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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야단법석] 탈탈 터는 검찰 압수수색에 ‘레드카드’ 든 법원

法 "별건 압수수색 증거는 위법" 재확인

권성동·방산비리 증거능력 이유로 잇단 무죄

사법농단 판사들도 검찰 증거 확보과정 시비

美·獨은 '우연히' 발견한 경우 압수 허용

#. 검찰 수사관 김서경(가명)씨는 대기업 사장 A씨의 배임·횡령 혐의를 수사하기 위해 사장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서버를 조사하던 서경씨는 A씨가 정치인들로부터 인사청탁을 받고 부정채용을 실행한 흔적을 발견한다. 서경씨는 이를 별도의 혐의인 부정채용 사건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을까?

최근 수사관행으로 여겨졌던 별건 압수수색에 법원이 잇따라 제동을 걸었다. 별건 압수수색이란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을 하면서 영장에 기재된 혐의에서 벗어난 서류나 컴퓨터 서버 등을 포괄적으로 압수했다가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 판례와 형사소송법은 이를 위법 수집 증거로 보고, ‘독수독과(독이 있는 나무는 열매에도 독이 있다)’ 원칙에 따라 증거로 채택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일종의 수사관행으로 공공연히 자리잡아온 것도 사실이다. 특히 컴퓨터 서버나 휴대전화를 비롯한 디지털 증거물에 있어 포괄적인 동의를 받은 뒤 찾아낸 단서를 수사나 재판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압수수색 현장에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하면 ‘먼지털이식’ 압수수색에 당한다”는 우려가 존재하는 이유다.

/연합뉴스




법원이 별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는 위법하다며 주요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 수사관행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7일 서울고법 제2형사부(차문호 부장판사)는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방위사업체 A사 직원들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위법하다고 판단해 무죄로 판결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이 사건은 수사기관이 회사나 개인을 압수·수색할 때, 수사대상 혐의와 무관한 컴퓨터저장장치와 서류철까지 전부 압수하여 가져간 다음 장기간 보관하면서 이를 활용해 별건 수사에 활용하면 해당 증거들은 물론 그 증거들에 기초해 수집된 2차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는 점을 명백히 한 것”이라며 “위법한 압수수색을 억제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보다 앞서 24일에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이순형 부장판사)가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으로 기소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일부 증거물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는 점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일각에서는 법원이 사법농단을 ‘후방지원’ 하기 위한 논리를 제공한다는 의혹도 제기한다. 위법 수집 증거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나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에 연루된 판사들이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임 전 차장은 사법농단 사건의 핵심 문건들이 다수 포함됐던 USB(이동식저장장치)와 관련해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되지 않은 물건을 압수했고 USB 전체를 압수해 잘못됐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검찰은 피고인들이 변호인의 입회 하에 이뤄진 압수수색 절차과 증거의 능력을 재판 단계에서 갑자기 전면부인하면서 ‘시간끌기’ 전략으로 일관한다고 반박했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28일 재판에서 “검사가 입수한 파일은 범죄사실과 관련되는 물건이었고 영장에 따른 수색장소가 맞다”며 검찰의 손을 들었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과 관련해 이메일과 사무실을 7차례 압수수색당한 김시철 부장판사는 “검찰이 압수했던 이메일은 모두 재판부 내부 구성원들이 재판의 심리를 위해 주고받은 것으로 별건 압수”라고 주장하고 있다. 별건 압수수색을 두고 검찰과 법원이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외국의 경우 수사과정에서 우연히 포착한 증거물의 경우 압수나 임시압수를 허용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명백한 시야의 원리(Plain view doctrine·뻔히 눈앞에 보이는 증거물의 압수 원리)’를 인정하고 있다. 범죄사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집행하던 중 우연히 발견된 또 다른 범죄자실에 대한 증거물 수집은 당연하고 정상적인 행동이라는 개념이다. 독일 형사소송법은 ‘우연한 발견물의 가압수’를 허용한다. 다만 이 경우 영장에 적시되지 않은 대상물을 의도적으로 찾기 위해 수색하는 것을 금지함으로써 수사기관의 별건 수사에 악용될 가능성을 견제하고 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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