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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지진은 '위험불감·관리부실' 人災
경제 · 금융 정책 2019.03.24 17:15:41지난 2017년11월15일 포항지진(규모 5.4) 당시 한동대학교는 건물 외벽이 무너져 내려 학생들과 직원들이 황급히 밖으로 대피해야 했다.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해당 영상은 사람들에게 포항지진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한동대는 지진의 원인으로 지목된 포항 지열발전소와 직선거리로 600m에 불과하다. 당시 지진으로 건물 자체가 3도 기울어져 ‘피사의 아파트’로 불렸던 대성아파트 역시 지열발전소에서 3㎞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생활권 인근에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신재생 발전소가 들어섰을 때 최악의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포항지진은 지열발전이 지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알고도 그 위험을 과소평가한 사업자와 “친환경적이고 안전하다”는 설명만 늘어놨던 정부의 관리 부실이 빚은 ‘인재’였다는 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포항지열 발전에 활용된 ‘인공 저류층 생성기술(EGS)’이 인근 지역에 미소(작은) 지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당시에도 학계와 업계에 잘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사업자는 지진 위험을 무시하고 사업을 진행했다. 유발지진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침이나 규정도 없었다. 대신 사업자가 지진 규모별로 물 주입 감소·중단, 배수, 정부 보고 등의 조치를 사전에 정해놓는 신호등 체계를 활용했다. 이마저도 사업자 마음대로 운영됐다. 당초 지진 규모가 2.0 이상이면 정부에 보고하도록 했지만 실제로는 2.5 이상으로 완화됐다. 정부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 산업부는 2017년4월15일 물 주입 이후 3.1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이틀 뒤에 물 주입 중단과 배수 조치 등을 했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별 조치가 없었다. 이후 사업자인 넥스지오는 서울대, 지질자원 연구원 등과 논의해 물 주입 재개를 결정했다. 전문가들은 이때 제대로 조사했다면 7개월 후 11월15일 5.4 규모의 포항 지진을 막을 수도 있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책임 논란이 불거지자 실체적 진실 규명보다 정치적 논쟁을 막는 데만 급급한 상황이다. 산업부는 지열발전의 경제 타당성 조사가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3년에 추진됐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포항 지열발전사업은 과제 기획부터 공고, 사업자 선정, 사업 착수 등 모든 과정이 2010년부터 추진됐다”고 밝혔다./세종=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
[에너지 믹스, 이대로 좋은가]마을 곳곳 신재생발전…주민들 "악취·소음 진저리, 못 살겠다"
산업 기업 2019.03.24 17:14:37“아침에 나와 보면 산 중턱에서부터 내려온 뿌연 안개가 마을을 덮고 있어요. 저게 들어오기 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24일 포천민자발전소(LNG발전소) 인근 포천 신북면 계류리에서 기자가 만난 김관필(가명)씨의 하소연이다. 김 씨와의 대화 중에도 발전소 굴뚝에서는 희뿌연 연기가 계속해서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발전소와 마을회관과의 거리는 2㎞에 불과했다. 25년 넘게 이 마을에 살았다는 김 씨는 발전소를 가리키며 “LNG발전소가 석탄을 태우는 발전소보다는 낫다고들 하는데 유해물질이 아예 안 나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며 “안개 속에 고약한 것들이 섞여 있는 것 같아 아침마다 찝찝하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원전과 석탄화력발전 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친환경’을 내세우며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하는 ‘에너지 믹스(에너지원 다양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지만 해당 발전소 인근 주민들은 미세먼지와 소음, 화재 등의 우려로 잠 못 들고 있다. 특히 LNG발전과 신재생 발전소는 전력 계통 접속 문제 등으로 전력 수요자가 많은 생활권 인근에 들어서야 하는 특성이 있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이 좁은 부지에 대용량으로 발전하고 입지 선정부터 인구 밀집 지역을 피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친환경적이고 안전하다”고 설명했던 지열발전이 지진을 야기하면서 신재생 발전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도 차츰 커지고 있다. LNG발전과 신재생 발전이 지역 주민들의 일상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09년 대규모 제1풍력단지가 들어선 경상북도 영양군 주민들은 소음 피해를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발전 사업자들이 최근 제2 풍력단지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지역 주민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남실관 영양 제2풍력사업 반대 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은 “바람이 심해 발전기가 세차게 발전기가 돌아가는 날이면 귀신 우는 듯한 소리가 들려 잠을 잘 수가 없다”며 “또 영양군이 걸쳐있는 낙동정맥은 우리나라에서 손꼽는 절경인데 100m짜리 풍력 발전기를 꼽아 놓으면서 주변을 완전히 초토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에 동두천드림파워가 위치한 동두천 광암동의 주민들은 정체 모를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 광암동에 사는 황 모씨는 “발전소가 생기고 나서 사람들이 싹 빠졌다”며 “발전소가 돌아갈 때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데다 정체 모를 악취까지 풍긴다”고 토로했다. 지역 부동산 가격도 급락했다. 광암동의 다른 주민은 “전에는 서울 사람들이 제법 와서 땅도 보고 가곤 했는데 발이 뚝 끊겼다”며 “매매가가 8,000만원을 웃돌던 27평짜리 집을 4,500만원에 내놨는데 거들떠도 안 본다”며 씁쓸해했다. 산 사면에 경사도 높게 설치된 태양광 설비에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태양광 발전 시설은 허가기준이 비교적 완화된 지역에 집중 설치돼 있는 터라 집중 호우가 내릴 경우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높다. 의외로 원전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원전으로 인한 생활의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목격하고도 지역 주민들은 놀라울 정도로 안전성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인근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의 이상대 전 주민협의회장은 “지진이 발생하면 내진 설계가 잘돼 있는 원전으로 대피할 생각을 할 정도”라며 “원전에 의한 미세먼지나 소음 이런 게 전혀 없으니까 평생 원전과 함께 살아온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원전의 대형사고 가능성과 석탄화력발전의 미세먼지 유발 위험은 인지하면서도 신재생발전과 LNG발전의 이 같은 단점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위험의 종류가 다를 뿐이지 친환경 에너지라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최근 포항지진을 유발한 지열발전소처럼 정부가 정책 추진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발전소별 장·단점을 제대로 소개하지 않고 있는 점을 꼬집는다. 특히 ‘친환경’이라는 소개와 함께 생활권 인근에 들어서는 LNG발전소는 석탄발전보다 유해물질을 덜 배출하더라도 주로 대도시에 위치해 있어 실질적인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는 “석탄 발전과 대비해 LNG가 깨끗할 수는 있겠지만 LNG에 친환경이라는 이름을 붙여선 안 된다”며 “발전소의 유해성을 평가할 때 미세먼지 직간접 배출량 뿐 아니라 거리에 따른 농도가 달라지는 만큼 생활권 인근에 들어서는 발전소가 미치는 영향 더 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포천=김우보기자 세종=강광우기자ubo@@sedaily.com -
"우리 지역은 괜찮나"…확산되는 '발전소 포비아'
경제 · 금융 정책 2019.03.21 17:50:53포항지진이 지열발전의 영향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전국 발전소 주민들 사이에서 ‘발전소 포비아(phobia·공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탈원전정책을 추진하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의 안전성을 내세우며 에너지 믹스(mix) 변화에 나서고 있지만 태양광·지열발전 등에서도 사고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21일 서울경제신문이 지난해 6월 이후 발전소 갈등 사례를 조사해보니 인천 동구 수소연료전지발전소, 나주 고형폐기물(SRF) 열병합발전소 등 전국 41곳의 발전소에서 지역 주민들이 안전성을 내세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뿐만 아니라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발전, 액화천연가스(LNG)발전까지 종류를 막론하고 전방위적으로 발전소 포비아 현상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원전의 위험성을 부각하며 오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이번 포항 지열발전처럼 신재생 관련 발전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정휘 전 포항지진범시민대책위원회 상임대표는 “포항 시민들은 삶의 터전과 지역 경제를 침몰시킨 지열발전소뿐만 아니라 이제는 ‘발전소’라는 이름만 들어도 공포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태양광은 산사태를 초래하고 풍력은 소음을 양산한다. 석탄과 LNG발전은 미세먼지를 유발하고 SRF발전은 다이옥신을 배출하는 요인이 된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처럼 원전은 한번 사고가 터지면 인적·물적 피해가 크다. 지역 주민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이에 따른 반발이 거세지면서 발전 업계에서는 “한국에는 어떤 발전소든 들어설 지역이 없다”는 자조 섞인 한탄도 나온다.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단순히 지역이기주의의 일종인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현상’으로만 치부하기도 어렵다. 포항지진·산사태 등 발전소 사고를 목격한 시민들이 ‘안전한 친환경 발전소’라는 정부의 말을 불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적으로도 허점이 많다. 정부가 발전사업 허가를 내줄 때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다고는 하지만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데다 지자체들이 자의적으로 내놓는 보고 내용을 검증할 절차도 마련돼 있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번 포항지진 연구 결과를 통해 에너지정책의 리스크 관리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강근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장은 “어떤 일을 할 때 리스크 매니지먼트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앞으로 지열발전의 리스크 매니지먼트 방법을 연구해 제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화재에 다이옥신까지…검증 안된 ‘신재생 발전’에 전국 몸살 <상>‘발전소 포비아’에 떠는 대한민국 “잇단 사고에 불안한데 주민 의견 묻지도 않아” 곳곳 갈등 환경오염 유발 등 공포감 해소 못해 멈춰선 발전소 수두룩 “지역민 설득할수 있는 대안 시급…관련 법도 손질을” 지적 조용했던 인천 동구 송림동은 최근 40㎿급 연료전지 발전소가 착공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끄러워졌다. 두산건설·한국수력원자력·삼천리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인천연료전지는 오는 2020년 준공을 목표로 한 이 사업을 위해 지난 2017년 6월 산업통상자원부의 발전사업 허가, 지난해 말에는 지방자치단체의 발전소 건축 허가까지 받았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의 한 종류다. 지역주민들은 의견 수렴 절차가 전혀 없었다고 반발하면서 지난 1일 예정된 착공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주민 반발의 기저에는 공포감이 자리 잡고 있다. 발전소 허가 취소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인천 중·동구 평화복지연대의 김효진 사무국장은 “연료전지 발전소가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발전소에 대한 기본적인 불안감이 있지 않냐”며 “상용화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발전소를 주택지 인근에 주민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추진하는 데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이 발전소 ‘포비아(공포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열발전이 지진을 촉발한 포항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41개 이상 발전소 입지를 두고 지역주민과 발전사업자 간 갈등이 있다. 발전소의 종류와 지역 여건 등에 무관하게 ‘발전소’는 이미 지역주민들에게 혐오시설이다. 경상도 지역만 봐도 대형 사고의 위험성을 이유로 건설이 중단된 울진의 신한울 3·4호기부터 사천의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경주 산내면의 풍력발전소, 포항의 바이오매스 발전소 등 신재생에너지까지, 또 통영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역시 갈등 중이다. 산이 많은 강원도에서는 주로 태양광과 풍력발전소 입지를 두고 다툼 중이다. 전라도와 충청도 역시 신재생에너지와 LNG발전소·석탄화력발전소 입지를 앞두고 지역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지역민들이 발전소를 기피하는 것은 우선 사고 가능성 때문이다. 태양광발전의 경우 땅값이 싼 전국의 산지 임야에 집중적으로 설치되는데 산림 훼손에 따라 태양광 산사태가 잇따라 발생했다. 자연조건에 따라 발전량을 조절하기 힘든 신재생에너지를 보완하기 위해 전력을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지난 1년간 20회가 넘는 화재가 발생하면서 현재는 정부가 가동을 중단시켰다. 특히 이번 포항 지진을 유발한 지열발전의 사례처럼 정부가 사고 가능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새로운 형태의 발전소에 대한 공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발전소가 들어서면 미세먼지와 다이옥신 등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나주혁신도시의 고형폐기물(SRF) 발전소를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쓰레기를 태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뿐만 아니라 다이옥신이 발생해 주민들의 건강까지 위협한다며 나주 시민들이 막아서고 있다. 인근의 한 주민은 “입주하고 보니 SRF가 생활 쓰레기가 주원료라는 것을 알게 됐고 환경호르몬이나 미세먼지가 더 배출될 것이라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말했다. 나주혁신도시 주민들은 LNG발전소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가동 한 번 못한 지역난방공사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의 한 관계자는 “LNG발전보다 오염물질이 덜 나온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도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충북 음성군과 경남 통영시에서는 정부가 최근 미세먼지 대책으로 확대 정책을 펴고 있는 LNG발전소도 반대하고 있다. 생활권 인근에서는 초미세먼지가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와 LNG발전 등 분산형 전원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정책은 지역 갈등을 더욱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는 “에너지 집약도가 낮을수록 더 많은 지역에 발전소를 지어야 하기 때문에 지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들이 나와야 한다”며 “현재 발전소가 들어와 있는 지역을 제외하고 새로운 발전소 입지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발전사업 허가 체계에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손을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3㎿ 이상 발전사업 허가는 산업부 전기위원회가 담당하는데 재무·기술 능력, 사업 이행 가능 능력을 따져 발전사업의 면허를 준다. 여기에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는 하지만 주민들에게 직접 묻는 방식이 아니라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전기위원회에 제출한다. 발전 인프라를 확충하고 싶어하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찬성하는 주민의 수를 과대 포장하는 경우가 잦다. 기본적으로 동의 대상 주민과 찬성 비율 등 명확한 기준조차 없이 전기위원회의 심의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도 문제다. 이처럼 지역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발전사업 허가가 결정되다 보니 이후 관할 지자체에서 개발행위 허가, 설치 공사계획 인가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역민들과 갈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산업부 전기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발전소 입지 반대가 심한 지역에서도 지자체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되는 경우가 있어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어 올해 안에 처리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강광우·박형윤·김우보기자 pressk@@sedaily.com -
[에너지 전환, 이대로 좋은가]화재에 다이옥신까지…검증 안된 '신재생 발전'에 전국 몸살
경제 · 금융 정책 2019.03.21 17:27:42조용했던 인천 동구 송림동은 최근 40㎿급 연료전지 발전소가 착공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끄러워졌다. 두산건설·한국수력원자력·삼천리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인천연료전지는 오는 2020년 준공을 목표로 한 이 사업을 위해 지난 2017년 6월 산업통상자원부의 발전사업 허가, 지난해 말에는 지방자치단체의 발전소 건축 허가까지 받았다. 연료전지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의 한 종류다. 지역주민들은 의견 수렴 절차가 전혀 없었다고 반발하면서 지난 1일 예정된 착공이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주민 반발의 기저에는 공포감이 자리 잡고 있다. 발전소 허가 취소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인천 중·동구 평화복지연대의 김효진 사무국장은 “연료전지 발전소가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발전소에 대한 기본적인 불안감이 있지 않냐”며 “상용화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발전소를 주택지 인근에 주민들의 의견도 듣지 않고 추진하는 데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이 발전소 ‘포비아(공포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열발전이 지진을 촉발한 포항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41개 이상 발전소 입지를 두고 지역주민과 발전사업자 간 갈등이 있다. 발전소의 종류와 지역 여건 등에 무관하게 ‘발전소’는 이미 지역주민들에게 혐오시설이다. 경상도 지역만 봐도 대형 사고의 위험성을 이유로 건설이 중단된 울진의 신한울 3·4호기부터 사천의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경주 산내면의 풍력발전소, 포항의 바이오매스 발전소 등 신재생에너지까지, 또 통영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역시 갈등 중이다. 산이 많은 강원도에서는 주로 태양광과 풍력발전소 입지를 두고 다툼 중이다. 전라도와 충청도 역시 신재생에너지와 LNG발전소·석탄화력발전소 입지를 앞두고 지역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지역민들이 발전소를 기피하는 것은 우선 사고 가능성 때문이다. 태양광발전의 경우 땅값이 싼 전국의 산지 임야에 집중적으로 설치되는데 산림 훼손에 따라 태양광 산사태가 잇따라 발생했다. 자연조건에 따라 발전량을 조절하기 힘든 신재생에너지를 보완하기 위해 전력을 저장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지난 1년간 20회가 넘는 화재가 발생하면서 현재는 정부가 가동을 중단시켰다. 특히 이번 포항 지진을 유발한 지열발전의 사례처럼 정부가 사고 가능성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새로운 형태의 발전소에 대한 공포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발전소가 들어서면 미세먼지와 다이옥신 등 환경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나주혁신도시의 고형폐기물(SRF) 발전소를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쓰레기를 태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뿐만 아니라 다이옥신이 발생해 주민들의 건강까지 위협한다며 나주 시민들이 막아서고 있다. 인근의 한 주민은 “입주하고 보니 SRF가 생활 쓰레기가 주원료라는 것을 알게 됐고 환경호르몬이나 미세먼지가 더 배출될 것이라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고 말했다. 나주혁신도시 주민들은 LNG발전소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가동 한 번 못한 지역난방공사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의 한 관계자는 “LNG발전보다 오염물질이 덜 나온다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도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충북 음성군과 경남 통영시에서는 정부가 최근 미세먼지 대책으로 확대 정책을 펴고 있는 LNG발전소도 반대하고 있다. 생활권 인근에서는 초미세먼지가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재생에너지와 LNG발전 등 분산형 전원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정책은 지역 갈등을 더욱 유발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손양훈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는 “에너지 집약도가 낮을수록 더 많은 지역에 발전소를 지어야 하기 때문에 지역민들을 설득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들이 나와야 한다”며 “현재 발전소가 들어와 있는 지역을 제외하고 새로운 발전소 입지를 찾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발전사업 허가 체계에 주민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손을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3㎿ 이상 발전사업 허가는 산업부 전기위원회가 담당하는데 재무·기술 능력, 사업 이행 가능 능력을 따져 발전사업의 면허를 준다. 여기에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는 하지만 주민들에게 직접 묻는 방식이 아니라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전기위원회에 제출한다. 발전 인프라를 확충하고 싶어하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찬성하는 주민의 수를 과대 포장하는 경우가 잦다. 기본적으로 동의 대상 주민과 찬성 비율 등 명확한 기준조차 없이 전기위원회의 심의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도 문제다. 이처럼 지역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발전사업 허가가 결정되다 보니 이후 관할 지자체에서 개발행위 허가, 설치 공사계획 인가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지역민들과 갈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산업부 전기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발전소 입지 반대가 심한 지역에서도 지자체에서는 긍정적으로 보고되는 경우가 있어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관련 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어 올해 안에 처리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강광우·박형윤·김우보기자 press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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