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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정책 이대로 좋은가] 제주 ‘계절근로자’ 늘려 불체자 고용 악순환 끊는다
사회 사회일반 2019.03.21 17:37:34법무부 산하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늘어나는 불법체류자 현황을 개선하기 위해 ‘계절근로자’ 제도 확대에 나선다. 계절근로자란 농산물 재배 기간에만 2~3개월 일시적으로 취업해 일할 수 있는 제도다. 현재 충청권 등에서는 이미 활성화됐는데 일손이 부족한 제주도 농장들에도 계절근로자 제도가 확대되면 불법체류자 고용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21일 법무부에 따르면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은 계절근로자 제도를 확대하기 위해 다음달 중 연구용역을 의뢰할 예정이다. 올해부터 영농조합법인에 계절근로자를 처음 도입한 데 이어 활성화 및 확대를 위해 지역별로 얼마큼 인력이 필요한지 등을 파악하고 골고루 배분하기 위해서다. 강영우 제주출입국외국인청 관리과장은 “연구용역을 통해 큰 틀을 잡은 뒤 올해 내로 제도개선을 완료할 것”이라며 “제주 농장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불법체류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게 핵심”이라고 밝혔다. 현재 제주도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는 한 달간 비자 없이 입국할 수 있는 무사증제도를 이용해 드나들며 불법으로 일한다는 지적이다. 또 범죄를 저지른 것은 없지만 체류기간 경과로 인해 불법체류자로 빠지는 지름길이 된다는 문제점도 있어 왔다. 아울러 기존에 제주도는 외국인 노동자를 합법고용하려면 고용허가제에 따라 통상 3년간 고용을 보장해야 해 계절별로만 인력이 필요한 영세농업인들에게 부담이 컸다. 강 과장은 “제주도는 특히 각 감귤농장에서 재배한 귤을 한곳에 모아 크기별로 선별해 포장하는 ‘선과장’ 등에 일손이 많이 부족해 불법체류자를 일시 고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이민학회 연구에 따르면 연중 밭농사, 과실 수확 등 계절성 농업을 시행하는 제주도의 특성을 고려하면 제주도에 필요한 계절근로자 총 소요 인력은 173만4,495명이나 된다./제주=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
[외국인정책 이대로 좋은가]제주도민 100명중 2명이 불체자인데..."이들 없으면 농장도 멈출 판"
사회 사회일반 2019.03.21 17:36:383년 전 네팔에서 제주도로 온 산디프(26)씨는 농장주인 최선철(50)씨를 “아버지”라고 부른다. 이 둘은 제주시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한 알로에농장 ‘자연드림’에서 2년째 함께 일하고 있다. 산디프씨의 친아버지가 최씨와 동갑이라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다지만 그보다는 둘 사이에 신뢰와 친분이 쌓였음을 보여준다. 최씨는 산디프씨를 비롯해 수러저(31)씨까지 2명의 네팔인을 합법고용해 일을 시키고 있다. 이 둘은 매달 꼬박꼬박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과 숙식을 제공받는다. 수러저씨는 “최근 고향에 있는 아내가 출산을 앞둬 유급으로 휴가도 다녀왔다”고 말했다. 최씨는 “문화 차이로 아직도 어려운 점이 많지만 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가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방문한 제주드림 농장은 제주도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합법고용하고 잘 어울리기까지 하는 드문 경우였다. 산디프씨도 한국에서의 첫 직장은 상황이 좋지 못했다. 이전에 제주의 한 파프리카농장에서 일한 그는 6개월치 월급을 받지 못해 고용노동부에 미지급 급여 제소를 통해 어렵게 돈을 받아내야 했다. 산디프씨는 “태국인·인도인·중국인 등이 주로 있었다”며 “이들도 임금체불을 겪었지만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고용부에 신고하지 못하고 결국 농장을 도망쳐 나갔다”고 말했다. 제주도 내 불법체류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제주도 거주 불법체류자는 1만3,766명이다. 전체 도민이 66만명이니 100명 중 2명꼴이다. 이는 2,000여명이었던 2014년과 비교하면 5년 만에 6배나 급증한 것이다. 국내 불법체류자는 약 35만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0.7%인데 제주도는 이보다 3배나 높은 셈이다. 이런 가운데 불법체류자를 알선하는 브로커들이 수시로 경찰에 붙잡히면서 불법체류자에 대한 제주도민들의 인식이 악화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체류자가 늘어난 만큼 중소기업들은 이들 없인 운영이 사실상 어려운 지경이 돼버렸다. 불법체류자 이슈를 두고 제주도는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이처럼 몇 년 새 불법체류자들이 크게 늘어난 원인으로는 제주도의 ‘무사증 제도’가 지목된다. 무사증 제도란 외국인이 한 달 동안 비자 없이 국내에 체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관광객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지난해 4월 예멘에서 난민 500여명이 제주도에 무사증 제도를 통해 들어와 난민신청을 하면서 기존 취지와 달리 난민뿐 아니라 불법체류자들도 이 제도를 악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제주출입국외국인청이 강제퇴거명령을 내린 외국인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강제로 퇴거한 외국인은 2,079명으로 2017년(1,410명)과 비교해 50% 가까이 늘었다. 지난해 불법체류자로 단속된 2,112명 중 대부분이 떠난 것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어느덧 불법체류자가 없이는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이후 침체된 경기마저 살려내기 힘들 정도라는 얘기가 나온다. 제주시 소재 중소기업인 C종합건설의 직원 홍모씨는 “건설현장에 보통 60여명의 인부가 있는데 그중 30명이 불법체류자로 보이는 중국인”이라며 “다른 30명은 50~60대 한국인 남성인데 중국인 없이는 건물 세우는 일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제주시 노형동의 한 대형 빌딩 건설현장 바로 옆에는 불법체류자들이 일부 모인 것으로 알려진 인부들의 기숙사가 자리 잡았다. 30명은 족히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기숙사 앞에서 만난 한 외국인은 “이곳에 사느냐”는 기자의 질문을 회피하고 곧바로 자리를 떴다.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고용주도 “어쩔 수 없이 일을 시킨다”는 입장이다. 제주시 화북공단에 위치한 D공업의 대표이사는 “주로 합법 체류하는 외국인을 고용하려 하지만 (일이 급할 땐) 불법체류자들도 고용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같이 중소기업들이 불법체류자 고용을 늘리게 된 것은 2010년대 중반 중국인 투자가 들어와 건설경기 붐이 일어났다 가라앉은 후부터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드 보복 이후 관광객이 끊긴 것은 물론 부동산 투자도 줄어 기업들이 기존의 매출과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인건비를 줄였다는 것이다. C사 직원인 홍모씨는 “한국인은 일당 15만~20만원을 줘야 한다면 불법체류자 등 외국인 노동자는 10만원 아래로 주고 일을 시킨다”며 “절반만 주고 같은 일을 시키는데 당연히 고용주 입장에서는 불법체류자를 쓸 이유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도출입국외국인청이 적발한 불법취업자 외국인 1,202명 중 524명이 건설현장에서 일을 했다. 건설경기 붐이 가라앉기 시작한 2016년에는 437명이 적발돼 전년(143명) 대비 3배 정도 올랐다. 일부 제주도민들 사이에서는 늘어나는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고 있다. 특히 중국인 불법체류자에게 일자리를 알선하는 브로커들이 수시로 경찰에 붙잡히면서 불법체류자들에게도 낙인효과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14일 하루 일을 끝내고 중국인들이 모여 술자리를 주로 갖는 제주시 동문시장에는 아예 한국인을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홍모씨는 “일반 제주도민은 중국인 등 외국인과 아예 소통이 없고 무서워서 피하게 된다”며 “제주도는 한국인과 외국인이 둘로 나뉜 세상”이라고 씁쓸해했다. /제주=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
[외국인정책 이대로 좋은가] '예멘 사태'로 홍보됐나?...제주 난민 신청 급증
사회 사회일반 2019.03.21 17:36:29지난해 4월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가 발생한 지 1년 가까이 된 현재 제주에는 중국과 인도 등에서 온 난민신청자들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난민신청을 한 예멘인 551명 중 130여명도 제주도에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예멘 사태 당시 현장을 뛰어다니며 난민신청자들을 돌보고 관리해온 시민단체는 늘어나는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인식을 우려하며 난민에 대한 관심과 교육이 더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20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14~2018년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은 2,379명이다. 특히 지난해 예멘 난민 사태가 이어지고 전 세계가 제주도에 이목을 집중하게 되면서 1년 동안 1,227명이 난민신청을 했다. 2014~2017년은 200~300명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 난민신청자는 국가별로는 예멘이 551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중국 429명, 인도 127명, 몽골 32명, 파키스탄 17명, 기타 71명 등이다. 이어 예멘 난민 사태 발생 당시부터 예멘인들을 지원하고 있는 천주교 시민단체 나오미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난민신청을 했던 예멘인 중 130여명이 여전히 제주도에 남아 있으며 이 가운데 51명은 난민으로서 체류허가를 받기 위해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다. 김상훈 나오미 사무국장은 “제주도에서 500명이 난민신청을 했다는 소식에 미국·독일·일본과 남미·아랍권 국가들도 모두 취재를 하러 와 난민신청을 원하는 사람들이 뉴스를 보고 기회로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및 제주출입국외국인청과도 긴밀히 협력하며 난민 사태를 챙겨온 나오미센터는 지금도 예멘인 등 난민신청자 30~40명에게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고 있다. 나오미센터는 불법취업을 하지 않고 한국어교실을 빠지지 않고 참여한다는 두 가지 원칙만 지키면 난민신청자에게 기숙사를 내주고 있다. 난민신청자를 위한 나오미센터 기숙사는 제주시에 총 6곳이 있다. 하지만 김 사무국장은 시민단체로서의 한계도 있음을 지적했다. 보호 받기 힘든 난민신청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난민 수용 여부 설문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 절반 이상이 반대한 것은 그렇다 해도 20대의 반대가 66%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던 것은 매우 안타깝다”며 “난민 이슈를 ‘문제’로만 규정하지 말고 ‘미래’라고 보는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영우 제주출입국외국인청 관리과장은 “예멘 난민 사태 이후 지난해 6월부터는 난민신청자에 대한 출도를 제한하면서 난민신청이 크게 줄었다”며 “올해 1~2월은 총 24명만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제주=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
불법체류자 범죄피해 신고땐 강제추방 곧바로 못하는데...
사회 사회일반 2019.03.19 17:43:42‘출입국 통보의무 면제제도’가 도입된 지 6년이 됐지만 현장에서는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시행된 출입국 통보의무 면제제도는 불법체류자가 범죄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할 경우 불법체류자 신분이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통보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대상이 되는 범죄유형은 형법상 살인, 상해·폭행, 과실치사, 유기·학대, 체포·감금, 협박, 약취·유인, 강간·추행, 권리행사방해, 절도·강도, 사기·공갈 등이다. 특별법상 범죄는 폭력행위등처벌법·성폭력범죄의처벌법·교통사고처리특례법·성매매알선등행위처벌법·직업안정법 등이 포함된다. 주로 생명·신체·재산 등 개인적 법익에 관한 범죄에 해당한다. 피해자가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출입국 관리사무소가 곧바로 추방하지는 않는다. 법무부는 성폭행이나 성매매 피해여성, 소송, 임금체불 등을 겪는 불법체류자에게 G-1 비자를 발급해주고 있다. 해당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최소한의 체류를 허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는 물론 담당 수사관들도 해당 제도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신고를 접수한 수사관이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체류 신분을 통보해 추방되는 불법체류자들도 잇따르고 있다. 불법체류자들의 범죄피해 신고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이유다. 지난 2월 기준 전체 인구 대비 불법체류자 비중이 2%로 전국 평균 대비 3배나 높은 제주도는 지난달부터 제주공항 입국심사장과 출구에 배너를 설치하며 제도 홍보에 나섰다. 입국심사대에도 안내문을 비치하고 외국인들의 억울한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취지다. 김지한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 사무국장은 “불법체류자 신분 때문에 범죄피해 신고를 하지 못하면 또 다른 범죄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외국인 인권보호의 사각지대를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
[외국인 정책 이대로 좋은가] 이주 여성들...성폭력 피해 10명중 7명 신고안해
사회 사회일반 2019.03.19 17:42:52대구에 사는 베트남 이주여성 S씨는 한국인 남편에게 상습적으로 구타당했다. 그러나 두 번 정도 경찰에 신고한 후에는 참고만 살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매번 남편에게 “동네 민원이 들어오니 부인에게 잘해주라”고 타이르기만 하고 돌아갔기 때문이다. 이후 S씨는 지인의 도움으로 이주여성 쉼터에 입소했다. 쉼터 관계자는 S씨가 입소하며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쉼터조차도 경찰이 안내해주지 않았다”고 억울해했다고 전했다. 이주여성들이 취약한 체류 지위에 성범죄 노출 가능성까지 높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문제는 이들을 보호해야 할 수사당국이 피해자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이주여성은 수사기관에 피해 사실을 알리기를 꺼리는 것은 물론 주변 압박에 못 이겨 형사 고소를 취하하는 등 사법접근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016년 여성가족부의 ‘이주여성의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여성의 경우 성폭력을 당하고도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가 68.2%에 달했다. 그 이유로는 불법체류 신고의 두려움이 47.4%(복수응답), 실직 우려가 36.8%, 사회적 시선이 31.6%, 한국어 부족이 21.1%로 꼽혔다. 이 같은 사유로 이주여성들은 피해 사실 신고에 소극적이지만 운 좋게 사법 절차를 밟더라도 이주여성은 또 다른 장애물과 마주한다. 한국어에 취약하고 사회적 네트워크가 전무하다 보니 주변 권유에 못 이겨 고소를 취하하는 등 정당한 사법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인 남편의 가정폭력을 피해 주거지를 원룸으로 옮긴 베트남 이주여성 F씨는 한국인 집주인에게 성폭행당했다. 이후 F씨는 즉각 경찰에 신고하고 집주인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하지만 F씨는 집주인에게 단돈 100만원을 받는 선에서 합의했다. 담당 검사가 “집주인 재산이 거의 없으니 합의하는 게 낫다”며 설득했기 때문이다. 신영숙 전국이주여성쉼터 대표는 “한국 사정에 어둡다 보니 이주여성들은 합의 과정에서 불이익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수사기관의 여성 폭력 및 지원제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주여성의 가정폭력을 단순 부부싸움으로 대응하고 적절한 지원제도로 연결해주지 못하는 현실이 화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신 대표는 “경찰은 말이 통하는 한국인 남성의 말을 듣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경찰의 피해자 감수성을 높이는 교육과 제도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
[외국인 정책 이대로 좋은가]통계조차 없는 외국인 대상 범죄..."8만여명 사각지대서 신음"
사회 사회일반 2019.03.19 17:40:37“한국인 사장님 아들이 느닷없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발과 주먹으로 마구 때렸습니다. 갈비뼈도 부러졌습니다.” 미얀마 이주노동자 M씨는 얼마 전 한국인 고용주 아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M씨는 고용허가제 노동자로 그의 한국 체류 여부는 고용주 손에 달려 있다. ‘을’인 M씨에게 고용주와 아들의 폭행·폭언 같은 갑질은 일상이었다. 폭행 사건 후 그는 심지어 불법체류자로 전락해 출입국보호소에 10개월가량 구금되기도 했다. 추가 폭행이 두려워 달아났다가 고용주가 사업장 이탈로 신고한 것. 범죄피해자로서 경제·심리적 지원도 받지 못했다. 반면 가해자인 아들은 불기소 처분됐다. M씨에게 잘못이 있다면 낯선 땅 한국에서 일한 것뿐이었다.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각종 범죄 등에 노출된 외국인들이 신고는 물론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범죄피해자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범죄피해자지원센터를 통해 지원받은 외국인 범죄피해자는 133명에 달했다. 지난 2016년 91명, 2017년 111명에 비해서는 소폭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전체 범죄피해자 지원 인원이 1만여명에 달한 것에 비춰볼 때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인구 대비 국내 체류 외국인 비중인 4.6%와 비교하더라도 이 수치는 매우 낮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이주노동자·결혼이주여성 등 체류 지위가 불안정한 외국인은 늘 범죄에 노출돼 있다. 일부 외국인의 잔혹한 범죄와 이를 과장해 묘사하는 영화 등 대중매체를 통해 외국인은 ‘예비 강력사범’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상은 반대다. 오히려 외국인 근로자들이 폭행과 사기 등 각종 범죄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 가운데 살인·폭행·성폭력 등 강력범죄 비중은 96%에 이른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이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경우는 2016년 4만1,004명으로 정점을 찍고 2017년과 2018년 각각 3만3,905명과 3만4,832명을 기록해 하향 안정세다. 더구나 같은 기간 국내 체류 외국인 수가 8.6% 증가한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는 줄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내국인에 비해서도 범죄 가능성이 낮다. 2017년 기준 내국인 대비 외국인 범죄자 비중은 2%에 그쳤다. 한국에서 범죄 100건이 발생할 때 외국인 범죄는 2건이라는 얘기다. 우리 주변의 외국인 근로자를 ‘예비 범죄자’로 보는 시각이 ‘착시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대목이다. 외국인 사건을 담당하는 한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서 체감하는 외국인 범죄율은 최근 감소하고 있다”며 “오히려 범죄피해를 당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현재 정부는 외국인이 국내에서 저지른 범죄는 통계를 작성하고 있지만 외국인이 피해를 입은 경우는 집계조차 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외국인들의 경우 범죄피해를 당해도 혹여나 문제가 생겨 강제 출국 등을 당할까 두려워 신고를 꺼린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우리 주변에서 실제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폭행 등 각종 범죄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범죄피해자지원센터 관계자는 “국내 체류 외국인 중 범죄피해자는 약 8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측한다”며 “이에 반해 지원센터 문을 두드리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범죄피해자들의 사법기관 이용 기피 정서가 이들을 지원제도에서 멀어지게 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외국인 범죄피해자는 체류 자격의 불안정성은 물론 고용 관계상 불이익 등을 염려해 지원제도 이용을 꺼린다. 실제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한 소도시 마사지 업소에서 근무하던 이주여성 F씨는 밀린 임금을 받으려다가 한국인 사장에게 폭행당하고도 경찰에 피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불법체류자 신분이 들통 나면 강제 추방되기 때문이다. 그는 범죄피해자 지원제도의 혜택 역시 받지 못했다. 수사기관 혹은 외국인 단체의 범죄피해자 지원제도에 대한 무지도 문제로 꼽혔다. 한국 가해자에 관대한 사법기관의 처분도 지적됐다. ‘한국 사법기관은 한국인을 위한 것’이라는 정서가 외국인 범죄피해자의 지원제도 이용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이주노동희망센터 관계자는 “수사기관은 보통 외국인보다는 말이 통하는 한국인 고용주나 남편의 말을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 사법체계에 외국인들이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외국인 범죄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보면 직장 관계자와 남편이 각각 21%와 25%로 절반에 달한다. 또 가해자 국적은 75%가 한국인이다. 말이 서툴고 사회적 네트워크가 부족한 외국인 범죄피해자에게 한국 사법체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다. 어렵사리 외국인 범죄피해자가 지원제도를 이용하더라도 실제 지원을 받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검찰청 심의위원회를 거쳐 범죄피해자보호기금 지원을 받는 경우는 단 9.2%에 그쳤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지원받지 못하는 외국인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나 시민단체의 자발적 모금으로 피해를 보전받는 상황이다. 특히 가해자가 외국인일 경우 관련 규정이 없어 정부 차원의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범죄피해자가 인권 사각지대에 처한 만큼 관련 조사를 정례화하는 것부터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순래 원광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국내 범죄피해자 조사는 3년마다 이뤄지는 데 비해 외국인은 대상이 아니다”라며 “실태 파악이 전혀 없다 보니 이들을 보호할 제도적 보호장치도 미비해 이 문제부터 고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
[외국인 정책 이대로 좋은가] '난민소송' 작년에만 1,598건...3년새 20배 늘어 사법력 낭비
사회 사회일반 2019.03.12 17:37:18지난달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2층 종합접수실 앞 테이블에서 만난 방글라데시 소녀 샤밈(12·가명)은 열심히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소송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했다. 부모님과 달리 아홉 살 때 한국에 와 초등학교 5학년이 된 샤밈은 한국어로 읽고 쓰는 데 문제가 없다. 이미 난민신청을 기각당하고 행정법원과 대법원을 거쳐 난민 불인정이 됐지만 샤밈 가족은 다시 소송을 제기했다. 두 번이나 난민인정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묻자 샤밈은 “아빠는 요리사인데 갈등이 있어서 방글라데시에 돌아가면 죽을 수도 있다”고 답했다. 샤밈 가족처럼 난민 신청이 기각되면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행정법원에 난민인정소송을 제기하는 외국인들이 많다. 대부분 정치적 사유나 내전이 아닌 개인 사정으로 인한 생존 위협과 박해 등을 내세웠다가 난민신청이 기각되는 경우다. 서울행정법원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63건이던 난민인정소송 접수 건수는 2017년 3,143건으로 3년 만에 20배가량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1,598건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난민소송 접수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난민신청을 기각당한 후에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최근 난민신청이 폭증하면서 심사 대기인원이 너무 많은 탓에 아직 소송까지 진행되지 못해 생긴 일시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으로부터 난민 불인정 결정을 받아도 다시 난민신청 절차를 거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점도 문제다. 횟수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난민 불인정자들은 끊임없이 소송을 제기한다.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거나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아 소송비용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오히려 소송을 계속 진행하는 게 이익이다. 체류기간이 종료됐어도 난민신청이나 난민소송이 진행 중이면 결과가 나올 때까지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난민소송 접수 건수의 증가세에 비해 인정되는 비율은 미미하다. 지난해 승소 건수는 달랑 두 건이다. 800건을 재판해야 한 건의 난민 인정자가 나오는 셈이다. 난민소송 재판을 담당했던 한 판사는 “애초에 난민신청 사유가 명확하면 출입국사무소 심사 단계에서 인정된다”며 “간혹 생길 수 있는 실수를 막고 정당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진행하는 재판 절차가 악용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서울행정법원 내 난민전담 단독재판부는 꾸준히 증설됐다. 2015년 4개였다가 현재 총 9개로 늘어났지만 1년에 한 재판부가 심리해야 하는 소송은 수백 건이다. 2017년을 기준으로 재판부 한 곳당 349건의 난민소송을 심리해야 했다. 1년 내내 매일 한 건씩은 재판해야 하는 셈이다. 사유의 정당성이 약해 어차피 기각될 소송에 사법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지난해 1심에 해당하는 난민심판원 신설 계획을 내놓았지만 아직 구체적인 밑그림도 그리지 못하고 있다. 기존 사법체계와의 조화를 위해 중장기적 검토와 협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달 입법예고될 예정인 난민법 개정안에서도 제외됐다. 법무부 난민담당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난민으로 최종 불인정된 외국인들의 소송 제기 횟수를 제한하는 것부터라도 신속히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
[외국인 정책 이대로 좋은가] 난민소송 기각돼도 무제한 재신청 가능...취업·체류에 악용
사회 사회일반 2019.03.12 17:37:14“여기 이 주소를 영어로 번역해줄 수 있나요(Could you translate this address to English)?” 지난 11일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 3층에 있는 난민과로 올라가던 기자에게 2층 창가에 있던 한 무리의 외국인들이 말을 걸었다. 부동산 임대차계약서에 적힌 ‘경기도 포천시’로 시작하는 한글 주소를 영어로 써달라는 요청이었다. 부탁을 들어준 뒤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묻자 “레퓨지(Refugee·난민)”라고 답했다. 인도 출신의 무슬림이라는 그들은 종교적 박해 때문에 난민신청을 한다고 했다. 난민과 사무실로 들어서자 어림잡아 40여명에 달하는 외국인들이 의자에 빼곡히 앉아 있었다. 난민과의 한 관계자는 “새로 난민신청을 하는 사람들과 심사면담이 잡힌 사람들이 섞여 있다”고 말했다. 12일 법무부와 외교당국 등에 따르면 국내 난민신청자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한국에 난민을 신청한 외국인들은 2014년 2,896명에서 지난해 1만6,173명으로 5.6배나 급증했다. 올해 1월에도 1,010명이 새로 난민신청을 했다. 그러나 1차 심사 인력은 같은 기간 18명에서 44명으로 2배 정도 느는 데 그쳤다. 1차 심사 담당자는 하루에 1.5명 정도를 면담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따라서 지금 누적된 1차 심사 대기자(지난해 말 기준 1만7,179명)만 심사해도 13개월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지난해 1차 심사 처리 기간인 평균 7개월에서 2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처럼 늘어지는 난민신청 처리 기간은 돈벌이를 이유로 난민제도를 남용하려는 외국인들을 끌어들이는 유인이 된다. 난민신청 시 합법체류 자격이 주어지며 6개월 이후부터는 단순노무직종 취업자격을 주기 때문이다. 또 1차 심사 후에도 이의신청 단계에서 1년여, 행정소송에서 1년여 등 통상 3년여가 걸려 그 상태 그대로 체류할 수 있다. 난민신청을 하면 그 결과와 상관없이 불법체류 상태로 불법취업하는 것보다 훨씬 유리한 셈이다. 결국 이는 남용적 난민신청자가 늘어나 신청 처리 기간이 길어지고, 길어진 신청 처리 기간이 다시 남용적 난민신청자를 더 끌어들이는 악순환을 빚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심지어 비전문취업 비자인 고용허가제(E-9)로 한국에 들어왔다가 난민신청 비자(G-1-5)로 전환된 사람만도 지난 5년간 1,460명에 달했다. 이들 가운데는 고용허가제 최장 체류기간인 9년8개월을 거의 다 채우고 난민신청에 나선 이도 있었다. 더군다나 현재 난민제도에서는 허위로 난민신청을 한 것이 명백한 외국인에 대해서도 달리 손 쓸 방법이 없다. 지난해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법무법인 Y 대표변호사 강모씨와 중간모집책 등 12명을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잇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2년여간 ‘파룬궁’ 등 종교 신봉자로서 박해받고 있다는 허위 사유로 184명의 난민신청을 도운 혐의였다. 이들은 불법취업한 외국인들을 물색해 난민신청을 권한 것으로 드러났다. 184명은 수사 과정에서 특정된 수일뿐 더 많은 난민신청자가 이들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이민조사대는 파악했다. 중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 사람들도 허위 사유로 난민신청하는 것을 도운 것이다. 하지만 조사대가 허위 난민신청자들의 정보를 심사 담당자에게 넘긴다고 해도 좀 더 빨리 면담을 잡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허위 난민신청 적발을 이유로 난민심사를 종료할 법적 근거가 없어서다. 브로커들이 난민신청자들에게 “나중에 걸려도 손해 볼 것은 없다”고 장담하는 이유다. 이민특수조사대 관계자는 “이 같은 난민신청 브로커 일당은 물론 개인 브로커도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에서 적발된 허위 난민신청 브로커 일당은 2016년부터 2년6개월 동안 필리핀·태국인 난민신청자의 25%를 도운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허술한 난민제도 남용의 백미는 ‘재신청’이다. 1차 심사와 이의신청에서 연달아 불인정을 받고 행정소송을 걸었다가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하더라도 다시 난민신청을 할 수 있다. 법이 이를 막지 않아서다. 그러면 원점부터 다시 시작이다. 현재 난민신청 ‘5수’ 중인 사람도 있다. 난민 재신청자는 2014년 174명에서 지난해에는 1,160명으로 6배 이상 뛰었다. 물론 이들 중에는 1차 난민심사와 행정소송에서 인정받지 못한 잠재적 난민도 있을 수 있다. 다만 비진정 난민신청자들이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는 구조라는 게 문제다. 법무부는 난민 재신청자에게는 비자를 연장해주지 않아 취업자격이 없다. 합법취업이 안 되는데 출국기간은 유예된 모순적인 상태다. 최근 남용적 난민 증가가 의심되는 국가는 카자흐스탄과 러시아다. 카자흐스탄은 2014년 난민신청자가 단 한 명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2,496명으로 급증했고 러시아도 같은 기간 7명에서 1,916명으로 크게 늘었다. 그러나 카자흐스탄은 난민심사가 종료된 882명 중 난민인정은 3명, 인도적 체류는 2명에 불과했고 러시아 역시 685명 중 난민인정은 10명, 인도적 체류는 3명뿐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세계적인 난민인정국과는 거리가 먼 나라들”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우리나라가 난민인정에 너무 박한 결과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전 중인 시리아 난민신청자의 경우 심사가 종료된 1,217명 중 난민인정은 5명, 인도적 체류는 1,177명으로 난민보호율(난민인정자+인도적 체류자)이 97%다. 이외에도 지난해 제주도 난민사태를 불러일으켰던 예멘공화국과 소수민족 박해가 심한 미얀마도 난민보호율이 각각 76%, 66%에 달했다. 난민신청 비자로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지난해 말 기준 2만4,734명이다. 하지만 난민신청을 통해 체류하고 있는 사람들은 3만여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난민신청자 가운데는 기존 비자를 난민신청 비자로 전환하지 않은 사람들과 난민 재신청자여서 체류자격을 잃은 사람들도 있는 만큼 정확한 규모를 추산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
[외국인 정책 이대로 좋은가] 이주민 40%가 건강보험 없어…"전염병 확산 시 내국인도 위협"
사회 사회일반 2019.03.10 17:23:58의료서비스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높은 의료비 부담에 놓인 외국인들이 적지 않다. 이는 외국인들의 삶의 질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내 전염병 확산의 위험성도 높인다는 지적이다. 10일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건강보험가입자격을 가진 합법체류 외국인(149만명)의 건강보험가입률은 2017년 59.4%로 내국인 가입률(95.6%)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즉 건강보험이 있는 사람보다 5배나 더 높은 진료비를 내야 하는 합법체류 외국인이 60만여명에 달하는 것이다. 상용근로자인 고용허가제(E-9) 외국인의 건강보험가입률도 70% 수준에 머문다. 지난 2015년 기준 건설업에서는 54.9%만 건강보험에 가입했으며 농축산업과 어업의 건강보험 적용률은 각각 16.1%, 7.7%에 불과했다. 농업의 경우 건강보험 가입에 필요한 사업자등록증 없이 ‘영농규모 증명서 사본’만 있어도 고용허가제 노동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한숙 이주와인권연구소장은 “중국·고려동포는 가사·간병·식당 등 직장 건강보험 가입이 안 되는 근로자가 많다”고 전했다. 물론 이들은 건강보험 지역가입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전년도 건강보험 가입자의 평균보험료(10만3,080원) 이상을 내야 한다. 이는 월급의 6.24% 보험료율을 적용하는 직장가입에 비해 부담이 2배에 달하기 때문에 가입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김이찬 지구인의정류장 대표는 “경험적으로 농업 이주노동자들의 70~80%는 건강보험이 없다”며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노동자의 경우 진료와 치료를 한 번 받는 데 5만~10만원씩 깨진다”고 말했다. 건강보험 가입자격 자체를 갖지 못한 외국인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은 기타(G-1) 비자 소유자들(2019년 1월 현재 3만76명)이다. 이들은 임금체불 등으로 진정·소송 중인 이주노동자, 가정폭력 등으로 소송 중인 결혼이주민, 그리고 난민신청자와 인도적체류자 등이다. 이 중 인도적체류자 외에는 지역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또 35만여명의 불법체류자는 당연히 건강보험에서 배제돼 있다. 실제로 한국행정학회에서 아동이 있는 가정의 부모 643명에게 조사한 결과 불법체류자의 건강보험 미가입률은 96.4%에 달했다. 정부에서 이들을 완전히 방치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외국인 근로자 등 소외계층 의료서비스 지원’ 사업은 건강보험이 없는 외국인 근로자와 난민신청자 등이 대상이다. 이들이 입원·수술을 받을 때 이 제도로 진료비의 9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외래진료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또 사업자등록이 돼 있지 않은 사업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이용할 수 없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해결하고자 이주민지원단체들은 전국 각지에서 주말 무료진료소를 열고 있다. 또 한국이주민건강협회는 건강보험이 없는 이주민들을 모아 의료공제회를 운영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료진료소는 응급·중증환자를 진료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민간 의료공제회도 비급여 진료비 등의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에서 외국인근로자 고용 사업장의 건강보험 가입을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난민신청자나 불법체류자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의료서비스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혁 안산 외국인노동자의집 대표는 “의료서비스 사각지대에 있는 외국인은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내국인의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외국인들에 대한 과도한 의료 지원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외국인이 잠깐 들어와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출국하는 사례가 발견돼 ‘먹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실제로 외국인·재외국민 지역가입자 건강보험의 2013~2017년 재정수지 적자액은 7,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직장가입자를 포함한 전체 외국인의 재정수지는 최근 5년간 1조1,000억원 흑자였다. 또 이 같은 먹튀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외국인의 건강보험 지역가입을 위한 최소 체류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도 오는 7월부터 시행된다. /조권형·백주연기자 buzz@@sedaily.com -
"한국애들은 다 학원가는데 우리는 갈 데가 없어요"
사회 사회일반 2019.03.10 17:23:16“러시아 애들은 한국말을 못해서 자기들끼리 문구점 앞에서 게임기를 가지고 놀거나 학교 놀이터에서 놀아요. 한국 애들은 학원에 가서 이 시간에는 밖에 없어요.” 지난 8일 늦은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구 원곡동 주택가 골목에서 만난 중국인 동훈(11·가명)이가 한 말이다. 동훈이는 같은 중국인 친구인 선형(11·가명)이와 비비탄 총 놀이를 하고 있었다. 여덟 살 때 한국에 온 동훈이와 선형이는 한국말에 능숙하다. 동훈이 부모님은 안산 반월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합법체류자다. 선형이 부모님은 근처 양꼬치집에서 근무한다. 아이들은 매일 이렇게 동네에서 놀다가 밤늦게 집에 들어간다. 집에 늦게 가는 이유를 묻자 선형이는 “엄마 아빠는 저녁에 출근하고 다음날 아침6시에 들어오셔서 저는 혼자예요”라고 말했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꽤 지난 시간이었지만 안산 원곡동 주택가와 학교 놀이터, 문구점 앞에는 동훈이를 비롯해 무리 지은 남자애들이 많았다. 얼핏 보기에는 한국 아이들 같았지만 한국말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러시아·중국·방글라데시·베트남 등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은 그들의 모국어로 대화했다. 동훈이네 반은 전체 25명 중 한국인 13명, 러시아인 7명, 중국인이 5명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이 많아지면서 외국인 가정 자녀들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법무부의 조사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에 있는 만 19세 미만 등록 외국인은 10만3,432명이다. 미등록으로 추산되는 8,000명을 합하면 11만명쯤 된다. 특히 경기도 안산은 공단 등이 있어 국내에서 외국인 가정 자녀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학교에 다니는 외국인 가정 초등학생 자녀 4,708명 중 1,343명이 안산에 살고 있다. 부모들이 한국에 먼저 와 자리를 잡은 뒤 중도입국한 아이들까지 합치면 3,000명이 훌쩍 넘는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 출신이 3,164명으로 가장 많고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출신이 620명이다. 이어 러시아가 279명으로 3위다. 서울시 내 외국인 자녀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다문화 학생 수는 1만6,023명으로 2013년의 8,574명에 비해 5년 새 두 배가량 급증했다. 국내 출생아 수는 계속 감소하는 반면 외국인 노동자, 귀화자 등의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매년 약 2만명씩 꾸준히 늘고 있다. 2017년 기준 국내 신생아 35만7,771명 중 다문화 가정 출생 자녀는 1만8,440명으로 5%를 넘어섰다. 등록되지 않은 신생아까지 합치면 비율은 더 늘어난다. 부모 대부분이 맞벌이를 하면서도 경제여건이 좋지 않다 보니 외국인 가정 자녀들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이나 다른 기관에 맡겨지지 않고 방치되기 일쑤다. 한국행정학회가 지난해 10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아이들은 82.3%가 사교육을 받고 있는 반면 합법·불법체류와 상관없이 외국인 아이들의 사교육 비율은 20%가 채 안 됐다. 방치된 아이들은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적다 보니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외국인 가정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로 ‘언어장벽(58.2%)’이 가장 많았고 이어 ‘다른 피부색·외모(28.6%)’ ‘내성적인 성향(27.6%)’ ‘학교 공부에 흥미 잃음(20.4%)’ 등의 순이었다. 그나마 합법체류자 가정 자녀들의 사정은 낫다. 불법체류자 가정 자녀들은 학령기여도 비자 문제로 학교에 가지 못한다. 국제인권법상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으로 불법체류자 가정 자녀들을 받아줘야 하지만 체류요건을 이유로 거절하는 학교가 많아서다. ‘국내 체류 아동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취학 아동을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려다 거부당했다는 응답은 30%나 된다. 러시아에서 온 불법체류자의 자녀 규리(14·가명)는 하루 대부분을 부천 집에서 지낸다. 같은 처지의 친구들과 모여서 인터넷으로 러시아 유튜브 동영상을 보거나 장난감 액체괴물을 가지고 논다. 다행히 규리는 근처 사회복지시설에서 한국어를 배웠지만 “러시아로 돌아가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말했다. 법무부 등 정부도 체류 아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없는 상태다. 부모의 체류가 불법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동을 추방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그 부모까지 국내체류를 허가할 수도 없다. 게다가 불법체류자 자녀는 현황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이렇다 보니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외국인 가정의 아이들은 사회복지시설이나 비영리단체에 의존한다. 안산의 ‘외국인노동자의집’도 설립 초기에는 성인 외국인의 일자리 상담을 주로 했으나 아이들 교육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2016년부터 무지개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24세 미만의 외국인 가정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친다. 한국어 수업을 듣는 아이들은 20~30명 안팎이다. 한국어 능력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아이들이 검정고시를 준비하도록 독려한다. 개인이나 기관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이곳은 올해부터 경기도교육청의 지원이 끊기면서 오후 수업을 없앴다. 정부에서 학교에 입학한 합법체류자 가정 자녀들만 지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정혁 안산 외국인노동자의집 대표는 “몇 년 새 학령기에 접어든 외국인 가정 자녀들이 늘어났다. 지금은 초등학생이 가장 많지만 곧 중고등학교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아이들이 10대 후반으로 접어들기 전에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안타까워했다. 프랑스에서 알제리 이민자 자녀들이 사회에 불만을 표출하며 난동을 부렸듯 국내에서도 이 같은 사회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의미다. 이 대표는 “지금도 한국말을 모르는 아이들이 출신 국가별로 몰려다니는데 어떻게 지도하느냐에 따라 인재가 될 수도 있고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며 “앞으로 3~4년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안산=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
외국인 숙련공 필요한데...나이·학력만 보고 '땜질 채용'
사회 사회일반 2019.03.05 17:18:09# 경기 부천시에 있는 목재 가공업체 C사에는 미얀마 출신의 30대 근로자 A(32)씨와 B(31)씨가 10개월째 근무하고 있다. A씨는 업무를 곧잘 하지만 B씨는 일뿐 아니라 한국어도 어눌해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B씨는 “한국에 올 때 전기공학을 전공했다고 이야기했는데 전혀 경험이 없는 목재 가공 회사로 오게 돼 일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사업주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C사의 강모 대표는 “B씨는 무기력감에 빠져 있어 생산성이 낮다”며 “다른 작업장으로 옮기겠느냐고 물었지만 원하지 않는다고 해서 일단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목재 가공은 숙련도가 필요한 기술인데 시간이 지나도 B씨의 실력이 늘지 않는다”며 “지금은 업계 특성상 비수기지만 성수기가 되면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비전문 취업비자인 고용허가제(E-9) 등으로 외국인 인력이 한 해 수만명씩 유입되는 가운데 오히려 국내 산업 경쟁력은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기존에 시행돼온 외국인노동자 도입 허용의 원칙이 기업들의 ‘인력부족’ 요청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탓이다. 어떤 기준에 의해 외국 인력 도입을 허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제대로 이뤄질 여유도 없이 그때그때 부족한 노동력 메우기에 급급했다. 일례로 기업주들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현재 외국인 인력을 정부에 신청할 경우 중소기업 대표들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나이’ ‘키’ ‘체중’ ‘학력’이 전부다. 해당 외국인근로자가 고국에서 어떤 공부를 했는지, 어떤 경험을 했는지, 무엇을 잘하는지 알 수 없다. 결국 외국인 인력 노동시장에서 미스매칭 결과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알선할 때 알선장에 전공이나 경력 등을 넣도록 하고 있지만 누락된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해 1·4분기 국내 중소 제조기업들의 외국 인력 신청률은 98.5%로 5년 만에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외국인노동자 채용 시 애로사항이 많자 중소기업들이 점점 이들을 기피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중소기업중앙회가 2018년도 외국인 신청업체 중 올해 1·4분기 미신청 중소 제조업체 1,178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외국 인력 고용동향 설문조사’ 결과 51인 이상 사업체 중 14.8%는 외국 인력 미신청 사유에 대해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불만’을 꼽았다. 특히 의사소통이 잘 되지 않아 구체적인 작업 지시가 불가능하고 생산성이 낮다는 응답이 많았다. 중기중앙회의 또 다른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노동자의 노동생산성은 내국인 대비 87.4% 수준에 그쳤다. 경기 김포시에서 제조업체 D사를 운영하는 한모씨는 “고용허가제 등 정부가 외국인노동자들에게 비자를 발급할 때 한국어 시험을 제대로 치게 하는지 의문”이라며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업무 방식의 차이 등으로 갈등이 생기면 사업주와 외국인노동자 모두 고통을 겪는다. 외국인노동자는 사업주가 사업장 변경에 합의해줄 때까지 태업으로 일관하다 잠적한다. 사업주는 외국인노동자의 급여를 깎거나 주지 않으려고 한다. 산업연구원의 ‘외국인 인력 도입 현황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첫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고 1년 이내에 이직하는 외국인 비율은 전체의 38%에 달했다. 특히 기능인력 외국인 이직비율은 54.1%, 단순노무에 종사하는 외국인 이직비율은 41%나 됐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 한 해에만 신규 입국한 고용허가제 비자 외국인노동자 4만1,000명 중 1년 이내에 사업장을 옮긴 인원은 1만400명으로 25%에 달한다. 1년 이내에 이직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외국인들이 숙련 노동자로 키워질 기회는 사라지고 국내 산업경쟁력 악화로 이어진다. 다른 사업장으로 이직한 외국인들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체류기간 중 이직할 곳을 구하지 못해 사업장을 이탈한 외국인들은 급여가 낮은 한계기업에 입사하거나 일용직 노동자로 전전하다 결국 불법체류자로 전락한다. 노동시장의 단기적 수요만을 고려한 저숙련 외국인노동자 유입이 한계기업을 존속시키고 있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업체에 외국인노동자들이 입사해 저임금을 받으면서 산업 구조조정이 늦어져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기반을 저해한다. 경기도 안산 반월국가산업단지 내 오피스텔 사업자는 “고용부에서 청년 취업을 위해 마련한 8평 남짓한 방에 불법체류하는 외국인노동자 4명이 함께 살기도 한다”며 “공식적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등록할 여건이 안 되는 업체들이 오피스텔을 빌려 이들을 한곳에 모아 살게 한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실정에 맞게 외국인 인력의 고용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주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측면에서 고용허가제의 의의가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외국인노동자 유입 기준을 강화하는 동시에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는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
[외국인 정책 이대로 좋은가] 외국인 '십장'이 한국인 패싱, 불법취업자 끼워넣기 판쳐
사회 사회일반 2019.03.05 17:09:37“나라가 거꾸로 됐습니다. 길 건너에 줄 선 외국인들 때문에 일감이 줄었습니다.”(내국인 일용직 근로자) “나도 중국동포지만 노임이 싼 한족이 문제입니다. 한국인과 중국동포가 밀려납니다.”(중국 동포 근로자) 5일 오전5시 서울 남구로역 건설인력시장에서 만난 일용직 근로자들은 말을 건네기가 무섭게 불법취업 외국인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중국인 불법취업자들이 건설 현장에 깊숙이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 KEB하나은행 남구로지점 앞에는 중국동포와 중국인들이 빼곡했으나 내국인이 모여 대기하는 길 건너편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국내 건설현장에서 중국동포나 외국인들이 일꾼들을 관리하는 ‘십장(什長)’을 맡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들은 주로 같은 나라 출신이거나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자연스럽게 배제된다. 특히 인력시장은 벌써 출신 국가별로 분화되는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대림 지역은 중국동포, 동대문은 고려인이 주로 모이며 남구로는 중국인과 네팔인, 용산은 카자흐스탄인, 이태원은 이집트인이 나온다. 특히 문제는 이러한 십장들이 팀원에 불법취업 외국인 한두 명씩 끼워 넣는 경우다. 불법취업자에게는 임금을 합법근로자의 절반 정도만 줘도 되기 때문에 십장과 기존 팀원이 돈을 더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내국인 근로자는 “예전에는 우리가 중국동포를 데리고 다녔는데 지금은 중국동포가 한족을 데리고 다닌다”고 전했다. 불법취업 중국인의 경우 90일짜리 단기비자(C-3)로 들어와 일하다가 체류 기간 만료 전 출국했다 다시 들어온다. 이럴 경우 비행기 값을 감안해도 벌이가 남는다고 한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관계자는 “영주권자나 결혼이민자 등 합법 근로자 십장이 불법취업·불법체류자를 쓰는 형태가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 같은 불법취업자가 약 1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대한건설협회가 한국이민학회에 의뢰한 보고서는 지난해 5월 기준 건설업 종사 외국인을 22만6,391명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당시 고용허가제(E-9)·방문취업제(H-2) 비자를 가진 합법근로자는 6만7,000여명에 불과했다. 또 실태조사 결과 5,504개 건설현장에서는 평균 17.9명의 외국 인력을 고용하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두 비자 소유자는 66.9%라고 답했다. 물론 이들 외에도 영주권자와 결혼이민자가 있지만 아주 소수이기 때문에 대부분 불법체류자를 포함한 불법취업자로 추정된다. 외국인들과 일자리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에 놓인 내국인 건설업 근로자들의 감정은 상당히 악화돼 있을 수밖에 없다. 법무부에서 지난해 중순부터 계속 건설업에 단속 역량을 집중 투입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불법취업으로 적발된 외국인 수는 건설업이 3,433명으로 마사지(5,339명) 다음으로 많았다. 하지만 이는 앞서 추산한 건설업 전체 불법취업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단속반은 보통 외국인 불법취업 신고를 받아야 출동하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도 외국인 인력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불법취업자는 고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공감한다. 발주처의 공사단가 인하, 경쟁에 따른 저가수주로 노임을 낮춰야 하는 압력이 있기는 하지만 불법취업자로 이를 해소하는 데 익숙해지면 업체 경쟁력이 약화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불법취업자를 데려온 십장들은 위장 취업등록증을 준비해놓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거르기는 어려운 점도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 불법으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합법 근로가 가능한 고용허가제와 방문취업제의 건설업 쿼터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
[외국인 정책 이대로 좋은가] '산업음지' 숨어든 불법체류자 35만명
사회 사회일반 2019.03.03 17:42:10국내에 머무는 외국인이 10년 후에는 5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인력은 우리 사회의 급격한 고령화, 저출산 등과 맞물려 효율적 노동력 확보라는 불가피한 면도 있지만 노동시장 왜곡 등의 문제도 동반한다. 근로시간 단축 등 국내 산업계에 불어닥친 노동문화 변화와 관련해 더욱 체계적인 관리와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서울경제신문은 5회에 걸쳐 국내 외국인 현황과 정책·관리의 문제점 등을 촘촘히 살펴본다. 3일 서울경제신문이 장래 국내 체류 외국인 수를 최근 5년 증가율(연 8.48%)을 적용해 추산한 결과 오는 2028년 말이면 534만3,154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추정한 2028년 국내 인구(5,285만3,776명)의 약 10.1%에 해당한다. 국내 거주자 10명 중 1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이는 최근 5년간 가파르게 증가한 외국인 체류자 수에 기인한다. 지난해 말 국내 체류 외국인과 귀화자는 250만명을 돌파했다. 여기에 결혼이민자·귀화자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 21만2,302명도 있다. 신생아 중 이민자가정 자녀도 5%를 넘어섰다. 하지만 외국인 정책과 관리 인력은 급증하는 이민인구를 따라가지 못한다. 올해 1월 기준 불법체류자는 35만7,008명으로 전체 체류자의 15.8%까지 치솟았지만 단속인력은 257명에 불과하다. 그 사이 불법화는 심화됐다. 불법취업 등으로 적발된 출입국 사범은 2014년 11만3,351명에서 2018년 17만6,835명으로 56%나 증가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올해 신년사에서 “현재의 외국인 정책은 향후 예상되는 문제를 대처하기에 효율적이지 않다”고 언급하는 등 정부도 상황의 심각성은 인지하고 있으나 현실적 여건으로 정책개선안 마련은 더디다. 전문가들은 종합적인 정책과 실행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강동관 IOM이민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회통합·체류관리 등 외국인 입국 이후의 문제가 중요하다”며 “체류외국인과 귀화자·다문화가정 등 국내 이민자를 아우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권형·백주연기자 buzz@@sedaily.com -
[외국인 정책 이대로 좋은가]5명중 1명은 감감무소식, 불법취업 온상 된 어학당
사회 사회일반 2019.03.03 17:29:30한국어 어학연수 등 유학을 목적으로 비자를 받아 국내에 들어온 외국인 수가 급증했다. 지난 2013년 8만1,847명이었던 외국인 유학생 수는 5년 만에 2배 이상 늘어 16만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유학생 중 불법체류자 수가 1만3,945명으로 유입된 외국인 유학생 수와 비례해 같은 기간 약 2배 증가했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대학 부설 어학당은 불법체류자의 온상이 된 지 오래라는 지적이다. 한국외국어대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던 몽골인 유학생 A(28)씨는 1년 만에 자취를 감췄다. 같은 학교 3학년 김정민(23·가명)씨는 “갑자기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나가고 아이디도 삭제됐다”며 “A는 늘 울란바토르에 두고 온 부인과 딸이 보고 싶지만 돈을 벌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단기 어학연수 비자(D-4)로 입국한 외국인 유학생들은 체류기간 중 사라지거나 수업 후 잠적하는 경우가 많다. 어학연수 비자는 6개월마다 연장이 가능하고 최장 2년까지 체류할 수 있다. 합법적으로 한국어를 배운 후 일자리를 잡을 수 있어 젊은 외국인들이 많이 선택하는 방법이다. 한 대학의 어학당 강사는 “예전에는 수업 중 사라진 학생들이 페이스북에 농장에서 일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며 “최근에는 단속이 심해졌는지 아예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기준 불법체류 어학연수생은 1만2,526명으로 전체 어학연수생(5만7,981명)의 21.6%에 달한다. 특히 2017년에는 3,426명이, 지난해는 그 두 배 수준인 7,012명이 새롭게 불법체류로 전환됐다. 올 1월에도 966명이 불법체류 신분이 됐다. 어학당에서 이미 잠적한 학생들의 체류기간이 만료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국적별로는 베트남이 8,680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 1,582명, 우즈벡 859명 순이다. 성균관대 어학원은 베트남 에이전시로부터 대거 받은 학생들이 연달아 사라지자 어학원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학교 관계자는 “등록금이 동결되는 상황에서 어학원은 대학의 중요한 수익사업 중 하나”라며 “한국어 문화 캠프 등도 마련해 외국인 유학생을 서로 유치하려고 학교 간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유학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1,000만원 상당의 예금잔액증명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낮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학생에게 유학경비를 빌려주고 나중에 돌려받는 베트남 등 현지 유학 브로커들이 늘어나면서 돈이 많지 않은 외국인도 한국에 들어올 수 있다. 이처럼 어학당이 불법체류의 온상으로 전락하자 법무부는 4일부터 유학생 비자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베트남인 어학연수생에 대한 ‘유학경비보증제도’를 신설하고 대학 부설 어학원에 대한 초청 기준 신설, 외국인 유학생의 어학능력 기준 강화, 시간제 취업 허용 업종 확대 등이 주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베트남인 어학연수생은 앞으로 베트남 및 한국에 본점(지점 포함)을 둔 시중은행에 6개월 단위로 500만원씩 금융상품에 가입하고 1년 치 등록금과 생활비 등 1,100만원 상당을 예치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어 강사 요건을 국립국어원 발급 3급 강사자격증 소지자로 의무화한다. 강사 1명당 유학생 수도 30명 이내로 제한한다./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
"한국行은 로또" 산업계부터 농장까지 파고든 외국인
사회 사회일반 2019.03.03 17:28:11#태국인 A(26)씨는 지난해 봄 고향에서 사범대를 졸업하자마자 비전문취업 비자인 고용허가제(E-9)를 이용해 한국에 들어왔다. 경기도 김포에 있는 한 금속제조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그가 받는 월급은 약 210만원. 태국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받는 급여보다 약 5배나 많다. A씨는 “태국 교사 급여는 초봉 1만3,000밧(약 46만원) 정도인데 생활비로도 부족해서 부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교사들 사이에 차라리 한국 공장에 가서 일하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달에 태국에 잠깐 들어가 결혼식을 올린 후 부인과 함께 한국으로 왔다. A씨 부인은 외국인 계절근로자 비자(C-4)로 입국해 경기도 포천시의 한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A씨는 “한국에서 3년 정도 더 일한 후 태국에 돌아갈 것”이라며 “부인의 비자는 3개월용이라 다시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는 다른 비자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부지기수로 늘고 있다.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현지와 임금 차이가 수배 이상 나기 때문이다. 현재 외국인 근로자들은 국내에서 목욕탕 세신사, 공장·건설현장 기술자, 마사지숍, 지방 농장 등 합법·불법을 가리지 않고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일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국내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것도 한몫한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이나 최저임금 등의 압박으로 외국인 노동력에 대한 욕구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도 불법체류 외국인근로자가 늘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경기도 부천의 한 재활용 쓰레기 수거회사에서 일해온 네팔 출신 프렘 아디카리(33)씨도 한국에 온 지 5년째다. 대학에서 네팔어교육을 전공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한국에 왔다. 한국에서 버는 돈은 일부는 네팔 가족들의 살림에 보태고 일부는 본인 앞으로 저축하고 있다. 프렘씨는 “네팔에서 버는 돈으로는 가족들이 먹고사는 것만도 벅차다”며 “가능하면 자격증을 따서 장기비자를 받고 계속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렘씨의 비자인 비전문취업은 각 나라별 인원이 제한돼 ‘로또’나 다름없다. 이 비자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더 기다리지 못하고 취업이 허용되지 않는 단기체류 자격으로 들어와 눌러앉는 것이다. 지난해 증가한 불법체류자 10만4,085명 중 9만6,904명이 이 같은 단기비자 입국자였다. 특히 지난 한 해 불법체류자는 10만4,085명 늘었는데 이는 자진출국한 6만4,814명과 강제퇴거된 3만1,811명을 제외한 숫자다. 사실상 한 해 20만여명의 불법체류자가 생겨난 것이다. 지난달 20일 외국인 성매매 단속에 나선 경찰청 풍속4팀 경찰들과 함께 찾은 서울 송파구 석촌동의 한 주택가에서는 단기체류 자격으로 들어와 불법취업한 태국인 여성들이 대거 적발됐다. 경찰은 단속 나왔음을 밝히고 다섯 개 방 중 하나의 문을 열었다. 방 안에 있던 나체 상태의 두 남녀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바닥에는 남성용 피임기구가 나뒹굴었다. 현장에서 발각된 태국인은 5명. 이 가운데 한 명은 마사지사고 나머지는 성매매를 했다. 이들을 어디서 고용했느냐고 업주 김모씨에게 묻자 “인터넷에 있는 브로커에게 소개받았다”며 “일을 시작한 태국인이 친구를 데려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가 간 비자면제협정인 ‘무사증’ 제도를 통해 들어왔다. 비자 없이도 한국에 90일간 머물 수 있다. 김씨는 이들은 체류기간이 아직 남아 불법체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자가 태국인들의 캐리어 가방에 부착된 항공기 수화물표를 확인해보니 입국일이 각각 지난 2018년 12월30일, 2019년 1월15일이었다. 한 태국인에게 한국이 처음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다. 이러한 경로로 입국해 불법취업하는 태국인 여성의 일부는 성매매를 하고 대부분은 마사지 일을 한다. 최근 태국마사지 가격이 1시간에 2만원대까지 떨어진 것도 이 같은 영향이다. 실제로 취업 비자를 갖춘 외국인 수는 2014년 말 61만7,145명에서 지난해 말 59만4,991명으로 줄었다. 그러나 앞선 사례처럼 단기체류 자격으로 들어와 불법취업을 하거나 체류기간이 끝나고도 숨어서 일하는 외국인은 더 많아졌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태국인의 70.1%(13만8,591명)는 불법체류 중이다. 2014년 말에는 47% 수준이었다. 그다음으로 △카자흐스탄 37.2%(1만1,413명) △몽골 34.4%(1만5,919명) △필리핀 21.6%(1만3,020명) △베트남 21.4%(4만2,056명) △러시아 20.2%(1만906명) 순이다. 이 같은 불법체류자 대부분은 노동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법무부는 지난해 10월부터 불법체류자가 스스로 나가면 입국규제를 면제해주는 ‘특별자진출국기간’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른 정부부처와 함께 건설현장, 유흥·마사지업 등에 대한 단속도 강화했다. 그러나 일선에서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불법취업·체류 신고가 들어와도 현장에 출동하는 데까지 한 달 이상 걸리기도 한다. 결국 1월에도 불법체류자가 1,882명 증가해 전체 체류자의 15.8%까지 치솟았다. 강동관 IOM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외국인들 사이에는 고용허가제 선발을 기다리기보다 일단 들어와 불법으로 일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단속인력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으면 이 같은 흐름을 돌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외국인 관련 행정과 제도를 실효성 있게 운영하려면 불법체류에 대한 관리부터 철저히 이뤄져야 하는 것이 맞다”며 “일단 자진출국제도와 합동단속에 집중하고 추가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권형·백주연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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