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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정부, R&D 혁신 드라이브로 신성장동력 창출 절실"
산업 IT 2019.03.28 17:58:32과학·공학·의학계를 대표하는 3대 한림원과 과총 수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첫 특별좌담회에서 “미중이 첨단기술 전쟁을 벌이는데 우리나라가 하청국가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연구개발(R&D)에 드라이브를 걸어 신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첨단기술 전쟁이 한창인데 어떻게 보나.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첨단기술 전쟁이 냉전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러면 우리가 더 힘들어진다. 어느 나라가 세계 주도권을 쥐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다. 우리가 메모리반도체에서 중국과 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이 5년간 무려 16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세계 반도체 회사의 우수 인재를 리크루팅하고 (인재유치를 위한) ‘천인계획’을 넘어 ‘만인계획’까지 하고 있어 한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 문제다. △임태환 의학한림원 회장=의료는 첨단기술이 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봇 등과 관련돼 있다. 의료 임상의 경우 중국보다 우월하기는 하지만 바이오 쪽은 다르다. 중국이 AI·빅데이터에서 우리를 훌쩍 앞선다. 현재 의료 쪽에서 벤처가 AI 틈새를 만드는데 판로가 전혀 없다. 헬스케어 제품, AI 학문연구도 활발하지 않아 고민이다. △김명자 과총 회장=1·2·3차 산업혁명에서는 신성장 동력 창출, 시스템 현대화, 정보독점, 금융 뒷받침 등을 잘 갖춘 나라가 부를 가져갔다.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누가 핵심기술 경쟁력을 차지하고 빨리 제조업 혁신을 달성하느냐가 중요하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융합된 형태로 바뀌고 있지만 세계 교역량의 80%가 제조업에서 나온 공산품이다.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한민구 과기한림원 원장=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1등인데 인력 공급이 잘돼야 한다. 이공계 박사의 병역특례가 축소돼 고급인력 배출이 힘들다. 병역특례를 없애면 안 된다. SKY 등 수도권 대학의 박사과정생은 병역특례를 준비하느라 영어공부에 매달리는 게 현실이다. 중국은 고급인력 풀이 많고 미국에는 세계 인력이 집중된다. 한국은 외국에서 데려오기도 어렵다. 과학기술의 저변 확대가 아쉽다. 정부도 좀 더 기업 친화적이면 좋겠다. 삼성전자가 (내년 3월 가동하는) 평택 반도체 2공장의 전기 지중선에 5,000억원을 더 투자해야 하고 용수와 도로 문제도 아직 해결이 안 됐다. 첨단기술 전쟁에서 기업이 주요역할을 하지 않나. 말로만 중요하다고 하면 안 된다. 현대차가 미국에 투자하면 동네 이름까지 바꿔주고 다해준다. △임 회장=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등에서 팀을 꾸려 의사연구자와 과학자의 공동연구가 늘고 있으나 인력이 손에 꼽을 정도다. 이들이 후진을 양성하고 미중과의 경쟁을 견인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걱정이다. 정부와 사회가 관심을 가져주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우리 수준이 뭐 하나 깊이 있게 끌고 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권 회장=미국이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첨단장비를 중국에 팔지 말라고 했다. 중국이 5나노((㎚·10억분의1m)급 반도체를 넘어 7나노까지 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에서 언제까지 1·2등을 유지할지 고민하고 R&D 투자를 늘려야 한다. 정부는 융합형 고급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 회장=핵심 신기술 역량에 따라 국운이 갈린다. 기술산업으로 신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동시에 지구촌 공통과제인 기후변화, 환경오염, 빈부격차, 윤리도덕·가치관의 혼돈에도 잘 대처해야 갈등을 줄이면서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 문제는 중국과 공동해결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관련 좌담① [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대기업의 벤처·스타트업 M&A 규제 완화 시급” <5·끝>3대 한림원·과총 수장 특별좌담회 ☞‘혁신성장’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가정신·연구 자율성이 중요 미국 정치권도 과기 위기감 공유 원격진료 등 국민 편익 제시해야 과학·공학·의학계를 대표하는 3대 한림원과 과총 수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첫 특별좌담회에서 “혁신성장을 위해 대기업의 벤처·스타트업 인수합병(M&A) 규제를 완화하고 인재가 벤처·스타트업에 유입되도록 스톡옵션 등 제도를 잘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를 견제하는 것을 활용해야 하는데.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미국 공대를 보면 백인은 많지 않고 이민자가 주를 이룬다. 현재 대부분의 큰 기업에 중국과 인도 엔지니어가 굉장히 많다. 하지만 미국이 위기감을 느끼고 중국 유학생을 적게 뽑거나 중국의 첨단기술 투자에 강력히 제동을 건다. 우리도 틈새를 찾아 실리콘밸리 진출 확대 등 고급인력과 기술 습득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민구 과기한림원 원장=중국 학생을 뽑지 않으면 연구가 위축될 것이다. 중국과 인도 학생이 미국 이공계 대학의 주요 역할을 한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도 인도 유학생 출신 아닌가. 재미 한국계 고급 인력을 유치하고 자율성을 줘야 한다. △김명자 과총 회장=최근 미국 의회에서 과학기술 기관장 청문회를 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경쟁력을 잃고 추락한다. 아시아 인력에 의존하는 문제도 있다’며 위기의식을 얘기하더라. 미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도 폭넓게 인정하고 중국이 지식재산권(IP)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강하게 압박한다. 우리도 특허정책을 잘해야 한다. -기회와 위험요인이 병존하는데 혁신성장을 어떻게 해야 할까. △권 회장=정부의 혁신성장이 구호로 되는 게 아니다. 기업이 혁신성장을 잘할 수 있는 풍토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 대기업이 중소·벤처기업을 M&A하거나 기술을 도입하면 지탄의 대상이 된다. 융합이 대세인데도 대·중기 간 영역을 구분한다. 미국처럼 대기업이 중기를 M&A해 윈윈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창업자가 벤처·스타트업을 키워 엑시트(자금회수)할 때도 스톡옵션 문제가 있다. 미국은 주식투자에 대한 손해분은 소득공제를 해준다. △한 원장=대기업이 벤처를 M&A할 때 규제하는 바람에 벤처 창업자는 엑시트도 힘들다. LED 첨단전구를 중기 고유품목으로 묶어 놓으니 오슬람·도시바 등이 들어와 시장을 잠식당했다. 글로벌 경제를 봐야 한다. 스마트팜도 큰 시장인데 대기업이 들어오려다가 철수했다. 카풀도 당사자 간 이견이 첨예한데 정부가 적극 조정해야 한다. 우버가 안 다니는 선진국이 있나. 원격진료도 마찬가지다. 효율화와 형평성의 균형을 고민해야 한다. 미국 젊은이들이 벤처·스타트업에 많이 가는 게 스톡옵션이 잘돼 있어서인데 우리는 세금 문제 등에서 좀 취약하다. 창업에 실패하면 미국처럼 소중한 경험으로 보는 게 아니라 낙오자로 본다. △김 회장=교수할 때 과학사를 강의했다. 과거 산업혁명을 보면 기술적 동인도 크지만 기업가정신과 자본과 기술의 결합이 중요했다. 4차 산업혁명 격동기에 혁신성장을 하려면 기업가정신이 역시 제일 중요하다. 정부는 연구개발(R&D) 관료화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규제를 합리적으로 풀고 연구자에게 자율성을 줘야 한다. △임태환 의학한림원 회장=전국 6곳의 바이오클러스터(첨복단지 포함)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입했지만 뭐하나 나오는 게 없다.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고 정부와 정치인의 잣대로 평가하니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연구자도 ‘가만히 있는 게 낫다, 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학자 중심으로 평가해야 하고 의학한림원이 역할을 하라면 하겠다. 정부 출연연과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관련좌담② [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R&D 패러다임 대전환…정량평가 벗어나 자율성 부여해야” <5·끝>3대 한림원·과총 수장 특별좌담회 정부 과도한 간섭…‘황우석 사태’ 아직 진행형 정무 판단 줄이고 첨단 R&D 과감히 예타 면제 새 지식전략 필요…특허 소득 관대한 시선 필요 과학기술과 공학, 의학계 수장들이 국가 연구개발(R&D) 시스템과 관련해 “정부가 왜 연구자들이 선진국에서 이미 하고 있거나 실패 확률이 작은 것을 하는지 돌아보고 정치화·관료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국내 과학·공학·의학계의 집단지성을 대표하는 3대 한림원과 600여개 과학기술단체가 망라된 과총의 수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한 ‘과학기술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이라는 주제의 첫 특별좌담회에서 이같이 입을 모았다. 이들은 R&D 현장에서 자율성과 창의성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기술이전이나 창업이 활발하지 않은데. △김명자 회장=기초연구 분야에서는 ‘SCI 논문만 내면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데 굳이 특허 내고 벤처 창업하다 보면 이런저런 논란에 휘말리는 일이 생기는 실정’이라고 한다. 응용·개발 연구에서도 대학 산학협력단의 전문성이 떨어져 기술이전이나 창업도 녹록지 않다. 대학이나 출연연이나 연구자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혁신적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권오경 회장=대학에서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좋은 특허를 만들기 힘들다. 산단에서 우수한 변리사를 둬야 한다. 물론 논문 하나로 특허 쪼개기를 하면 안 된다. 대학 기술이전도 건수는 증가하나 건당 금액은 늘지 않고 있다(2017년 전문대 포함 국내 대학 418곳의 기술이전 수입은 총 774억원). 대학과 기업이 특허소송이 붙으면 학교가 대부분 지는데 이 부분도 상생이 필요하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있지만 청와대에 지식재산비서관을 둬야 한다. 인공지능(AI)이 미술·음악·문학 등도 잘하게 되는데 새로운 지식재산전략을 짜야 한다. 특허 숫자는 늘어나는데 파워풀한 특허는 별로 없다. 특허로 로열티를 받으면 근로소득으로 잡히는 것도 문제다. △한민구 원장=미국 특허 유지비용이 건당 한 해 1만~2만달러나 든다. 정부 R&D 과제가 끝나고 특허를 내려면 2~3년 걸린다. 연구비가 없으면 본인 돈으로 내야 한다. 교수가 특허수입이 들어오면 학교에 30~50%를 내고 세금을 내면 30%밖에 안 남는다. 세금도 종합소득세나 기타소득 어디로 해야 하는지 문제가 있다. 지적재산권으로 얻는 소득은 관대하게 봐야 한다. -정부가 올해 20조5,000억원의 R&D 예산을 투입하고 시스템 혁신에 나서나 여전히 갈 길이 먼데. △김 회장=과총이 올 초 설문조사한 게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예산 비중이 세계 1·2위권인데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고 과학기술 신성장동력이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에 과기계 4,310명이 응답했다. 50%가 R&D 성과가 높다, 34%가 보통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과학기술이 경제성장의 뒷받침이라는 목적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기계 밖에서는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질타한다. 정부는 기초연구, 상용화, 삶의 질 뒷받침 3박자를 요구한다. 이러려면 R&D 시스템을 자율화에 방향을 맞추고 평가방식도 확 바꿔야 한다. △권 회장=정부 연구비 중 행정에 들어가는 돈을 빼면 순수 연구비가 얼마인지 따져봐야 한다. 단기 성과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 관료들은 기초개발, 응용연구, 경제·사회적 성과를 모두 강조하는데 연구자가 왜 선진국이 이미 하거나 실패 확률이 낮은 것만 하는지를 봐야 한다. 연구는 잘해봐야 성공 확률이 절반이다. 그런데 (6만개가 넘는) R&D 과제에서 성공률이 98%인데도 산업화는 안 되는 게 말이 되나. △한 원장=연구 평가·기획을 하는 우수한 전문인력이 많아야 한다. 심판이 탁월해야 한다. 서울대 교수가 정부 R&D 과제를 신청하면 다른 서울대 교수는 심사위원이 못 되는 게 말이 되나. 우리 사회의 신뢰가 부족해서다. 연구 평가·기획 연구 풀을 한 번 쓰면 오래가야 한다. 국가 재정 대비 정부 R&D에 많이 쓰고 있는데 기초과학이든 상업화든 토양이 중요하다. 전문 연구기관을 신뢰하지 않으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된다. 정부의 R&D 자금 배분에서 선택과 집중도 중요하지만 (정권마다 치중하는) 정무적 판단은 좀 줄였으면 한다. △임태환 회장=황우석 사태 전에 많은 연구자가 그의 그늘에서 (연구비를) 따보려고 했던 게 사실이다. 의학한림원이 지난해 ‘황우석 사건’에 관한 학술포럼을 했는데 정말 가슴 아픈 것은 황우석 사태가 아직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연구자는 정부 해바라기이고 돈 주는 사람은 그것을 이용해 자기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심리가 있다. 연구자를 장악하고 정부가 컨트롤하려고 한다. -R&D 시스템의 패러다임 전환은 어떻게 해야 하나. △김 회장=논문·특허 등 정량평가 위주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갖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도전을 장려하는 성과평가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설문조사에서도 연구자들은 안정적 연구비 조달에 대한 애로가 있고 바이오에서는 의과학·의공학을 키워야 하는데 여전히 임상 중심이며 관리기관도 부처마다 다 있어 힘들다고 하더라. △권 회장=패스트팔로어에서 퍼스트무버로 가려면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 연구자를 보고 연구비를 줘야 한다. 정부 주도보다 연구자가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는 게 좋다. 올 초 수십조원에 달하는 23개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예비타당성(예타) 검토를 면제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 첨단 R&D에 대해서는 예타를 하면서 이럴 수 있나 생각했다. 첨단 R&D는 예타를 과감히 면제해야 한다. 우리는 R&D 프로그램 매니저도 너무 자주 바뀌는데 미국은 5~10년씩 한다. △임 회장=영국은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출연연, 기업이 뭉쳐 바이오 클러스터를 하는데 R&D 액수는 우리보다 작지만 논문은 게임이 안 될 정도로 압도적이다. 바이오 쪽 교수나 연구자의 아이디어가 많아도 기업과 투자자가 뒷받침이 잘 안 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을 할 때 보니 의사가 참여하지 않는 의료 연구과제가 많아 방향성이 모호하더라. 논문도 나오지 않고 응용개발도 안 된다. 바이오 R&D, 생명과학과 보건의료를 합쳐도 정부 R&D의 7%, 보건의료만 하면 4%인데 연구자의 연구토양이 부족하다. 정부가 뭔가 관리하고 컨트롤하려고 하니까 동기부여가 안 된다. 연구하는 임상의사가 너무 고달파 점점 줄고 기초과학에 전념하는 연구의사는 매년 10명도 안 되게 배출될 정도로 소수다. 오송·대구경북·판교·송도·대덕·원주 총 6곳의 바이오클러스터에서 협업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고 평가기준도 공무원의 잣대에 따라 이뤄진다. 연구중심 병원을 한다고 보건복지부에서 예산을 많이 나눠줬는데 공무원도 자주 바뀌고 예산이 증발해도 책임지는 곳이 없다. 국감 받을 때 보니 (의원이) ‘정부 R&D비로 논문이나 쓰고 하는 게 뭐냐’고 하더라. 귀를 의심했다. 최근 의학 쪽에서 많이 나아지고는 있으나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 주요 논문의 숫자는 아주 적다. △한 원장=대학·출연연·기업에서 R&D 과제를 하다 선의의 실패를 하면 성실실패를 넓게 인정해야 도전적 연구가 된다. 또한 외국은 의학연구가 엄청나게 커지는데 우리나라에 이런 인프라가 있는가. ☞‘성실 실패’ 넓게 인정해야 도전 가능…부정에만 일벌백계를 문·이과 구분 韓日뿐이 없어…교육혁신 절실 일자리 88% 중기 역량 키우는 파격 대책 나와야 벤처 자금 많지만 성과 미미…창의성 살리지 못해 -R&D에서 미국이나 독일처럼 자율성은 확실히 주되 연구부정에는 단호히 대처해야 하는데. △김 회장=예산이 쪼개기 식이고 정치화·관료화돼 있다. 연구자 중에는 하나도 못 받는 경우도 있다.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지금까지의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연구자에 자율성을 주고 문제가 있으면 일벌백계하면 된다.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R&D 성과가 저조한 이유 중 하나가 연구 관련 규제와 밀접하다. 규제를 합리화해 자율성을 강화하고 창의성을 키워야 한다. 정부도 리더십을 잘 발휘했으면 좋겠다. 요즘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데 저도 환경부 장관을 할 때 1999년 처음 한중일 환경장관회의를 시작해 대기오염물질 이동 연구 등을 했고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10대 도시에 CNG천연가스버스를 도입했다. 과총은 현재 미세먼지국민포럼과 플라스틱이슈포럼을 시리즈로 개최하고 있다. △임 회장=(연구부정에) 일벌백계가 안 되는데 대충 눈감아 줘서는 안 된다. 대신 성실실패에 대해서는 포용하되 나태하거나 고의적으로 부정을 저지르면 발도 못 붙이게 해야 한다. 연구자도 경계하게 만들어야지 무책임하게 하면 안 된다. 자칫하면 연구자 좀비가 된다. △권 회장=기업 연구비는 확실한 결과물을 내지 않으면 바로 연구비의 지원이 중단되고 연구목표도 도전적인데도 불구하고 저는 정부 연구비는 받지않고 기업 연구비만 받는다( 웃음). 정부 연구비는 행정처리해야 될게 많다. △임 회장=메디컬 R&D는 정부의 거버넌스가 분산돼 있는 게 큰 문제다. 미국은 NIH가 99%를 다룬다. 일본은 산업부·교육부·과기부로 흩어져 있던 것을 합쳐 NIH 출신이 수장이 됐다. 우리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며 영감과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임상과 연구가 단절된다. 연구과제도 이미 다 됐거나 하나 마나 한 것을 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가 신약개발 범부처 사업을 했는데 부처가 힘겨루기만 한다. 정부가 들여다보되 집행과 평가는 전문기구에 맡겨야 한다. 원격의료도 그렇고 불신 때문에 안 된다. 원격의료도 환자에게 어떤 부분이 이익인지 가려야 한다. 옥석을 가려 가능한 것부터 찾아야 한다. -스팀(STEAM, 과학·기술·공학·인문예술학·수학의 융합) 인재 양성 방안은. △김 회장=교육에서 창의력, 융합, 코딩, 미래 기술정보 등이 중요하다. 2020학년도 수능 수학시험에서 기하·벡터 등 어려운 과목의 부담을 줄여준다는데 변별력 측정에 문제가 있고 사교육은 심화되고 있다. 고교 학력이 떨어지면 대학 경쟁력도 낮아진다. (2022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문·이과를 통합한다지만 실상 이과의 문과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한 원장=문·이과를 나누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융합이 전혀 안 된다. KAIST·포스텍 등이 무학과로 뽑아 1학년 때 공통으로 가르친 뒤 이후 과를 정하도록 하는 곳도 있으나 일부다. 학생들의 창의력을 기르려면 문제풀이에서 틀리지 않는 연습을 하는 고교의 현실을 바꿔야 한다. 대학을 믿고 입학권을 주고 정부는 감시를 하면 된다. 근데 학원장 하는 말이 ‘제비뽑아 대학에 가도 학원에 와야 한다. 제비뽑기를 가르친다’고 하더라(웃음). △권 회장=대학에 권한을 줘야 한다. 전자공학과 신입생 중 고교에서 물리를 안 듣고 오는 학생이 있다. 지난해 서울포럼에서 만난 구글 싱크탱크 직쏘의 최고경영자(CEO)인 자레드 코헨이 ‘대학에서 역사학과 다닐 때 교양으로 소프트웨어를 했다. 융합했기에 첨단기업의 아이디어뱅크를 하게 됐다’고 하더라. △임 회장=정원은 민감한 문제이지만 (바이오나 컴퓨터 등) 수요에 맞게 조정이 이뤄졌으면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우리 산업과 교육 혁신전략은. △권 회장=삼성전자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을 가보면 내부 오퍼레이터 없이 자동화돼 있다. 고급인력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취업난이 심한데 창의성 있는 인재 양성이 답이다. 미국은 AI 전문가가 학부만 나와도 연봉으로 50만달러를 받는다. 우리 대학생들은 토론식 교육에 익숙하지 않다. 초중고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저급 일자리는 빨리 이민청도 만들고 외국인을 교육시켜서 해도 된다. △김 회장=고급 일자리는 느는데 저급 일자리는 줄 수밖에 없다.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파격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 대기업과 공무원만 가려고 사생결단하는 현실을 고쳐야 한다. 물론 벤처 지원자금도 많지만 성과가 눈에 확 보이지 않는다. 정부 주도로 추진하며 창의성을 살리지 못해 그렇다. 초중고에서 코딩교육을 한다지만 소프트웨어 등 컴퓨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처럼 시대의 흐름에 맞는 인력을 키워야 한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찾고 갈등 예방에도 나서야 한다. △임 회장=서울아산병원 교수가 500여명인데 울산의대 입학정원은 40명이다. 성대 의대도 40명이다. 의대는 증원 얘기가 금기시돼 있다. 그런데 외국 학생이나 전문의는 한국에서 훈련받기를 희망하며 많이 온다. 외국인 환자유치에 정부도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지만 실상 어느 병원에 명의가 있다고 입소문이 나야 한다. /정리=고광본선임기자 사진=권욱기자 -
[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대기업의 벤처·스타트업 M&A 규제 완화 시급"
산업 IT 2019.03.28 17:58:28과학·공학·의학계를 대표하는 3대 한림원과 과총 수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첫 특별좌담회에서 “혁신성장을 위해 대기업의 벤처·스타트업 인수합병(M&A) 규제를 완화하고 인재가 벤처·스타트업에 유입되도록 스톡옵션 등 제도를 잘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를 견제하는 것을 활용해야 하는데.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미국 공대를 보면 백인은 많지 않고 이민자가 주를 이룬다. 현재 대부분의 큰 기업에 중국과 인도 엔지니어가 굉장히 많다. 하지만 미국이 위기감을 느끼고 중국 유학생을 적게 뽑거나 중국의 첨단기술 투자에 강력히 제동을 건다. 우리도 틈새를 찾아 실리콘밸리 진출 확대 등 고급인력과 기술 습득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민구 과기한림원 원장=중국 학생을 뽑지 않으면 연구가 위축될 것이다. 중국과 인도 학생이 미국 이공계 대학의 주요 역할을 한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도 인도 유학생 출신 아닌가. 재미 한국계 고급 인력을 유치하고 자율성을 줘야 한다. △김명자 과총 회장=최근 미국 의회에서 과학기술 기관장 청문회를 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경쟁력을 잃고 추락한다. 아시아 인력에 의존하는 문제도 있다’며 위기의식을 얘기하더라. 미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도 폭넓게 인정하고 중국이 지식재산권(IP)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강하게 압박한다. 우리도 특허정책을 잘해야 한다. -기회와 위험요인이 병존하는데 혁신성장을 어떻게 해야 할까. △권 회장=정부의 혁신성장이 구호로 되는 게 아니다. 기업이 혁신성장을 잘할 수 있는 풍토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 대기업이 중소·벤처기업을 M&A하거나 기술을 도입하면 지탄의 대상이 된다. 융합이 대세인데도 대·중기 간 영역을 구분한다. 미국처럼 대기업이 중기를 M&A해 윈윈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창업자가 벤처·스타트업을 키워 엑시트(자금회수)할 때도 스톡옵션 문제가 있다. 미국은 주식투자에 대한 손해분은 소득공제를 해준다. △한 원장=대기업이 벤처를 M&A할 때 규제하는 바람에 벤처 창업자는 엑시트도 힘들다. LED 첨단전구를 중기 고유품목으로 묶어 놓으니 오슬람·도시바 등이 들어와 시장을 잠식당했다. 글로벌 경제를 봐야 한다. 스마트팜도 큰 시장인데 대기업이 들어오려다가 철수했다. 카풀도 당사자 간 이견이 첨예한데 정부가 적극 조정해야 한다. 우버가 안 다니는 선진국이 있나. 원격진료도 마찬가지다. 효율화와 형평성의 균형을 고민해야 한다. 미국 젊은이들이 벤처·스타트업에 많이 가는 게 스톡옵션이 잘돼 있어서인데 우리는 세금 문제 등에서 좀 취약하다. 창업에 실패하면 미국처럼 소중한 경험으로 보는 게 아니라 낙오자로 본다. △김 회장=교수할 때 과학사를 강의했다. 과거 산업혁명을 보면 기술적 동인도 크지만 기업가정신과 자본과 기술의 결합이 중요했다. 4차 산업혁명 격동기에 혁신성장을 하려면 기업가정신이 역시 제일 중요하다. 정부는 연구개발(R&D) 관료화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규제를 합리적으로 풀고 연구자에게 자율성을 줘야 한다. △임태환 의학한림원 회장=전국 6곳의 바이오클러스터(첨복단지 포함)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입했지만 뭐하나 나오는 게 없다.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고 정부와 정치인의 잣대로 평가하니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연구자도 ‘가만히 있는 게 낫다, 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학자 중심으로 평가해야 하고 의학한림원이 역할을 하라면 하겠다. 정부 출연연과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관련 좌담① [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정부, R&D 혁신 드라이브로 신성장동력 창출 절실” <5·끝>3대 한림원·과총 수장 특별좌담회 ☞‘미중 첨단기술 전쟁’ 대응은 신성장 동력 창출과 제조업 혁신 기업친화 정책으로 난관 넘어야 실리콘밸리 등 틈새 파고들어야 과학·공학·의학계를 대표하는 3대 한림원과 과총 수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첫 특별좌담회에서 “미중이 첨단기술 전쟁을 벌이는데 우리나라가 하청국가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연구개발(R&D)에 드라이브를 걸어 신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첨단기술 전쟁이 한창인데 어떻게 보나.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첨단기술 전쟁이 냉전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러면 우리가 더 힘들어진다. 어느 나라가 세계 주도권을 쥐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다. 우리가 메모리반도체에서 중국과 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이 5년간 무려 16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세계 반도체 회사의 우수 인재를 리크루팅하고 (인재유치를 위한) ‘천인계획’을 넘어 ‘만인계획’까지 하고 있어 한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 문제다. △임태환 의학한림원 회장=의료는 첨단기술이 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봇 등과 관련돼 있다. 의료 임상의 경우 중국보다 우월하기는 하지만 바이오 쪽은 다르다. 중국이 AI·빅데이터에서 우리를 훌쩍 앞선다. 현재 의료 쪽에서 벤처가 AI 틈새를 만드는데 판로가 전혀 없다. 헬스케어 제품, AI 학문연구도 활발하지 않아 고민이다. △김명자 과총 회장=1·2·3차 산업혁명에서는 신성장 동력 창출, 시스템 현대화, 정보독점, 금융 뒷받침 등을 잘 갖춘 나라가 부를 가져갔다.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누가 핵심기술 경쟁력을 차지하고 빨리 제조업 혁신을 달성하느냐가 중요하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융합된 형태로 바뀌고 있지만 세계 교역량의 80%가 제조업에서 나온 공산품이다.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한민구 과기한림원 원장=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1등인데 인력 공급이 잘돼야 한다. 이공계 박사의 병역특례가 축소돼 고급인력 배출이 힘들다. 병역특례를 없애면 안 된다. SKY 등 수도권 대학의 박사과정생은 병역특례를 준비하느라 영어공부에 매달리는 게 현실이다. 중국은 고급인력 풀이 많고 미국에는 세계 인력이 집중된다. 한국은 외국에서 데려오기도 어렵다. 과학기술의 저변 확대가 아쉽다. 정부도 좀 더 기업 친화적이면 좋겠다. 삼성전자가 (내년 3월 가동하는) 평택 반도체 2공장의 전기 지중선에 5,000억원을 더 투자해야 하고 용수와 도로 문제도 아직 해결이 안 됐다. 첨단기술 전쟁에서 기업이 주요역할을 하지 않나. 말로만 중요하다고 하면 안 된다. 현대차가 미국에 투자하면 동네 이름까지 바꿔주고 다해준다. △임 회장=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등에서 팀을 꾸려 의사연구자와 과학자의 공동연구가 늘고 있으나 인력이 손에 꼽을 정도다. 이들이 후진을 양성하고 미중과의 경쟁을 견인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걱정이다. 정부와 사회가 관심을 가져주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우리 수준이 뭐 하나 깊이 있게 끌고 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권 회장=미국이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첨단장비를 중국에 팔지 말라고 했다. 중국이 5나노((㎚·10억분의1m)급 반도체를 넘어 7나노까지 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에서 언제까지 1·2등을 유지할지 고민하고 R&D 투자를 늘려야 한다. 정부는 융합형 고급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 회장=핵심 신기술 역량에 따라 국운이 갈린다. 기술산업으로 신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동시에 지구촌 공통과제인 기후변화, 환경오염, 빈부격차, 윤리도덕·가치관의 혼돈에도 잘 대처해야 갈등을 줄이면서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 문제는 중국과 공동해결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관련좌담② [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R&D 패러다임 대전환…정량평가 벗어나 자율성 부여해야” <5·끝>3대 한림원·과총 수장 특별좌담회 정부 과도한 간섭…‘황우석 사태’ 아직 진행형 정무 판단 줄이고 첨단 R&D 과감히 예타 면제 새 지식전략 필요…특허 소득 관대한 시선 필요 과학기술과 공학, 의학계 수장들이 국가 연구개발(R&D) 시스템과 관련해 “정부가 왜 연구자들이 선진국에서 이미 하고 있거나 실패 확률이 작은 것을 하는지 돌아보고 정치화·관료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국내 과학·공학·의학계의 집단지성을 대표하는 3대 한림원과 600여개 과학기술단체가 망라된 과총의 수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한 ‘과학기술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이라는 주제의 첫 특별좌담회에서 이같이 입을 모았다. 이들은 R&D 현장에서 자율성과 창의성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기술이전이나 창업이 활발하지 않은데. △김명자 회장=기초연구 분야에서는 ‘SCI 논문만 내면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데 굳이 특허 내고 벤처 창업하다 보면 이런저런 논란에 휘말리는 일이 생기는 실정’이라고 한다. 응용·개발 연구에서도 대학 산학협력단의 전문성이 떨어져 기술이전이나 창업도 녹록지 않다. 대학이나 출연연이나 연구자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혁신적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권오경 회장=대학에서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좋은 특허를 만들기 힘들다. 산단에서 우수한 변리사를 둬야 한다. 물론 논문 하나로 특허 쪼개기를 하면 안 된다. 대학 기술이전도 건수는 증가하나 건당 금액은 늘지 않고 있다(2017년 전문대 포함 국내 대학 418곳의 기술이전 수입은 총 774억원). 대학과 기업이 특허소송이 붙으면 학교가 대부분 지는데 이 부분도 상생이 필요하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있지만 청와대에 지식재산비서관을 둬야 한다. 인공지능(AI)이 미술·음악·문학 등도 잘하게 되는데 새로운 지식재산전략을 짜야 한다. 특허 숫자는 늘어나는데 파워풀한 특허는 별로 없다. 특허로 로열티를 받으면 근로소득으로 잡히는 것도 문제다. △한민구 원장=미국 특허 유지비용이 건당 한 해 1만~2만달러나 든다. 정부 R&D 과제가 끝나고 특허를 내려면 2~3년 걸린다. 연구비가 없으면 본인 돈으로 내야 한다. 교수가 특허수입이 들어오면 학교에 30~50%를 내고 세금을 내면 30%밖에 안 남는다. 세금도 종합소득세나 기타소득 어디로 해야 하는지 문제가 있다. 지적재산권으로 얻는 소득은 관대하게 봐야 한다. -정부가 올해 20조5,000억원의 R&D 예산을 투입하고 시스템 혁신에 나서나 여전히 갈 길이 먼데. △김 회장=과총이 올 초 설문조사한 게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예산 비중이 세계 1·2위권인데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고 과학기술 신성장동력이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에 과기계 4,310명이 응답했다. 50%가 R&D 성과가 높다, 34%가 보통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과학기술이 경제성장의 뒷받침이라는 목적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기계 밖에서는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질타한다. 정부는 기초연구, 상용화, 삶의 질 뒷받침 3박자를 요구한다. 이러려면 R&D 시스템을 자율화에 방향을 맞추고 평가방식도 확 바꿔야 한다. △권 회장=정부 연구비 중 행정에 들어가는 돈을 빼면 순수 연구비가 얼마인지 따져봐야 한다. 단기 성과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 관료들은 기초개발, 응용연구, 경제·사회적 성과를 모두 강조하는데 연구자가 왜 선진국이 이미 하거나 실패 확률이 낮은 것만 하는지를 봐야 한다. 연구는 잘해봐야 성공 확률이 절반이다. 그런데 (6만개가 넘는) R&D 과제에서 성공률이 98%인데도 산업화는 안 되는 게 말이 되나. △한 원장=연구 평가·기획을 하는 우수한 전문인력이 많아야 한다. 심판이 탁월해야 한다. 서울대 교수가 정부 R&D 과제를 신청하면 다른 서울대 교수는 심사위원이 못 되는 게 말이 되나. 우리 사회의 신뢰가 부족해서다. 연구 평가·기획 연구 풀을 한 번 쓰면 오래가야 한다. 국가 재정 대비 정부 R&D에 많이 쓰고 있는데 기초과학이든 상업화든 토양이 중요하다. 전문 연구기관을 신뢰하지 않으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된다. 정부의 R&D 자금 배분에서 선택과 집중도 중요하지만 (정권마다 치중하는) 정무적 판단은 좀 줄였으면 한다. △임태환 회장=황우석 사태 전에 많은 연구자가 그의 그늘에서 (연구비를) 따보려고 했던 게 사실이다. 의학한림원이 지난해 ‘황우석 사건’에 관한 학술포럼을 했는데 정말 가슴 아픈 것은 황우석 사태가 아직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연구자는 정부 해바라기이고 돈 주는 사람은 그것을 이용해 자기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심리가 있다. 연구자를 장악하고 정부가 컨트롤하려고 한다. -R&D 시스템의 패러다임 전환은 어떻게 해야 하나. △김 회장=논문·특허 등 정량평가 위주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갖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도전을 장려하는 성과평가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설문조사에서도 연구자들은 안정적 연구비 조달에 대한 애로가 있고 바이오에서는 의과학·의공학을 키워야 하는데 여전히 임상 중심이며 관리기관도 부처마다 다 있어 힘들다고 하더라. △권 회장=패스트팔로어에서 퍼스트무버로 가려면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 연구자를 보고 연구비를 줘야 한다. 정부 주도보다 연구자가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는 게 좋다. 올 초 수십조원에 달하는 23개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예비타당성(예타) 검토를 면제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 첨단 R&D에 대해서는 예타를 하면서 이럴 수 있나 생각했다. 첨단 R&D는 예타를 과감히 면제해야 한다. 우리는 R&D 프로그램 매니저도 너무 자주 바뀌는데 미국은 5~10년씩 한다. △임 회장=영국은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출연연, 기업이 뭉쳐 바이오 클러스터를 하는데 R&D 액수는 우리보다 작지만 논문은 게임이 안 될 정도로 압도적이다. 바이오 쪽 교수나 연구자의 아이디어가 많아도 기업과 투자자가 뒷받침이 잘 안 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을 할 때 보니 의사가 참여하지 않는 의료 연구과제가 많아 방향성이 모호하더라. 논문도 나오지 않고 응용개발도 안 된다. 바이오 R&D, 생명과학과 보건의료를 합쳐도 정부 R&D의 7%, 보건의료만 하면 4%인데 연구자의 연구토양이 부족하다. 정부가 뭔가 관리하고 컨트롤하려고 하니까 동기부여가 안 된다. 연구하는 임상의사가 너무 고달파 점점 줄고 기초과학에 전념하는 연구의사는 매년 10명도 안 되게 배출될 정도로 소수다. 오송·대구경북·판교·송도·대덕·원주 총 6곳의 바이오클러스터에서 협업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고 평가기준도 공무원의 잣대에 따라 이뤄진다. 연구중심 병원을 한다고 보건복지부에서 예산을 많이 나눠줬는데 공무원도 자주 바뀌고 예산이 증발해도 책임지는 곳이 없다. 국감 받을 때 보니 (의원이) ‘정부 R&D비로 논문이나 쓰고 하는 게 뭐냐’고 하더라. 귀를 의심했다. 최근 의학 쪽에서 많이 나아지고는 있으나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 주요 논문의 숫자는 아주 적다. △한 원장=대학·출연연·기업에서 R&D 과제를 하다 선의의 실패를 하면 성실실패를 넓게 인정해야 도전적 연구가 된다. 또한 외국은 의학연구가 엄청나게 커지는데 우리나라에 이런 인프라가 있는가. ☞‘성실 실패’ 넓게 인정해야 도전 가능…부정에만 일벌백계를 문·이과 구분 韓日뿐이 없어…교육혁신 절실 일자리 88% 중기 역량 키우는 파격 대책 나와야 벤처 자금 많지만 성과 미미…창의성 살리지 못해 -R&D에서 미국이나 독일처럼 자율성은 확실히 주되 연구부정에는 단호히 대처해야 하는데. △김 회장=예산이 쪼개기 식이고 정치화·관료화돼 있다. 연구자 중에는 하나도 못 받는 경우도 있다.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지금까지의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연구자에 자율성을 주고 문제가 있으면 일벌백계하면 된다.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R&D 성과가 저조한 이유 중 하나가 연구 관련 규제와 밀접하다. 규제를 합리화해 자율성을 강화하고 창의성을 키워야 한다. 정부도 리더십을 잘 발휘했으면 좋겠다. 요즘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데 저도 환경부 장관을 할 때 1999년 처음 한중일 환경장관회의를 시작해 대기오염물질 이동 연구 등을 했고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10대 도시에 CNG천연가스버스를 도입했다. 과총은 현재 미세먼지국민포럼과 플라스틱이슈포럼을 시리즈로 개최하고 있다. △임 회장=(연구부정에) 일벌백계가 안 되는데 대충 눈감아 줘서는 안 된다. 대신 성실실패에 대해서는 포용하되 나태하거나 고의적으로 부정을 저지르면 발도 못 붙이게 해야 한다. 연구자도 경계하게 만들어야지 무책임하게 하면 안 된다. 자칫하면 연구자 좀비가 된다. △권 회장=기업 연구비는 확실한 결과물을 내지 않으면 바로 연구비의 지원이 중단되고 연구목표도 도전적인데도 불구하고 저는 정부 연구비는 받지않고 기업 연구비만 받는다( 웃음). 정부 연구비는 행정처리해야 될게 많다. △임 회장=메디컬 R&D는 정부의 거버넌스가 분산돼 있는 게 큰 문제다. 미국은 NIH가 99%를 다룬다. 일본은 산업부·교육부·과기부로 흩어져 있던 것을 합쳐 NIH 출신이 수장이 됐다. 우리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며 영감과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임상과 연구가 단절된다. 연구과제도 이미 다 됐거나 하나 마나 한 것을 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가 신약개발 범부처 사업을 했는데 부처가 힘겨루기만 한다. 정부가 들여다보되 집행과 평가는 전문기구에 맡겨야 한다. 원격의료도 그렇고 불신 때문에 안 된다. 원격의료도 환자에게 어떤 부분이 이익인지 가려야 한다. 옥석을 가려 가능한 것부터 찾아야 한다. -스팀(STEAM, 과학·기술·공학·인문예술학·수학의 융합) 인재 양성 방안은. △김 회장=교육에서 창의력, 융합, 코딩, 미래 기술정보 등이 중요하다. 2020학년도 수능 수학시험에서 기하·벡터 등 어려운 과목의 부담을 줄여준다는데 변별력 측정에 문제가 있고 사교육은 심화되고 있다. 고교 학력이 떨어지면 대학 경쟁력도 낮아진다. (2022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문·이과를 통합한다지만 실상 이과의 문과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한 원장=문·이과를 나누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융합이 전혀 안 된다. KAIST·포스텍 등이 무학과로 뽑아 1학년 때 공통으로 가르친 뒤 이후 과를 정하도록 하는 곳도 있으나 일부다. 학생들의 창의력을 기르려면 문제풀이에서 틀리지 않는 연습을 하는 고교의 현실을 바꿔야 한다. 대학을 믿고 입학권을 주고 정부는 감시를 하면 된다. 근데 학원장 하는 말이 ‘제비뽑아 대학에 가도 학원에 와야 한다. 제비뽑기를 가르친다’고 하더라(웃음). △권 회장=대학에 권한을 줘야 한다. 전자공학과 신입생 중 고교에서 물리를 안 듣고 오는 학생이 있다. 지난해 서울포럼에서 만난 구글 싱크탱크 직쏘의 최고경영자(CEO)인 자레드 코헨이 ‘대학에서 역사학과 다닐 때 교양으로 소프트웨어를 했다. 융합했기에 첨단기업의 아이디어뱅크를 하게 됐다’고 하더라. △임 회장=정원은 민감한 문제이지만 (바이오나 컴퓨터 등) 수요에 맞게 조정이 이뤄졌으면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우리 산업과 교육 혁신전략은. △권 회장=삼성전자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을 가보면 내부 오퍼레이터 없이 자동화돼 있다. 고급인력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취업난이 심한데 창의성 있는 인재 양성이 답이다. 미국은 AI 전문가가 학부만 나와도 연봉으로 50만달러를 받는다. 우리 대학생들은 토론식 교육에 익숙하지 않다. 초중고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저급 일자리는 빨리 이민청도 만들고 외국인을 교육시켜서 해도 된다. △김 회장=고급 일자리는 느는데 저급 일자리는 줄 수밖에 없다.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파격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 대기업과 공무원만 가려고 사생결단하는 현실을 고쳐야 한다. 물론 벤처 지원자금도 많지만 성과가 눈에 확 보이지 않는다. 정부 주도로 추진하며 창의성을 살리지 못해 그렇다. 초중고에서 코딩교육을 한다지만 소프트웨어 등 컴퓨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처럼 시대의 흐름에 맞는 인력을 키워야 한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찾고 갈등 예방에도 나서야 한다. △임 회장=서울아산병원 교수가 500여명인데 울산의대 입학정원은 40명이다. 성대 의대도 40명이다. 의대는 증원 얘기가 금기시돼 있다. 그런데 외국 학생이나 전문의는 한국에서 훈련받기를 희망하며 많이 온다. 외국인 환자유치에 정부도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지만 실상 어느 병원에 명의가 있다고 입소문이 나야 한다. /정리=고광본선임기자 사진=권욱기자 -
[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R&D 패러다임 대전환…정량평가 벗어나 자율성 부여해야"
산업 IT 2019.03.28 17:58:24과학기술과 공학, 의학계 수장들이 국가 연구개발(R&D) 시스템과 관련해 “정부가 왜 연구자들이 선진국에서 이미 하고 있거나 실패 확률이 작은 것을 하는지 돌아보고 정치화·관료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국내 과학·공학·의학계의 집단지성을 대표하는 3대 한림원과 600여개 과학기술단체가 망라된 과총의 수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한 ‘과학기술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이라는 주제의 첫 특별좌담회에서 이같이 입을 모았다. 이들은 R&D 현장에서 자율성과 창의성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기술이전이나 창업이 활발하지 않은데. △김명자 회장=기초연구 분야에서는 ‘SCI 논문만 내면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데 굳이 특허 내고 벤처 창업하다 보면 이런저런 논란에 휘말리는 일이 생기는 실정’이라고 한다. 응용·개발 연구에서도 대학 산학협력단의 전문성이 떨어져 기술이전이나 창업도 녹록지 않다. 대학이나 출연연이나 연구자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혁신적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권오경 회장=대학에서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좋은 특허를 만들기 힘들다. 산단에서 우수한 변리사를 둬야 한다. 물론 논문 하나로 특허 쪼개기를 하면 안 된다. 대학 기술이전도 건수는 증가하나 건당 금액은 늘지 않고 있다(2017년 전문대 포함 국내 대학 418곳의 기술이전 수입은 총 774억원). 대학과 기업이 특허소송이 붙으면 학교가 대부분 지는데 이 부분도 상생이 필요하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있지만 청와대에 지식재산비서관을 둬야 한다. 인공지능(AI)이 미술·음악·문학 등도 잘하게 되는데 새로운 지식재산전략을 짜야 한다. 특허 숫자는 늘어나는데 파워풀한 특허는 별로 없다. 특허로 로열티를 받으면 근로소득으로 잡히는 것도 문제다. △한민구 원장=미국 특허 유지비용이 건당 한 해 1만~2만달러나 든다. 정부 R&D 과제가 끝나고 특허를 내려면 2~3년 걸린다. 연구비가 없으면 본인 돈으로 내야 한다. 교수가 특허수입이 들어오면 학교에 30~50%를 내고 세금을 내면 30%밖에 안 남는다. 세금도 종합소득세나 기타소득 어디로 해야 하는지 문제가 있다. 지적재산권으로 얻는 소득은 관대하게 봐야 한다. -정부가 올해 20조5,000억원의 R&D 예산을 투입하고 시스템 혁신에 나서나 여전히 갈 길이 먼데. △김 회장=과총이 올 초 설문조사한 게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예산 비중이 세계 1·2위권인데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고 과학기술 신성장동력이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에 과기계 4,310명이 응답했다. 50%가 R&D 성과가 높다, 34%가 보통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과학기술이 경제성장의 뒷받침이라는 목적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기계 밖에서는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질타한다. 정부는 기초연구, 상용화, 삶의 질 뒷받침 3박자를 요구한다. 이러려면 R&D 시스템을 자율화에 방향을 맞추고 평가방식도 확 바꿔야 한다. △권 회장=정부 연구비 중 행정에 들어가는 돈을 빼면 순수 연구비가 얼마인지 따져봐야 한다. 단기 성과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 관료들은 기초개발, 응용연구, 경제·사회적 성과를 모두 강조하는데 연구자가 왜 선진국이 이미 하거나 실패 확률이 낮은 것만 하는지를 봐야 한다. 연구는 잘해봐야 성공 확률이 절반이다. 그런데 (6만개가 넘는) R&D 과제에서 성공률이 98%인데도 산업화는 안 되는 게 말이 되나. △한 원장=연구 평가·기획을 하는 우수한 전문인력이 많아야 한다. 심판이 탁월해야 한다. 서울대 교수가 정부 R&D 과제를 신청하면 다른 서울대 교수는 심사위원이 못 되는 게 말이 되나. 우리 사회의 신뢰가 부족해서다. 연구 평가·기획 연구 풀을 한 번 쓰면 오래가야 한다. 국가 재정 대비 정부 R&D에 많이 쓰고 있는데 기초과학이든 상업화든 토양이 중요하다. 전문 연구기관을 신뢰하지 않으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된다. 정부의 R&D 자금 배분에서 선택과 집중도 중요하지만 (정권마다 치중하는) 정무적 판단은 좀 줄였으면 한다. △임태환 회장=황우석 사태 전에 많은 연구자가 그의 그늘에서 (연구비를) 따보려고 했던 게 사실이다. 의학한림원이 지난해 ‘황우석 사건’에 관한 학술포럼을 했는데 정말 가슴 아픈 것은 황우석 사태가 아직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연구자는 정부 해바라기이고 돈 주는 사람은 그것을 이용해 자기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심리가 있다. 연구자를 장악하고 정부가 컨트롤하려고 한다. -R&D 시스템의 패러다임 전환은 어떻게 해야 하나. △김 회장=논문·특허 등 정량평가 위주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갖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도전을 장려하는 성과평가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설문조사에서도 연구자들은 안정적 연구비 조달에 대한 애로가 있고 바이오에서는 의과학·의공학을 키워야 하는데 여전히 임상 중심이며 관리기관도 부처마다 다 있어 힘들다고 하더라. △권 회장=패스트팔로어에서 퍼스트무버로 가려면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 연구자를 보고 연구비를 줘야 한다. 정부 주도보다 연구자가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는 게 좋다. 올 초 수십조원에 달하는 23개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예비타당성(예타) 검토를 면제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 첨단 R&D에 대해서는 예타를 하면서 이럴 수 있나 생각했다. 첨단 R&D는 예타를 과감히 면제해야 한다. 우리는 R&D 프로그램 매니저도 너무 자주 바뀌는데 미국은 5~10년씩 한다. △임 회장=영국은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출연연, 기업이 뭉쳐 바이오 클러스터를 하는데 R&D 액수는 우리보다 작지만 논문은 게임이 안 될 정도로 압도적이다. 바이오 쪽 교수나 연구자의 아이디어가 많아도 기업과 투자자가 뒷받침이 잘 안 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을 할 때 보니 의사가 참여하지 않는 의료 연구과제가 많아 방향성이 모호하더라. 논문도 나오지 않고 응용개발도 안 된다. 바이오 R&D, 생명과학과 보건의료를 합쳐도 정부 R&D의 7%, 보건의료만 하면 4%인데 연구자의 연구토양이 부족하다. 정부가 뭔가 관리하고 컨트롤하려고 하니까 동기부여가 안 된다. 연구하는 임상의사가 너무 고달파 점점 줄고 기초과학에 전념하는 연구의사는 매년 10명도 안 되게 배출될 정도로 소수다. 오송·대구경북·판교·송도·대덕·원주 총 6곳의 바이오클러스터에서 협업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고 평가기준도 공무원의 잣대에 따라 이뤄진다. 연구중심 병원을 한다고 보건복지부에서 예산을 많이 나눠줬는데 공무원도 자주 바뀌고 예산이 증발해도 책임지는 곳이 없다. 국감 받을 때 보니 (의원이) ‘정부 R&D비로 논문이나 쓰고 하는 게 뭐냐’고 하더라. 귀를 의심했다. 최근 의학 쪽에서 많이 나아지고는 있으나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 주요 논문의 숫자는 아주 적다. △한 원장=대학·출연연·기업에서 R&D 과제를 하다 선의의 실패를 하면 성실실패를 넓게 인정해야 도전적 연구가 된다. 또한 외국은 의학연구가 엄청나게 커지는데 우리나라에 이런 인프라가 있는가. ☞‘성실 실패’ 넓게 인정해야 도전 가능…부정에만 일벌백계를 문·이과 구분 韓日뿐이 없어…교육혁신 절실 일자리 88% 중기 역량 키우는 파격 대책 나와야 벤처 자금 많지만 성과 미미…창의성 살리지 못해 -R&D에서 미국이나 독일처럼 자율성은 확실히 주되 연구부정에는 단호히 대처해야 하는데. △김 회장=예산이 쪼개기 식이고 정치화·관료화돼 있다. 연구자 중에는 하나도 못 받는 경우도 있다.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지금까지의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연구자에 자율성을 주고 문제가 있으면 일벌백계하면 된다.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R&D 성과가 저조한 이유 중 하나가 연구 관련 규제와 밀접하다. 규제를 합리화해 자율성을 강화하고 창의성을 키워야 한다. 정부도 리더십을 잘 발휘했으면 좋겠다. 요즘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데 저도 환경부 장관을 할 때 1999년 처음 한중일 환경장관회의를 시작해 대기오염물질 이동 연구 등을 했고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10대 도시에 CNG천연가스버스를 도입했다. 과총은 현재 미세먼지국민포럼과 플라스틱이슈포럼을 시리즈로 개최하고 있다. △임 회장=(연구부정에) 일벌백계가 안 되는데 대충 눈감아 줘서는 안 된다. 대신 성실실패에 대해서는 포용하되 나태하거나 고의적으로 부정을 저지르면 발도 못 붙이게 해야 한다. 연구자도 경계하게 만들어야지 무책임하게 하면 안 된다. 자칫하면 연구자 좀비가 된다. △권 회장=기업 연구비는 확실한 결과물을 내지 않으면 바로 연구비의 지원이 중단되고 연구목표도 도전적인데도 불구하고 저는 정부 연구비는 받지않고 기업 연구비만 받는다( 웃음). 정부 연구비는 행정처리해야 될게 많다. △임 회장=메디컬 R&D는 정부의 거버넌스가 분산돼 있는 게 큰 문제다. 미국은 NIH가 99%를 다룬다. 일본은 산업부·교육부·과기부로 흩어져 있던 것을 합쳐 NIH 출신이 수장이 됐다. 우리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며 영감과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임상과 연구가 단절된다. 연구과제도 이미 다 됐거나 하나 마나 한 것을 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가 신약개발 범부처 사업을 했는데 부처가 힘겨루기만 한다. 정부가 들여다보되 집행과 평가는 전문기구에 맡겨야 한다. 원격의료도 그렇고 불신 때문에 안 된다. 원격의료도 환자에게 어떤 부분이 이익인지 가려야 한다. 옥석을 가려 가능한 것부터 찾아야 한다. -스팀(STEAM, 과학·기술·공학·인문예술학·수학의 융합) 인재 양성 방안은. △김 회장=교육에서 창의력, 융합, 코딩, 미래 기술정보 등이 중요하다. 2020학년도 수능 수학시험에서 기하·벡터 등 어려운 과목의 부담을 줄여준다는데 변별력 측정에 문제가 있고 사교육은 심화되고 있다. 고교 학력이 떨어지면 대학 경쟁력도 낮아진다. (2022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문·이과를 통합한다지만 실상 이과의 문과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한 원장=문·이과를 나누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융합이 전혀 안 된다. KAIST·포스텍 등이 무학과로 뽑아 1학년 때 공통으로 가르친 뒤 이후 과를 정하도록 하는 곳도 있으나 일부다. 학생들의 창의력을 기르려면 문제풀이에서 틀리지 않는 연습을 하는 고교의 현실을 바꿔야 한다. 대학을 믿고 입학권을 주고 정부는 감시를 하면 된다. 근데 학원장 하는 말이 ‘제비뽑아 대학에 가도 학원에 와야 한다. 제비뽑기를 가르친다’고 하더라(웃음). △권 회장=대학에 권한을 줘야 한다. 전자공학과 신입생 중 고교에서 물리를 안 듣고 오는 학생이 있다. 지난해 서울포럼에서 만난 구글 싱크탱크 직쏘의 최고경영자(CEO)인 자레드 코헨이 ‘대학에서 역사학과 다닐 때 교양으로 소프트웨어를 했다. 융합했기에 첨단기업의 아이디어뱅크를 하게 됐다’고 하더라. △임 회장=정원은 민감한 문제이지만 (바이오나 컴퓨터 등) 수요에 맞게 조정이 이뤄졌으면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우리 산업과 교육 혁신전략은. △권 회장=삼성전자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을 가보면 내부 오퍼레이터 없이 자동화돼 있다. 고급인력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취업난이 심한데 창의성 있는 인재 양성이 답이다. 미국은 AI 전문가가 학부만 나와도 연봉으로 50만달러를 받는다. 우리 대학생들은 토론식 교육에 익숙하지 않다. 초중고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저급 일자리는 빨리 이민청도 만들고 외국인을 교육시켜서 해도 된다. △김 회장=고급 일자리는 느는데 저급 일자리는 줄 수밖에 없다.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파격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 대기업과 공무원만 가려고 사생결단하는 현실을 고쳐야 한다. 물론 벤처 지원자금도 많지만 성과가 눈에 확 보이지 않는다. 정부 주도로 추진하며 창의성을 살리지 못해 그렇다. 초중고에서 코딩교육을 한다지만 소프트웨어 등 컴퓨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처럼 시대의 흐름에 맞는 인력을 키워야 한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찾고 갈등 예방에도 나서야 한다. △임 회장=서울아산병원 교수가 500여명인데 울산의대 입학정원은 40명이다. 성대 의대도 40명이다. 의대는 증원 얘기가 금기시돼 있다. 그런데 외국 학생이나 전문의는 한국에서 훈련받기를 희망하며 많이 온다. 외국인 환자유치에 정부도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지만 실상 어느 병원에 명의가 있다고 입소문이 나야 한다. /정리=고광본선임기자 사진=권욱기자 ★관련 좌담① [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대기업의 벤처·스타트업 M&A 규제 완화 시급” <5·끝>3대 한림원·과총 수장 특별좌담회 ☞‘혁신성장’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가정신·연구 자율성이 중요 미국 정치권도 과기 위기감 공유 원격진료 등 국민 편익 제시해야 과학·공학·의학계를 대표하는 3대 한림원과 과총 수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첫 특별좌담회에서 “혁신성장을 위해 대기업의 벤처·스타트업 인수합병(M&A) 규제를 완화하고 인재가 벤처·스타트업에 유입되도록 스톡옵션 등 제도를 잘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를 견제하는 것을 활용해야 하는데.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미국 공대를 보면 백인은 많지 않고 이민자가 주를 이룬다. 현재 대부분의 큰 기업에 중국과 인도 엔지니어가 굉장히 많다. 하지만 미국이 위기감을 느끼고 중국 유학생을 적게 뽑거나 중국의 첨단기술 투자에 강력히 제동을 건다. 우리도 틈새를 찾아 실리콘밸리 진출 확대 등 고급인력과 기술 습득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민구 과기한림원 원장=중국 학생을 뽑지 않으면 연구가 위축될 것이다. 중국과 인도 학생이 미국 이공계 대학의 주요 역할을 한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도 인도 유학생 출신 아닌가. 재미 한국계 고급 인력을 유치하고 자율성을 줘야 한다. △김명자 과총 회장=최근 미국 의회에서 과학기술 기관장 청문회를 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경쟁력을 잃고 추락한다. 아시아 인력에 의존하는 문제도 있다’며 위기의식을 얘기하더라. 미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도 폭넓게 인정하고 중국이 지식재산권(IP)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강하게 압박한다. 우리도 특허정책을 잘해야 한다. -기회와 위험요인이 병존하는데 혁신성장을 어떻게 해야 할까. △권 회장=정부의 혁신성장이 구호로 되는 게 아니다. 기업이 혁신성장을 잘할 수 있는 풍토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 대기업이 중소·벤처기업을 M&A하거나 기술을 도입하면 지탄의 대상이 된다. 융합이 대세인데도 대·중기 간 영역을 구분한다. 미국처럼 대기업이 중기를 M&A해 윈윈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창업자가 벤처·스타트업을 키워 엑시트(자금회수)할 때도 스톡옵션 문제가 있다. 미국은 주식투자에 대한 손해분은 소득공제를 해준다. △한 원장=대기업이 벤처를 M&A할 때 규제하는 바람에 벤처 창업자는 엑시트도 힘들다. LED 첨단전구를 중기 고유품목으로 묶어 놓으니 오슬람·도시바 등이 들어와 시장을 잠식당했다. 글로벌 경제를 봐야 한다. 스마트팜도 큰 시장인데 대기업이 들어오려다가 철수했다. 카풀도 당사자 간 이견이 첨예한데 정부가 적극 조정해야 한다. 우버가 안 다니는 선진국이 있나. 원격진료도 마찬가지다. 효율화와 형평성의 균형을 고민해야 한다. 미국 젊은이들이 벤처·스타트업에 많이 가는 게 스톡옵션이 잘돼 있어서인데 우리는 세금 문제 등에서 좀 취약하다. 창업에 실패하면 미국처럼 소중한 경험으로 보는 게 아니라 낙오자로 본다. △김 회장=교수할 때 과학사를 강의했다. 과거 산업혁명을 보면 기술적 동인도 크지만 기업가정신과 자본과 기술의 결합이 중요했다. 4차 산업혁명 격동기에 혁신성장을 하려면 기업가정신이 역시 제일 중요하다. 정부는 연구개발(R&D) 관료화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규제를 합리적으로 풀고 연구자에게 자율성을 줘야 한다. △임태환 의학한림원 회장=전국 6곳의 바이오클러스터(첨복단지 포함)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입했지만 뭐하나 나오는 게 없다.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고 정부와 정치인의 잣대로 평가하니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연구자도 ‘가만히 있는 게 낫다, 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학자 중심으로 평가해야 하고 의학한림원이 역할을 하라면 하겠다. 정부 출연연과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관련 좌담② [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정부, R&D 혁신 드라이브로 신성장동력 창출 절실” <5·끝>3대 한림원·과총 수장 특별좌담회 ☞‘미중 첨단기술 전쟁’ 대응은 신성장 동력 창출과 제조업 혁신 기업친화 정책으로 난관 넘어야 실리콘밸리 등 틈새 파고들어야 과학·공학·의학계를 대표하는 3대 한림원과 과총 수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첫 특별좌담회에서 “미중이 첨단기술 전쟁을 벌이는데 우리나라가 하청국가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연구개발(R&D)에 드라이브를 걸어 신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첨단기술 전쟁이 한창인데 어떻게 보나.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첨단기술 전쟁이 냉전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러면 우리가 더 힘들어진다. 어느 나라가 세계 주도권을 쥐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다. 우리가 메모리반도체에서 중국과 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이 5년간 무려 16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세계 반도체 회사의 우수 인재를 리크루팅하고 (인재유치를 위한) ‘천인계획’을 넘어 ‘만인계획’까지 하고 있어 한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 문제다. △임태환 의학한림원 회장=의료는 첨단기술이 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봇 등과 관련돼 있다. 의료 임상의 경우 중국보다 우월하기는 하지만 바이오 쪽은 다르다. 중국이 AI·빅데이터에서 우리를 훌쩍 앞선다. 현재 의료 쪽에서 벤처가 AI 틈새를 만드는데 판로가 전혀 없다. 헬스케어 제품, AI 학문연구도 활발하지 않아 고민이다. △김명자 과총 회장=1·2·3차 산업혁명에서는 신성장 동력 창출, 시스템 현대화, 정보독점, 금융 뒷받침 등을 잘 갖춘 나라가 부를 가져갔다.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누가 핵심기술 경쟁력을 차지하고 빨리 제조업 혁신을 달성하느냐가 중요하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융합된 형태로 바뀌고 있지만 세계 교역량의 80%가 제조업에서 나온 공산품이다.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한민구 과기한림원 원장=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1등인데 인력 공급이 잘돼야 한다. 이공계 박사의 병역특례가 축소돼 고급인력 배출이 힘들다. 병역특례를 없애면 안 된다. SKY 등 수도권 대학의 박사과정생은 병역특례를 준비하느라 영어공부에 매달리는 게 현실이다. 중국은 고급인력 풀이 많고 미국에는 세계 인력이 집중된다. 한국은 외국에서 데려오기도 어렵다. 과학기술의 저변 확대가 아쉽다. 정부도 좀 더 기업 친화적이면 좋겠다. 삼성전자가 (내년 3월 가동하는) 평택 반도체 2공장의 전기 지중선에 5,000억원을 더 투자해야 하고 용수와 도로 문제도 아직 해결이 안 됐다. 첨단기술 전쟁에서 기업이 주요역할을 하지 않나. 말로만 중요하다고 하면 안 된다. 현대차가 미국에 투자하면 동네 이름까지 바꿔주고 다해준다. △임 회장=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등에서 팀을 꾸려 의사연구자와 과학자의 공동연구가 늘고 있으나 인력이 손에 꼽을 정도다. 이들이 후진을 양성하고 미중과의 경쟁을 견인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걱정이다. 정부와 사회가 관심을 가져주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우리 수준이 뭐 하나 깊이 있게 끌고 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권 회장=미국이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첨단장비를 중국에 팔지 말라고 했다. 중국이 5나노((㎚·10억분의1m)급 반도체를 넘어 7나노까지 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에서 언제까지 1·2등을 유지할지 고민하고 R&D 투자를 늘려야 한다. 정부는 융합형 고급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 회장=핵심 신기술 역량에 따라 국운이 갈린다. 기술산업으로 신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동시에 지구촌 공통과제인 기후변화, 환경오염, 빈부격차, 윤리도덕·가치관의 혼돈에도 잘 대처해야 갈등을 줄이면서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 문제는 중국과 공동해결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
[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 "연구자는 '정부 해바라기' 정부는 연구자 장악하려해"
산업 IT 2019.03.28 17:57:14정부의 연구개발(R&D) 혁신 드라이브에도 R&D 생태계가 지난 2005년 말 발생한 ‘황우석 사태’의 현재진행형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임태환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회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과학기술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3대 한림원장과 과총 수장 간 첫 특별좌담회에서 “여전히 연구자는 정부 해바라기이며 정부는 연구자를 장악하고 컨트롤하려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가 올해 20조5,000억원의 R&D 예산을 집행하고 연구자의 자율성과 책임성에 초점을 맞춘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14년 전 국내 과학기술계는 황 전 서울대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 조작 파문으로 정부의 R&D 정치화·관료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연구부정 문제로 극심한 홍역을 앓았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장은 “R&D 예산이 쪼개기식이고 정치화·관료화돼 있다”며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연구자에게 자율성을 주고 문제가 있으면 일벌백계하는 식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 회장은 “R&D에 대한 관료적 접근으로 전국적으로 6개의 주요 바이오클러스터에서 전혀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공무원의 잣대로 평가해서 그렇다”고 지적했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관료들은 연구자가 선진국이 이미 했거나 실패 확률이 낮은 것만 왜 하는지를 봐야 한다”며 “(6만개가 넘는) R&D 과제에서 성공률이 98%인데 산업화는 안 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 한민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은 “정부 R&D 자금 배분에서 선택과 집중도 중요하지만 (정권마다 치중하는) 정무적 판단은 좀 줄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R&D 패러다임 대전환…정량평가(논문·특허) 벗어나 자율성 부여해야” 정부 과도한 간섭…‘황우석 사태’ 아직 진행형 정무 판단 줄이고 첨단 R&D 과감히 예타 면제 새 지식전략 필요…특허 소득 관대한 시선 필요 과학기술과 공학, 의학계 수장들이 국가 연구개발(R&D) 시스템과 관련해 “정부가 왜 연구자들이 선진국에서 이미 하고 있거나 실패 확률이 작은 것을 하는지 돌아보고 정치화·관료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국내 과학·공학·의학계의 집단지성을 대표하는 3대 한림원과 600여개 과학기술단체가 망라된 과총의 수장은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서울 강남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한 ‘과학기술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이라는 주제의 첫 특별좌담회에서 이같이 입을 모았다. 이들은 R&D 현장에서 자율성과 창의성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촉구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의 기술이전이나 창업이 활발하지 않은데. △김명자 회장=기초연구 분야에서는 ‘SCI 논문만 내면 훌륭한 과학자가 되는데 굳이 특허 내고 벤처 창업하다 보면 이런저런 논란에 휘말리는 일이 생기는 실정’이라고 한다. 응용·개발 연구에서도 대학 산학협력단의 전문성이 떨어져 기술이전이나 창업도 녹록지 않다. 대학이나 출연연이나 연구자가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혁신적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권오경 회장=대학에서 뛰어난 기술이 있어도 좋은 특허를 만들기 힘들다. 산단에서 우수한 변리사를 둬야 한다. 물론 논문 하나로 특허 쪼개기를 하면 안 된다. 대학 기술이전도 건수는 증가하나 건당 금액은 늘지 않고 있다(2017년 전문대 포함 국내 대학 418곳의 기술이전 수입은 총 774억원). 대학과 기업이 특허소송이 붙으면 학교가 대부분 지는데 이 부분도 상생이 필요하다.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있지만 청와대에 지식재산비서관을 둬야 한다. 인공지능(AI)이 미술·음악·문학 등도 잘하게 되는데 새로운 지식재산전략을 짜야 한다. 특허 숫자는 늘어나는데 파워풀한 특허는 별로 없다. 특허로 로열티를 받으면 근로소득으로 잡히는 것도 문제다. △한민구 원장=미국 특허 유지비용이 건당 한 해 1만~2만달러나 든다. 정부 R&D 과제가 끝나고 특허를 내려면 2~3년 걸린다. 연구비가 없으면 본인 돈으로 내야 한다. 교수가 특허수입이 들어오면 학교에 30~50%를 내고 세금을 내면 30%밖에 안 남는다. 세금도 종합소득세나 기타소득 어디로 해야 하는지 문제가 있다. 지적재산권으로 얻는 소득은 관대하게 봐야 한다. -정부가 올해 20조5,000억원의 R&D 예산을 투입하고 시스템 혁신에 나서나 여전히 갈 길이 먼데. △김 회장=과총이 올 초 설문조사한 게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 예산 비중이 세계 1·2위권인데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고 과학기술 신성장동력이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에 과기계 4,310명이 응답했다. 50%가 R&D 성과가 높다, 34%가 보통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과학기술이 경제성장의 뒷받침이라는 목적에 충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기계 밖에서는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질타한다. 정부는 기초연구, 상용화, 삶의 질 뒷받침 3박자를 요구한다. 이러려면 R&D 시스템을 자율화에 방향을 맞추고 평가방식도 확 바꿔야 한다. △권 회장=정부 연구비 중 행정에 들어가는 돈을 빼면 순수 연구비가 얼마인지 따져봐야 한다. 단기 성과에 치중해서는 안 된다. 관료들은 기초개발, 응용연구, 경제·사회적 성과를 모두 강조하는데 연구자가 왜 선진국이 이미 하거나 실패 확률이 낮은 것만 하는지를 봐야 한다. 연구는 잘해봐야 성공 확률이 절반이다. 그런데 (6만개가 넘는) R&D 과제에서 성공률이 98%인데도 산업화는 안 되는 게 말이 되나. △한 원장=연구 평가·기획을 하는 우수한 전문인력이 많아야 한다. 심판이 탁월해야 한다. 서울대 교수가 정부 R&D 과제를 신청하면 다른 서울대 교수는 심사위원이 못 되는 게 말이 되나. 우리 사회의 신뢰가 부족해서다. 연구 평가·기획 연구 풀을 한 번 쓰면 오래가야 한다. 국가 재정 대비 정부 R&D에 많이 쓰고 있는데 기초과학이든 상업화든 토양이 중요하다. 전문 연구기관을 신뢰하지 않으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된다. 정부의 R&D 자금 배분에서 선택과 집중도 중요하지만 (정권마다 치중하는) 정무적 판단은 좀 줄였으면 한다. △임태환 회장=황우석 사태 전에 많은 연구자가 그의 그늘에서 (연구비를) 따보려고 했던 게 사실이다. 의학한림원이 지난해 ‘황우석 사건’에 관한 학술포럼을 했는데 정말 가슴 아픈 것은 황우석 사태가 아직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연구자는 정부 해바라기이고 돈 주는 사람은 그것을 이용해 자기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심리가 있다. 연구자를 장악하고 정부가 컨트롤하려고 한다. -R&D 시스템의 패러다임 전환은 어떻게 해야 하나. △김 회장=논문·특허 등 정량평가 위주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갖고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도전을 장려하는 성과평가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설문조사에서도 연구자들은 안정적 연구비 조달에 대한 애로가 있고 바이오에서는 의과학·의공학을 키워야 하는데 여전히 임상 중심이며 관리기관도 부처마다 다 있어 힘들다고 하더라. △권 회장=패스트팔로어에서 퍼스트무버로 가려면 자유롭고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 연구자를 보고 연구비를 줘야 한다. 정부 주도보다 연구자가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는 게 좋다. 올 초 수십조원에 달하는 23개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예비타당성(예타) 검토를 면제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 첨단 R&D에 대해서는 예타를 하면서 이럴 수 있나 생각했다. 첨단 R&D는 예타를 과감히 면제해야 한다. 우리는 R&D 프로그램 매니저도 너무 자주 바뀌는데 미국은 5~10년씩 한다. △임 회장=영국은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 출연연, 기업이 뭉쳐 바이오 클러스터를 하는데 R&D 액수는 우리보다 작지만 논문은 게임이 안 될 정도로 압도적이다. 바이오 쪽 교수나 연구자의 아이디어가 많아도 기업과 투자자가 뒷받침이 잘 안 된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장을 할 때 보니 의사가 참여하지 않는 의료 연구과제가 많아 방향성이 모호하더라. 논문도 나오지 않고 응용개발도 안 된다. 바이오 R&D, 생명과학과 보건의료를 합쳐도 정부 R&D의 7%, 보건의료만 하면 4%인데 연구자의 연구토양이 부족하다. 정부가 뭔가 관리하고 컨트롤하려고 하니까 동기부여가 안 된다. 연구하는 임상의사가 너무 고달파 점점 줄고 기초과학에 전념하는 연구의사는 매년 10명도 안 되게 배출될 정도로 소수다. 오송·대구경북·판교·송도·대덕·원주 총 6곳의 바이오클러스터에서 협업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고 평가기준도 공무원의 잣대에 따라 이뤄진다. 연구중심 병원을 한다고 보건복지부에서 예산을 많이 나눠줬는데 공무원도 자주 바뀌고 예산이 증발해도 책임지는 곳이 없다. 국감 받을 때 보니 (의원이) ‘정부 R&D비로 논문이나 쓰고 하는 게 뭐냐’고 하더라. 귀를 의심했다. 최근 의학 쪽에서 많이 나아지고는 있으나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 주요 논문의 숫자는 아주 적다. △한 원장=대학·출연연·기업에서 R&D 과제를 하다 선의의 실패를 하면 성실실패를 넓게 인정해야 도전적 연구가 된다. 또한 미국이나 중국 등은 의학 등 바이오헬스케어 연구가 엄청나게 커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상당히 부족하다. ☞‘성실 실패’ 넓게 인정해야 도전 가능…부정에만 일벌백계를 문·이과 구분 韓日뿐이 없어…교육혁신 절실 일자리 88% 중기 역량 키우는 파격 대책 나와야 벤처 자금 많지만 성과 미미…창의성 살리지 못해 -R&D에서 미국이나 독일처럼 자율성은 확실히 주되 연구부정에는 단호히 대처해야 하는데. △김 회장=예산이 쪼개기 식이고 정치화·관료화돼 있다. 연구자 중에는 하나도 못 받는 경우도 있다. 시행착오가 있더라도 지금까지의 방식을 과감히 버리고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연구자에 자율성을 주고 문제가 있으면 일벌백계하면 된다.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R&D 성과가 저조한 이유 중 하나가 연구 관련 규제와 밀접하다. 규제를 합리화해 자율성을 강화하고 창의성을 키워야 한다. 정부도 리더십을 잘 발휘했으면 좋겠다. 요즘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데 저도 환경부 장관을 할 때 1999년 처음 한중일 환경장관회의를 시작해 대기오염물질 이동 연구 등을 했고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10대 도시에 CNG천연가스버스를 도입했다. 과총은 현재 미세먼지국민포럼과 플라스틱이슈포럼을 시리즈로 개최하고 있다. △임 회장=(연구부정에) 일벌백계가 안 되는데 대충 눈감아 줘서는 안 된다. 대신 성실실패에 대해서는 포용하되 나태하거나 고의적으로 부정을 저지르면 발도 못 붙이게 해야 한다. 연구자도 경계하게 만들어야지 무책임하게 하면 안 된다. 자칫하면 연구자 좀비가 된다. △권 회장=기업 연구비는 확실한 결과물을 내지 않으면 바로 연구비의 지원이 중단되고 연구목표도 도전적인데도 불구하고 저는 정부 연구비는 받지않고 기업 연구비만 받는다( 웃음). 정부 연구비는 행정처리해야 될게 많다. △임 회장=메디컬 R&D는 정부의 거버넌스가 분산돼 있는 게 큰 문제다. 미국은 NIH가 99%를 다룬다. 일본은 산업부·교육부·과기부로 흩어져 있던 것을 합쳐 NIH 출신이 수장이 됐다. 우리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며 영감과 아이디어가 나오는데 임상과 연구가 단절된다. 연구과제도 이미 다 됐거나 하나 마나 한 것을 하는 경우도 많다. 정부가 신약개발 범부처 사업을 했는데 부처가 힘겨루기만 한다. 정부가 들여다보되 집행과 평가는 전문기구에 맡겨야 한다. 원격의료도 그렇고 불신 때문에 안 된다. 원격의료도 환자에게 어떤 부분이 이익인지 가려야 한다. 옥석을 가려 가능한 것부터 찾아야 한다. -스팀(STEAM, 과학·기술·공학·인문예술학·수학의 융합) 인재 양성 방안은. △김 회장=교육에서 창의력, 융합, 코딩, 미래 기술정보 등이 중요하다. 2020학년도 수능 수학시험에서 기하·벡터 등 어려운 과목의 부담을 줄여준다는데 변별력 측정에 문제가 있고 사교육은 심화되고 있다. 고교 학력이 떨어지면 대학 경쟁력도 낮아진다. (2022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문·이과를 통합한다지만 실상 이과의 문과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한 원장=문·이과를 나누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융합이 전혀 안 된다. KAIST·포스텍 등이 무학과로 뽑아 1학년 때 공통으로 가르친 뒤 이후 과를 정하도록 하는 곳도 있으나 일부다. 학생들의 창의력을 기르려면 문제풀이에서 틀리지 않는 연습을 하는 고교의 현실을 바꿔야 한다. 대학을 믿고 입학권을 주고 정부는 감시를 하면 된다. 근데 학원장 하는 말이 ‘제비뽑아 대학에 가도 학원에 와야 한다. 제비뽑기를 가르친다’고 하더라(웃음). △권 회장=대학에 권한을 줘야 한다. 전자공학과 신입생 중 고교에서 물리를 안 듣고 오는 학생이 있다. 지난해 서울포럼에서 만난 구글 싱크탱크 직쏘의 최고경영자(CEO)인 자레드 코헨이 ‘대학에서 역사학과 다닐 때 교양으로 소프트웨어를 했다. 융합했기에 첨단기업의 아이디어뱅크를 하게 됐다’고 하더라. △임 회장=정원은 민감한 문제이지만 (바이오나 컴퓨터 등) 수요에 맞게 조정이 이뤄졌으면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우리 산업과 교육 혁신전략은. △권 회장=삼성전자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을 가보면 내부 오퍼레이터 없이 자동화돼 있다. 고급인력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취업난이 심한데 창의성 있는 인재 양성이 답이다. 미국은 AI 전문가가 학부만 나와도 연봉으로 50만달러를 받는다. 우리 대학생들은 토론식 교육에 익숙하지 않다. 초중고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저급 일자리는 빨리 이민청도 만들고 외국인을 교육시켜서 해도 된다. △김 회장=고급 일자리는 느는데 저급 일자리는 줄 수밖에 없다. 일자리의 8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파격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 대기업과 공무원만 가려고 사생결단하는 현실을 고쳐야 한다. 물론 벤처 지원자금도 많지만 성과가 눈에 확 보이지 않는다. 정부 주도로 추진하며 창의성을 살리지 못해 그렇다. 초중고에서 코딩교육을 한다지만 소프트웨어 등 컴퓨터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처럼 시대의 흐름에 맞는 인력을 키워야 한다.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성장과 분배의 균형을 찾고 갈등 예방에도 나서야 한다. △임 회장=서울아산병원 교수가 500여명인데 울산의대 입학정원은 40명이다. 성대 의대도 40명이다. 의대는 증원 얘기가 금기시돼 있다. 그런데 외국 학생이나 전문의는 한국에서 훈련받기를 희망하며 많이 온다. 외국인 환자유치에 정부도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지만 실상 어느 병원에 명의가 있다고 입소문이 나야 한다. /정리=고광본선임기자 사진=권욱기자 ★관련 좌담① [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대기업의 벤처·스타트업 M&A 규제 완화 시급” <5·끝>3대 한림원·과총 수장 특별좌담회 ☞‘혁신성장’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가정신·연구 자율성이 중요 미국 정치권도 과기 위기감 공유 원격진료 등 국민 편익 제시해야 과학·공학·의학계를 대표하는 3대 한림원과 과총 수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첫 특별좌담회에서 “혁신성장을 위해 대기업의 벤처·스타트업 인수합병(M&A) 규제를 완화하고 인재가 벤처·스타트업에 유입되도록 스톡옵션 등 제도를 잘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를 견제하는 것을 활용해야 하는데.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미국 공대를 보면 백인은 많지 않고 이민자가 주를 이룬다. 현재 대부분의 큰 기업에 중국과 인도 엔지니어가 굉장히 많다. 하지만 미국이 위기감을 느끼고 중국 유학생을 적게 뽑거나 중국의 첨단기술 투자에 강력히 제동을 건다. 우리도 틈새를 찾아 실리콘밸리 진출 확대 등 고급인력과 기술 습득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한민구 과기한림원 원장=중국 학생을 뽑지 않으면 연구가 위축될 것이다. 중국과 인도 학생이 미국 이공계 대학의 주요 역할을 한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도 인도 유학생 출신 아닌가. 재미 한국계 고급 인력을 유치하고 자율성을 줘야 한다. △김명자 과총 회장=최근 미국 의회에서 과학기술 기관장 청문회를 했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경쟁력을 잃고 추락한다. 아시아 인력에 의존하는 문제도 있다’며 위기의식을 얘기하더라. 미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도 폭넓게 인정하고 중국이 지식재산권(IP)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강하게 압박한다. 우리도 특허정책을 잘해야 한다. -기회와 위험요인이 병존하는데 혁신성장을 어떻게 해야 할까. △권 회장=정부의 혁신성장이 구호로 되는 게 아니다. 기업이 혁신성장을 잘할 수 있는 풍토와 분위기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 대기업이 중소·벤처기업을 M&A하거나 기술을 도입하면 지탄의 대상이 된다. 융합이 대세인데도 대·중기 간 영역을 구분한다. 미국처럼 대기업이 중기를 M&A해 윈윈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창업자가 벤처·스타트업을 키워 엑시트(자금회수)할 때도 스톡옵션 문제가 있다. 미국은 주식투자에 대한 손해분은 소득공제를 해준다. △한 원장=대기업이 벤처를 M&A할 때 규제하는 바람에 벤처 창업자는 엑시트도 힘들다. LED 첨단전구를 중기 고유품목으로 묶어 놓으니 오슬람·도시바 등이 들어와 시장을 잠식당했다. 글로벌 경제를 봐야 한다. 스마트팜도 큰 시장인데 대기업이 들어오려다가 철수했다. 카풀도 당사자 간 이견이 첨예한데 정부가 적극 조정해야 한다. 우버가 안 다니는 선진국이 있나. 원격진료도 마찬가지다. 효율화와 형평성의 균형을 고민해야 한다. 미국 젊은이들이 벤처·스타트업에 많이 가는 게 스톡옵션이 잘돼 있어서인데 우리는 세금 문제 등에서 좀 취약하다. 창업에 실패하면 미국처럼 소중한 경험으로 보는 게 아니라 낙오자로 본다. △김 회장=교수할 때 과학사를 강의했다. 과거 산업혁명을 보면 기술적 동인도 크지만 기업가정신과 자본과 기술의 결합이 중요했다. 4차 산업혁명 격동기에 혁신성장을 하려면 기업가정신이 역시 제일 중요하다. 정부는 연구개발(R&D) 관료화로 효율성이 떨어지는 규제를 합리적으로 풀고 연구자에게 자율성을 줘야 한다. △임태환 의학한림원 회장=전국 6곳의 바이오클러스터(첨복단지 포함)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입했지만 뭐하나 나오는 게 없다.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하고 정부와 정치인의 잣대로 평가하니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연구자도 ‘가만히 있는 게 낫다, 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학자 중심으로 평가해야 하고 의학한림원이 역할을 하라면 하겠다. 정부 출연연과 대학은 기업이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관련 좌담② [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정부, R&D 혁신 드라이브로 신성장동력 창출 절실” <5·끝>3대 한림원·과총 수장 특별좌담회 ☞‘미중 첨단기술 전쟁’ 대응은 신성장 동력 창출과 제조업 혁신 기업친화 정책으로 난관 넘어야 실리콘밸리 등 틈새 파고들어야 과학·공학·의학계를 대표하는 3대 한림원과 과총 수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첫 특별좌담회에서 “미중이 첨단기술 전쟁을 벌이는데 우리나라가 하청국가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연구개발(R&D)에 드라이브를 걸어 신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첨단기술 전쟁이 한창인데 어떻게 보나.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첨단기술 전쟁이 냉전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러면 우리가 더 힘들어진다. 어느 나라가 세계 주도권을 쥐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에 굉장히 어렵다. 우리가 메모리반도체에서 중국과 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국이 5년간 무려 16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한다. 세계 반도체 회사의 우수 인재를 리크루팅하고 (인재유치를 위한) ‘천인계획’을 넘어 ‘만인계획’까지 하고 있어 한국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 문제다. △임태환 의학한림원 회장=의료는 첨단기술이 인공지능(AI)·빅데이터·로봇 등과 관련돼 있다. 의료 임상의 경우 중국보다 우월하기는 하지만 바이오 쪽은 다르다. 중국이 AI·빅데이터에서 우리를 훌쩍 앞선다. 현재 의료 쪽에서 벤처가 AI 틈새를 만드는데 판로가 전혀 없다. 헬스케어 제품, AI 학문연구도 활발하지 않아 고민이다. △김명자 과총 회장=1·2·3차 산업혁명에서는 신성장 동력 창출, 시스템 현대화, 정보독점, 금융 뒷받침 등을 잘 갖춘 나라가 부를 가져갔다.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누가 핵심기술 경쟁력을 차지하고 빨리 제조업 혁신을 달성하느냐가 중요하다.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융합된 형태로 바뀌고 있지만 세계 교역량의 80%가 제조업에서 나온 공산품이다.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한민구 과기한림원 원장=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1등인데 인력 공급이 잘돼야 한다. 이공계 박사의 병역특례가 축소돼 고급인력 배출이 힘들다. 병역특례를 없애면 안 된다. SKY 등 수도권 대학의 박사과정생은 병역특례를 준비하느라 영어공부에 매달리는 게 현실이다. 중국은 고급인력 풀이 많고 미국에는 세계 인력이 집중된다. 한국은 외국에서 데려오기도 어렵다. 과학기술의 저변 확대가 아쉽다. 정부도 좀 더 기업 친화적이면 좋겠다. 삼성전자가 (내년 3월 가동하는) 평택 반도체 2공장의 전기 지중선에 5,000억원을 더 투자해야 하고 용수와 도로 문제도 아직 해결이 안 됐다. 첨단기술 전쟁에서 기업이 주요역할을 하지 않나. 말로만 중요하다고 하면 안 된다. 현대차가 미국에 투자하면 동네 이름까지 바꿔주고 다해준다. △임 회장=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세브란스병원 등에서 팀을 꾸려 의사연구자와 과학자의 공동연구가 늘고 있으나 인력이 손에 꼽을 정도다. 이들이 후진을 양성하고 미중과의 경쟁을 견인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 걱정이다. 정부와 사회가 관심을 가져주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우리 수준이 뭐 하나 깊이 있게 끌고 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권 회장=미국이 지난해 말부터 반도체 첨단장비를 중국에 팔지 말라고 했다. 중국이 5나노((㎚·10억분의1m)급 반도체를 넘어 7나노까지 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에서 언제까지 1·2등을 유지할지 고민하고 R&D 투자를 늘려야 한다. 정부는 융합형 고급인재 양성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 회장=핵심 신기술 역량에 따라 국운이 갈린다. 기술산업으로 신성장동력을 창출해야 한다. 동시에 지구촌 공통과제인 기후변화, 환경오염, 빈부격차, 윤리도덕·가치관의 혼돈에도 잘 대처해야 갈등을 줄이면서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다. (초)미세먼지 문제는 중국과 공동해결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
"하버드 의대생 절반은 창업 생각하죠"
산업 IT 2019.03.26 17:27:18“하버드의대에서 지난 2009년부터 박사후과정(포닥)을 할 때 보니 박사과정 학생 중 절반은 창업이나 연구를 산업화하려고 하더라고요. 자연스레 바이오 연구를 창업으로 연결해야겠다는 결심을 확고히 굳히게 됐죠.” 박한수(46·사진)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교수 겸 지놈앤컴퍼니 각자대표는 25일 판교의 회사 사무실에서 미국 제약사와의 미팅 뒤 기자와 만나 “의대를 가면 의사나 교수만을 생각하는 한국 풍토와 달리 미국은 바이오헬스케어 창업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서울의대 학·석·박사로 하버드의대에서 포닥을 하고 잭슨랩유전체연구소에서 책임연구원을 하다가 2016년 귀국해 창업도 하고 GIST 교수도 됐다. 그는 “미국에서는 하버드대병원 심장내과 스타 의사가 구글로 옮겨 바이오 자회사 책임자를 한다”며 “저도 미국에서 창업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초기에 투자유치가 정말 어려웠다. 한국보다 더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한국은 이스라엘을 벤치마킹한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TIPS·팁스)이 있어 좋은데 미국은 글로벌 제약사에서 나와도 돈을 빌려 창업합니다. 다만 실패해도 가능성이 보이면 투자자가 붙는 게 한국과 다른 특징이죠.” 국내의 투자 환경과 정부 지원 등이 해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지만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힘든 현실이라는 지적도 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한번 실패하면 잘 투자하지 않는다”며 “주변에서 창업했다가 실패한 교수도 더 이상 안 한다. 너무 힘들기도 하지만 투자받기 쉽지 않은 이유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서울대 의대 다닐 때 ‘당연히 의사를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하다가 서정선 교수님이 창업(마크로젠)하는 것을 보고 서울대병원에서 인턴을 하며 바이오 회사 창업을 꿈꿨다”며 “고심 끝에 기초연구를 하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하버드대에서 본격적으로 준비했다”고 회고했다. 하버드대에서 인간 유전체 빅데이터를 연구하고 잭슨랩유전체연구소에서는 실험용 쥐로 신약 개발 유전체 연구를 한 그는 귀국 후 서울대 의대 동기로 경영학석사(MBA)을 한 배지수씨와 의기투합해 창업한 뒤 각자대표를 맡았다. 서울의대 동기(200명, 지금은 160명) 중 안정적인 의사와 교수가 아닌 창업가는 이들밖에 없다. 그는 항암면역 프로바이오틱스를 자체 개발하고 면역항암제를 영진약품·에이비엘바이오와 공동 개발해 글로벌 제약사들과 공동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항암면역 프로바이오틱스의 상업화를 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임상시험 준비(Pre-IND) 모임도 열었다. 올 하반기에는 임상 1상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글로벌 제약사와 조율 중이다. 지놈앤컴퍼니는 지난해 12월 코넥스에 상장한 데 이어 오는 2020년 코스닥 이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10개 이상 미국·유럽 글로벌 제약사나 중국 제약사들과 방향을 맞춰가는 게 힘들지만 K바이오에 한몫을 한다는 측면에서 뿌듯하다. 임상 3상이나 조기 라이선싱 아웃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규제 측면에서 애로를 묻자 ‘바이오헬스케어의 진단 쪽은 규제가 많지만 치료 쪽은 괜찮은 편’이라며 오히려 정부의 특허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 차원에서 바이오헬스케어의 특허를 폭넓게 해석하는데 우리나라는 점점 좁게 특허를 주는 경향이 있다. 새로운 분야에서 선두경쟁을 벌이는 입장에서 애로가 커 탄력적으로 적용했으면 좋겠다”는 게 그의 호소다. 정부 연구개발(R&D) 정책의 개선점에 관해서는 “팁스가 성공적이라 더 다양한 버전으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교수로서 심도 있는 연구를 하고 창업자로서 글로벌 제약사의 5~10년 뒤 임상 방향까지 알 수 있다. 최적의 R&D가 가능하다”며 활짝 웃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
[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 美·獨 자율 보장하는데 韓은 '하향식 관리'…창의적 연구 못해
산업 IT 2019.03.26 17:27:14물리·화학·생물 등 기초과학과 부품소재·기계·자동차 등 기술과 공학이 골고루 발달한 독일. 그 바탕에는 기초과학에만 투자하는 막스플랑크연구재단과 철저히 산업화에 치중하는 프라운호퍼연구재단이 있다. 연구소 예산도 막스플랑크는 연방정부와 16개 주정부가 80% 이상 지원하는 데 비해 프라운호퍼는 70%가량을 기업에서 충당한다. 독일 연구개발(R&D)의 특징은 연구자 선정·평가가 재단의 목적에 맞게 이뤄지고 연구자에게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점이다. 지난 1948년 막스플랑크재단 설립 이후 노벨상 수상자가 18명이나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막스플랑크재단의 전신인 카이저빌헬름재단에서 받은 것까지 합하면 33명에 달한다. 막스 플랑크(1858~1947년)는 양자역학의 창시자로 1918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으며 과학계의 교류에 힘썼다. 막스플랑크코리아 소장인 박재훈 포스텍 교수는 “기본철학이 독창적 연구를 해 브레이크스루(돌파구)를 열 만한 뛰어난 연구자를 철저히 검증해 뽑으면 믿고 맡긴다. 일일이 간섭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막스플랑크재단에는 80개 이상 연구소가 있는데, 연구자가 제안한 연구를 충실히 수행한다면 비록 몇 년간 연구성과가 미흡하더라도 기다려주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DC에서 가까운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HMI)의 자넬리아팜 리서치캠퍼스도 마찬가지다. 이 재단은 대학과 병원의 의학 연구에 주로 지원하는데 역시 연구자의 자율성에 초점을 맞춘다. 대학·연구기관에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연구자를 추천하면 소수를 뽑아 집중 지원한다. HHMI의 지원을 받은 노벨상 수상자가 29명에 달할 정도다. 이 연구소는 TWA항공 설립자인 하워드 휴스(1905~1976년)가 의학 발전을 위해 1953년 만들었고 무려 148억달러의 기금으로 운용된다. 자넬리아팜에서 박사후과정(포닥) 경험이 있는 박혜윤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는 “미국 정부(NSF와 NIH 등)가 주는 연구비를 받는 것에 비해 연구자가 하고 싶은 연구를 맘껏 하게 하고 비싼 장비를 사도 뭐라고 안 하는 분위기”라고 소개했다. HHMI는 특히 얼마나 도전적이고 창의적으로 연구해 가능성이 있는지를 본다는 것이다. 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막스플랑크나 HHMI가 여러 정부부처와 산하기관이 연구비를 기획·집행하는 우리 체계와는 다르지만 연구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중시하며 높은 성과를 올리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대학·기업에 주는 R&D 예산이 20조5,000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연구자 중심 연구 환경은 아직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차 산업혁명 융복합 시대를 맞아 R&D로 기초과학 육성과 산업 혁신, 신산업 선도를 이뤄야 하는데 성과가 부족하다. 연구과제 기획·선정·평가 체계가 관 주도로 비효율적이라는 게 과학·기술·공학계의 중론이다. 익명을 원한 서울대의 한 교수는 “생물과 물리를 융합해 연구를 하는데 새로운 분야라 연구비 받기가 너무 힘들었다. 학생연구원 인건비도 거의 못줄 정도였다”고 애로를 호소했다. 연구과제 선정에서 심사위원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인맥이 작동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익명을 원한 이화여대의 한 자연대 교수는 “정권이 우선순위를 두는 연구 분야에 연구비가 많아 연구자들이 그쪽으로 몰려다닌다”며 “인기 분야는 전문가 아닌 전문가가 판치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고려대 공대의 한 교수는 “정부 연구과제를 받아 연 두 차례 10쪽가량 보고해야 하는데 상당히 형식적이고 행정력 낭비가 만만치 않다”고 털어놓았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연구자의 아이디어나 주변 평가보다 어디에 논문을 내 얼마나 인용됐느냐, 특허는 뭐냐 이런 정량평가를 따지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는 R&D로 선도기술을 개발하고 혁신성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이 현장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가 R&D 혁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나 연구자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올해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 예산을 지난해보다 20% 늘린 1조7,000억원, 오는 2022년 2조5,000억원까지 증액하고, 초연결지능화 등 8대 혁신성장 선도사업과 데이터 등 3대 플랫폼에 8조원을 투자하며, 미세먼지·재난 등 삶의 질 연구도 3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KAIST 교수 출신인 임대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기혁신본부장은 “R&D 시스템이 ‘관리중심 하향식(top-down)’에 치우쳐 연구에 전념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신뢰기반 상향식(bottom-up) 지원’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5월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하는 ‘서울포럼’에 참석하는 한스 볼프강 슈피스 막스플랑크 고분자연구소 명예소장은 “막스플랑크와 프라운호퍼가 역할분담을 철저히 한 것처럼 연구자 선정이나 평가기준도 명확한 잣대를 갖고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로버트 싱어 HHMI 자넬리아팜 리서치캠퍼스 시니어펠로 겸 알버트아인슈타인대 교수는 “미국은 연구자에 철저한 자율성을 부여하되 연구부정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한다”고 조언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
[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 "교육·연구기능을 산학협력과 연계…일자리·창업으로 대학체질 바꿔야"
산업 IT 2019.03.24 17:04:40“지난 2015년에 미국 프린스턴대의 기술이전 수입이 1,600억원가량 됐지요. 블록버스터급 생명과학 등 지식재산권(IP) 4개로 거둔 수입인데 우리나라 대학 전체 기술이전료보다 훨씬 많죠. 우리 대학도 교육과 연구라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기업과 사회와 어울리는 방향으로 체질을 바꿔야 합니다.” 김우승(사진) 한양대 총장은 22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 한양대 총장실에서 5월 서울포럼 발제자 자격으로 기자와 만나 “교육 강화는 물론 연구 기능을 산학협력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도 백 투 더 베이직(Back to the basic·기본으로 돌아가자)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기계공학과 석·박사를 마치고 모교의 기계공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주로 산학협력 조직을 맡다가 학·연·산(學産硏) 클러스터의 모범으로 꼽히는 에리카(ERICA) 캠퍼스 부총장을 지냈다. 우선 그는 미국 기업들이 대학 중 우수한 연구자나 인프라가 있는 곳을 찾아 움직인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초로 비행기를 개발한 라이트 형제가 시험하던 곳이 있는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는 3개의 벤처빌딩이 있는데 IBM·ABB·레드핫 등 유수 기업의 브랜치가 많다”며 “임대료를 싸게 해주지 않는데도 몰리는 것은 좋은 교수와 연구원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씨게이트가 실리콘밸리에서 피츠버그로 옮긴 것도 집값 폭등 문제도 있었지만 카네기멜런대에 협업할 수 있는 교수가 우수해서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대학 관계자들에게 ‘어떻게 그렇게 많이 기술이전 수입이 가능하냐’고 물어보면 ‘그것을 잘하는 교수를 뽑고 지원체계를 잘 갖추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미국 대학의 경우 바이오 분야 기술이전 대박이 정보기술(IT) 부문에 비해 많다고 밝혔다. 그는 “제 지인인 미국인 교수의 자녀가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의대 석·박사 통합과정을 하는 데 총 75만달러가 드는데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지원한다”며 “조건은 의학과 과학의 융합 연구를 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렇게 미국은 정부에서 바이오 연구비를 많이 주고 하워드휴스의학연구소(HHMI) 등 바이오 쪽에 특화된 민간 연구지원기관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기초과학을 연구하는 연구교수는 외면하고 임상의와 교수로만 몰리는 풍토와는 대조적이다. 그는 “대학 분위기가 일자리·창업·사업화를 태생부터 장려하는 것으로 가야 한다”며 “인용이 많이 되는 임팩트 팩터 높은 논문을 쓰는 것도 의미가 크지만 기술이전이나 사업화, 사회와 소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좋은 논문을 많이 써 영국의 QS(Quacquarelli Symonds) 세계대학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면 우수한 외국 유학생을 끌어올 수 있는 장점도 있어 논문·특허·사업화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한양대는 현재 2,800여명의 외국 유학생이 있는데 이들의 등록금이 재정에 적지 않게 도움이 된다. 그는 “교수 승진이나 정부 연구개발(R&D) 과제를 받을 때 논문이나 특허 등의 비중이 크게 작용하는 게 현실”이라며 “‘논문을 위한 논문’을 지양하고 교수의 연구를 산업화로 유도하는 정책과 제도가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링크 플러스 사업의 지원금을 받은 한양대 등 전국 4년제 55개 대학을 대상으로 교수 업적평가에 산학 협력 실적을 논문 실적으로 반영하도록 조건을 달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대학의 속성은 아이작 뉴턴의 두 번째 운동법칙인 ‘F(힘·force)=m(질량·mass)·a(가속도·acceleration)’와 비슷하다. 대학은 변화를 꺼리는 어마어마하게 큰 관성질량으로 인해 외부 힘이 엄청나게 크지 않으면 가속도가 거의 나지 않는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대학에서 기본적인 틀을 튼튼히 하는 원칙도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미네르바스쿨이나 싱귤래리티대, 프랑스 파리의 에콜42 같은 혁신 교육기관처럼 기민하게 움직이기는 힘들지만 뿌리를 튼튼히 하며 사회와 접점을 찾아가겠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
[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 국내 418개大 기술이전 수입 774억…美 대학 1곳보다 적어
산업 IT 2019.03.24 17:02:57‘한국공학한림원의 100대 미래기술 중 하나인 포스트텐션 공법, 세계 최고 기업에 기술이전(서울대)’ ‘제주상사화 추출물을 활용한 치매 치료물질, 중소기업에 기술이전(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런 식으로 대학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은 기술이전 자료를 경쟁적으로 발표한다. 그런데 서울경제신문이 대학과 출연연의 기술이전료 수입을 따져보니 사실상 마이너스인 것으로 분석됐다. 기술이전료를 조직과 연구자가 나눈 뒤 전체 특허 출원·유지·등록 비용을 뺀 결과다. 대학에 연구비를 배분하는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국내 대학 418곳(전문대 148곳 포함·2017년 기준)은 지난 2013년(493억원) 대비 57% 증가한 774억원의 기술이전 수입을 올렸다. 서울대(42억원), 고려대(37억원), 성균관대(36억원) 순이었다. 의외로 4대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 부진해 한국과학기술원이 27억원, 광주과기원이 18억원, 대구경북과기원이 12억원에 그쳤고 울산과기원은 30위 안에도 없었다. 포스텍도 13억원에 그쳤다. 더욱이 연구자 보상에 417억원(54%)이 나가고 특허 출원·유지·등록 비용에 651억원이 든 것을 감안하면 대학의 기술이전 측면에서만 보면 300억원가량 마이너스였다. 대학의 전체 전임교원 1인당 기술이전 건수가 2013년(0.055건)에 비해 60% 증가했으나 0.088건에 그쳤다. 신규 교원 창업기업이 233개로 전년(195개)보다 20% 가까이 늘었으나 제대로 활동하는 곳이 그리 많지 않다. 정부가 대학에 과학기술 분야에서만 5조290억원을 연구개발(R&D)비로 줘 과제 성공률이 98~99%에 달한 것 치고는 초라한 성적표다. 정부가 올해 출연연과 대학·기업에 지원하는 20조5,000억원의 R&D 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으로 따지면 이스라엘과 함께 세계 1·2위권인데 기술이전료 측면에서 연구비 회수율은 제로인 셈이다. 서울의대 교수 출신인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2017년 발표된 세계혁신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26개국 중 12위를 차지했다”며 “특허출원이나 인적자본과 연구에서는 우수한 성과를 거뒀으나 산학연구 협력 정도가 26위로 다소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는 여전히 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SCI)급 논문을 중시하는 문화가 뿌리 깊기 때문이다. 정부가 교수에게 R&D 과제를 줄 때도 논문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유능한 변리사에게 괜찮은 논문을 맡기면 여러 건의 특허도 만들 수 있다. 논문과 특허 숫자로 보면 세계적이지만 현장과 괴리된 게 많다. 산업현장의 오류를 예측하는 솔루션 회사를 창업한 윤병동 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대학가에 논문을 위한 논문, 특허를 위한 특허가 너무 많다. R&D 과제 중 산업화되는 것은 열에 하나도 안 된다”고 전했다. 교육부로부터 링크 플러스 지원을 받는 55개 대학은 창업과 기술이전도 교수 업적평가에 넣는다고 하지만 역부족이다. 대학 산학협력단은 정부부처와 한국연구재단 등에서 교수가 연구과제를 수주하면 약 30%가량을 간접비로 징수하는데 기술이전이나 창업지원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서울대 산단의 경우 김진수 전 서울대 교수(툴젠 최대주주·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가 30억원가량의 정부 연구비를 받아 개발한 첨단 유전자가위 기술을 2012년 툴젠에 헐값에 넘겼다는 비판에 휘말린 게 단적인 예다. 반면 미국은 2015년 기준으로 프린스턴대가 1억4,200만달러(약 1,610억원), 스탠퍼드대가 9,422만달러(약 1,068억원)의 기술이전 수입을 올려 각각 한국 대학 총계를 훌쩍 뛰어넘었다. 스탠퍼드대 출신 창업기업들의 연간 매출이 한국 GDP의 갑절이 넘는다는 통계는 오래된 얘기다. 미국은 연방정부가 국립과학재단(NSF)을 통해 대학이나 연구소 등에 R&D비를 지원할 때 학술연구를 넘어 사업화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I-Corps)도 운영한다. 창업훈련, 콘퍼런스 개최, 비즈니스파트너·동문·투자자 주선이 뒤따른다. 국양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 이사장은 “중국 칭화대는 물론 농·축산·생명 특허가 좋은 뉴질랜드 오클랜드대도 한 대학이 우리 대학 전체 기술이전료보다 훨씬 더 받는다”고 전했다. 출연연도 대동소이하다. 과기 출연연을 관장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 따르면 25개 출연연은 지난해 957억원의 기술이전 수입을 올려 3년 연속 960억원 안팎을 기록했다. 하지만 대학처럼 기술이전료를 연구자와 나누고 특허 비용을 감안하면 역시 ‘속빈 강정’이다. 연간 8조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간 것 치고는 매우 빈약하다. 출연연 관계자들은 “여러 R&D 과제를 수행해 인건비를 벌충하는 연구과제 중심 연구비 지원 시스템(PBS)이 경쟁을 촉진하는 긍정적 요소도 있으나 그 비중이 전체 예산에서 절반가량 돼 과제 수주와 수행에 행정력 낭비가 만만치 않다”고 하소연한다. 정부도 이런 애로를 알고 PBS를 혁신과제로 꼽고 있으나 지난해 말로 예정됐던 개혁안 발표는 이해관계가 부딪히며 늦춰지고 있다. 연 4조원대의 R&D 예산을 받는 기업은 어떨까. 기업의 기술이전료 수입은 따질 수 없지만 응용·개발연구 중심인 기업 과제는 나눠 먹기 식이 많다. 중간에서 10%가량 수수료를 받고 과제를 따주는 컨설팅사도 적지 않다.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하며 공공기관 시스템통합(SI) 업무를 하는 K씨는 “R&D 과제는 주로 연구원 인건비를 충당하는 개념이다. 정부도 고용 유지와 창출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인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6만개 넘는 과제가 있는 정부 R&D의 기획·심사·평가 수준을 높이고 성실실패를 폭넓게 인정해야 도전적인 연구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
[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된다]이공계 박사따도 40%가 백수...'평생 직업' 찾아 의대行 러시
산업 IT 2019.03.21 17:49:36“교수님, 저 TEPS 준비해야 하는데 2개월만 봐주세요.” 지난해 말 서울대 공대에 들렀을 때 한 연구실에서 박사과정 학생이 교수에게 한 얘기다. 다음달 TEPS 시험을 앞두고 병역특례를 받기 위해 이공계 박사과정 학생들이 영어에 매달리고 있었던 것. 서울대 공대의 한 석·박사 통합과정생은 “석사 학점도 보지만 TEPS 점수가 성패를 좌우해 겨울방학에 2개월간 연구실을 나오지 못했다. 간혹 한 학기 휴학하는 연구원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모 서울대 공대 교수는 “학교를 안 나오고 영어 학원을 다니는 학생이 수두룩하다. 막으면 서운해하고 불신이 생긴다”며 “연 2회 병특 공고가 나는데 수도권은 경쟁률이 높아 학생들이 2~3차례씩 응시하곤 한다”고 전했다. 이는 과학기술 연구개발(R&D) 현장의 허리인 학생 연구원이 연구에 몰입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김모 교수는 “서울대 공대 교수들은 평균 5개 정도의 R&D 과제를 늘 수행하는데 실험이나 연구에 지장이 많다”며 혀를 찼다. 더욱이 국방부가 지난 2016년 ‘병역자원 감소’를 이유로 병역특례 전문연구요원과 산업기능요원을 오는 2023년까지 폐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이공계 대학원 진학률도 급감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 이공계 대학원의 전기와 후기 경쟁률은 각각 0.88대1, 0.95대1로 모두 미달됐다. 원자핵공학과나 조선해양공학과 등은 지원자가 확 줄었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KAIST 등 4개의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이나 포스텍, 지방대 이공계 박사과정생은 병특에 별 애로가 없지만 문제는 수도권이다. ‘SKY’조차 연구원이 영어와 씨름한다”고 한탄했다. 박홍규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는 “포닥(박사후연구원)과 석·박사가 부족하다. 고려대도 몇 년 전부터 미달됐는데 포닥은 정말 없다. 서울대·KAIST조차 별로 없다”고 애로를 호소했다. 정부가 올해 20조5,000억원의 R&D 예산을 대학, 정부 출연 연구기관, 기업에 쏟아부으며 젊은 연구원의 연구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으나 현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서울대 공대의 한 석·박사 통합과정생은 “젊은 연구자에 대한 지원책이 피부에 와 닿는 게 전혀 없다. 병특 대책도 없다”고 꼬집었다. 병특을 줄이려면 이스라엘처럼 과학기술부대를 만들어 연구가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이공계 인력의 이탈도 증가하는 추세다.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의 경우 정부에서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으나 2016년 133명에 이어 지난해에도 171명이 중도에 그만뒀다. 일부는 해외 기업 등에 스카우트됐지만 대체로 의학전문대학원 등으로 옮겼다. 과학고·영재고의 국제올림피아드 수상자 중에도 의대 진학 비율이 낮지 않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의 한 학생은 “평생 면허가 있는 의대·치대·한의대로 간다고 매년 서울대 공대 합격생 중 100명 넘게 입학을 포기한다”고 씁쓸해했다. 물론 고령화 시대에서 바이오 연구를 위한 의대의 역할도 크지만 문제는 기초의학을 연구하는 연구의사가 급감했다는 점이다. 연구의사는 임상의나 교수에 비해 받는 돈이 적어 의대 졸업생 중 지원자가 매년 전국적으로 10여명도 안 된다. “북쪽에서는 최고 인재가 로켓을 연구하는데 남쪽에서는 쌍꺼풀 수술을 하더라”는 탈북 과학기술인의 말이 나올 정도다. 임태환 대한민국의학한림원 회장은 “IMF 후 의대 선호 현상이 심화했지만 의대로 인재가 몰리는 것은 선진국도 마찬가지”라며 “20여년 전 오송과 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만들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개탄했다. 결국 이공계든 의대든 도전하고 융복합해 성과를 내는 문화가 중요한데 저성장 시대 사회활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문과는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는 실정이고, 이공계 박사를 따도 산업 혁신과 신산업 육성이 더뎌 취업률이 60~70%대(비정규직 포함)에 불과하다. 반면 벤처·스타트업은 우수인력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팁스(TIPS·민간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지원 프로그램) 벤처사인 이오플로우의 김재진 대표는 “고급 엔지니어가 벤처·스타트업에 잘 안 들어와 고민”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분야는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에서 사람을 더 빼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따라서 인력 미스매치를 줄이며 제2의 벤처 붐을 조성해 역동적인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기욱 미국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소장은 “스탠퍼드대에서 똑똑한 학생은 대학원을 가거나 교수·의사가 되는데, 그중 정말 똑똑한 친구는 중퇴하고 창업을 한다. 야심이 있다면 대기업보다 고생스럽더라도 스타트업을 선호한다”고 실리콘밸리 문화를 설명했다. 공무원이나 대기업만을 선호하는 한국과 대비된다. 이정동 청와대 경제과학특별보좌관(서울대 공대 산업공학과 교수)은 “미국 통계를 보면 다양한 경험을 쌓고 30대 후반부터 창업하는 게 성공 확률이 높다”며 “젊은이들에게 도전하라고 등만 떠밀 것이 아니라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젊은 층이 벤처에서 스톡옵션도 받고 경험도 쌓다가 창업하는 쪽으로 유도하고, 신산업을 가로막는 규제도 과감히 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
[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된다] "교수 업적평가에 '창업 요인' 넣어야 학교도 살고 벤처도 산다"
산업 IT 2019.03.21 17:21:30“교수에게 정부가 연구개발(R&D) 과제를 줄 때나 대학의 승진 업적평가에서 이공대조차 창업 요인이 전혀 반영되지 않습니다. 정부가 ‘혁신성장’하겠다며 대학의 도전정신이나 창업가정신을 아무리 강조해도 허공에다 외치는 것밖에 안 돼요.” 벤처기업가인 윤병동(49·사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지난 20일 서울대 연구공원에서 기자와 만나 “교수 업적평가나 R&D 과제평가가 논문이나 특허 위주여서 교수의 기술이전은 물론 연구실 창업을 통한 고용창출·매출 등을 반영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 등을 거친 그는 2016년 공장 등 산업현장의 오류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하는 첨단 솔루션 기업인 원프레딕트를 창업했다. 지난 2년 반 동안 미국·독일 등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며 고용도 이미 30명이나 창출했다. 글로벌 강소기업을 꿈꾸는 윤 교수는 “서울공대마저도 400명 가까운 교수 중 창업자는 수십 명 있으나 진지하게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는 몇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전했다. 정부가 교수나 연구원의 기술 기반 창업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평가 시스템을 바꿔야 벤처 창업 문화도 조성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교수 업적평가가 좋아야 정부 과제도 잘 따는 현실에서 한국연구재단(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국토교통부 등이 창업 등 책임자의 우수성을 일정 부분 반영해 이공계 교수가 창업에 도전하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교수나 연구원이 창업해도 당장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논문이 줄어 업적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을 굳이 감수하겠느냐는 게 그의 지적이다. 미국이 교수 평가에 논문 등 정량적 평가는 물론 창업을 통한 고용창출, 특허 사업화, 매출, 사회 기여, 콘텐츠 등에 대한 정성평가를 포함하는 점을 참고하라는 얘기다. 윤 교수는 “정부나 대학이 정량평가에 치중하는 바람에 이공계에 창업 아이템이 무궁무진하고 다양한 벤처지원금이 있는데도 창업 활성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기술이전이나 기술 기반 창업 모두 태부족인 게 대학의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정부가 현장 맞춤형 리더십을 행사하고 대학에서도 창업과 기술이전 지원을 위한 산학협력단의 전문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나왔다. 정부 연구비를 따면 약 30%는 산학협력단(단과대와 학과 포함)이 간접비로 징수하는데 여전히 연구자가 행정업무를 하느라 낭비가 크다는 것이다. 그는 “국내 대학은 전반적으로 미국처럼 특허 출원을 잘 돕거나 교수의 기술을 기업과 연결해주는 것이 부족하다”고 애로를 호소했다. 실제 대학이 교수의 특허권을 갖고 있는 만큼 미국처럼 교수와 기업을 잘 연결하면 모두 윈윈할 수 있는데 국내 대학은 특허를 관리·활용하지 못하고 3년 이상이 지나면 헐값에 처분하고 마는 게 현실이다. 결국 교수의 논문이나 특허가 산업에 거의 활용되지 못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윤 교수는 “특허를 위한 특허, 논문을 위한 논문을 만드는 것이지 산업에 기여하기 위해 특허나 논문을 내는 게 아니다”라며 “(연 6만개가 넘는) 정부의 R&D 과제 성공 판정률이 98%라고 하는데 실제 산업현장에 적용되는 것은 열에 하나도 안 될 것”이라고 답답함을 표시했다. 국내 최고의 서울대조차 특허수입이 연 50억원 정도에 그치는 등 국내 대학의 특허 사업화 부진은 고질병이 됐다. 그는 “정부 R&D 시스템도 미국처럼 연구자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부정이 있으면 엄격히 단죄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 반대”라고 꼬집었다. 윤 교수는 “정부가 교수와 연구원의 창업이나 기술이전이 원활히 이뤄지게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혁신성장의 선순환을 꾀할 수 있다”며 “학생들도 처음부터 창업에 도전하는 것보다 좋은 벤처에 들어가 충분히 경험을 쌓은 뒤 창업을 해야지 섣불리 뛰어들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
골든타임 3년 놓치면 '科技 하청국' 전락한다
산업 IT 2019.03.17 17:44:51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육성을 강력하게 견제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향후 2~3년의 ‘과학기술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자칫 한 세대(30여년) 동안 하청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의 주요 기술이 융복합돼 한번 흐름에서 뒤처지면 회복하기 힘든 경제구조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첨단기술 굴기를 저지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 1월)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2022년 5월)를 골든타임으로 삼아 그 사이 첨단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기업 임파워의 마이클 박 대표는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국이 중국의 첨단기술 인력과 기술 빼가기에 대해 견제에 나서는 상황을 한국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 등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대거 실리콘밸리에 벤처를 세워 5,000억~1조원짜리 펀드를 각각 조성해 현지 기술 인력 리크루팅에 나서는 것을 미국이 탐탁지 않게 바라보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과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소장은 “문 대통령이 북미관계 촉진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게 된다면 실리콘밸리에도 들러 첨단기술 전쟁을 봤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앞서 중국을 겨냥해 ‘웅크린 호랑이’라는 책을 쓴 피터 나바로 미국 국가무역위원장은 “중국이 미국의 첨단기술을 자본으로 장악하는 데 성공하면 미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미중 무역전쟁의 서막이 오른 지난해 상반기.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각 대학에 ‘중국과 공동연구과제를 하고 있거나 협력관계가 있으면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당시 캘리포니아 UC머세드의 한 공대 교수는 “중국에서 자금지원을 받아 연구하는 교수를 파악하겠다는 뜻으로 중국의 인재·기술 유출 시도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하버드대를 방문한 이건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중국계 교수가 ‘학교에서 중국 석·박사과정 학생이 많으니 더 이상 받지 않았으면 한다는 신호를 준다’고 토로하더라”고 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유학생을 ‘스파이’로 취급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중국 자본의 인공지능(AI)·자율주행차 등 첨단기술 사재기와 인력 유치에 대한 견제가 거세다. 지난해 말 스탠퍼드대의 중국계 물리학 교수(장서우성)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단적인 예다. 그는 중관춘개발그룹 등의 지원으로 5,000억원가량의 벤처캐피털을 운영하며 100여개 첨단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숨진 날 5세대(5G) 통신장비를 선도하는 화웨이 창업자의 딸(멍완저우 부회장)이 캐나다 공항에서 미국의 요청으로 체포됐다. 중국은 첨단기술 굴기 전략인 ‘중국제조 2025’ 등을 추진하며 중화인민공화국 100주년인 오는 2049년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신(新)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를 통해 동남아와 중동·아프리카로 세력을 넓혀왔다. 2015~2017년 AI 등 미국의 전체 기술벤처 투자 중 중국 자본의 비중이 16%에 달할 정도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소장은 “미국은 중국의 첨단기술이 경제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이용돼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것을 걱정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큰 폭의 대중 무역적자(2017년 3,700억달러)를 해소하겠다는 이면에는 5G·AI·자율주행차·바이오·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주요 기술에서의 중국의 급부상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다. 중국 내에서의 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지적재산권 무시 등의 행태도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도 지난 2000년 미국의 20% 선에서 2017년에는 3분의2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미국 대학·실리콘밸리의 중국 첨단기술 진출 제재 현황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명예연구위원인 홍성범 박사는 “미국은 1985년 플라자합의나 1991년 소련 해체 당시 자신들의 GDP 50% 수준일 때 일본과 소련을 때렸는데 2017년에 중국은 그 수준이 68%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은 1980년대 일본과 독일 기업이 세계를 휩쓸 때 플라자합의로 두 나라의 환율을 급격히 절상시켜 세계 주도권을 회복했다. 당시 2년 만에 엔화는 100% 가까이 절상된 반면 달러화는 30% 이상 절하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단초가 됐다. 미국의 거친 공세 등으로 중국은 최근 대미 기술벤처 투자가 주춤하고 반도체 양산 과정에 차질이 빚어지며 경제성장률도 둔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물밑에서는 첨단기술의 내실을 다지는 계기로 삼는 모습이다.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화웨이 등 글로벌 IT 기업이 있고 스타트업 창업도 활발하다. AI·빅데이터·전기차·드론·로봇·우주항공 등은 세계적 수준이고 자율주행차·바이오·나노소재·에너지기술도 우수하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6.5% 안팎의 성장률을 제시하다 최근 6~6.5%로 낮췄으나 첨단기술력의 발전은 지속되고 있다. 홍 박사는 “중국은 국가 R&D의 방향도 글로벌 트렌드를 꿰뚫고 네거티브 규제 속 창업 열기도 여전하다”고 소개했다. 업계에서는 신산업에서 중국이 우리를 한참 추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최근 “AI나 빅데이터 등에서 경쟁국에 비해 한 발 뒤처져 있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위해 효율적 산업 생태계 육성, R&D 지원 확대, 표준화 지원, 전문인력 양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중국은 물론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한 일본이 수년 전부터 실리콘밸리로 속속 귀환하는 상황임에도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현지에서 제대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와 LA에 거점을 둔 IT 기업인 LMA의 윤태일 대표는 “한국 기업과 과학기술계가 현지에서 존재감이 미약한 실정”이라며 “민관 합동 벤처펀드를 조성해 실리콘밸리에 투자하거나 청년·엔지니어의 인턴과 연수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물론 비자 문제가 있지만 기술인력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면 해결 방안이 있다는 것이다. 산업구조 전환과 함께 국가 R&D 혁신, 규제 완화, 고급인력 양성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산업구조 전환, 지식재산권 전략 고도화, 과학·공학인재 양성을 뚝심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페레츠 라비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총장은 “이스라엘은 정부의 많은 R&D 투자를 통해 대학에서 특허 수입이나 고용 창출을 많이 한다. 바이오 등 신산업 규제가 별로 없고 정부·대학·벤처캐피털 간 창업 생태계도 좋다”며 “미중 무역분쟁에서 한국은 과학기술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
[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 "중국계 없으면 美대학 연구실 안돌아가..中반도체벤처 실리콘밸리에 수백개 달해 충격"
산업 IT 2019.03.17 17:32:03“중국의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어마어마한 자본을 투입해 미국 실리콘밸리의 우수인력을 빨아들인 지 한참 됐어요. 미국의 대학 연구실은 중국계 석·박사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을 정도이지요. 한국도 적극적으로 첨단기술 전쟁에 뛰어들었으면 합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5세대(5G) 무선장비 연구개발(R&D) 벤처인 임파워의 마이클 박(56·사진) 대표는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미중 무역전쟁은 앞으로의 50~100년을 놓고 세력 싸움을 하는 것이다. 5G 등 첨단 융합기술력과 정보전에 성패가 달려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하버드대 엔지니어링·사이언스과를 나와 혁신적인 5G 중형 기지국 무선장비를 비롯해 수소연료 생산·저장·연료전지 시스템 개발에 나서며 모국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2015년부터 3년간 중국 선전의 싱가포르계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대표로도 활동했다. 그 전에 ADSL 모뎀사인 엑스피드네트웍스 최고경영자(CEO)로 기업공개(IPO)도 했고 나노기술 벤처인 나노스텔라 CEO에 이어 나노엑사 CEO로서 한국에서 사업을 펴기도 했다. “중국 IT 대기업이 실리콘밸리에 벤처를 세워 인공지능(AI) 반도체 칩이나 자율주행차·빅데이터 등에 투자하는 10억달러나 5억달러짜리 펀드를 많이 만들죠. 그 규모가 다른 나라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공격적입니다.” 그는 이어 “그들끼리 똘똘 뭉치는 게 참 대단한데 누가 봐도 중국 정부가 밀어준다고 본다”며 “한국계인 제가 볼 때 마음이 착잡할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위챗 등이 각각 실리콘밸리의 엔지니어를 200~1,000명씩 뽑아 자율주행차 등 첨단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장소에서 큰 파티를 열어 비전을 설명하고 인재를 채용하기도 한다. 그는 “중국계 벤처인 호라이즌로보틱스에 갔더니 ‘자율주행차와 AI 관련 중국계 반도체 벤처가 실리콘밸리에만 250~300곳이 있다’는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는 또 중국 선전에서의 경험을 예로 들며 “중국과 합작사 대표로 일할 때 보니 갖은 방법을 쓰고 압력을 가해 기술전수를 받아간다. 투자조건이 그렇다. 사람도 같이 일하면 경계선 없이 섞이게 된다”며 “중국이 잘나가다 보니 굉장히 고자세를 취해 외부 사람은 상당히 스트레스받고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의 대형 첨단기술 회사 인수합병(M&A)을 불허하고 우수인력 빼가기도 견제하며 자본 유입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리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중국의 자본과 기술·인력이 미국에서 퇴조하는 상황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미국이 정말 ‘죽자 사자 하는’ 식으로 제지하는 것인지 조심스레 지켜보는 단계”라고 해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웨이를 ‘스파이 기업’이라고 하지만 미국에도 이미 화웨이 4세대(4G) 장비가 30% 이상 깔려 있어 완전히 퇴출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기초연구의 산실인 대학에서도 중국계 학생이 없으면 R&D가 이뤄지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미국의 제조업이 과거 중국으로 많이 이전하고 소프트웨어 파워가 부각되는 것에 맞춰 백인이 이공계 대학원에 가는 게 많이 줄었죠. 학부생이나 석사과정도 중국 등 동양계가 많아졌고 박사과정도 중국인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을 정도예요.” 미국 대학에 중국 자금이 들어오는 것이나 중국계가 박사를 받고 영주권이나 취업비자를 받는 것에 견제가 들어가더라도 완전히 막지는 못할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 기업에 대해서는 우려감을 표했다. “중국의 공세에 대응할 수 있는 곳은 삼성밖에 없죠. 워낙 세계적 대기업이지만 5G 장비에서 세계 톱3에 들지는 못해요. LG나 현대자동차도 실리콘밸리에 진출했으나 중국과 경쟁할 정도로 포진해 있지는 않습니다.” 그는 이어 “일본도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하고 몇 년 전부터 실리콘밸리에 귀환하는 곳이 크게 늘었다. 도요타가 자율주행차나 AI 기술 개발을 위해 10억달러가량 투자하고 혼다도 GM의 자율주행차 자회사에 6억~7억달러를 투자했다”며 “한국 톱5 대기업은 힘은 있지만 속도가 느리고 규제 등 여건이 녹록지 않다. 중장기적으로 중국에 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큰 그림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광본선임기자 kbgo@@sedaily.com -
[科技 골든타임 놓치면 하청국가 전락] '트럼프, 中 때리기' 기회 삼아...韓, 실리콘밸리서 존재감 높여야
산업 IT 2019.03.17 17:29:04미중 무역전쟁의 서막이 오른 지난해 상반기.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각 대학에 ‘중국과 공동연구과제를 하고 있거나 협력관계가 있으면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당시 캘리포니아 UC머세드의 한 공대 교수는 “중국에서 자금지원을 받아 연구하는 교수를 파악하겠다는 뜻으로 중국의 인재·기술 유출 시도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하버드대를 방문한 이건우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중국계 교수가 ‘학교에서 중국 석·박사과정 학생이 많으니 더 이상 받지 않았으면 한다는 신호를 준다’고 토로하더라”고 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유학생을 ‘스파이’로 취급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중국 자본의 인공지능(AI)·자율주행차 등 첨단기술 사재기와 인력 유치에 대한 견제가 거세다. 지난해 말 스탠퍼드대의 중국계 물리학 교수(장서우청)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단적인 예다. 그는 중관춘개발그룹 등의 지원으로 5,000억원가량의 벤처캐피털을 운영하며 100여개 첨단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숨진 날 5세대(5G) 통신장비를 선도하는 화웨이 창업자의 딸(멍완저우 부회장)이 캐나다 공항에서 미국의 요청으로 체포됐다. 중국은 첨단기술 굴기 전략인 ‘중국제조 2025’ 등을 추진하며 중화인민공화국 100주년인 오는 2049년 미국을 따라잡겠다는 계획을 추진해왔다. 신(新)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를 통해 동남아와 중동·아프리카로 세력을 넓혀왔다. 2015~2017년 AI 등 미국의 전체 기술벤처 투자 중 중국 자본의 비중이 16%에 달할 정도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 소장은 “미국은 중국의 첨단기술이 경제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이용돼 미국의 안보를 위협할 것을 걱정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큰 폭의 대중 무역적자(2017년 3,700억달러)를 해소하겠다는 이면에는 5G·AI·자율주행차·바이오·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주요 기술에서의 중국의 급부상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다. 중국 내에서의 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지적재산권 무시 등의 행태도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도 지난 2000년 미국의 20% 선에서 2017년에는 3분의2 수준까지 치고 올라왔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명예연구위원인 홍성범 박사는 “미국은 1985년 플라자합의나 1991년 소련 해체 당시 자신들의 GDP 50% 수준일 때 일본과 소련을 때렸는데 2017년에 중국은 그 수준이 68%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은 1980년대 일본과 독일 기업이 세계를 휩쓸 때 플라자합의로 두 나라의 환율을 급격히 절상시켜 세계 주도권을 회복했다. 당시 2년 만에 엔화는 100% 가까이 절상된 반면 달러화는 30% 이상 절하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단초가 됐다. 미국의 거친 공세 등으로 중국은 최근 대미 기술벤처 투자가 주춤하고 반도체 양산 과정에 차질이 빚어지며 경제성장률도 둔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오히려 물밑에서는 첨단기술의 내실을 다지는 계기로 삼는 모습이다.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화웨이 등 글로벌 IT 기업이 있고 스타트업 창업도 활발하다. AI·빅데이터·전기차·드론·로봇·우주항공 등은 세계적 수준이고 자율주행차·바이오·나노소재·에너지기술도 우수하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6.5% 안팎의 성장률을 제시하다 최근 6~6.5%로 낮췄으나 첨단기술력의 발전은 지속되고 있다. 홍 박사는 “중국은 국가 R&D의 방향도 글로벌 트렌드를 꿰뚫고 네거티브 규제 속 창업 열기도 여전하다”고 소개했다. 업계에서는 신산업에서 중국이 우리를 한참 추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은 최근 “AI나 빅데이터 등에서 경쟁국에 비해 한 발 뒤처져 있다. 정부가 혁신성장을 위해 효율적 산업 생태계 육성, R&D 지원 확대, 표준화 지원, 전문인력 양성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중국은 물론 ‘잃어버린 20년’을 극복한 일본이 수년 전부터 실리콘밸리로 속속 귀환하는 상황임에도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현지에서 제대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와 LA에 거점을 둔 IT 기업인 LMA의 윤태일 대표는 “한국 기업과 과학기술계가 현지에서 존재감이 미약한 실정”이라며 “민관 합동 벤처펀드를 조성해 실리콘밸리에 투자하거나 청년·엔지니어의 인턴과 연수를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물론 비자 문제가 있지만 기술인력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면 해결 방안이 있다는 것이다. 산업구조 전환과 함께 국가 R&D 혁신, 규제 완화, 고급인력 양성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오경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은 “산업구조 전환, 지식재산권 전략 고도화, 과학·공학인재 양성을 뚝심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페레츠 라비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총장은 “이스라엘은 정부의 많은 R&D 투자를 통해 대학에서 특허 수입이나 고용 창출을 많이 한다. 바이오 등 신산업 규제가 별로 없고 정부·대학·벤처캐피털 간 창업 생태계도 좋다”며 “미중 무역분쟁에서 한국은 과학기술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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