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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정치]난리난 국회, 특수 누린 '유튜버'

패스트트랙 여야 대치에 유튜브 생중계

'정치 유튜브' 구독자 66만명 이르기도

취재 목적·의원실 인터뷰 '꼼수'로 진입

'검증 안돼 위험'vs'새 매체 인정해야'

진보 1인 미디어를 자처하는 ‘서울의소리’ 소속 A씨가 보수 유튜브 ‘신의한수’에 소속된 B씨와 25일 국회 본청에서 다툼을 벌이고 있다./김인엽기자




“생방송은 허가 받아야 된다고요, 치지 말라고!”

25-26일 국회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의원들 간의 갈등으로 온통 시끄러웠습니다. 곳곳에서 몸싸움이 벌어지고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소동을 빚은 것은 의원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국회 안까지 셀카봉을 들고 촬영을 하러 온 유튜버들 간의 다툼이 발생한 겁니다. 사건은 25일 국회 본청에서 진보 1인 미디어를 표방하는 ‘서울의소리’ 소속 유튜버 A씨가 보수 유튜버 ‘신의한수’ B씨를 촬영하며 시작됐습니다. B씨는 “생중계 자체가 불법인데 뭐 하는 거냐”며 A씨가 촬영하는 카메라를 손으로 막아섰습니다. A씨가 뒷걸음질치며 촬영을 이어가자 B씨는 그를 손으로 밀치며 욕설을 내뱉었습니다. 결국 A씨가 물러나며 상황은 종결됐지만, 둘 사이의 다툼은 양측 개인방송을 통해 인터넷 생중계됐습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26일 국회 본청에서 한 유튜버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김인엽기자


‘정치 유튜브’가 개인 방송의 새로운 영역으로 자리 잡는 가운데 이들이 국회로까지 경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미 까치방송, 정규재TV, 신의한수 등 보수 성향의 정치 유튜버들은 중장년층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보수 유튜브로 꼽히는 신의한수는 26일을 기준으로 구독자가 66만 명, 정규재TV가 43만명, 황장수의 뉴스브리핑이 38만명에 달합니다. 보수층의 여론을 움직이는 매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정치에 관심이 많은 중장년 인구가 이러한 개인 방송을 통해 정치권 소식들을 접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에 유튜버들은 ‘태극기 집회’ 등 거리 생중계에 국한되지 않고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 ‘국회의사당’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패스트트랙으로 들끓는 국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25일 국회 현장을 생중계한 ‘신의한수’ 영상은 조회수가 23만 명을 넘겼습니다. 잔다르크tv 역시 12만 명이 넘게 시청하는 등 국회 특수를 톡톡히 봤습니다.

이러한 유튜버들의 국회 내 현장 생중계는 사실 ‘허가를 받지 않은 행위’입니다. 국회사무처는 허가를 받은 언론사업자 외의 개인이 국회 내부를 촬영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유튜버들은 일종의 ‘꼼수’를 통해 이러한 제약을 피해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일일 취재증’을 받아 국회에 들어오고 있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촬영이 아닌 ‘취재’를 목적으로 취재증을 받는 겁니다.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본회의·상임위원회 회의·기자회견 등은 문화체육관광부 정기간행물로 등록된 업체의 사업 증명서와 기자증을 제출하면 일일 취재증을 발급받을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인터뷰’를 목적으로 국회에 들어가는 방법입니다. 의원실이나 원내대표실에 인터뷰를 요청하면 해당 의원이 보증하는 조건으로 유튜버들도 촬영을 할 수 있습니다. ‘신의한수’가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실을 통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국회 안으로 들어온 이들이 영상 촬영을 하는지는 감시하기가 어려운 형편입니다. 국회 관계자는 ”보통 유튜버들은 언론사로 등록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시 취재증을 끊어주지 않는다”며 “다만 의원실을 통해 들어온 이들의 경우 들어오는지 안 들어오는지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왼쪽)가 19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자유우파 필승대전략’ 고성국(정치평론가) 박사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저자와 인사하고 있다. 고 박사는 ‘고성국tv’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보수 유튜버 중 하나로 이날 행사 역시 온라인으로 생중계됐다./연합뉴스


이러한 유튜버들의 국회 취재를 두고 상반된 시각이 부딪히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유튜버들의 출입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이 질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언론일 뿐만 아니라, 각종 사건·사고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섭니다. 실제 24일 박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 알려진 한 유튜버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자택 앞에서 개인 방송을 진행하며 “(윤 지검장의) 차량번호를 다 안다. 차량에 가서 부딪혀버리자”, “우리가 자살특공대로서 죽여버리겠다는 걸 보여줘야겠다”며 협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이들의 국회 출입을 막는 게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1인 미디어가 새로운 언론 유형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국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언경 민주언론연합 사무처장은 “유튜버들이 질적으로 떨어지는 것은 맞지만, 1인 미디어 시대에 누구나 취재할 수 있는 자유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며 “다만 진보든 보수든 자신이 원하는 그림만을 내보내는 편파적인 언론 행태가 심해질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1인 미디어 등 새로운 언론 창구에 대한 갈증이 기존의 공신력 있는 매체들,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한 만큼 기존 언론들이 진실을 찾아야 할 의무를 소홀히 해선 안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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