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독] 네이버, UGC에 검색·커머스 연결한 'AI SNS'…구글·메타와 정면대결
산업 IT 2025.07.20 18:03:27“네이버는 사용자제작콘텐츠(UGC)와 검색·상거래 연계를 통해 구글과 차별화해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인공지능(AI)에서도 네이버만이 지닌 UGC·상거래 데이터의 힘을 믿습니다.” 지난달 실리콘밸리 특파원단과 만난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북미에서 가장 하고 싶은 것도 사용자 데이터와 상거래”라고 강조했다. 챗GPT 등 기초 AI 모델로 빅테크와 경쟁하기는 힘들더라도 UGC·상거래 빅데이터만 확보한다면 네이버가 26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더해 특화 AI로 승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네이버가 준비 중인 북미 특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싱스북(ThingsBook)’은 현지 UGC 데이터 확보를 위한 무기다. 19일(현지 시간) 실리콘밸리 테크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싱스북을 “화려한 사진과 팔로어 숫자에 집중하는 기존 SNS와는 다른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이들을 위한 ‘개인 박물관’”이라며 “물건과 경험을 수집하고 정리해 블로그처럼 기록하고 시각적으로 매력적인 방식으로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네이버 블로그처럼 ‘깊이 있는 콘텐츠’를 나눌 수 있는 SNS라는 의미다. 실제 싱스북은 네이버 블로그를 인스타그램 같은 시각 특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전환한듯한 사용자경험(UX)을 보여준다. 팔로·팔로어 수 대신 게시물·좋아요·댓글 수가 나타나는 점도 블로그를 연상하게 하는 요소다. 싱스북은 각 계정에 책·영화·달력과 가로·세로 콘텐츠 등 5개 화면을 제공한다. 여행기, 요리법, 체험기, 각종 후기 등을 나누는 카테고리를 마치 책장 속 책처럼 보여주고 영화 리뷰는 DVD 케이스처럼 정리해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식이다. 달력 페이지에서는 각 일자별 포스트를 달력 속 일정처럼 확인할 수 있어 여행기 등을 일정대로 따라가기 좋아 보인다. 가로·세로는 전체 콘텐츠를 카드처럼 정리해 ‘스와이프’로 손쉽게 훑어볼 수 있는 기능이다. 색감과 디자인은 Z세대가 열광하는 틱톡·스냅챗을 떠올리게 한다. 싱스북은 북미 Z세대를 주 사용자층으로 겨냥하고 있다. 한국 Z세대에 블로그가 인기인 만큼 북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당시 이 의장은 “블로그가 오래됐지만 10~20대에게는 생소하고 처음 보는 서비스”라며 “SNS도 패션처럼 모두가 사용하면 쓰기 싫어지는 유행 사이클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외향은 Z세대 특화 SNS이지만 내부는 네이버 블로그처럼 사용자 스스로 작성한 질 높고 진솔한 콘텐츠로 차 있다. 이는 싱스북이 수집할 데이터의 가치가 높음을 의미한다. 최근 AI계는 학습 데이터 고갈로 고민이 크다. 인터넷에 공개된 ‘정형화’ 데이터를 모두 학습해 AI 합성 데이터로 AI를 훈련시키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이 자발적으로 활발히 콘텐츠를 올리는 UGC 데이터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구글·오픈AI 등이 북미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과 거액의 데이터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 의장은 레딧의 위상이 높아졌다며 “과거에는 UGC가 신뢰하기 힘든 질 낮은 데이터라 봤지만 이제는 AI 학습에 굉장히 유용한 데이터로 인식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싱스북이 노리는 콘텐츠 방향성에서는 상거래화 의도가 느껴진다. 출시와 함께 활동할 앰배서더로 ‘피규어·레고·트레이딩카드·스니커즈·LP·와인·자동차·스타워즈·마블 등에 열정 있는 자’를 원했다. 모두 마니아층이 확고한 동시에 중고 거래가 활발한 영역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2023년 인수한 북미 중고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최근 미국 스톡엑스와 합병한 한정판 리셀 플랫폼 크림 등과 연계가 예상되는 지점이다. 싱스북 포스트와 상거래 플랫폼을 광고·직링크 등으로 직결하는 방식 등이 떠오른다. 이 의장은 “네이버가 왜 중고 거래 플랫폼을 인수하냐는 의문이 있지만 상거래 데이터 확보를 위함”이라고 했다. 이미 확보한 북미 상거래 데이터에 싱스북의 UGC 데이터를 더하겠다는 구상이다. UGC·상거래 빅데이터는 궁극적으로 AI 개발을 뒷받침한다. 이 의장은 “검색 엔진도 초기에는 알고리즘 경쟁이었으나 상향평준화 이후 차별화 데이터 싸움이 됐고 AI도 그럴 것”이라며 “한국 AI 기술력이 미국·중국보다 부족하지만 UGC와 상거래 등 특정 분야 소버린 AI로는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네이버는 이미 AI 개발에 UGC를 적극 활용 중이다. AI 에이전트가 대표적이다. 네이버는 2027년까지 검색부터 예약·결제까지 모두 가능한 통합 AI 에이전트를 선보일 방침이다. “제주도에서 세 살 아이와 함께 갈 식당 추천해줘”라고 명령하면 AI가 블로그 내 제주도 식당 후기를 종합 분석해 맥락·취향에 맞는 장소를 추천해주는 식이다. UGC 콘텐츠를 영상으로 변환하는 AI도 연내 공개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싱스북을 시작으로 북미를 비롯한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기업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철학을 지닌 이 의장이 연초 경영 일선에 복귀한 후 발걸음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주택공사와 전략적 합작법인(JV) ‘네이버 이노베이션’을 설립하고 중동 현지 슈퍼앱 구축과 디지털 트윈 사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태국 AI·클라우드 기업인 ‘시암 AI 클라우드’와는 연내 태국어 특화 관광 전문 AI 에이전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엔비디아와 컨소시엄으로 모로코에서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
머스크도 인정한 업스테이지…'솔라 프로2' 성능 세계 12위
산업 IT 2025.07.20 18:01:48업스테이지의 최신 대규모언어모델(LLM) ‘솔라 프로2’가 글로벌 인공지능(AI) 분석 기관으로부터 성능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로써 솔라 프로2는 엑스에이아이(xAI)의 ‘그록4’, 오픈AI의 ‘챗GPT’, 앤트로픽의 ‘클로드’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특히 xAI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관련 소식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하며 더욱 큰 주목을 끌었다. 2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업스테이지의 솔라 프로2는 글로벌 AI 분석 기관 ‘아티피셜애널리시스’의 ‘지능 지표(Intelligence Index)’에서 58점을 획득해 전체 12위를 기록했다. 기업 기준으로는 업스테이지가 전 세계 상위 10위권에 포함됐으며 이는 한국 기업 중 첫 사례다. 또 아티피셜애널리시스는 해당 지능 지표를 발표하며 자사 SNS를 통해 업스테이지의 솔라 프로2를 직접 소개했다. 아티피셜애널리시스는 SNS 게시물에서 “솔라 프로2는 310억 개의 매개변수를 보유하고 있는 모델로 크기에 비해 놀라운 성능을 보여준다”면서 “‘생각’ 모드에서는 ‘클로드4 소넷’에 근접하는 지능을 갖춘 동시에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해당 게시물은 19일 머스크가 직접 공유하면서 솔라 프로2의 탁월한 성능에 대한 평가가 전 세계로 확산됐다. 머스크는 솔라 프로2의 성능을 호평한 게시물을 인용하면서도 “xAI의 그록은 여전히 1위이며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언급해 자사 모델의 우위를 강조했다. 아티피셜애널리시스는 이전 게시물에서 솔라 프로2를 ‘가장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모델’로 선정한 반면 그록4는 ‘가격 경쟁력이 가장 낮은 모델’로 평가한 바 있다. 머스크는 이러한 평가를 의식한 듯 성능 측면에서는 여전히 우위에 있다는 것을 부각하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업스테이지는 이번 평가를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인정받는 한국 대표 AI 기업으로 부상했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SNS를 통해 “공신력 있는 글로벌 모델 평가 기관의 지표에 등록되면서 솔라 프로2가 글로벌 주요 LLM보다 좋은 성능을 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머스크가 게시물을 공유하면서 더욱 많이 홍보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
[단독] 이해진 승부수… 네이버 '美 특화 SNS' 낸다
산업 IT 2025.07.20 17:44:58네이버가 구상·기획 단계부터 철저히 북미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플랫폼을 조만간 공개한다. SNS 플랫폼의 명칭은 ‘싱스북(ThingsBook)’이다. 국내 네이버 블로그 등을 통해 수익화에 성공한 사용자제작콘텐츠(UGC) 운영 경험을 SNS 플랫폼에 이식해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겠다는 구상이다. 19일(현지 시간) 실리콘밸리 테크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미국 자회사 유허브가 올 9월을 목표로 싱스북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미 5월 미국에 싱스북 상표등록을 마쳤으며 현재 싱스북에서 인플루언서로 활동할 ‘앰배서더’를 모집 중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유허브 주도로 신규 UGC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라며 “미국 현지 사용성을 고려할 계획”이라고 했다. 싱스북은 네이버 블로그와 이미지 중심의 SNS를 결합한 형태다. 블로그에 흔히 보이는 책·영화·음악·여행 등 취미 활동 포스트를 각 사용자 계정에 한데 모은 후 Z세대에 어울리는 감각적 사용자경험(UX)으로 마감했다. 친구 또는 선호하는 블로거의 계정을 팔로하면 사진보다 깊이 있는 포스트를 인스타그램처럼 볼 수 있는 구조다. 네이버가 ‘글로벌 네이티브’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처음이다. 라인·밴드·웹툰 등은 모두 한국에서 첫선을 보인 후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이들과 달리 싱스북을 북미에서 먼저 내놓는 것은 한국과 동아시아권 대비 부족한 북미 UGC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시작부터 현지화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해진 네이버 의장은 올 6월 네이버벤처스 출범식에서 실리콘밸리 특파원단을 만나 “최근 UGC가 인공지능(AI)에 굉장히 유용한 데이터로 주목받고 있다”며 “미국 내에서 UGC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고 밝힌 바 있다. 포시마크·크림 등 상거래 플랫폼과의 연계도 이뤄질 전망이다. 블로그는 ‘취미’ 기반 포스팅이 대부분이어서 중고 거래와 시너지를 낼 요소가 많다. 당시 이 의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하고 싶은 사업은 상거래로, 글로벌 상거래 데이터를 위해 포시마크·왈라팝을 인수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특장점인 UGC·상거래 빅데이터 기반 특화 AI라면 빅테크와의 경쟁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다. -
[로터리] AI시대 올바른 부모의 역할
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2025.07.21 00:00:00인공지능(AI) 시대가 빠르게 열리고 있다. 기술은 인간의 지식과 노동을 대체하고 있고 AI의 확산은 교육과 경제, 노동 등 모든 분야의 질서를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 두말할 것 없이 AI는 새로운 성장의 발판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AI를 쓰는 계층과 그렇지 않은 이들 사이의 격차 확대와 인간성 훼손의 위협이 있다. SWOT 분석으로 보면 AI 시대의 특성이 눈에 더 잘 들어온다. AI 시대의 ‘강점(Strengths)’은 빠른 업무 처리와 시간 절약, 정보 접근성 확대를, ‘기회(Opportunities)’는 맞춤형 교육과 각종 격차 해소, 단순 반복적인 업무에서의 해방 등을 들 수 있다. ‘약점(Weaknesses)’은 AI 확산에 따른 감정과 윤리적 판단의 결여를 꼽을 수 있다. ‘위협(Threats)’은 기술과 이를 활용하는 능력 격차에 생존이 달려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관건은 AI를 어떻게 쓸 것이냐다. AI에서 시작되는 거대한 변화를 기회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불평등과 단절의 확대로 갈 것인지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준비의 출발점이 가정이라는 점이다. AI 시대 부모는 더 이상 정보의 단순 전달자가 아닌 자녀의 삶을 함께 설계하는 조력자이자 멘토가 돼야 한다. AI가 어떤 질문에도 답할 수 있는 시대에 부모는 자녀가 “왜”라고 묻고 스스로 사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정답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발견하고 해법을 탐색하는 자기 주도성을 기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AI에 질문을 던지는 힘은 인간만이 갖고 있다. 얼마나 좋은 질문이 나오느냐는 평소의 생활 습관과 태도에서 나온다. 새로운 것을 추구하면서 자신만의 주관을 바탕으로 비판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회복 탄력성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부모가 자녀 곁에서 창의적인 생각과 합리적 판단을 돕고 실패를 의미 있는 배움으로 바꿀 수 있게 응원해줘야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4C 역량’은 AI 시대에도 핵심적인 요소다. 구체적으로 △창의성(Creativity)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소통(Communication) △협업(Collaboration) 등은 AI 시대, 인간이 AI를 앞설 수 있는 부분이다. 이 네 가지는 가정 안의 대화와 놀이, 경험, 공감에서부터 시작된다. “가정은 첫 학교, 부모는 첫 스승”이라는 말은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AI를 멀리한 채 가족 간의 관계와 학습에만 몰두하라는 뜻은 아니다. 되레 AI를 활용해 가족의 삶을 풍요롭게 하면서 ‘4C’ 역량을 더 키울 수 있는 길이 많다. AI가 없었을 때보다 시간은 아끼고 가족 관계는 더 좋아질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AI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기술을 활용한 놀이 속에서 아이들이 주체적인 사고의 틀을 갖추고 인간과 AI가 공존하는 미래를 대비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있다. AI 시대의 부모는 아이들보다 먼저 배우고 모르는 것을 자녀와 함께 탐색하는 평생 학습자가 돼야 한다. AI 시대 기술의 홍수에 파묻혀 아이들이 사회에서 뒤처지게 할 것인가, 아니면 주도적으로 AI를 활용해 국가와 경제에 이바지하는 인재로 키울지는 부모의 선택과 태도에 달려 있다. 지금은 부모가 이에 응답해야 할 시간이다. 부모의 대응에 따라 아이들의 미래가 달려 있다. -
AI 반도체 상위 5%가 이익 독차지…"민관 원팀으로 표준 선점해야"[다시, KOREA 미러클]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7.20 18:11:50‘1590억 달러 VS 50억 달러.’ 지난해 상위 5% 반도체 기업의 이익과 중위 90% 기업이 창출한 이익이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시장을 주도하고 선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첨단산업으로 갈수록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시장의 ‘룰세터(규칙 설립자)’ 지위를 이어가기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산업이 창출한 전체 이익을 엔비디아와 TSMC·SK하이닉스(000660)·브로드컴 등 상위 5% 기업(연간 매출 기준으로 산정)이 휩쓴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5% 기업이 차지한 경제적 이익은 1590억 달러에 달했고 중위 90% 기업의 이익은 50억 달러에 그쳤다. 하위 5% 기업들은 오히려 37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상위 5% 기업이 전체 반도체 시장이 창출한 경제 이익(1470억 달러)을 웃도는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다. 시장 판도가 바뀐 것은 불과 2~3년 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2021년~2022년)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인해 중위 90% 기업들이 가져간 경제적 이익은 연간 300억 달러를 웃돌았다. 기업당 평균 이익으로 환산하면 1억 3000만 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AI 반도체 붐이 일기 시작한 2023년 이들 기업의 평균 이익은 3800만 달러로 급격히 내렸다. 지난해에는 1700만 달러까지 하락하며 2년 만에 88%가량 이익이 줄었다. 승자독식 구도가 형성되는 것은 신규 반도체 제품의 표준을 선두 업체가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있던 제품의 경우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먼저 표준을 만들고 이에 맞춰 업체들이 제품을 개발하지만 전혀 다른 규격의 반도체는 진입 업체가 앞장서 표준을 정립한다. 새로 열리는 시장에서 ‘룰 메이커’ 역할을 하면서 후발 주자들의 진입을 막을 특권이 주어지는 셈이다. 예를 들어 SK하이닉스가 2013년 처음 개발한 고대역폭메모리(HBM) 1세대의 경우 개발과 표준 정립이 동시에 진행됐다. 최근 엔비디아가 개인용 AI 슈퍼컴퓨터 대중화라는 목표를 앞세우고 추진하고 있는 특수 D램 모듈인 소캠(SOCAMM)도 특정 업체가 독자 메모리 표준을 만든 대표적인 사례다.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이 고객의 요구 사항이 반영된 칩을 맞춤형으로 생산하는 방식으로 바뀐 만큼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메모리 업계에서 제2, 제3의 HBM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시작으로 AI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로서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가 유일한 옵션으로 취급받지만 경량화와 저전력 구현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는 만큼 반격의 기회는 열려 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는 발열은 낮지만 속도는 비교적 빠른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프로세싱인메모리(PIM), 저전력압축메모리모듈(LPCAMM) 등의 수요를 눈여겨보며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CXL의 경우 HBM과는 반대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보다 신제품 개발 속도가 빨라 새로운 형태의 경쟁 판도가 펼쳐질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AI 반도체 산업의 승자독식 구도에서 살아남으려면 대만이 민관 원팀 체제로 40년간 반도체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왔듯 자금·생태계 조성 면에서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세액공제 중심에서 보조금이나 지분 투자 등 보다 적극적인 방식의 금전 지원책이 거론된다. 또한 국산화가 어려운 기술 등에 대해서는 해외 기업 연구개발(R&D) 센터를 유치해 국내 반도체 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드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은영 삼일PwC 경영연구원 상무는 “AI 반도체에 활용되는 부품들의 국내 역량이 제한적”이라며 “R&D 투자·기술력·인력·투자유치 부분이 모두 부족해 악순환의 고리를 깨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늘의 핫토픽
이시간 주요 뉴스
영상 뉴스
서경스페셜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