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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도시-후암동 복합주거건물] 기술로 채우고 디자인으로 비우니 사람이 모인다

■상업성·건물 가치 더한 자투리땅 개발

1·2층 덜어내고 상가 배치·통로 만들어

독특한 외관, 마케팅·수익성으로 선순환

■진화하는 건축 프로세스

빅데이터·AI 적극 활용해 '랜드북' 개발

설계 자동화서 부동산 투자자문까지 가능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1, 2층에 상가를 배치하고 3, 4, 5층은 주거시설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사진제공=경계없는 작업실, 신경섭 사진작가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언덕배기를 오르다 보면 색다른 건물 한 채가 눈에 들어온다. 적색 벽돌이거나 회색빛 대리석인 주변의 빌라와는 다른 모습이다. 대지를 가득 채워 네모 반듯하게 다가구를 쌓거나 1층에 상가를 두는 것이 이 동네 건축 풍경이다. 하지만 이 건물은 좁은 삼각형의 대지를 가득 채워도 모자랄 판에 건물 옆구리를 앞뒤로 뚫었다. 비워진 1·2층 통로로 작은 상가가 들어서고 그 길로 사람이 드나든다. 이 상가주택이 주목받는 이유는 디자인과 상업성을 결합했다는 점이다.

건물 기획부터 설계까지 담당한 ‘경계없는 작업실(BOUNDLESS)’에 따르면 건축 법규와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건물 규모는 한정됐지만 건축 디자인이 다른 구성을 만들었다. 계단식 블록으로 1·2층을 오목하게 비워 덜어낸 용적률은 상부의 주거에 보탰다. 임대료가 비싼 상가를 2층에도 배치하는 등 수익성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비슷하지만 다른 자투리땅 개발=은퇴를 준비하던 노부부 건축주는 소박하지만 생기 넘치는 동네를 찾았다. 그리고 언덕 위에서 서울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후암동을 택했다. 더불어 건축주는 노후를 위한 적당한 임대 수익을 원했다.

경계없는 작업실은 여기에 해법을 제시한다. 이 일대는 건축 법규상 5층까지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땅은 경사지에다 좁은 삼각형 모양이라 일반적인 빌라를 지어도 용적률 200%를 가득 채우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1층을 필로티 주차장으로 하고 4개 층을 다세대 주택으로 하는 방법이 최선이었다. 가장 면적이 넓은 2층과 3층을 세 가구로 나눠 임대하는 것이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보장하는 방법이었다.

설계자는 후암동이 저층의 다세대·다가구 주택 밀집지다 보니 2층의 임대료가 3.3㎡당 7만원 정도라면 3층은 10만원, 4층은 11만원, 5층은 12만원 수준으로 높을수록 비싸진다는 점을 분석했다. 특히 길가 상가가 들어서는 1층은 3.3㎡당 15만원으로 임대료가 가장 높았다. 면적당 임대료와 옆 건물의 상태를 고려한 층별 최대 개발 가능 영역을 조사했다. 1층 33㎡, 2층 129㎡, 3층 129㎡, 4층 96㎡, 5층 82㎡였다.

남쪽에서 올려다본 후암동 복합주거 전경. 남쪽으로 좁은 삼각형 모양의 땅에 지어졌으며 전면 창을 통해 서울 시내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사진제공=경계없는 작업실, 신경섭 사진작가


문제는 이 같은 방법을 택하면 용적률 200%를 23% 초과한다는 점이다. 고민 끝에 23%의 면적은 면적당 임대료가 가장 낮은 2층에서 비웠다. 대신 길에서 바로 진입하도록 입구와 통로를 확보했다. 그리고 2층까지 상가로 전환했다. 후암동 소월길에 생긴 엘리베이터 때문에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기획적 디자인이었다.

이 상가주택은 뻥 뚫린 독특한 외관 등으로 주변에서 인기가 높다. 이는 건물 수익성으로 연결되고 있다. 1층은 수제 디저트 카페, 2층에는 구두·가방 쇼룸이 자리 잡았다. 면적에서는 손해일 수 있어도 가운데가 독특한 외관이 마케팅과 수익성으로 선순환해 부동산 가치를 극대화하는 결과까지 만들어낸다.



사실 자투리땅 개발 콘셉트는 천편일률적이다. 대다수가 단기 수익에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경계없는 작업실은 이를 거부했다. 기본 개발 논리에 건물의 가치를 결합한 것이 그것이다. 경계없는 작업실은 바로 이 같은 접근법을 높게 평가받아 올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했다.

남쪽 전면창을 통해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사진제공=경계없는 작업실, 신경섭 사진작가


◇기술을 접목한 건축 프로세스의 상품화=‘후암동 복합주거’처럼 부동산 개발 개념에 건축적 디자인을 적용한 전략적 접근법이 더욱 진화하고 있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부터다.

경계없는 작업실의 경우 초기부터 프로젝트의 수익성 검토를 위해 객관적인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현재 투자 자문, 기획 분석 노하우에 설계 자동화 및 부동산 가치평가 엔진인 ‘랜드북’을 접목하기 시작했다.

현재 기획설계 단계인 ‘서대문구 프로젝트’는 처음부터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사업을 검토했다. 통상적이라면 용적률 800%를 적용해 법정 최소 상가 3개 층만을 적용한 후 최다 분양형 원룸만 채워넣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의 개발 동향과 수익성 분석, 건축주의 투자 계획 등을 포함한 빅데이터 분석으로 용적률을 600%로 낮추더라도 주거 유닛을 특화하고 상가를 4개 층으로 늘리는 것이 장기적인 수익성이 더 낫다는 결론을 냈다. 여기에 건축적 디자인을 강화해 상가에 좋은 콘텐츠를 유지하는 해법을 내놓았다.

이 프로세스의 최대 장점은 기술적 최대치를 모든 도시에서 균질하게 뽑을 수 있고 최저 수준의 건축물을 담보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새로운 건축적 디자인 작업까지 적용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재명기자 nowl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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