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맥 열풍’ 불 줄 알았는 데 … ‘집 나간(해외진출) 치킨’ 생고생

교촌, 적자 누적에 뉴욕매장 폐점
美 진출 10년만에 LA 1곳만 남아
일본에선 9개월만에 완전 철수
BBQ·굽네·네네도 해외서 고전
국내 시장 포화 탓 눈 돌렸지만
“안에서 번 돈 밖에서 잃는 사업”

  • 윤경환 기자
  • 2017-05-03 17:25:09
  • 생활

치맥, 교촌치킨, 해외진출

‘치맥 열풍’ 불 줄 알았는 데 … ‘집 나간(해외진출) 치킨’ 생고생




# 국내 1위 치킨업체 교촌치킨은 최근 미국 뉴욕 한인타운에 있던 매장 문을 닫았다. 한국 교포 사회를 기반으로 치킨 샌드위치 등 현지화 작업에도 힘을 썼으나 적자가 누적되면서 결국 폐점한 것이다. 이로써 교촌치킨의 미국 매장은 이제 로스앤젤레스 (LA) 1곳만 남게 됐다. 2007년 개점 후 치맥 한류 문화를 세계 최대 시장 심장부에서 알리려는 10년간의 노력이 허무하게 날아간 셈이다.

국내 포화 상태를 피해 ‘치맥 열풍’만 믿고 잇따라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 치킨 업체들이 씁쓸한 성적표 앞에 울상을 짓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이 따르면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의 자회사 ‘교촌USA’는 지난해 3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교촌에프앤비 전체 순이익이 103억원임을 감안하면 미국 사업의 손해가 국내 이익의 40%에 육박하는 셈이다. 교촌USA는 별도 법인으로 실적을 공시하기 시작한 2008년(14억원 당기순손실)부터 지난해까지 한 해도 빠짐 없이 손해만 보며 장사했다. 9년간 누적 손실액만 무려 377억원에 이른다.

일본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교촌치킨은 지난해 9월 진출 9개 월 만에 도쿄 롯폰기점을 폐점하며 완전 철수했다. 높은 임대료로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현지 파트너사까지 재정난에 허덕이며 비싼 수업료만 지불하고 사업을 끝낸 셈이 됐다. 교촌치킨은 현재 미국 1곳, 중국 5곳, 태국 6곳, 인도네시아 9곳, 말레이시아 8곳, 필리핀 5곳, 캄보디아 1곳 등 총 7개국에서 35개 매장을 운영 중인데 해외 매장 29곳을 관리하는 교촌아시아의 경우 2015년까지 적자를 보다 지난해 2억7,257만원 순이익으로 간신히 전환했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미국 사업은 손실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서부 매장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내실 있게 재편했다”며 “일본시장도 출점 계획을 다시 세우는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치킨 업체는 비단 교촌치킨만이 아니다.

국내 업체 가운데 가장 이른 2003년부터 해외사업을 시작한 BBQ의 경우도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해외에서 적자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BBQ는 현재 ‘제너시스비비큐글로벌’이라는 자회사를 통해 해외사업을 진행 중인데 미국·중국·베트남·브라질 등 30여 개국에서 500여 개의 해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손자회사인 ‘제너시스비비큐재팬’을 청산했고 별도로 운영하던 ‘BBQ베트남’을 제너시스비비큐글로벌에 종속시켰다.

아울러 2014년부터 홍콩·중국·마카오·일본 등에 진출한 굽네치킨과 호주·홍콩 등에 점포를 연 네네치킨의 경우 사업 초기라 별도 해외 법인 없이 영업 중인데 이들 역시 아직까지 적자 행진 중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치킨업체들이 국내에서 번 이익으로 이렇게 적자까지 무릅쓰고 해외시장 개척에 사활을 거는 것은 국내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를 맞아 더 이상 성장 활로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치킨 가맹점 수는 무려 2만4,453개로 15개 외식업종 중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해외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배달 문화가 없거나 신메뉴가 나올 때마다 식품 인허가를 받는 것이 까다로워 점포 수를 단기간에 늘리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더 철저한 시장분석과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칫 잘못하면 ‘K푸드를 세계 알리는 노력’이 아니라 ‘국내에서 번 돈을 해외에서 잃는 사업’이라는 인식만 줄 수 있다는 것이다./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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