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타이어 스포츠마케팅의 성공 비결

  • 김병주 기자
  • 2016-07-15 15:48:56
  • 경제·금융일반
히어로즈 야구단은 넥센타이어와의 네이밍 계약 체결 이후 강팀으로 도약했다. 넥센타이어 역시 히어로즈를 통한 스포츠마케팅으로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한 넥센히어로즈 선수단이 환호하고 있는 모습.
흔히 열세였던 판세를 바꾸는 묘수와 전략을 일컬어 ‘신의 한 수’라고 말한다. 타이어 전문기업 넥센타이어는 스포츠 마케팅이라는 ‘신의 한 수’로 극적인 변화를 경험한 기업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야구, 축구, 모터스포츠 등 다양한 종목에서 강력한 스포츠 마케팅 전략을 펼쳐 가파른 성장세를 일궈왔다. 넥센타이어는 이 전략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 상승과 매출 신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

지난해 말 스포츠 신문 지면을 후끈 달아오르게 한 이슈 하나가
터져 나왔다. 서울을 연고로 둔 프로야구단 ‘넥센히어로즈’의 새로운 네이밍 파트너로 일본계 2금융권 회사가 유력하다는 뉴스였다. 곧이어 야구팬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국내 최고 인기스포츠인 프로야구에 일본계 자금이 유입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논란은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사실 큰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넥센히어로즈의 진짜 이름은 ‘서울 히어로즈’다. 모그룹의 지원을 받는 타 구단과 달리 히어로즈는 구단 자체가 하나의 기업이다. 자체적으로 운영비를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스폰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지난 2008년 서울 히어로즈는 민간담배 회사인 우리담배와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고 ‘우리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리그에 참여했다. 하지만 2008년 시즌 도중 우리담배가 스폰서 계약을 해지해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시즌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다. 히어로즈에겐 네이밍 스폰서가 반드시 필요했다. 운영 자금 때문이었다. 팬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히어로즈는 시즌 중 팀 내 간판스타들을 현금 트레이드 시키기까지 했다. 당시 이장석 히어로즈 구단주가 팀 내 간판선수인 이택근(현 넥센히어로즈)을 LG트윈스로 보내면서 “정말 미안하다. 다시 꼭 데리고 오겠다”고 한 말은 아직도 야구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된 야구 마케팅
이처럼 어려움을 겪고 있던 히어로즈에게 구원의 손길이 되어준 기업이 바로 넥센타이어였다. 지난 2010년 2월 히어로즈와 메인 스폰서 계약을 체결하면서 구단 공식 이름도 ‘넥센 히어로즈’로 바뀌었다. 전년 말 불거진 네이밍 스폰서 재계약 논란 역시 넥센타이어와 다시 손을 잡으며 일단락됐다.

그렇다면 넥센타이어가 본업과 전혀 상관없는 야구판에 뛰어든 까닭은 무엇일까?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말한다.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그때 우리 회사는 매출 1조 원을 넘어섰고, 시장 점유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죠. 하지만 거기서 안주할 수는 없었습니다. 여전히 모자란 부분이 많았거든요. 무엇보다 넥센타이어라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게 급선무였습니다. 브랜드 인지도만 높아진다면 이를 기반으로 또 다른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확신했거든요. 무엇보다 강호찬 대표가 직접 스포츠 마케팅 전략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평소 열렬한 야구 팬이었던 강 대표는 오래전부터 프로야구와 관련된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내놓고 있었거든요.”

사실 넥센타이어의 네이밍 스폰서 전략의 시작은 1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6년 강호찬 대표는 부산시 체육시설공단 관계자를 만나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롯데자이언츠가 사용하고 있는 사직구장의 ‘네이밍 라이트(naming right · 경기장 명칭 독점사용권)’ 를 사들이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계약은 아쉽게 불발됐다. 정확한 실패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연간 사용료 협상에서 1~2억 원 수준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었다.

그러나 실패에도 불구하고 당시 넥센타이어의 시도는 2000년 대 중반 프로야구 마케팅 시장에서 신선함 그 자체였다. ‘부산 사직구장’, ‘대전 한밭구장’, ‘광주 무등구장’ 처럼 구장이 지역 이름으로 불려지던 시기에 메이저리그에서나 볼 법한 네이밍 라이트 전략을 선제적으로 시도한 첫 번째 사례였기 때문이었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말한다. “사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네이밍 라이트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네이밍 라이트는 지자체와 구단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전략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구장을 운영하는 지자체 입장에선 시설 보강을 통해 쾌적한 관람을 도울 수 있고, 구단은 티켓 판매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기업 역시 광고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활약 중인 박병호의 넥센히어로즈 시절 모습.
■ 히어로즈 품은 넥센타이어
넥센타이어의 시도는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이후 국내 프로야구 구단 중 절반인 5곳이 네이밍 라이트를 구매하는 결과로 이어졌다(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인천 SK 행복드림파크,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수원 kt위즈 파크). 그러나 네이밍 라이트 계약에 실패했음에도 강호찬 대표는 프로야구 마케팅에 지속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직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마케팅 아이템 발굴에 집중했다. 그리고 강 대표의 눈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히어로즈가 포착됐다. 이후 이장석 대표를 만난 강 대표는 히어로즈의 네이밍 스폰서 계약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녹록치가 않았다. 무엇보다 넥센타이어가 히어로즈의 네이밍 스폰서가 되는 게 오히려 기업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의견이 여러 경로에서 제기되고 있었다.

이유는 히어로즈를 둘러싼 야구계 안팎의 평가 때문이었다. 당시만 해도 히어로즈는 소위 ‘비인기 구단’이었다. 성적 때문만은 아니었다. 선수를 팔아 구단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상황 탓에 이장석 구단주에겐 ‘사기꾼’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도 붙어 있었다. 하지만 넥센타이어 측은 과감히 네이밍 스폰서 계약을 체결했다. 연간 50억 원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규모의 계약이었다. 당시 결정에 대해 강호찬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히어로즈는 한국 프로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일념으로 탄생한 구단입니다. 모그룹 지원 없이도 자생할 수 있는 (재정적으로) 건강한 구단을 만들겠다는 것이었죠. 넥센타이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타이어 산업과 스포츠 쪽에서 넥센만의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히어로즈가 건강한 구단으로 도약해 최고의 경기력으로 팬들과 소통하듯, 저희도 소비자들과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싶었죠. 사실 매년 사용하는 스폰서 금액은 저희에게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돈보다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타이어업계에선 넥센타이어의 프로야구 마케팅 전략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반응을 보였다. 성공 가능성 역시 높게 보지 않았다. 무엇 때문이었을까? 타이어업계 관계자 A 씨는 말한다.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보세요. 야구와 타이어, 어떤 연관성이 있죠? 2010년 무렵에는 경쟁사들도 스포츠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었습니다. 대부분 모터스포츠에 집중하고 있었죠. 하지만 넥센타이어는 야구라는 색다른 분야에 도전하고 나섰습니다. 관점이 차이였죠. 경쟁사들은 타이어 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전문성 강화에 집중한 반면, 넥센타이어는 보다 넓은 대중 속으로 파고들기를 원했습니다. 성과의 우열을 따지긴 굉장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넥센타이어의 도전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가져왔다는 점입니다. 국내에서만 약 1,000억 원 수준의 홍보 효과를 낸 것으로 추산되고 있거든요.”

프로는 성적으로 평가받게 마련이다. 성적이 좋으면 구단과 모기업이 모두 이미지 제고 효과를 얻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넥센타이어의 첫발은 매끄럽게 시작되지 못했다. 넥센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리그에 다시 뛰어든 후 팀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2010년에는 7위를 하더니, 2011년에는 최하위인 8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넥센타이어는 결코 실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2013년까지 2년 간 연장 계약을 체결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강호찬 대표의 평소 지론인 ‘고난과 역경이 있어야 좋은 시절이 찾아온다’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저희가 메인 스폰서가 된 직접적 이유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통해 소비자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연히 성적이 좋아야 저희의 목표도 달성할 수 있었죠. 하지만 어려움과 좌절 없이 성공하는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야구단은 특히 더하죠. 선수를 키워 그 능력을 기반으로 강팀이 되려면 최소 3년은 걸린다고 봤습니다. 강 대표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었죠. 최소 4년 정도의 시간이 있어야 강팀이 될 수 있는 스텝을 밟아나갈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2년 재계약을 맺게 된 거였어요.”

놀라운 점은 강 대표의 말처럼 이후 넥센히어로즈가 엄청난 반전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2012년 6위에 오르며 중위권으로 도약하더니 이듬해인 2013년에는 4위를 기록하며 창단 이후 처음으로 가을 야구에도 진출했다. 그 후 2014년 2위, 2015년 4위에 오르며 가을 야구 단골손님이 된 넥센히어로즈는 강정호, 박병호, 손승락, 한현희, 조상우 등 핵심 선수들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2016년 시즌 현재 3위에 올라있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강팀 맨체스터시티와의 공식 파트너 조인식에 참석한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오른쪽)과 페란 소리아노 맨시티 CEO


■ 북미 · 유럽에서도 활발한 스포츠마케팅
넥센타이어는 현재 넥센히어로즈의 도약과 함께 다이내믹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넥센타이어는 지난해 매출 1조8,375억 원, 영업이익 2,249억 원을 기록했다. 넥센히어로즈와 네이밍 스폰서를 처음 체결한 2010년과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에서 2배 가까운 성장세가 나타났다. 지난해에는 경쟁사들이 실적 악화를 보인 상황에서도 넥센타이어만이 유일하게 실적 개선을 이뤄내기도 했다.

넥센타이어는 넥센히어로즈 마케팅을 통해 재미를 본 이후에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더 다양한 영역으로 스포츠 마케팅 전략을 확대해 나갔다. 북미지역에선 인기 스포츠 야구 시장에서 파트너십 체결에 공을 들였다. 넥센타이어는 지난 2013년과 2014년에 메이저리그 구단 LA다저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텍사스 레인저스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올해는 넥센히어로즈 소속이었던 내야수 강정호가 몸 담고 있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도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각 구단 홈구장에 회사 로고를 노출시키고 있다.

한편 유럽에선 축구팀 후원을 기반으로 브랜드 인지도 강화에 힘쓰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축구팀 VfL 볼프스부르크 후원에 이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프리메리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의 축구장에서도 광고를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우리에게 만수르 구단주 팀으로 잘 알려진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와도 공식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글로벌 스포츠 마케팅에 승부수를 던진 바 있다. 이번에 체결한 계약에 따라 넥센타이어의 브랜드는 맨시티 에티하드 스타디움의 디지털보드를 통해 전세계 수많은 축구 팬들에 노출된다. 맨시티 선수단 사진을 활용한 광고 활동도 가능해진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말한다. “사실 맨시티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구단은 아닙니다. 일단 한국 선수가 없으니 경기 중계를 제외하곤 특별히 한국과의 접점도 없는 상황이죠. 하지만 맨시티는 유럽 현지에선 빅클럽입니다. 구단주가 바뀐 후 공격적인 투자로 강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만큼 현지에서도 인기가 매우 높죠. 저희는 고급 완성차 시장이 강한 유럽 같은 시장에선 브랜드 이미지가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맨시티와의 협력도 이러한 차원에서 접근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이밖에도 넥센타이어는 독일 바이센호프에서 개최되는 남자프로테니스(ATP) 월드투어 250 시리즈 ‘메르세데스컵’ 대회에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는 등 유럽 내 브랜드 인지도 강화에 스포츠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타이어의 전략은 글로벌시장에서의 실적 상승 효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 넥센타이어의 북미시장 매출액은 1,206억 원, 유럽시장 매출액은 746억 원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1억 원, 29억 원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결과는 중국 시장에 집중해온 경쟁사와는 달리, 일찌감치 북미와 유럽시장 공략에 공들여온 판매 전략과 스포츠 마케팅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올해도 넥센타이어는 스포츠 마케팅을 앞세운 공격적인 브랜드 인지도 제고 전략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넥센타이어 측에 따르면, 올해 책정된 광고선전비 예산은 약 530억 원 수준이다. 이는 전년 대비 100억 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이 예산 중 대다수 금액은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사용될 전망이다.

넥센히어로즈와 맨시티는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 팀 모두 한때 같은 연고지를 쓰는 팀이자 성적과 흥행 모두 밀리는 비인기 구단이었지만, 투자와 육성이라는 장기적인 목표를 통해 강팀으로 변모했다. 넥센타이어 역시 이들 구단과 유사하다.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 전략으로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을 뿐만 아니라, 그 힘을 기반으로 글로벌 타이어 제조기업으로 우뚝 도약했다. 앞으로 이어질 넥센타이어의 공격적인 스포츠 마케팅 전략이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김병주 기자 bjh1127@hmg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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