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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금융 '한국판 뉴딜' 지원군으로 뜬다
정치 대통령실 2020.08.31 17:36:25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이 9월3일 청와대에 모여 ‘한국판 뉴딜’ 금융 지원책을 논의한다. 문 대통령이 하반기 핵심 국정과제로 꼽은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재원 마련을 위한 국민참여형 ‘뉴딜 펀드’의 조성 방안도 이날 베일을 벗을 것으로 전망된다. 출범 이전부터 ‘관제펀드’ ‘특혜시비’ 논란에 시달린 뉴딜 펀드의 설계안을 두고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미 대형 금융그룹들이 저마다 수십조원에 이르는 한국판 뉴딜 금융 지원계획을 내놓으며 적극적인 지원사격을 약속한 가운데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뉴딜 띄우기’가 또 한 번의 금융 동원령이 되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31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9월3일 청와대에서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열리는 이번 회의에는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김광수 NH농협금융 회장 등 5대 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해 지방금융그룹 회장과 한국투자금융·메리츠금융그룹 회장 등 금융권 주요 인사 40여명이 참석한다. 문 대통령이 민간 금융권 수장들과 만나는 것은 약 5개월 만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국판 뉴딜 계획의 세부적인 추진 방향과 뉴딜 펀드 조성을 포함한 금융 공급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이미 5대 금융은 한국판 뉴딜 정책을 뒷받침하겠다며 디지털 인프라 구축, 친환경 사업 투자 등에 수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여기에 추가 지원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한금융은 향후 5년간 85조원을, KB금융은 75조원을 투입하기로 했고 하나·우리금융도 기존에 해온 혁신금융 지원에 더해 10조원을 추가로 뉴딜 금융 공급에 넣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참여형 뉴딜 펀드의 조성·지원 방안과 한국거래소의 ‘뉴딜 지수’ 운영 방안, 한국판 뉴딜과 관련한 중소기업 대출상품이나 구조화 펀드 등 민간 금융사들이 상품 출시·판매 및 투자 측면에서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뉴딜 펀드의 구체적인 도입안과 금융권의 역할이다. 뉴딜 펀드는 정부가 160조원 규모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한국판 뉴딜 정책의 민간 자금 조달책이다. 국민 누구나 투자할 수 있는 펀드를 통해 총사업비의 10%가량을 민간 자본으로 채우자는 구상에서 나왔다. 부동산값 폭등을 부른 과잉 유동자금을 데이터센터, 5세대(5G) 이동통신, 재생에너지 등 미래 먹거리 산업의 투자자금으로 유도하자는 취지에서다. 이를 위해 당정은 각종 세제 혜택과 국민 투자자의 원금 보전 추구를 위한 각종 방안을 논의해왔다. 이미 더불어민주당 K-뉴딜위원회 소속 이광재 의원은 뉴딜 펀드 투자금 3억원까지는 수익에 5%만 세금을 매기고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분리과세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서민 투자자를 위한 추가적인 세제혜택이 덧붙여질 가능성도 있다. 신용보증기금의 산업기반안정자금을 활용해 개인투자자의 선순위채권을 보증하고 정부·공공기관의 출자금을 손실자본으로 우선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뉴딜 펀드로 재원을 조달한 사업이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개인투자자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를 두고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부가 손실을 먼저 떠안는 후순위 투자자로 민간 금융사를 참여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딜 펀드 논의 과정에 정통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역할은 펀드의 수익성과 사업성을 높여 민간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인센티브를 마련해주는 것”이라며 “민간의 참여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조성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이지윤·허세민기자 binthere@@sedaily.com -
디지털·현지 협력 강화...금융사 '글로벌 전략' 다시 짠다
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2020.08.31 17:17:46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이제껏 ‘확대·성장’ 위주였던 국내 금융사들의 글로벌 전략에도 새로운 전기를 가져왔다. 새로운 시장 개척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우선순위가 놓였고 언택트 시대에 발맞춘 디지털 뱅킹 강화에도 방점이 찍혔다. 저금리와 각종 규제·성장둔화 등으로 한계에 부딪힌 국내 시장 대신 해외에서 ‘제 살 깎아먹기’식 경쟁도 마다 않던 거대 금융지주가 손을 잡으며 글로벌 협업을 선언하기도 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하반기 국내 주요 은행은 대부분 올해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 및 자산성장 목표를 하향 조정했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는데다 올 초부터 각국이 시행한 출입국 제한 조치가 지속되면서 국가 간 이동도 여의치 않아 실질적인 사업 추진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불가피한 것도 장애 요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현지 기업의 매출과 실적 악화에 따라 동반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글로벌 목표를 하향하고 외화유동성·자산건전성 등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어느 기업이나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는 국내 금융사들의 글로벌 전략 키워드의 최우선 순위는 ‘디지털’이다. 직접적인 현지 지점·점포 확대 대신 디지털 뱅킹 강화와 현지 디지털 플랫폼사 제휴를 통해 비대면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올 하반기 자체 모바일 뱅킹 플랫폼인 ‘글로벌 쏠(SOL)’을 출시·업그레이드하는 것은 물론 현지 플랫폼사와 다각적인 제휴를 통해 이미 진출한 국가별로 적합한 디지털 전략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미 베트남에서는 현지의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잘로’와 손잡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신용카드·신용대출 영업에 나섰고 캄보디아에서도 모빌리티 업체 ‘MVL’과 함께 전자지갑 서비스를 내놓았다. 하나은행 중국법인 역시 ‘알리바바’에 이어 최근 세계 2위 온라인 여행 플랫폼 ‘씨트립’과 제휴해 모바일 대출을 출시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현지 제휴업체를 더 늘려갈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21개국에서 운용하고 있는 인터넷·스마트폰뱅킹채널을 강화하고 비대면에서 이용할 수 있는 업무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올 상반기 베트남에서 자체 모바일 뱅킹 플랫폼인 ‘우리WON뱅킹 베트남’을 출시한 데 이어 방글라데시·인도·미국·영국 등 세계 8개국에서 동시에 ‘글로벌WON뱅킹’을 출시했다. 이전보다 인력 교류가 어려워진 만큼 국내 모회사 대신 현지 중심의 경영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코로나19가 가져온 전략 변화다.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 베트남·캄보디아·미얀마 3개국을 대상으로 ‘인도차이나 지역헤드’ 제도를 새로 도입해 현지 중심 경영체계를 구축했다. 또 각종 연수·출장 등도 제한을 받는 만큼 현지직원을 대상으로 각종 비대면 교육을 신설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도 지역헤드 제도를 확대 적용하고 현지직원 역량 강화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
'금융허브' 추진 시늉만 17년째...'금융=비생산' 인식 바꿔야
경제 · 금융 금융정책 2020.08.31 17:16:25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 등으로 홍콩의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이 흔들리자 세계 각국이 금융사를 유치하기 위해 나섰지만 한국의 노력은 이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한술 더 떠 금융경쟁력 강화에 반대되는 영향을 미치는 국책은행의 지방이전까지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므로 우리의 국제금융경쟁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31일 외신보도를 종합하면 세계 각국은 금융사가 홍콩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경제재정 운영과 개혁의 기본방침’을 통해 국제금융도시 구상을 발표하고 핵심과제로 ‘감세’를 제시했다. 집권 자민당 역시 지난달부터 프로젝트팀을 가동해 세제 우대, 관련 외국인 체류자격 완화, 자녀 교육환경 정비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다음달 중 정부에 구체적인 안을 제안할 방침이다. 싱가포르·대만·호주 등도 이 기회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금융허브로 도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관련 정책을 추진하고는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42차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를 서면으로 열고 2020년부터 오는 2022년까지 3년간 적용할 ‘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안’을 의결했다. 한국을 금융허브로 키우겠다는 정책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의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 수립 이후 17년째 계속돼왔다. 이번 계획에는 ‘3대 중점전략’으로 △적극적인 규제 개선을 통한 민간중심 혁신 유도 △데이터 활용 등 금융 혁신성장 인프라 구축 △글로벌 역량의 선택과 집중이 담겼다.하지만 실제 정책 의지가 강한지는 의문스럽다는 목소리가 많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7월 “외국계 금융회사와 전문가들은 홍콩·싱가포르에 비해 높은 한국의 법인세 및 소득세, 경직적 노동시장, 불투명한 금융규제 등이 여전히 걸림돌임을 지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거시경제 운용 측면에서 금융허브만을 위한 세제와 고용제도 등의 개편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금융허브라는 국가 정책목표만을 위해 법인세를 홍콩·싱가포르 수준으로 내리거나 주 52시간제를 수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야기다. 그러는 사이 우리의 국제금융 경쟁력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에 따르면 서울의 올 3월 현재 국제금융센터지수(GFCI)는 세계 108개 도시 중 33위에 그쳤다. 지난해 9월 조사(36위) 때보다는 3계단 올랐지만 최고순위였던 2015년 9월(6위)에 비해서는 27계단이나 미끄러졌다. 부산은 51위로 지난해 9월의 43위에서 8계단 하락했고 2015년(24위)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졌다. 이 지수는 세계 금융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설문조사, 세계은행(WB)과 세계경제포럼(WEF) 등 외부기관이 평가하는 △비즈니스 환경 △인적 자원 △인프라 △금융산업 발전 △평판 등 5개 분야의 지수를 종합해 산출한다. 우리의 초라한 금융경쟁력 성적표는 이 외에도 무수히 많다. 외국계 금융사의 국내 진입 현황을 보면 2015년 말 166개에서 올해 1·4분기 162개로 오히려 줄었다. 특히 은행은 같은 기간 60개에서 53개로 가장 많이 감소했다. 외국계 금융회사의 국내 진입,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 실적을 합해서 구한 ‘국내외 금융사 진출입 실적’을 봐도 2015년 48개, 2017년 37개, 지난해 24개로 오히려 줄고 있다. 아울러 ‘국경 간 금융거래 활성화 지표’로 보면 우리의 국제화 수준은 주요국 중 중국 다음으로 낮다. 지표는 대외금융자산과 금융부채의 합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것으로 2018년 홍콩이 2,641%로 가장 높았고 중국이 92%로 제일 낮았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설상가상으로 지역구 표를 겨냥한 선심성 국책은행 지방이전 압력까지 넣고 있다. 윤재옥 미래통합당 의원(대구 달서구을)은 21일 기업은행 본점을 대구광역시에 두도록 하는 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금융허브 정책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며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은 등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외국계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서울에 금융기관이 다 몰려 있어도 높은 법인세, 깐깐한 노동·금융규제로 한국 진출을 고민할 상황인데 주요 금융사 외에 국책은행까지 지방으로 이전하면 일단 서울로 입국한 뒤 지방으로 이동해야 해 굳이 한국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실제 국제금융센터의 ‘홍콩의 비즈니스허브 기능 위축 가능성 및 영향’ 보고서에서 HSBC 등은 “한국의 외국 금융회사 여건이 여타 금융허브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점을 감안할 때 수익이 홍콩보다 3~5배는 커야 투자 유인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법은 없을까.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지금까지 금융허브를 구축하기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정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그 바탕에는 금융 자체를 비생산적인 부분이라고 보는 정책기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금융은 그 자체만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나아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며 “금융을 관리감독의 영역으로만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규제를 합리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도 “금융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에 한국에 외국계 금융기관을 유치하는 것은 일자리정부를 표방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목표 달성에도 효과적인 도구”라며 “일본은 도쿄에 들어오는 외국계 금융사에 건물 임대료 등을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 우리도 외국 금융기관에 법인세를 인하해주고 종사자 자녀 교육을 지원해주는 등의 맞춤형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
현금서 단숨에 모바일결제 시대 열어...'핀테크 성지'로 거듭나는 베트남
경제 · 금융 금융가 2020.01.21 17:44:57“베트남의 다른 전자상거래 결제 서비스와 차별화되는 장점이 무엇이죠?” 지난 16일 베트남 호찌민 중심가에 위치한 ‘신한퓨처스랩 베트남’ 사무실. 베트남 진출을 꿈꾸는 한국의 14개 스타트업이 베트남 진출 지원 프로젝트 ‘런웨이투더월드(Runway to the World)’에 뽑히기 위해 최종 심사를 받고 있었다. 싱가포르에 이어 동남아시아의 새로운 핀테크 스타트업 허브로 떠오르고 있는 베트남에서 성장 기회를 찾기 위해서다. 베트남은 연 6~7%의 높은 경제성장률과 40세 미만이 전체의 65%를 차지하는 젊은 인구, 높은 스마트폰 이용률(72%)과 상반되는 낮은 은행 접근성(31%) 등으로 미래 금융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시장으로 꼽힌다. 런웨이투더월드는 신한퓨처스랩 베트남과 베트남 정부 산하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사이공 이노베이션 허브’가 양국 스타트업의 상호 진출을 돕기 위해 함께 만든 프로그램이다. 2018년 출범한 뒤 매년 각국 핀테크 선발부터 현지 기업 멘토링, 사업 제휴 연결까지 지원한다. 특히 한국 스타트업의 베트남 진출을 돕는 국내 여타 핀테크랩과는 달리 베트남 시장을 가장 잘 이해하는 현지 스타트업을 선발해 베트남의 금융 혁신을 안에서부터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에서 7대1의 경쟁률을 뚫고 뽑힌 현지 스타트업 10개는 양국에서 신한금융·CJ그룹·한화 등 다양한 분야의 대기업들과 사업 제휴를 검토하고 있다. 이처럼 베트남 현지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강화한 공을 인정받아 런웨이투더월드는 올해부터 베트남 국가 공식 프로그램으로 격상될 전망이다. 김선일 신한퓨처스랩 베트남 팀장은 “국내 스타트업·기업은 물론 현지 업체들도 많이 참여하도록 베트남 금융 생태계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며 “현지에서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강화해야 베트남에서 성공 가능성이 큰 사업 기회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현금에서 모바일금융으로…베트남은 ‘퀀텀점프’ 중=베트남 공략에 나서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다. 싱가포르핀테크협회(SFA)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동안 동남아시아로 유입된 전 세계 핀테크 투자 자금의 36%를 베트남이 흡수했다. 전년(0.4%) 대비 90배 급증한 것으로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동남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중국의 위챗페이·알리페이가 베트남에서는 금지된 까닭에 모바일 지불결제업을 중심으로 현지 핀테크가 해외 투자를 받아 급성장 중이다. 30개 모바일결제 라이선스 사업자 가운데 모모·페이유·VN페이 등 40% 이상은 미국·일본·싱가포르 등 외국 자본의 대규모 투자를 받았다. 베트남이 새로운 글로벌 핀테크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는 증거다. 한쪽에 ‘현금 없는 사회’를, 다른 한쪽에 스타트업 육성을 국가 전략으로 내걸고 핀테크 지원에 팔을 걷어붙인 베트남 정부의 정책도 유효했다. 넓은 내수 시장과 젊은 인구층도 베트남 핀테크 성장의 배경이다. 이미 경제활동인구가 줄고 있는 한국과 달리 베트남은 20~40대 초반의 젊은 노동력과 1억명에 달하는 인구를 바탕으로 급성장 중이다. 이들은 스마트폰과 디지털에도 익숙하다. 은행 계좌가 없는 인구가 전체의 70%이고 신용카드 보급률은 2%에 불과할 만큼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베트남에서 이를 뛰어넘을 디지털 금융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이유다. 민복기 신한베트남은행 디지털본부장은 “베트남은 인터넷을 건너뛰고 현금에서 순식간에 모바일 결제·뱅킹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의 디지털 금융 발전 속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핀테크가 ‘위디지털’이다. 위디지털은 자체 개발한 안면인식 기술을 간편 결제는 물론 본인 인증·멤버십 등 다양한 서비스에 이미 상용화하고 있다. 안면 인식은 지문·홍채보다 보안성과 경제성,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월등해 차세대 생체인식 기술로 꼽힌다. 위디지털은 이미 베트남 주요 은행·항공사·리조트 등과 제휴한 데 이어 한국에서도 신한은행·SK·한화 등과 협업을 모색 중이다. 크리스찬 응옌 위디지털 대표는 “얼굴이라는 하나의 생체정보에 개인의 모든 정보를 결합할 수 있다”며 “단지 카메라를 보는 것만으로 본인 인증·결제·송금 등 일상의 모든 행동을 물 흐르듯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디지털 금융 이끄는 韓=한국 금융사들도 발 빠르게 현지 디지털 금융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삼성전자와 손잡고 베트남에 처음으로 삼성페이를 도입했다. 애플페이·안드로이드페이도 진입하지 못한 베트남 결제 시장에서 삼성페이는 전자지갑·선불카드 중심의 현지 핀테크와는 차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신한베트남은행은 모모·잘로페이·페이유·VN페이 등 현지 유력 핀테크와도 이미 제휴를 완료했고 베트남 양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티키·쇼피와도 소액대출 서비스 출시를 검토 중이다. 베트남 우리은행 역시 현지 1위 부동산 모바일플랫폼 렌트익스프레스와 손잡은 데 이어 모모·VN페이·이페이 등으로 연합전선을 넓힐 계획이다. 디지털 뱅킹 분야에서는 이미 국내 은행들이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타행 이체에만 반나절가량이 걸리는 베트남에서 신한베트남은행은 3억동(약 1,500만원) 이하면 실시간 송금이 가능하도록 했다. 베트남 우리은행은 소비자 금융 데이터가 미비한 베트남에서 통신사·세금납부 정보 등을 활용한 신용평가 시스템을 만든 데 이어 올 하반기에는 모바일을 통한 실시간 비대면 대출 승인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대출 심사에 1~2일 이상 걸리는 베트남에서는 혁신적인 서비스다. /호찌민=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
"정부가 모든걸 통제해선 안돼...스타트업 육성·지원에 방점을"
경제 · 금융 정책 2020.01.21 17:39:29지난 2018년 11월,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는 다낭에서 국가 차원의 스타트업 축제 ‘테크페스트’를 열고 각 분야의 스타트업 창업자 400명을 불러모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창업과 기업 운영의 어려움을 직접 듣고 모든 정부 부처에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조치를 내놓도록 독려했다. 권위주의 문화가 아직 강한 동남아 지역에서 국가 지도자가 스타트업 창업자와 직접 대화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베트남 최대 운용사인 비나캐피털벤처스의 쩐낫칸 파트너는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에서도 전무후무한 일”이라며 “베트남 정부의 스타트업 생태계 지원 노력에 힘입어 2015~2019년 베트남 스타트업이 유치한 평균 투자 규모는 연평균 22%씩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베트남 정부가 스타트업 육성을 국가 경제성장을 위한 최우선 전략으로 삼은 것은 2016년부터다. 푹 총리는 2016년을 ‘국가 스타트업의 해’로 선포하고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지원을 위한 국가 프로그램 ‘프로젝트 844’를 도입했다. 별도법을 마련해 스타트업에 대한 기술 이전, 세금 감면, 대출 우대 등 전방위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핀테크를 포함해 베트남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수는 3,000여개로 2015년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은행 계좌조차 없는 인구가 70%에 달할 만큼 척박한 금융 환경에서 모모·잘로페이와 같은 대형 전자지갑·디지털 결제 핀테크가 급성장한 배경이다. 스타트업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정작 현장에서는 ‘혁신을 위한 진정한 지원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최고조에 이른 사회적 갈등 끝에 ‘불법’ 낙인이 찍힌 승차공유 스타트업 ‘타다’와 국회 통과까지 1년 넘게 걸린 ‘데이터 3법’이 증거로 꼽힌다. 무엇이 문제일까. 베트남 과학기술부의 고문위원이자 정부 산하 스타트업 지원기관 ‘사이공 이노베이션 허브’의 수장인 응우옌피반 의장은 16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찌민에서 본지와 만나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역할은 스타트업이 자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민간 부문을 지원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책 수립·시행에 성공한 기업가들을 참여시키는 것도 중요한 방안이라고 조언했다. 반 의장 역시 호주·동아시아·동유럽·중동 등 전 세계를 무대로 브랜딩·프랜차이즈 전략을 컨설팅한 기업가 출신으로 베트남 정부의 요청을 받아 과학기술부 고문직을 수락했다. 그는 “정부는 겸손해야 한다.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민간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정부는 고용과 같은 작은 목표에 매몰되지 말고 국가 전체적인 이익과 산업 구조조정의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새로운 서비스가 출현할 때 필연적인 사회적 갈등을 선제적으로 조율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베트남 역시 차량호출 서비스 ‘그랩’이 들어오자 택시업계가 그랩을 고소하면서 갈등을 겪은 경험이 있다. 베트남 정부는 별도 과세 체계를 마련해 그랩에 택시회사보다 더 많은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일단 봉합했다. 반 의장은 “문제가 일단 발생한 뒤 하나씩 해결하려고 하면 불가능하다”며 “갈등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는 미래를 먼저 내다보고 준비하면서 급변하는 사회에 국민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찌민=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
"모빌리티·금융의 결합…타다, 캄보디아서 그랩 넘는다"
경제 · 금융 금융가 2020.01.20 17:50:40“캄보디아 모빌리티 애플리케이션에 전자지갑 서비스가 탑재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입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모빌리티와 금융을 더 긴밀하게 엮은 서비스를 통해 캄보디아 1위 모빌리티 업체로 거듭날 것입니다.” 캄보디아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를 운영 중인 우경식 엠블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우 대표는 지난 2018년 우연한 기회로 프놈펜에 방문했다가 캄보디아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캄보디아를 싱가포르에 이은 두 번째 진출국으로 낙점했다. 그는 “캄보디아는 중국처럼 언뱅크드에서 뱅크로 넘어가면서 결제 방식에서 카드를 완전 뛰어넘었지만 아직 금융에 대한 규제가 유연하다”며 “디지털 뱅킹 서비스의 성장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고 보고 모빌리티 앱에 접목하는 방법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타다가 다른 경쟁 플랫폼과의 차별점으로 내세운 전략은 ‘자동결제 시스템’과 ‘수수료 제로’다. 후발주자인 타다에 하루 평균 200여명의 드라이버가 신규 등록하는 등 빠르게 몸집을 키울 수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캄보디아 모빌리티 시장의 90%는 현지 업체인 ‘패스앱’과 동남아 시장을 장악한 ‘그랩’이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두 업체의 역할은 기사 중개에서 끝난다. 결제는 일반적으로 고객이 기사에게 현금으로 직접 지불하거나 모빌리티 앱에서 빠져나와 별도 페이 앱을 열어 진행해야 한다. 우 대표는 “패스앱이나 그랩에 부재한 결제서비스를 탑재하는 것이 앱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며 “다른 앱들은 보통 기사들에게 15~20%의 수수료를 떼고 있는데 기사와 공생하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 수수료 수입을 과감히 없앴다”고 말했다. 타다는 신한은행과의 협력을 통해 지난해 12월 모빌리티 업계 최초로 전자지갑 서비스를 선보였다. 타다에서 차량을 호출하면 전자지갑으로 자동결제까지 이뤄지는 시스템을 앱에 탑재한 것이다. 그는 “타다가 사업을 고민할 즈음은 은행 라이선스와 막강한 모바일 지급결제 및 정보기술(IT)을 보유한 신한은행도 캄보디아에 막 진출했을 시기였다”며 “신한은행도 모빌리티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삼고초려 끝에 협력 관계를 맺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앞으로 운전자와 탑승자의 운행·거래·위치 기록 등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을 비롯해 오토론과 소액신용대출 등 신규 상품 개발에도 활용할 예정이다. 우 대표는 “각각 모빌리티와 금융 데이터를 활용해 파생 비즈니스를 계획하고 있다”며 “특히 타다 기사들의 경우 신한은행을 통해 대출 우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오토론 규모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신한은행과의 금융서비스를 강점으로 삼고 모빌리티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선다는 목표다. 그는 “현재 타다의 캄보디아 시장 점유율은 3~5%로 경쟁업체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며 “하지만 타 업체가 갖추지 않은 전자지갑 서비스, 오토론 등 모빌리티와 금융이 결합한 상품으로 시장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어 올해 시장 점유율 40%를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놈펜=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
젊은 캄보디아, 금융 불모지서 '핀테크 총아'로
경제 · 금융 금융가 2020.01.20 17:50:32지난 14일 한 캄보디아 핀테크의 깜짝 인수합병(M&A) 발표가 현지 금융권을 들썩이게 했다. 캄보디아 최대 모바일결제 서비스인 ‘파이페이’가 해당 분야 2위 핀테크인 ‘스마트루이’와의 M&A를 결정한 것. 파이페이는 이번 M&A를 통해 스마트루이의 모회사이자 캄보디아 최대 통신업체인 ‘스마트’의 강력한 모바일 데이터를 바탕으로 혁신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들 핀테크의 합병으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확보한 거대 모바일결제 플랫폼이 탄생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지난해 캄보디아의 모바일결제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8% 증가한 22억1,000만달러(약 2조5,000억원)에 달했다. 올해 핀테크가 본격적으로 몸집을 키우면 거래 고객도 늘어 해당 시장의 규모가 두 배 이상 커질 것이라는 게 현지 금융권의 전망이다. 국내 금융권의 주요 해외 진출국으로 꼽히는 캄보디아는 현금 중심에서 모바일결제로 빠르게 전환되는 대변화의 시기를 겪고 있다. 특히 수도인 프놈펜 거주자 대부분이 휴대폰을 두 대 이상 보유할 정도로 대표적인 모바일 친화 시장으로 꼽힌다. 캄보디아의 은행 이용률은 22%에 불과하지만 개통 휴대폰 단말기 수는 1,890만개에 달한다. 국민 1인당 휴대폰 1.18개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캄보디아 현지 금융사를 비롯해 핀테크, 해외 금융사들이 캄보디아의 모바일 기반 금융 전략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모바일 보급률 高·젊은층 多…잠재력 충분”=캄보디아 금융이 성장할 수 있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높은 모바일 보급률이다. 2017년 캄보디아의 이동통신 보급률은 116%로, 같은 기간 한국(124.8%)과 엇비슷하다. 반면 유선전화 등 유선통신 보급률은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모바일 보급이 확대되면서 금융시장도 은행 계좌 거래, 카드 결제의 단계를 건너뛰고 현금에서 모바일 거래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캄보디아 모바일 간편결제 업체인 ‘클릭’을 이끄는 매슈 티피츠 대표는 “캄보디아 젊은층은 아직 현금 사용에 익숙하지만 모바일 기기를 두 대 이상 보유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핀테크가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며 “젊은층 대부분이 모바일 기기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모바일결제 인프라만 가맹점에 더 갖춰진다면 모바일결제 시장의 성장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자체가 젊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2020년 기준 캄보디아 중위연령은 25.6세로, 인근 국가 베트남 32.5세, 태국 40.1세보다도 7~15세가량 젊다. 캄보디아는 젊은 노동력을 바탕으로 매년 7%의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소득과 경제활동이 활발한 젊은층을 고객으로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하는 것이다. ◇환 리스크 적은데다 연체율까지 낮아=캄보디아는 국내 은행에도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힌다. 달러 기반 거래라 환 리스크가 적은데다 연체율까지 낮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의 달러 사용 비중은 98%로, 현지 통화인 리엘화를 압도한다. 박용진 KB국민은행 캄보디아 법인장은 “달러 베이스에 외환 규제가 유연하다 보니 외국계 금융사의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최근 5년간 평균 대출성장률도 23%에 달하는 등 대출 수요도 크기 때문에 은행들이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캄보디아 금융권의 부실채권(NPL)은 2.4%로 상당히 낮은 편이다. 박시정 IBK기업은행 프놈펜 지점장은 “캄보디아의 연체율이 낮은 것은 불교문화의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연대보증인이 함께 보증을 서는 집단대출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도 이유”라며 “불교의 윤회 사상에 따라 돈을 갚지 못하면 사후에 벌을 받는다는 인식 때문에 가족 등 연대보증인들이 돈을 착실하게 상환해준다”고 분석했다. ◇현지 핀테크와 합종연횡 펼치는 韓=160여개 금융사들이 경쟁 중인 캄보디아에서 국내 은행들의 전략은 현지 대형 핀테크와의 연합이다. 현지 핀테크의 방대한 가맹점망과 영업망을 활용해 신규 고객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3월 파이페이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파이페이가 보유한 4,500여개 가맹점망을 활용해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인 ‘리브 캄보디아’를 알리고 있다. KB국민카드가 2018년 출범시킨 특수은행인 KB대한은행도 클릭을 비롯한 다양한 업체와 손잡고 핀테크가 보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금융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특수은행이자 핀테크인 윙캄보디아와 함께 윙의 전국 영업점을 통해 우리은행의 대출을 상환할 수 있게 했다. 신한은행도 현지 모빌리티 서비스인 ‘타다’를 운영하는 엠블과 MOU를 맺고 지난해 말 전자지갑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태경 신한은행 캄보디아 법인장은 “캄보디아는 우리나라와 같은 신용평가와 신용등급이 없기 때문에 신용 대출을 위해서는 금융뿐만 아니라 비금융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전자지갑을 통해 고객의 교통 데이터를 확보하고 나아가 쇼핑 등 다른 분야에서의 결제 데이터까지 쌓이면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프놈펜=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
인구 절반이 계좌 없는데...핀테크강국 된 인니
경제 · 금융 금융가 2020.01.19 18:01:22인도네시아 회사원인 아드리안 부디안토(34)씨는 인도네시아 최대 승차공유 서비스 고젝을 이용해 출근한다. 대략 20분 이동하는 데 드는 비용은 2만5,000루피아(약 2,000원). 기본요금은 택시보다 비싸지만 인공지능(AI) 방식으로 실시간 교통량을 분석해 최적의 루트로 이동하는 덕분에 전체 요금은 택시의 반값이다. 스마트폰의 고젝 앱에는 충전형 간편결제 시스템 ‘고페이’가 탑재돼 하차 시 자동으로 요금이 결제돼 편리하다. 게다가 음식 주문은 물론 대형마트에서 대신 장을 봐주는 고푸드, 고마트까지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두루 이용하고 있다. 아시아의 ‘우버’로 불리며 동남아시아 시장을 장악한 싱가포르 승차공유 서비스 ‘그랩’이 유일하게 시장 석권에 어려움을 겪는 나라 인도네시아의 풍경이다. 자카르타 길거리를 뒤덮은 녹색 물결의 주인공 고젝은 오토바이와 차량을 활용한 운송 서비스는 물론 음식배달·택배 등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로 ‘입고, 먹고, 쓰고, 타는’ 인도네시아 국민의 일상을 파고들었다. 녹색 헬멧을 쓴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사람을 실어나르는 이륜차 공유업체로 시작한 고젝은 이제 페이(간편결제)·소액대출 등 금융업까지 진출해 ‘테크자이언트’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2억7,000만명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인구와 이들이 만들어내는 방대한 데이터는 고젝이 선진국에서도 보기 드문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기업)으로 성장한 든든한 버팀목이다. 인구의 절반가량이 신용카드는커녕 은행계좌조차 없는 척박한 금융환경이 역설적으로 인도네시아를 ‘핀테크 대국’의 반열로 끌어올렸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2019년 9월 기준 핀테크 기업에 투자된 금액은 1,146억원으로 2018년 투자규모(2,111억원)의 절반 이상을 이미 달성했다. 국내 유니콘 핀테크가 수년째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한 곳뿐인 것과 비교해 동남아 지역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기업) 8개 중 4개가 인도네시아 기업이라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디지털 역량을 갖춘 국내 금융회사의 인도네시아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네이버 라인과 하나은행이 손잡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 중이고 P2P(개인간) 금융 벤처기업인 피플펀드는 현지 은행과 함께 P2P 대출시장 공략에 나섰다. /자카르타=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
"印尼선 은행가는 것 자체가 고통…'사회적 가치' 높이는데 주력했죠"
경제 · 금융 금융가 2020.01.19 17:56:14“고젝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인도네시아에서 삶을 영위하기는 불가능하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고젝 본사에서 만난 앤드루 리(40·사진) 고젝 인터내셔널 총괄은 고젝의 성공 배경을 ‘사회적 가치’에 뒀다. 그는 “은행 계좌 없는 인구가 절반인 인도네시아의 고통을 사업 기회로 가져왔다”며 “단순히 오토바이 승차공유 업체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슈퍼앱’ 전략을 처음부터 추구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젝이 인도네시아를 지배한다는 말이 조심스럽지만 전체 사회를 업그레이드해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는 일정 부문 맞는 말”이라고 했다. 리 총괄의 사무실에 놓인 현지 은행 창구 사진은 현지 금융환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지점 수가 부족한 탓에 창구마다 대기 중인 손님들이 줄지어 서 있다. 월급날에는 줄이 더 길어진다. 공과금을 내야 하는 탓이다. 리 총괄은 “인도네시아는 성만 있고 이름 자체가 없는 사람도 많아 계좌 개설부터 문턱이 높다”며 “이런 사람들이 월급날을 기다려 공과금을 내려고 은행에 간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라고 말했다. 월급이 지급되는 일정과 공과금 납부일이 달라 상당수가 과태료를 일상으로 내는 것도 현실이라고 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고젝은 고페이를 통해 일종의 공과금 자동결제 서비스를 시행했다. 월렛 서비스도 시작했다. 리 총괄은 “말 그대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 저축은 꿈도 못 꾸는 일이었지만 웰렛 서비스를 통해 저축이 가능해졌고, 고페이 등의 이용 내역을 통해 개인 신용평가 시스템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파악해 은행·보험 등의 협력회사들과 제휴해 금융교육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고젝의 미래는 은행일까. 사실상 은행의 역할을 하지만 고젝은 은행업 진출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그는 “고젝은 ‘스피드’가 중요하다”며 “은행업 라이선스를 따려면 자본확충을 해야 하는 데 그럴만한 여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 한국 핀테크와 금융사들에는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까. 그는 “인도네시아 진출의 가장 큰 진입 장벽은 규제보다 소비자”라고 잘라 말했다. 낙후한 인도네시아의 금융 환경만 보고 한국의 좋은 시스템과 상품을 이식하면 경쟁력이 있다는 식의 제조업 마인드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네덜란드 식민지 경험을 한 인도네시아는 민족주의가 강하다”며 “동남아시아 시장을 석권한 아시아 우버 ‘그랩’이 인도네시아에서는 고전하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리 총괄은 “선진금융을 선보이기 위해 진출하기보다 소비자가 생활하는데 무엇을 원하는지를 봐야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며 “고젝 역시 앞으로 소비자의 삶을 파고드는 서비스를 계속해서 발굴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카르타=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
승차공유가 쏘아올린 '핀테크 맹아'…P2P·지급결제 새 시장 열다
경제 · 금융 금융가 2020.01.19 17:54:58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는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의 이목을 끈 사건이 있었다. 나딤 마카림(36) 고젝 최고경영자(CEO)가 인도네시아 교육·문화부 장관에 발탁된 것이다. ‘2045년까지 선진국 진입’을 목표로 세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200만 운전자를 교육하고 대규모 일자리를 창출한 고젝의 경험을 인도네시아 인재 육성에 접목하기 위해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고젝의 서비스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지난 2015년 인도네시아 택시기사는 7만~8만명 수준이었지만 현재 4만명으로 줄었다. 대신 고젝 드라이버 10만명을 포함, 고푸드·고페이 등 고젝 파트너를 통해 신규 일자리 200만개가 창출됐다. 고젝이 단순한 차량공유 업체를 넘어 금융과 생활 서비스를 접목한 핀테크 공룡으로 성장하며 창출한 성과다. ◇핀테크 강국 미션…‘불편함을 없애라’=고젝이 이륜차 운전자들과 승객을 연결해주는 호출 서비스에 만족했다면 영향력 있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올라설 수 없었다. 2010년 설립된 고젝이 동남아시아의 우버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데는 모빌리티 영역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주효하게 작용했다. 고젝의 비전은 단순하지만 명확했다. ‘불편함을 제거하라’는 것이다. 배달·물류부터 간편결제에 이르기까지 스무 가지 서비스는 모두 사용자의 불편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 눈에 띄는 점은 개별 서비스들이 각각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기업) 반열에 올라설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태국·싱가포르·베트남·필리핀 등 5개 국가, 210개 도시에 진출했고 중동과 남미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고젝 애플리케이션에서 결제하는 고객이 인도네시아에서만도 2,000만명에 달한다. 정부도 스타트업에 불과했던 고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섰고 고젝은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직업과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앤드루 리 고젝 인터내셔널 총괄은 “고젝 기사들의 급여가 대학을 졸업한 사무직들보다 결코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며 “고젝이 저임금 일자리가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인도네시아 정부 다음으로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회사가 됐다”고 강조했다. 리 총괄은 “오토바이 천국인 인도네시아는 교통 지옥의 불명예를 안고 있었지만 고젝이 사용자의 불편은 물론 사회적 문제 해결에까지 관심을 기울이면서 교통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며 “이제는 은행계좌가 거의 없는 인도네시아인의 불편을 해소하는 데 집중해 지급결제 수단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2억7,000만 인구, ‘금융’을 이해하다=중국이 신용카드 보급 전에 ‘현금 없는 사회’에 진입한 것처럼 인도네시아 역시 중간단계 없는 디지털 발전상을 보여준다. 비디오보다 DVD가 먼저 보급됐고 개인용컴퓨터(PC) 대신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시작했다. 금융도 마찬가지다. 국민 5명 중 3명이 은행계좌를 보유하지 못해 금융 문맹률이 70%를 웃돌고 신용카드 보급은 인구의 4%에 불과한 형편이지만 어디서든 QR코드로 결제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중국·인도·미국에 이은 세계 4위 인구 대국이지만 2억7,000만명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인구가 처음부터 고젝의 성공을 이끄는 발판 역할을 해준 것은 아니었다. 고젝은 척박한 금융환경을 빠르게 개선하면서 금융 서비스의 문턱을 낮췄고 금융 소외계층의 금융 이해도를 높이는 데도 앞장섰다. 고젝에서 오토바이 운전자로 5년째 일하고 있는 루디안토(34)씨는 태어나 은행에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고페이를 통해 돈을 모았다. 최근에는 개인간거래(P2P) 업체를 통해 대출을 받아 자동차를 구입했고 고카(CAR) 운전자로 전직했다. 은행 없이 저축하고 대출받는 금융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에 따르면 2016년부터 시작된 인도네시아 P2P 시장은 꾸준히 성장해 오는 2022년까지 거래 규모가 매년 평균 16.7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동안 전무했던 개인 신용평가 시스템도 구축되고 있다. 고페이 등의 지급결제 이용내역과 월급 수준 등의 데이터가 확보되면서 개인 신용대출 시장이 태동하고 있는 셈이다. ◇핀테크 봇물… 국내 금융사 신시장 개척=고젝의 성장에 고무된 인도네시아 정부도 중앙은행 차원의 핀테크 지원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OJK에 따르면 80여개의 핀테크 업체가 공식 등록돼 있다. 여기에 120여개의 핀테크 스타트업 등이 OJK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고젝은 대형은행도 자극했다. 2018년 기준 만디리은행(Mandiri Bank), BCA, BRI 등 인도네시아 대형 시중은행이 진행하는 핀테크 등 OJK에 등록되지 않은 핀테크 서비스까지 합하면 262개 핀테크가 인도네시아 금융혁신을 이끌고 있다. 핀테크 관련 규정조차 없었던 2017년에 첫 인가를 받은 스타트업이 등장한 인도네시아에서 262개 핀테크 서비스가 상용화됐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특히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 핀테크 기업에 투자된 금액은 1,146억원으로 2018년 전체 투자 규모(2,111억원)의 절반 이상을 이미 달성했다. 국내 유니콘 핀테크가 수년째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한 곳뿐인 것과 비교해 동남아 지역 유니콘 8개 중 4개가 인도네시아 기업이라는 점은 현지 핀테크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실상 핀테크 기업이 ‘은행’을 대체하는 상황에서 국내 금융사 입장에서는 신시장이 열린 셈이다. 우리은행은 우리소다라은행을 통해 인도네시아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린티스세자떼라와 디지털 지급결제 제휴를 맺어 지급결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정운형 우리소다라은행 상무는 “금융 문맹률이 높다지만 인구가 많다 보니 은행을 이용하는 인구 역시 1억명이 넘는다”며 “시장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디지털 금융 경쟁력이 있는 국내 금융사의 진출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KEB하나은행은 네이버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 라인과 신주인수계약을 통해 인도네시아의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를 준비 중이다. 2곳의 현지 인터넷은행의 성과가 미비하다는 점에서 국내 디지털 DNA를 인도네시아에 이식하는 기회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의 경우 아예 현지 핀테크 등 스타트업을 육성해 협업 시너지를 올리겠다는 목표로 지난해 9월 신한퓨처스랩인도네시아를 출범시켰다. 이상진 신한퓨처스랩인도네시아 사무소장은 “아직 영세한 지급결제 핀테크가 많다”며 “지급결제시장이 춘추전국시대라 할 만큼 회사가 난립하고 있지만 이 중 옥석을 가려 시너지를 높이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자카르타)=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
콜롬비아·페루에도 뒤진 韓 핀테크지수
경제 · 금융 금융가 2019.12.30 17:42:00금융당국이 혁신금융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고 인터넷전문은행 인가,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의 혁신금융은 질적 성장 측면에서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언스트앤영(EY)이 평가한 핀테크 도입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67%로 13위에 머물고 있다. EY의 핀테크 도입지수는 조사 대상자가 최근 6개월간 2개 이상의 핀테크 서비스를 이용한 비율을 측정한 것으로 지난 2017년 32%에서 두 배 이상 늘기는 했지만 공동 1위인 중국·인도(87%)는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82%), 콜롬비아(72%), 페루(72%) 등에 비해서도 순위가 크게 밀렸다. 글로벌 시장에서 시장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이른바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핀테크는 수년째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한 곳뿐이다. 글로벌 투자 유치에 여전히 소극적인데다 해외진출 역시 지지부진하다 보니 해외 투자가들의 주목을 받는 핀테크가 등장하는 사례 자체가 드문 것이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규제 샌드박스 도입에 이어 금융 업무를 잘게 잘라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스몰 라이선스 도입을 추진하는 등 눈에 보이는 규제 타파에 상당한 진척을 이뤘지만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그림자 규제로 핀테크 성장의 발목을 잡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부처 내 규제 샌드박스는 활성화됐지만 부처 간 장벽에 가로막혀 여러 부처가 합의를 이뤄야 하는 혁신상품이나 서비스에서는 규제혁신이 이뤄진 사례가 거의 없었다. 정부의 규제 패러다임 변화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단적인 예가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어 탄생했지만 수년째 규제에 발목 잡혀 성장이 지연됐던 1·2호 인터넷전문은행이다. 금융 업계 관계자는 “당국은 케이뱅크 대주주인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가능성 때문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됐다는 핑계를 대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확정판결이 나오지도 않은 공정거래법 위반사항이 고객 자금을 관리·운용하는 은행의 정상영업을 중단시켜버렸다는 점”이라며 “혁신금융의 상징과도 같은 1호 인터넷은행이 국회만 바라보며 허송세월하는 상황에서 혁신적인 플레이어들이 핀테크에 뛰어들 리 없다”고 꼬집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
국경 넘어 핀테크 키우는 韓 금융그룹들
경제 · 금융 금융가 2019.12.30 17:41:10고객 네트워크와 기술 경쟁력을 갖춘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금융권에 진출한 데 이어 ICT·금융을 넘어선 이종산업 기업들도 금융업 진출을 선언하면서 핀테크 전쟁의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정통 금융사들이 유망 스타트업 투자·육성에 적극 나서는가 하면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국내 핀테크 육성 플랫폼을 해외로 수출하며 글로벌 혁신 생태계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은 미국 최대 액셀러레이터인 플러그앤플레이(Plug&Play)와 제휴해 세계 시장을 무대로 성장할 국내 핀테크 기업을 발굴·육성하기로 했다. 플러그앤플레이는 페이팔·드롭박스 등 글로벌 유니콘을 길러낸 회사로 300여개 대기업, 1,100여개 스타트업과 손잡고 투자부터 컨설팅 등을 아우르는 창업 보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유니콘 후보 스타트업을 선정해 미국에서 유력 벤처캐피털리스트 100여곳이 참여하는 기업설명회에 참가하며 이를 통해 플러그앤플레이의 제휴사와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투자 유치 기회도 얻을 수 있다. 금융그룹들이 신남방지역을 중심으로 구축한 동남아시아 네트워크 역시 국내 핀테크의 해외진출을 위한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다. 신한금융은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에 핀테크 육성 플랫폼인 퓨처스랩을 진출시켰고 우리금융은 베트남에 디노랩을 설치해 국내 핀테크의 현지화를 지원하는 동시에 해외 핀테크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초기 기업 육성 모델을 발전시키고 있다. 대형 금융그룹들이 핀테크 지원 범위를 확대할 수 있었던 데는 그간 축적해놓은 모험자본 역량이 밑거름이 됐다. 지난 2015년 출범한 ‘KB이노베이션 허브’가 올 9월까지 선발한 핀테크는 모두 74곳, 투자 규모는 266억원에 달한다. 신한금융지주의 ‘퓨처스랩’, KEB하나은행의 ‘1Q 애자일랩’, 우리은행의 ‘디노랩’, NH농협은행의 ‘NH디지털혁신캠퍼스’, IBK기업은행의 ‘IBK퍼스트랩’, DGB금융그룹의 ‘DGB피움랩’도 이제는 투자와 교육, 인재 채용과 금융 등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하며 기존 금융사의 혁신금융 발전 모델로 자리 잡았다. 특히 KB금융은 KB스타터스 규모가 빠르게 늘자 서울 신논현역에 200평 규모의 핀테크랩 공간을 확보, 내년에 확장이전한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최초로 기업당 10억원 이내로 공모 방식의 직접투자를 시행 중인데 매년 200억원씩 5년간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하나금융도 지난해 말 벤처캐피털 자회사인 하나벤처스를 설립하고 벤처투자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
팀 대항전 시작된 글로벌시장...韓도 '핀테크 연합전선' 급하다
경제 · 금융 금융가 2019.12.30 17:40:35독일의 디지털결제 분야 핀테크인 와이어카드는 글로벌 카드 브랜드인 비자·마스터카드와 협력해 디지털뱅킹 서비스와 모바일지갑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결제 플랫폼과 손을 잡은 덕분에 영국·프랑스·스위스·스페인·오스트리아 등 해외진출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특히 올해 와이어카드는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아 한국과 일본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와이어카드의 발 빠른 영토 확장과 성장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춘 1·2위 결제 플랫폼, 해외시장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협력이 가능한 투자사와 파트너십을 맺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인력이나 자금, 고객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핀테크가 단독으로 해외 사업 확장에 나서는 데는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이다. 핀테크에 이어 아마존·구글 등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빅테크의 금융 진출이 잇따르면서 전 세계는 플랫폼 기업과 금융사·핀테크 등이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팀 대항전을 펼치는 양상이 본격화하고 있다. 매년 급성장하고 있는 핀테크 투자 규모가 그 방증이다. 테크동향조사기관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 2015~2017년 200억달러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던 글로벌 핀테크 투자 규모는 지난해 405억달러로 2배 넘게 성장했다. 2013~2018년 연평균 증가율은 67%에 달한다. 벤처캐피털에 이어 전통 금융사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까지 핀테크 투자에 뛰어들면서 판이 커졌다. 같은 기간 건당 투자 규모도 4배가량 증가했는데 이는 기업 성장 단계상 중후기(mid&late stage)를 넘어선 핀테크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테크자이언트나 기존 금융사로서는 파트너십을 맺을 만한 핀테크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금융업 진출을 위한 다양한 연합전선이 구축되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네이버페이)이 분사 과정에서 증권·운용·보험 등의 금융계열사를 보유한 미래에셋그룹과 손을 잡으면서 금융 업계에는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다. 우선 미래에셋이 ICT 분야 국내 최강자인 네이버와 손을 잡으면서 새롭게 창출되는 혁신금융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나갈 것이라는 두려움이 크다. 또 한편으로는 네이버와 미래에셋이 구축하는 핀테크 생태계에 참여하려는 기존 금융사와 핀테크의 눈치작전도 한창이다. 다양한 상품을 유통해야 하는 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성상 미래에셋 외에도 다양한 금융사들이 금융상품 기획·제조사로 참여해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그러나 글로벌 ICT 기업과 금융사들이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해외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핀테크나 금융사, ICT 기업이 구축한 핀테크 생태계가 국경을 넘어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낸 사례는 거의 없다. 당국의 규제를 피해 인도네시아에서 디지털뱅크 ‘라인뱅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라인과 하나은행의 합작 사례 정도가 손에 꼽힌다. 싱가포르는 세계 최대 핀테크 생태계로 평가받는 런던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핀테크 허브라는 평가를 받는다. 런던에 비해 핀테크 투자에서는 뒤처졌던 싱가포르가 최근 2년간 핀테크 경쟁력을 끌어올린 비결로 전문가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유연한 규제환경 △벤처캐피털과 기존 금융기관의 풍부한 투자(자본) △아세안의 관문으로서 잠재력 높은 시장 △유능한 금융 인재 등 다섯 가지 요인을 꼽는다. 특히 금융, 기술, 규제 인프라가 한곳에 모여 있어 글로벌 확장성이 두드러지는데다 ICT·금융사·당국 등이 생태계 조성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싱가포르 핀테크 생태계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 역시 핀테크와 금융사는 물론 벤처캐피털과 ICT 기업, 금융당국과 국회가 참여해 하나의 핀테크 생태계를 구축하고 생태계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통 금융사와 대형 ICT 기업은 핀테크의 테스트베드이자 자본 공급자로서 제 역할을 하고 벤처캐피털은 해외진출 루트를 마련해주며 당국과 국회는 핀테크 성장의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제거하고 혁신 생태계를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은 “시장 확장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핀테크의 성장이 불가능한데 빅테크와 금융사가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는 있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고 현 규제 수준으로는 글로벌 확장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해외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한 국내 벤처캐피털만으로는 핀테크의 비즈니스모델 확장과 해외진출을 원활하게 지원해줄 수 없어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은영기자 supia927@@sedaily.com -
中, 테크자이언트가 혁신 주도..글로벌 핀테크 톱10 석권
경제 · 금융 금융가 2019.12.25 17:53:35중국 베이징의 한 슈퍼마켓. 손님은 카운터 직원이 묻지도 않았는데 스마트폰을 꺼내 위챗페이 인식기에 갖다 댔고 잠깐 사이에 결제가 끝났다. 한참을 지켜보니 계산할 때 현금을 이용하는 손님은 열 명 중 한두 명뿐이다. 중국은 현금보다 모바일결제를 훨씬 더 많이 한다. 택시요금에서 전기료 등 공과금 지급까지 스마트폰 모바일결제 영역이 끝없이 뻗어 가고 있다. 실제 중국인 90% 이상이 모바일결제 수단으로 알리페이나 위챗페이를 사용한다. 중국 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내 모바일결제 규모는 277조4,000억위안(약 4경6,037조원)으로 전년 대비 36.7% 증가했다. 전체 지불방식에서 모바일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71%에 달한다. 중국 신용카드 시장이 미약한 점도 중국 모바일결제 플랫폼의 성공 요인이다. 일종의 ‘외상’인 신용카드 결제를 위해서는 광범위한 신용조사가 필수인데 대부분의 중국인과는 무관한 일이다. 위조지폐가 많아 현금 사용이 불편한 것도 중간단계로 정보기술(IT)을 이용한 직접지불인 모바일결제 시스템을 발달시켰다. 알리바바·징둥·바이두 등 모기업 방대한 데이터·기술로 성장 견인 정부·지자체 정책 뒷받침도 한몫 5년만에 세계적 핀테크 기업 일궈 모바일결제 비중 71%로 승승장구 중국 모바일결제 시장의 확대로 중국 핀테크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주특기인 결제 플랫폼에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금융상품을 선보이면서 보수적인 전통 은행을 위협하는 존재로 급부상했다. 중국 핀테크는 ‘핀테크 성지’인 유럽과 미국을 누르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미국 업체들이 장악했던 글로벌 핀테크 순위는 최근 몇 년 새 중국 업체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인 KPMG인터내셔널이 발간한 ‘글로벌 핀테크100’ 보고서에 따르면 올 3·4분기 글로벌 핀테크 10위에 선정된 중국 핀테크는 앤트파이낸셜·징둥디지털과학기술·두샤오만파이낸셜 등 3곳이다. 2014년 상위 10위에 진입한 중국 업체가 단 한 곳도 없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적표다. 이처럼 중국 핀테크가 중국 금융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었던 데는 이들 모기업인 테크자이언트의 역할이 컸다. 중국 대표 IT기업인 알리바바(앤트파이낸셜)와 징둥그룹(징둥디지털과학기술)·바이두(두샤오만파이낸셜)의 방대한 데이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금융혁신을 주도한 것이다. 앤트파이낸셜은 알리바바의 빅데이터 기술 노하우를 전수해 모바일결제 플랫폼인 알리페이와 온라인대출 서비스인 마이크로론 등을 잇따라 내놓으며 금융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최근 출범한 앤트파이낸셜의 핀테크 계열사인 ‘즈마신용’도 알리바바의 데이터 기술력이 강점이다. 앤트파이낸셜 관계자는 “즈마신용의 경우 알리바바의 e커머스 거래정보에 협력 공공기관으로부터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출신청자의 신용도를 평가한다”며 “전통적인 신용점수 데이터와 달리 신용카드와 온라인쇼핑 결제뿐 아니라 자금이체, 자산관리, 공공요금 결제, 주택임대 정보, 이사 기록, 사회적 관계 등 익명의 기록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의 ‘규제 프리’ 기조도 중국 핀테크의 성장을 견인했다. 기존 은행이 독점하던 금융시장에 빅테크가 진입하는 것을 허용해 금융혁신을 촉진한 것이다. 신기술이 나왔을 때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은 처음에는 놓아뒀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 규제를 하는 데 가깝다. 경제규모가 거대하고 제도가 많아 일일이 단속하기도 어려운데다 중국 공산당 일당체제를 흔드는 시도가 아니라면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핀테크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중국은 자치시 차원에서도 핀테크 지원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 내 대표 핀테크 특화도시인 베이징시는 지난해 ‘베이징 핀테크 촉진계획 2018-2022’를 발표하고 핀테크 육성방안을 내놓았다. 글로벌 핀테크 혁신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톈진시·허베이시와 함께 수도권 4대 핀테크센터를 구축해 오는 2022년까지 현재 3곳인 글로벌 핀테크를 최대 10곳까지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혁신금융 지원으로 중국 금융시장뿐 아니라 전 업계에서도 생존과 혁신을 위해서는 ‘BATJ(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징둥그룹)’와 이들 핀테크 계열사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분위기다. 이미 중국 유니콘 중 50% 이상은 BATJ와 협업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선젠광 징둥디지털과학기술 부의장은 “미국에서도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 등이 혁신을 주도하고 있지만 금융을 비롯한 다른 업계에 영향에 미치지는 못한다”며 “하지만 중국 BATJ의 혁신 속도는 미국에 비해 훨씬 빨라 수년 후에는 BATJ가 금융권을 넘어 전 산업권을 연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지윤기자 베이징=최수문특파원 lucy@@sedaily.com -
中은행 '협쟁'으로 핀테크 끌어안기
경제 · 금융 금융가 2019.12.25 17:52:02중국 핀테크가 기존 금융권의 판도를 뒤흔들면서 중국 전통은행이 핀테크 끌어안기에 나섰다. 핀테크를 밀어내기보다 협력관계를 맺어 동반 성장하는 ‘협쟁’으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뛰어난 특화 금융 서비스를 보유한 핀테크와 먼저 손잡고 신규 사업 분야를 선점하는 것이 중국 은행들의 숙제가 됐다. 보하이은행은 핀테크와의 협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 2017년 보하이은행은 중소 핀테크인 360파이낸셜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포용금융 상품 개발에 돌입했다. 360파이낸셜이 보유한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모델을 바탕으로 신용정보가 부족한 농민 대상의 대출상품을 선보이면서 농민대출 분야로 영역을 확대해 농촌대출 특화 은행으로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됐다. 이어 보하이은행은 데이터 영역을 넓히기 위해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과 제휴했다. 이에 따라 보하이은행이 앤트파이낸셜의 고객대출 자금 80%를 부담하고 앤트파이낸셜이 고객 데이터를 보하이은행에 제공한다. 광다은행도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해 일찌감치 핀테크와 공조관계를 구축했다. 광다은행은 지난해 알리페이와 핀테크 공동 연구소 설립을 위한 제휴를 맺고 데이터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하기로 했다. 중국 5대 은행들도 새로운 금융 서비스 출시를 위해 핀테크와의 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건설은행은 앤트파이낸셜, 공상은행은 징둥닷컴, 농업은행은 바이두, 중국은행은 텐센트, 교통은행은 쑤닝홀딩스와 각각 업무협약을 체결해 생활밀착형 금융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지윤기자 lu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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