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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도시] 마을의 풍경 바꾼 공공건축 '북촌마을 안내소'

옹벽 헐어낸 자리에 통로·편의시설...외부와 연결 '소통의 건물'

‘북촌마을안내소 및 편의시설’은 북촌전시실(왼쪽 첫번째 건물), 관광안내소, 공중화장실 건물로 구성돼 있다. 가운데 돌계단길을 통해서는 서울교육박물관이 보인다. /사진제공=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삼청동 거리로 이어지는 화동길에 위치한 ‘홍현; 북촌마을안내소 및 편의시설(북촌마을안내소)’의 돌계단길을 따라 올라서면 서울교육박물관을 만나게 된다. 서울교육박물관 건물을 따라 걷다 보면 그 뒤편에 넓게 펼쳐져 있는 정독도서관의 잔디 정원에 이른다. ‘북촌마을안내소’가 정독도서관과 서울교육박물관을 외부와 연결해주는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북촌마을안내소는 안내소·편의시설의 역할을 뛰어넘어 북촌마을 일대의 풍경을 바꿔 놓은 공공건축물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아 ‘2016한국건축문화대상’ 등 건축 분야의 권위 있는 여러 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접근성 중심의 설계…북촌마을과 닮은 모습

정독도서관·교육박물관 통로 역할

벽돌·금속소재로 주변 풍경과 조화

북촌마을안내소는 화동길을 따라 이어진 35m 길이 콘크리트 옹벽과 낡은 창고, 공중화장실이 있던 자리에 올해 초 완공됐다. 900㎡ 가까운 넓이의 부지에 공중화장실·관광안내소·북촌전시실이 별도의 건물로 들어서 있고 그 사이를 돌 계단길이 가로지르며 서울교육박물관을 화동길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공중화장실과 북촌전시실에는 인접한 서울교육박물관의 벽과 비슷한 붉은색 계열 벽돌들이 사용돼 연결성을 나타낸다. 일정한 패턴으로 쌓여 있는 공중화장실의 벽돌들에서는 빛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관광안내소는 금속소재 외관을 통해 현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같은 구성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고 있는 장소로 평가받는 삼청동·북촌마을 일대의 풍경과 닮은 모습이다.

‘홍현; 북촌마을안내소 및 편의시설’의 공중화장실과 서울교육박물관 사이 마당은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마당이자 산책로로 활용되고 있다. /사진제공=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


관광객을 위한 배려도 돋보인다. 관광안내소의 화동길 방향 전면에는 누구든 쉽게 방문할 수 있도록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가 사용됐다. 돌계단 위에 펼쳐진 서울교육박물관 앞의 마당은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광장 또는 산책로가 된다.

설계자인 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 윤승현 대표가 설계에서 가장 중점을 뒀던 목표는 정독도서관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북촌마을에 돌려주는 것이었다. 편의시설 건립은 그다음이었다. 건물이 아닌 접근로 중심의 설계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가 북촌마을안내소와 관련해 가장 강조하는 단어는 ‘공공성’이다. 주민들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고 도시의 경관 개선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다.

윤 대표는 도시의 건축물이 공공성을 구현하는 방안에 대해 “여러 가지 좋은 이벤트들이 벌어지면서 도시는 풍성해진다”며 “그럴 만한 공간이 도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1일 지역 축제인 ‘북촌축제’가 서울교육박물관 앞마당에서 개최됐다. 윤 대표의 바람대로 북촌마을안내소가 공공을 위한 장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홍현; 북촌마을안내소 및 편의시설’의 공중화장실 내부 모습. 일정한 패턴의 벽돌로 빛에 따라 달라지는 생동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사진제공=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


●공공기관 간 협력·주민과의 소통이 찾은 해법

구청-일부 주민 갈등으로 우여곡절

꾸준한 대화 통해 성공적 사례 남겨

북촌마을안내소 설립은 종로구청·서울시교육청이 협력한 결과다. 북촌마을안내소가 들어서기 전까지 서울교육박물관은 옹벽에 가려져 외부에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서울교육박물관에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도록 옹벽 철거를 원하는 입장이었다. 종로구청은 삼청동·북촌마을 일대를 방문한 관광객, 주민들이 꾸준히 민원을 제기했던 공중화장실 등 편의시설 확충 문제가 고민거리였다. 상권이 형성돼 땅값이 비싼 이 지역에서 별도의 부지를 매입하는 방안은 종로구청 입장에서 재정 부담이 너무 컸다.

종로구청이 콘크리트 옹벽을 헐고 그 자리와 서울교육박물관 건물 사이 공간을 편의시설 부지로 활용하는 방안을 기획해 서울시교육청에 제안하면서 편의시설 건립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종로구청은 서울시교육청과 협의를 거쳐 2012년 7월 공중화장실을 포함한 편의시설 설계를 공모했고 여기에서 인터커드가 선정됐다.



통상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소규모 공공건축물 설계는 가격 입찰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당시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가격 입찰 방식으로는 설계 품질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북촌은 종로구에서 중요한 지역이기 때문에 규모가 작더라도 무성의하게 진행하면 안 된다”고 지적해 공모를 진행하게 됐다고 한다.

북촌마을안내소 설계 및 건축 과정은 일부 주민들과 종로구청 간의 갈등으로 사업이 일정 기간 지연되고 설계 내용도 변경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거치기도 했지만 꾸준한 소통을 통해 갈등을 성공적으로 해결한 사례로 남게 됐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홍현; 북촌마을안내소 및 편의시설’의 관광안내소 내부 모습. /사진제공=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


■설계자 인터뷰 - 윤승현 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 대표

“우수한 공공건축물 탄생시키려면 법·제도 뒷받침돼야”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줄 수 있는 것은 주민센터·도서관·공중화장실 같은 ‘생활밀착형 시설’인데 엉성하게 지어진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공공건축물의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홍현: 북촌마을안내소 및 편의시설(북촌마을안내소)’을 설계한 윤승현(사진) 건축사사무소 인터커드 대표는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현재와 같은 발주제도에서는 역량이 떨어지는 업체가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윤 대표가 종로구청이 발주한 북촌마을안내소 설계 공모 과정을 직접 경험하면서 느낀 점이다. 그는 북촌마을안내소 설계 공모 과정과 관련해 “품질을 갖춘 설계를 하려는 건축사사무소 입장에서 당시 책정된 설계비는 원가에 턱없이 못 미쳐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고 상징성을 지닌 북촌에 건축물을 설계한다는 것은 규모와 상관없이 건축가에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공모에 참여한 것”이라고 회상했다.

우수한 공공건축물이 보다 더 많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윤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건축가가 잘하고 싶어도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이 족쇄를 채우는 경우가 많다”며 “세계 어디에도 이렇게 건축물에 대해 경직된 제도가 있는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공공건물의 에너지 효율 1등급 취득 의무화, 친환경 인증, 소방법,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 등을 꼽았다.

윤 대표는 “최근 서울시 건축상 대상을 받은 서울 은평구 구산동 도서관마을도 신축 건물이었다면 현행 기준으로는 건축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기존 건물을 활용한 재건축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도서관마을 건물 내부의 계단 같은 시설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요소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신축 건물에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건축가 한 명이 건물 하나를 잘 지을 수는 있지만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더 많은 생활밀착형 시설들이 필요하다”며 “건축가의 노력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정부(국토교통부)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정책을 집행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경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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