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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 와중에 상법개정 압박 걱정스럽다

문재인 대통령이 엊그제 신년 기자회견에서 상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주문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지난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공정경제의 제도적 틀을 마련하기로 하고 상법 등 관련 법안의 개정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여야가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 등 12개 사항 가운데 유독 상법 처리 문제를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가 최우선 입법과제로 거론한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으로 대주주의 의사결정권 행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치권의 기업 압박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큰데다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부추길 수 있어 재계는 물론 야당도 반대하는 사안이다. 소액주주를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글로벌 기업 사냥꾼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이 기업을 무겁게 짓누르는 와중에 또 다른 폭탄을 안긴다면 버텨낼 기업이 그리 많지 않다는 우려가 높다. 경제단체장들이 여당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안을 신중히 처리해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새해 들어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며 친기업 행보에 나서고 있다. 대통령은 혁신경제를 강조하고 여당 지도부도 기업인의 땀을 헛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그러면서 경영권이 위협받을 만한 조치를 압박하고 나선다면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진정성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당 일각에서는 재계의 규제 완화 호소에 대해 “국회의 안일 탓인지, 아니면 재계의 무리한 요구 탓인지 조사해보자”는 반응도 나왔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여권 핵심부에서 국내에 자동차 공장이 지어질 때가 왔다거나 5세대(5G) 이동통신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언급한 것도 논란을 빚기는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의 말대로 우리 경제는 매우 엄중한 상황이다. 새해 첫 달부터 반도체 수출은 27%나 줄어들어 패닉 상태다. 이럴 때일수록 일자리 창출 등에서 성과를 내려면 무리한 압박이 아니라 시장과 기업의 자율에 맡기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은 상법 개정을 무리하게 밀어붙일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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