설하고 자치경찰을 확대하는 내용의 경찰개혁안을 발표했다. 연내 제주와 서울·세종시 등 5곳에서 시범 운영한 뒤 오는 2021년에는 전국 시도로 확대할 계획이다. 1945년 미 군정 시절 경무국 신설 이후 74년 만에 국가 치안 시스템의 대전환이 이뤄진다. 그러나 자치경찰제 확대시행의 필수단계인 경찰법 개정 논의는 ‘패스트트랙 법안’과 묶여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로 넘어간 뒤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올해 하반기 중 통과된다는 전제하에 법 통과 이후 6개월의 준비기간을 거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시범운영한다는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특히 검경수사권 조정과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정치적 이슈와 얽히면서 연내 입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황의갑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법안 통과가 지체되면서 확대시행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더라도 지자체별로 자치경찰제 도입에 따른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준비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파리·리옹=김지영·이희조기자 특별취재팀 jikim@@sedaily.com *본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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