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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국을 떠나는 두뇌]조선소 명퇴자, 미 중소 조선소서 제2의 인생 시작

서울경제 탐사보도-[S리포트]
조선소 고급 엔지니어, 미 중소 조선소서 제2의 인생 시작
“이직문화 경직, 이공계 엔지니어 명퇴 후 갈곳 없어”
“미국 조선소에 취업한 지 7개월 만에 14만 달러 이직 제안도 받아”
“한국 조선소 후배도 NIW 통해 미국 이민 준비중”



이공계 석박사와 산업 엔지니어 등 인재들이 한국을 등지고 미국으로 향하는 등 인재 유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인천공항 출국장이 이용객들로 붐비는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한국 나이로 52세인 이모 씨. 한국에서 컴퓨터공학과를 전공한 그는 26년 근무한 국내 최고의 조선사에서 명예퇴직한 후 NIW(National Interest Waiver)를 통해 지난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미국의 우수인력 유치제도인 NIW는 이공계 고급인력 등이 노동허가 등의 조건 없이 미국 영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 조선경기 악화로 대규모 감원을 하던 지난 2016년에 명예퇴직 신청서를 제출했다. 다만 회사는 명퇴 확정 이후 그동안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마무리해달라며 계약직 형태로 추가 근무해 달라고 요청했다. 만 50세의 나이에 근무 형태는 중요하지 않았다. 이후 그는 미국행을 결심하고 NIW에 대해 알아보았다. 변호사들은 학사 학위가 전부인 그에게 NIW가 맞지 않는다며 만류했다. 하지만 26년 동안 조선소 생산관리와 프로젝트 매니징 업무만 담당했기에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 씨는 “한국에서 나이 50에 이직과 전직을 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 아닌가”라며 한국의 경직된 이직 문화를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4월 미국에 입국한 뒤 5개월 만에 루이지애나주의 한 중소 조선사에 직장을 잡았다. 연봉 8만5,000달러. 한국에서 최고 1억1,500만원까지 받았던 것과 비교할 때 연봉은 오히려 줄었지만 미국 생활에 만족한다.

“명퇴 대상자 아니었지만…한국내 이직은 나이 때문에 불가능해”


서울경제신문 탐사기획팀과 전화인터뷰를 한 이모 씨는 “2016년도에 회사에서 대대적으로 명예퇴직을 시작할 때 퇴직 대상자는 아니었다”며 “하지만 그 당시 분위기로는 명예퇴직이 계속 이어질 것이고 다음번 명예퇴직 대상자는 위로금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소문이 사내에서 파다해 결국 명예퇴직 신청을 하게 된 것”이라고 되돌아봤다. 이어 “어차피 정년까지 일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기에 1~2년 빨리 나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면서 “회사 요청으로 계약직으로 근무하면서 다른 기업에 지원도 해봤지만 역시 나이 때문에 안됐다”고 설명했다.

전문 지식과 경험으로 언어문제 극복

NIW로 미국 영주권을 받은 그는 미국에 입국하자마자 수백 통의 이력서를 제출했다. 자신이 전문성을 확보한 생산 계획과 프로젝트 매니징 업무와 비슷한 업무를 하는 채용 공고에는 모두 지원한 것이다. 그는 “300~400개의 이력서를 제출한 뒤 30~40개 회사로부터 인터뷰 제의가 들어왔다”면서 “하지만 영어가 부족하니 인터뷰 이후 회신을 받은 게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 한 곳”이라고 말했다. 루이지애나주의 한 중소 조선사에 취업한 그는 영어문제로 업무를 원활히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다. 그가 할 수 있는 결정은 ‘일단 출근해서 내 경험을 최대한 풀어내자’는 것뿐이었다.

“조선소에서 일하는데 제가 영어로 제 의사 표현을 잘 못합니다. 그런데 동료들이 제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모두 알아들어요. 이 조선사는 저 같은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동료들이 물어보지도 않은 것에 대해 설명해주고 보완해주니 너무나 고마워해요. 그래서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제로예요. 저를 뽑아준 매니저가 저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때 항상 Awesome(훌륭한)이라고 해요.”



“새로운 도전이 새로운 길 열어줘”
“미국 이민 7개월만에 14만 달러 이직 제안도”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그는 “제가 이 나이에 한국에 있었으면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느냐”며 “새로운 도전을 하다 보니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크게 웃었다.

그는 현재 근무 중인 조선소에 출근한 뒤 그동안 제출했던 많은 이력서에 현 직장명을 추가하는 등 기존의 이력서를 보완하는 작업도 벌였다. 본인이 보유한 역량이 미국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억울함도 작용했다. 현 직장에 출근한 지 불과 7개월 만에 그는 이직 제안을 받게 된다.

“한국에 있었을 때에는 제가 연봉으로 최고 1억1,500만원까지 받았습니다. 지금 미국의 현재 직장에서 받는 돈은 8만5,000 달러 수준이지요. 그런데 얼마 전에 14만 달러의 이직 제안을 받았습니다.”

“한국 직장 후배도 탈(脫)한국 준비중”

이 모 씨는 한국에서 나이와 조선업의 불확실성, 회사의 불투명한 미래 등으로 명예퇴직했지만 미국땅에서는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고 능력에 걸맞은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그는 “일단 연봉 때문에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보다는 현 직장에서 그동안 쌓은 경험과 노하우 등을 풀어내고서 이직을 생각할 계획”이라며 “한국의 직장 후배 두 명도 내 소식을 듣고 똑같이 NIW를 통해 이민절차를 진행 중이다”고 귀뜸했다. /김상용기자 kim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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