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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이 만난사람]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코스닥 활성화 대책 지속...공매도 불안 해소할 것"

거래중지 '삼성바이오 상장 적격성 심사' 절차대로 진행

증권거래세 인하·폐지 희망하지만 재정당국이 결정할 사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해외서 창업한 우리 인재 국내유치도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권욱기자




올 1월까지 승승장구했던 증시가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은 당초 예상과 달리 해소될 기미가 없다. 전 세계 증시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미국조차 경기·실적 둔화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미국보다 중국 경기와 증시의 영향을 부쩍 더 받고 있는 한국 증시는 내년 상반기까지도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시가 부진하다고 해서 근시안적인 부양책을 쓸 수는 없다. 이미 그려놓은 큰 그림을 부지런히, 꼼꼼히 실천하는 것이 당장은 느리게 느껴져도 가장 빠른 길이다. 예를 들어 1월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대표적이다. 지난 15일 만난 정지원(56·사진)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는 혁신기업 상장 경로 다양화, 부실기업 조기 퇴출, 매매제도 개선 등 어지간히 큰 대책이 모두 들어가 있다”며 “잘 돌아가던 시장이 침체됐을 때 추가 대책을 고민해보기는 해야겠지만 무엇보다도 기존의 대책이 원활히 실행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2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정 이사장은 이날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년 동안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직원들과 열심히 일했는데 시장이 부진해 안타깝다”며 “거래소의 주요 역할은 투자자들을 위한 양질의 투자 기회 보장, 기업을 위한 자금조달 창구 제공으로 이를 통해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년간 동분서주한 정 이사장은 최근 투자자들로부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바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고의 분식이라는 지적을 받으면서 거래가 중지되고 상장폐지 여부를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으로서는 말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결과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며 절차에 따라 상장적격성 여부를 심사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의 지난 1년은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이행하는 데 쏟아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스닥시장위원장과 본부장을 분리한 후 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 코스닥 시장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높였다. 상장 요건을 개편하고 코스피·코스닥을 통합한 KRX300지수를 출시하는 등의 작업이 이어졌다. 성장기업들의 사업 현황과 기업분석을 담은 기술분석보고서를 발간해 증권가에서 잘 다루지 않는 업종·종목을 알렸다.

덕분에 올해 전체 신규 상장기업 수는 105개사(재상장 제외, 스팩 포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에는 79개사, 지난해에는 95개사였다. SK루브리컨츠, CJ CGV 베트남, 카카오게임즈 등 대어급 업체들이 줄줄이 상장 철회를 발표한 아쉬움도 적지 않지만 “테슬라 요건 상장 1호인 카페24, 성장성 특례 상장 1호인 셀리버리 등 성과도 컸다”는 것이 정 이사장의 설명이다. 상장 전 일반청약에서 카페24와 셀리버리의 청약경쟁률은 무려 731대1, 809대1에 달했다. 1회 호가제출 한도를 축소하고 주식분할 등에 관한 매매정지 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제도개선도 시행됐다.

물론 정부 차원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증권거래세 문제다. 정 이사장은 “개인적으로도 증권거래세 인하, 폐지를 희망하지만 전적으로 재정당국이 결정할 사항인 만큼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현재 0.3%인 증권거래세가 0.1%로 인하되면 연간 2조5,000억원에서 4조원의 자금이 증시에 새로 유입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장 세수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결국 장기적으로는 증시 활성화를 통해 투자자도, 국가도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인 셈이다.

문재인 정권이 들어선 후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정부가 금융시장에 관심이 없다”는 목소리가 적잖이 들려왔다. 약 6년 동안의 진통을 거쳐 초대형 투자은행(IB) 5곳이 출범했지만 이 중 2곳에 그친 단기금융업 인가, 법인 지급결제 불허 등 여전히 손발이 묶여 있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해 정 이사장은 “일부 그런 우려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과도한 우려라고 본다”며 “올해도 코스닥 활성화 방안, 자본시장 혁신과제가 발표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한국 자본시장의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은데다 단기간에 성장한 만큼 부족한 부분이나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정 이사장은 “시장참가자들의 시각에서 정부가 나서 풀어줘야 할 숨은 규제, 개선이 필요한 제도가 있을 수 있다”며 “시장과 정부 사이에 위치한 거래소도 이런 지점을 찾아내 필요하면 정부에 적극적으로 개선을 건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이사장이 떠안은 앞으로의 커다란 과제는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매도다. 주식 투자로 손해를 본 개인투자자들은 청와대 게시판에 공매도 폐지 청원을 낼 만큼 공매도를 ‘공공의 적’으로 꼽아왔다. 이와 관련해 정 이사장은 “주요국 증시에서 공매도가 허용되는 이유는 역기능도 분명히 있지만 순기능이 더 크기 때문”이라며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한 무차입 공매도 확인 절차 강화, 공매도 규제 위반에 대한 제재 수준 강화, 공매도를 악용한 불공정거래에 대한 집중 종합점검 등 시장 감시 강화 등 정부·유관기관과 함께 투자자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닥=2부 리그’ ‘코스닥=투기장’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정 이사장은 “일부 불건전 세력의 시장 건전성 훼손 때문에 코스닥 시장에 대한 신뢰가 낮아졌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올 들어서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요건을 확대하고 보호예수관리를 강화하는 등 시장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코스닥본부에 기업회계지원 태스크포스를 설치해 회계 인력이 부족한 코스닥기업을 지원하기도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부실기업 퇴출 등 체질개선과 함께 불공정거래·공시위반 등 건전성을 해치는 행위를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것이 정 이사장의 방침이다.

정 이사장은 앞으로의 임기 동안 해외 스타트업들을 국내 증시로 끌어오는 데도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코스닥위원장이 미국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좋은 기업을 발굴하는 데 힘쓰는 등 해외 기업 상장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베트남·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홍콩 등 상장유치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고 있는 재미교포 창업자, 기업인들도 유력한 유치 대상이다. 코스닥은 아무래도 나스닥보다는 진입장벽이 낮다. 한국거래소는 국내 벤처캐피털(VC) 투자를 받은 해외 스타트업·벤처를 중심으로 국내 상장 유치를 권할 계획이다. 정 이사장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우수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갖고 창업한 우리 젊은 인재들이 코스닥 상장을 발판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한때 국내 상장한 중국 기업들의 일부가 분식회계·불성실공시·부실 등으로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던 사실도 충분히 감안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 초반까지 각국 증시에 중국 기업 유치 붐이 불었는데 중국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 자체에 문제가 있어 생겼던 일”이라며 “지금은 기업 심사를 좀 더 강화하는 식으로 보완했고 특정 국가 기업을 배제하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정 이사장은 이 같은 방안을 통해 “거래소가 혁신성장의 산실이자 실물경제에 기여하는 시장 인프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하며 “이 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스타 기업들이 거래소 시장에서 많이 배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정리=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사진=권욱기자

He is

△1962년 부산 △1981년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1988년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행정고시 27회 △1986년 재무부 기획관리실 △1996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 △2005년 금융감독위원회 은행감독과장 △2008년 금융위원회 기업재무개선지원단장 △2009년 금융위원회 기획조정관 △2012년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2014년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2015년 한국증권금융 사장 △2017년 한국거래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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