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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산안법, 공정법...온통 反·反·反 '내부 싸움'에 지쳐가는 기업들

[기업하기 어려운 나라]

<2> 사법당국의 기업 길들이기

미중갈등으로 대외환경 나쁜데

정부·지자체 등 경영 활동 족쇄

20대 국회 계류 법안 2만여건 중

15% 넘는 3,197건이 규제 관련

전남 여수 국가산업단지 내 정유·화학단지의 각 공장에서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서울경제DB






한국 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내우외환’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미중 갈등, 보호무역주의가 ‘외환’이라면 쏟아지는 국내 규제와 반기업 조치들은 ‘내우’다. 각국 정부들이 규제 혁파와 법인세 인하 등으로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는 자국 기업의 몸을 가볍게 해주고 있지만 한국은 정반대다. 정부와 국회·지방자치단체 가리지 않고 기업 활동에 족쇄를 채우는 조치들을 쏟아낸다.

국회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한 ‘반기업’ 법안들이 속출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근로자의 처우개선을 내걸었지만 하나같이 기업 경영에 직격탄을 날리는 법안들이다. 주주와 근로자 간 상생을 통해 원활한 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보다 근로자 우위의 법안을 쏟아내는 행태는 주주보다 근로자 수가 많다는 점에서 이른바 ‘표’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이후 국회가 70여일째 ‘개점휴업’ 상태인데도 규제법안들은 계속 나오고 있다. 20대 국회 통과 여부를 떠나 내년 총선용 공적 쌓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규제정보 포털에 따르면 지금까지 20대 국회에 제출돼 계류 중인 법안은 2만108건이고 이 중 15%가 넘는 3,197건이 규제법안으로 분류된다. 당장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개정안 외에도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만도 30건에 달한다. 공정거래법은 현재 국회에 제출된 개정안만 무려 55건으로 반기업 규제법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상법 개정안에 담긴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소수주주의 권익을 제고하기보다 외국계 투기자본의 경영권 간섭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는 게 재계의 주장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의 경우 경영권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는 지적이 많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공정위 독점고발권을 검찰로 확대하는 방안도 ‘기업 옥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경영상 해고를 금지하는 내용,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포괄임금제 계약 자체를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중견기업 이상 규모의 회사를 대상으로 하도급 대금지급 시 현금 혹은 현금성 결제수단만 사용하는 하도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미 통과된 법 또한 문제가 많다. 지난 2015년과 지난해 각각 통과한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은 사업장의 현실을 감안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당장 올해 말 시행되는 화관법은 유해물질 취급시설 충족 기준 항목이 79개에서 최대 413개로 늘어난다. 산안법은 법률상 규정된 책임범위(도급인의 제공·지정 및 지배·관리) 기준이 부재해 이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자체도 반기업 조치 행렬에 동참했다. 충남도가 이미 결정하고 경북도와 전남도도 검토 중인 철강사 고로(용광로) 가동 중단 조치가 대표적이다. 충남도는 현대제철에 당진 2고로 가동을 10일간 멈추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경북도와 전남도도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에 대해 같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고로 정비 때 안전밸브를 ‘무단’으로 열어 오염물질을 불법배출했다는 게 이유지만 철강사들은 “전 세계 제철소들이 모두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항변한다.

안전밸브 개방을 대체할 기술적 방법이 없고 이 때문에 유럽 등 환경 선진국에서도 관련 규제를 찾아볼 수 없으며 개방 시 배출되는 것은 오염물질이 아닌 수증기가 대부분이라는 게 철강 업계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지자체들이 환경단체들의 일방적 주장만 듣고 철강 산업의 핵심인 고로 가동을 중단하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는 것이다. 10일간 가동 중단으로 고로가 식으면 연속공정의 특성상 재가동에 3~6개월이 걸리고 약 8,000억원의 매출피해가 발생한다는 게 철강 업계의 분석이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세계에서 힘겹게 경쟁하는 기업들의 발목에 모래주머니를 채우고 있는 셈”이라며 “기업 체력이 약해지면 경제 전체가 몸살을 앓는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종호·박한신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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