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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정권 요직이 '주홍글씨'로…인사·업무 소외감에 속앓이
정치 통일·외교·안보 2019.05.27 17:45:57외교부가 27일 한미정상 통화 내용을 외부에 유출한 주미대사관 소속 K 외교관에 대한 보안심사위원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징계 절차에 돌입했다. 위원장을 맡은 조세영 외교부 1차관은 “고위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기강해이, 범법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엄중 처리를 예고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지난 24일(현지시간) 파리에서 특파원들을 만나 “커리어 외교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큰 실망감을 드러낸 데 이어 이날 간부회의에서도 “온정주의를 앞세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무리 다자외교 시대라고는 하나 여전히 한국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상대국인 대미외교의 신뢰도에 큰 흠집을 낸 사건인 만큼 일벌백계하고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이번 사건을 단순히 외교관 한 사람의 일탈이나 그릇된 판단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 만만찮다. 현 정부 들어 누적된 외교관들의 인사 불만과 업무 소외감 등이 결국 대형 외교 참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단 한 번의 엄중 처벌로 그쳐서는 안 되고 되레 청와대가 외교부 공무원들의 답답한 현실을 들여다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의 한 의원은 “워싱턴이나 북미국에서 일했던 엘리트 외교관들이 현재 한직으로 많이 밀려나 있다”며 “이 때문에 외교부 내에 강 장관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다”고 전했다. 미국·유럽 등 업무 여건이 좋은 공관 근무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곳으로 가는 게 외교부 공관 인사 관행이기는 하지만 관행을 고려하더라도 최근에는 인사가 지나치게 편향적이라는 점에서다. 실제 외교부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전 정권 북미 라인에서 일했던 외교관들이 주요 업무에서 왕왕 배제되면서 노무현 정부 초기 ‘자주파’와 ‘동맹파’ 갈등을 연상시킨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당시 외교부 북미국 간부가 사석에서 노 전 대통령의 대미외교 정책을 비판한 내용이 투서 형식으로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김숙·위성락·조현동 등 북미 라인 핵심 외교관들이 주요 보직에서 줄줄이 배제됐다. 전 정권 북미 라인 홀대뿐 아니라 현 정부 들어 외교를 아예 톱다운 형식으로 끌고 가고 특임 공관장을 늘려 직업 외교관의 설 자리를 줄이고 있는 데 대한 불안감도 외교부 내에 팽배하다. 최근 김도현 주베트남대사와 도경환 주말레이시아 대사가 줄줄이 징계 절차에 올라간 배경에 정부의 무리한 특임 공관장 확대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실무급 외교관들은 선배들의 처지가 정권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을 보며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기도 한다. 본부의 한 서기관급 외교관은 “모두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정말로 일 잘했던 선배들이 밀려나고 갈 곳 없어 하는 것을 보고 있으면 솔직히 착잡하다”며 “내 미래일 수도 있다”고 씁쓸해했다. 일각에서는 구겨진 태극기 등 외교부의 잦은 사건 사고들의 배경에 실무급의 사기 저하가 있다고도 말한다. 차관급 출신의 한 외교 소식통은 “우리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여러 상대국의 사정이나 외교정책이 하루아침에 달라지는 게 아니지 않느냐”며 “전 정권에서 열심히 일한 게 외교관에게 주홍글씨가 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소식통은 “외교관 개개인의 오랜 경험과 인맥이 모두 대한민국 외교의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장관이 3자인양 내부 더 자극" 대검조차 격앙
사회 사회일반 2019.05.27 17:45:46“장관이 발언을 자제해달라고 했는데도 국회의원들에게 건의문을 보냈다면 자기 자리를 걸고 불만을 표출한 거 아니겠습니까.”(대검 검사장) “청와대의 오더가 검찰은 입 닫고 그냥 따라오라는 건데 평검사들까지 동요하기 시작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네요.”(재경지검 부장검사)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관련해 문무일 검찰총장이 기자간담회를 한 후 잠잠했던 검찰 내부가 27일 다시 들끓기 시작했다. 전날 오후 늦게 현직인 송인택 울산지검장이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게 e메일을 보내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과 검찰 권력이 정치권력에 예속되는 문제 등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 촉매제 역할을 했다. 송 지검장은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평소 생각하고 얘기하던 것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e메일을 보낸 것”이라며 “다른 뜻은 없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현직 검사장이 특정 현안에 대한 의견을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내는 것은 검찰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에서 고조되고 있는 검찰 내부의 불만을 외부에 드러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장 검찰청의 최고 상급기관인 대검찰청조차 어수선하기보다 부글부글 끓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이어온 악연 때문에 청와대가 검찰을 못 믿겠다는 속내는 알겠지만 대놓고 검찰을 패싱하려고 해서 결국 터질 것이 터졌다는 불만이 팽배하다. 한 대검 고위간부는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되는 검찰 개혁 논의가 여야 정쟁의 대상이 된 것도 문제지만 청와대가 감정적으로 처리하고 밀어붙이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검 일각에서는 평검사들이 동요하기 전에 송 지검장의 e메일 건의문을 계기로 대검 간부급이 집단의사 표시에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만큼 격양된 반응도 보였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평검사들이 이구동성으로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 내부의 불만이 확산하는 데 박 장관이 불을 지폈다는 비판으로 현 검찰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단적인 모습이다. 청와대 입장만 고수한 채 일선 검사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전혀 듣지 않으려는 태도가 실무경험이 없는 수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불만들이다. 이런 탓에 검찰 내부 통신망은 검사들의 항의 글이 늘고 있다. 재경지검 소속의 한 검사는 “항의 글들을 보면 장관이 이 같은 오해를 풀기보다는 3자 입장인양 검찰을 비판하는 태도가 검찰 하부의 민심을 자극하는 비판의 성격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법무부가 임기가 70일이나 남은 검찰총장의 후임을 뽑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를 가동한 것을 두고 청와대의 ‘검찰 힘 빼기’에 장관이 동조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평검사들을 더욱 자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여 앞당겨 차기 검찰총장을 뽑으려는 것은 줄 세우기를 하겠다는 불순한 의도라는 비판이다. 부장검사 출신인 한 변호사는 “검찰 내부에서는 박 장관은 역시 잠시 있다가 갈 외부인이라고 비꼬는 말들도 나온다”며 “장관이 검찰 전체를 다독이며 청와대와 조율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싸움을 붙이고 있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이 자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에 대한 비판은 그동안 권한남용으로 자초한 부분이라 검찰 스스로 반성하고 개혁론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서초동의 한 부장검사는 “현지 검사장이 현안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밥그릇 챙기기 모양새로 비칠 수 있어 상황을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다만 청와대가 검찰 수사현장의 현실을 무시한 채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밀어붙이려 한다며 검찰 내부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개혁론이 좌초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호기자 hhlee@@sedaily.com -
당청 "지시하면 세월아 네월아…안일한 관료사회 관성 변해야"
정치 국회·정당·정책 2019.05.27 17:45:34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공무원이 국가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데까지 온 것에 성찰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3급 기밀을 누설한 외교부 공무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관료가 개인적 일탈을 넘어 국가 기강 문란을 야기한 데 따른 책임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직사회에 몇 가지 얘기하겠다”며 “99.9% 공무원이 무한 헌신하는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존경한다”면서도 “최근 국가 정책 수립과 집행에 큰 영향을 미치는 관료의 관성과 안일함 등이 곤란한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집권여당과 청와대 일각에서 정부 관료에 대한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은 ‘공무원이 문재인 정권의 정책 기조에 따라 발 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관료 등은 지난해 3월 근로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특례업종’에서 노선버스 업종이 제외된 후 당청의 지시로 관련 대책을 논의해왔다. 논의 테이블에서는 준공영제 도입, 요금 인상, 재정 지원 등의 여러 방안을 다뤘다. 하지만 결국 해법은 파업 예고일을 코앞에 두고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조율에 나선 뒤에야 나왔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버스사태’만 해도 공무원이 1년 넘게 일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불거진 것 아니냐”며 “같은 이유로 ‘택시사태’도 결국은 당이 나서서 해결해야만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연이어 터져 나온 검찰총장과 울산지검장의 발언도 당청의 화를 돋운 게 사실이다. 검찰총장과 울산지검장의 발언은 일선 공무원의 ‘복지부동’ 수준을 넘어 사실상의 ‘항명’에 해당한다는 게 당청 일부의 인식이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를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는 청와대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사실 대놓고 말을 못해서 그렇지 당 내부에서는 청와대 민정라인에 대한 불만도 크다”며 “역대 정권이 그랬던 것처럼 민정라인이 권력기관을 조정해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정라인이 이렇게까지 권력기관을 방치해도 되는 가 싶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당청의 공무원에 대한 불만이 좀처럼 문재인 정부의 정책 성과가 나지 않고 있는 데 기인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게 되면 아무래도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생각했던 만큼의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에는 탓할 무엇인가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임지훈·송종호기자 jhlim@@sedaily.com -
대기업으로…학계로…짐싸는 공무원
경제 · 금융 정책 2019.05.27 17:33:28산업통상자원부에서 산업정책 분야를 담당했던 A과장(행시 41회)은 이번 달 스스로 명예퇴직을 신청했다. 그는 조만간 반도체 관련 기업으로 이직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행시 42회 동기인 B과장과 C과장이 대학과 법무법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공무원들이 떠나고 있다. 든든한 노후보장(공무원연금), 신분보장, 각종 해외연수 및 해외공관 근무 등 많은 혜택을 뒤로하고 민간으로 이직하는 것이다. 이직하는 곳은 학계·기업·법조계 등 다양하다. 산업부는 지난해에도 행시 37~41회 과장급 간부 3명이 민간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과거 최고 엘리트들만 간다는 기획재정부도 인력 이탈 현상이 심각하다. 지난해 8월까지 중앙부처 과장급 공무원(3~4급) 중 민간기업 이직 신청자가 100명을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최근에는 소위 ‘잘 나간다’는 평가를 받던 D과장이 사직 의사를 표명했다는 소문도 있다. 이직자의 대부분은 공무원사회의 중간 관리자인 과장급이다. 체력과 경험을 함께 갖춘 공직사회의 허리들, 그중에서도 소위 ‘에이스’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민간에 도전하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이직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적폐청산과 무리한 정책 전환 요구도 그중 하나다. 전직 고위직 공무원 출신 인사는 “공직사회에 있어봐야 말년이 편하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국장급이 되면 나가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운신이 자유로울 때 살길을 찾겠다고 나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 이렇다 보니 과거 일 잘하는 공무원들에게만 허용된다는 핵심 부서를 기피하고 나중에 문제 될 일이 없는 해외 근무처만 찾아다니는 공무원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공직생활이 예전만 못하다는 회의감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공직에 입문하면 국·실장으로 승진하는 게 어렵지 않았지만 요즘은 경쟁이 치열해지며 승진을 위해서는 상급자 비위까지 맞춰야 하는 까닭이다. 세종시의 한 공무원은 “보고를 위한 보고서, 보여주기식 보고서 만들기에 지친다는 동료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요즘은 인사철만 되면 차관이나 실·국장에게 찾아가 읍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능력보다 학연·지연을 따지면서 상급자에게 잘 봐달라고 하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남아 있는 후배 직원들의 허탈함은 더욱 크다. 경제부처의 한 사무관급 공무원은 “떠난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결국 공직사회에서 비전이 안 보여 떠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세종=강광우·김우보기자 pressk@@sedaily.com -
툭하면 '기강 확립'…공무원을 '감시 대상' 취급하나
산업 기업 2019.05.27 17:33:24지난 2017년 5~6월 현 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이었던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각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가 이뤄졌다. 그런데 당시 업무보고의 일부 내용이 언론에 먼저 보도됐다. 당시 발칵 뒤집힌 자문위는 해당 부처 공무원의 e메일과 휴대폰을 뒤졌다. 문제만 생기면 공무원부터 뒤지는 정부의 행태는 이번 정부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최근 공직사회가 흔들리는 배경에는 ‘기강 확립’이라는 명분으로 공무원들을 협력의 대상이 아닌 감시 대상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도 자리하고 있다. 일 잘하는 공무원에게 포상을 주는 ‘인센티브’ 방식이 아닌 출퇴근 시간이나 출장까지 일일이 보고하도록 하는 등 감시망을 좁혀오다 보니 적극적으로 일하기보다는 ‘문제 될 만한 일은 손도 대지 말자’는 식의 소극적인 일 처리에만 그친다는 것이다. 정부 부처에서 차관을 지낸 한 인사는 “공무원들이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밤 10시를 넘기는 건 예사”라며 “그렇게까지 일하는 사람들한테 딴짓 안 하는지 출석체크를 하겠다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최근 휴대폰 포렌식 등 ‘강제수사’에 이어 서울 출장이 잦은 세종청사 고위급 공무원들의 출장 경위까지 캐묻는 행태를 비꼰 것이다. 실제 지난 1월 결성된 공직기강협의체는 최근 세종 소재 부처의 실국장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서울 출장 횟수와 출장 경위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일부 공무원들의 일탈행위를 줄이는 한편 불필요한 출장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출장이 까다로워지니 업무를 위한 외부인과의 만남조차 사실상 봉쇄당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 국장급 인사는 “업계의 애로사항을 열린 마음으로 듣겠다고 해놓고 세종으로 사람들을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내 몸 편하자고 출장 가는 게 아닌데 ‘왜 가느냐는 식’으로 나오면 일할 맛이 나겠나”라고 반문했다. 현 정부에 불리한 보도가 나올 때마다 유출자를 색출한다며 e메일이나 휴대폰 통화기록을 검사하는 것도 공무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외교부에서는 청와대의 ‘보안 조사’가 수십여차례 넘게 이뤄지면서 외교관들이 잔뜩 몸을 웅크린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 부처의 한 과장은 “무슨 일이 터지면 원인을 깊이 있게 따지기보다는 일단 틀어막으려고 하다 보니 ‘근태 관리’ 같은 하급 대책이 나오는 것”이라며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하면 공무원들은 참신한 아이디어나 대책을 꺼내지 않는다”고 했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
"정책 주도했다간 차기정권때 '적폐낙인'…가만히 있는 게 상책"
경제 · 금융 정책 2019.05.27 17:29:49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은 젊은 사무관들 사이에서 인기 부서로 통했다. ‘에이스 과장’이 거쳐 가는 필수 코스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조(兆) 단위 매출을 일으키는 굵직한 에너지 공기업들이 산하에 있고, 무엇보다 국내 전력산업 정책을 쥐락펴락한다는 자부심이 있는 선호 부서였다. 하지만 요즘은 기피 대상이 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추진되는 탈원전 정책의 선봉에 서면서다. 산업부의 한 사무관은 “에너지 쪽은 대응해야 할 업무도 많고 말도 많아 기피하는 분위기”라면서 “오히려 예전에는 인기가 없었던 통상 등 국제업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부 출신의 전직 관료는 “요즘 후배들을 만나보면 에너지 쪽은 아예 안 가려고 하더라”라며 “워낙 말도 많은데다 나중에 자신의 업무가 정권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불안 커지는 공무원…“안 움직이는 게 상책”=공무원사회가 얼어붙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경제·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크지만 검증되지 않은 정책들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되면서 낳은 결과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탈원전, 규제 완화, 노동정책 등이 대표적이다.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될지 고려해보지 않은 정책들이 정권 차원에서 속전속결로 추진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자 공무원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정부 출범 2년 만에 각종 정책의 역효과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자 더욱 움츠러드는 것이다. 2년간 최저임금 29.1% 급등으로 영세 자영업자의 몰락이 속출하고 저소득 가구의 근로소득이 뒷걸음질하며 소득분배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충분한 대책 마련 없이 덜컥 도입한 주 52시간제는 ‘버스 대란’을 촉발시켰다. 이들 정책 모두 현 정권의 국정과제인데 이와 관련한 업무를 담당하면 다음 정권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적폐’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우려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예 핵심 부서를 피하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주요 보직을 받아 위로 올라가려는 공무원사회 작동 메커니즘과는 정반대다. 사회 부처의 한 국장급 관계자는 “이슈가 될 때 아예 자리에 없고 해외 연수나 외부 파견을 나가 있는 게 신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게 관운(官運)”이라는 말도 했다. 1급 출신의 한 전직 관료는 “장차관을 해도 정권이 바뀌면 수사를 받고 구속되는 걸 보지 않았나”라면서 “나서지 말고 최대한 오래 하자는 분위기가 확실히 이번 정부 들어 강해졌다”고 안타까워했다. ◇ 불만은 불만대로…“우리가 당·청 하청이냐”=문재인 정부가 임기 반환점도 돌지 않은 시점에서 불안 못지않게 공무원들의 불만도 점점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여당 주도로 주요 정책이 만들어지고, 정부는 이에 끌려가는 패턴이 되풀이되면서 나오는 자괴감과 피로감의 일종이다. 청와대의 정책적 입김이 이전 정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늘공(직업 공무원)보다 친정권 성향이 강한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물론 주요 위치의 행정관급에도 포진해 있다. 각종 위원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정부 부처는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경제 부처의 과장급 관계자는 “이런저런 위원회가 만들어지면서 정부는 뒤치다꺼리만 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업무는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지만 요즘에는 정치권에 치이는 일이 다반사다. 애초 근로소득세 면세자 축소 방침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정권 차원의 대기업·고소득자 ‘핀셋 증세’만 추진했다. 증권거래세 인하도 여당이 드라이브를 걸면서 결국 인하했다. “정부 부처가 정책 하청업체냐”는 불만이 사무관급 공무원에게서 터져 나온 이유다. 사회 부처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이상한 짓을 많이 했다’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의 대화는 공무원을 종으로 본다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이 관계자는 “녹음을 잘 들어보면 ‘자기들끼리’가 아니라 ‘지들끼리’라고 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책임질 일은 정부에 떠넘기지만 정작 권한은 미미하다. 경제 부처 국장급의 한 관계자는 “정책을 낼 때 법 개정 사항은 국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가급적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추진할 수 있는 시행령·시행규칙만 손본다는 얘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와 여당 차원에서 내려오는 정책 과제의 성격이 워낙 뚜렷하기 때문에 당국자가 취할 수 있는 정책 선택권이 제한돼 있다”고 토로했다. /세종=한재영·강광우·김우보기자 jyhan@@sedaily.com -
'적폐 몰릴라' 누명에도 쉬쉬…공무원사회가 심상찮다
경제 · 금융 정책 2019.05.27 17:28:14“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열 일을 마다하지 않는데 어떻게 당청이 공무원사회를 그렇게 비하할 수 있습니까. 머슴 취급을 당한다는 자괴감이 듭니다.” 국장급 공무원 A씨가 토해낸 불만이다. “에이스로 불리던 동료 사무관이 퇴직하고 사립대 교수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다른 부처 고참 과장 한 명은 옷을 벗고 민간에서 새로운 삶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선배들이 검찰수사에 연루되고 구속되는 모습을 보면서 신분이 불안하다고 느끼지 않겠습니까.” 사무관 B씨의 장탄식이다. ★관련기사 4·5면 공무원사회가 밑동부터 흔들리고 있다. 당청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설익은 정책으로 부작용이 쏟아지는 현실에서 정작 공무원들이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공(功)은 없고 과(過)만 있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 노동정책·규제완화·공유경제 등 소신을 갖고 현안을 처리하는 것도 기대난망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눈 밖에 날 수 있고 정권이 바뀌면 새로운 적폐 누명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도 있다. 바람에 풀잎이 눕듯 공무원사회가 엄습하는 ‘불안’에 극도로 몸을 사리고 있다. 한배를 탄 더불어민주당은 사돈 남 말 하듯 공무원의 가슴을 후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관료들이 눈치를 보고 있다. 당청이 정책을 수립해도 공무원들이 움직이지 않다 보니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10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만나 “관료가 말을 덜 듣는 것, 이런 것은 제가 다 해야…”라고 말했고 김 실장은 “그건 해주셔야 한다. (정부 출범) 2주년이 아니고 마치 4주년 같다”고 거들기도 했다. 정부의 한 관료는 “당청이 공무원사회에 강한 불신과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성과는 자기들이 발표하고 문제점과 부작용은 공무원사회로 떠넘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불만은 송인택 울산지검장의 발언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그는 이날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낸 건의문에서 “중립성과 공정성 시비로 시작된 검찰개혁 논의가 방향성을 잃었다”며 “밥그릇 싸움인 양 흘러가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검찰개혁을 놓고 청와대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쏟아낸 것이다. 외교부 기밀유출도 응어리진 계파 간 갈등이 빚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분명히 일탈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외교부 내 자주파와 동맹파 간 마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공무원사회가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를 장악한 ‘어공(어쩌다 공무원)’은 정치이념을 잣대로 정책을 기획하며 관료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장관은 온데간데없고 청와대 참모만 보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
이인영 "공무원 국가기강 문란..성찰 요구된다"
정치 국회·정당·정책 2019.05.27 10:39:04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7일 “공무원이 국가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하는데 까지 온 것에 성찰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3급 기밀을 누설한 외교부 공무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공무원들이 개인적 일탈을 넘어 국가 기강을 문란하게 하는 데 따른 책임감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직사회에 몇 말씀 드리겠다”며 “99.9% 공무원은 무한 헌신하는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존경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최근 주요 정책 수립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관료사회의 관성과 안일함, 폐쇄적인 모습이 비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인적 일탈을 넘어 국가 기강을 문란케 하는 데 까지 오는데 성찰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공무원은) 사적 사무원이 아니라 공적 공무원”이라며 “새로운 책임을 감당해 주길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적 관계에 눈이 멀어 아무렇지 않게 거리낌없이 제공한 해당 관료에 대해 즉각 단호하고 분명한 조치를 하길 요구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당은 국익을 지킬것인지 강효상의원을 지킬것인지 선택해라”고 비판했다. 이 원내대표는 “말은 할 때가 있고 삼가 할 때가 있다”며 “특히 국익과 관련 영향을 미치는 국회의원 공개발언은 신중하고 자중해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에 한번도 아니고 여러차례 불법적 기밀 유출과 취득행위가 반복됐다면 그것은 범죄를 넘어 국가위기를 조장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고위정보 당사자도 문제지만, 만약 강효상 의원의 요구에 의한 정보제공이었다면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제 식구 감싸기를 넘어 궁색하기 짝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박근혜-최순실 사설 커넥션에 대해 우리 국민이 분노했는지 한국당은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국가기밀누출사건 재발방지를 위해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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