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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워치]내 안의 火가 내 밖의 禍로

■분노의 범죄심리학

"예쁜 딸 둔 아빠" 글 올린 며칠 뒤

시의회 의장은 아내를 죽였다





#“저는 예쁘고 대견한 딸 둘을 둔 아빠입니다.” 유모 전 김포시의회 의장은 자신의 온라인 블로그에 이렇게 적었다. 화목한 가정임을 강조한 그는 아내를 폭행·살인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아내가 불륜을 반복한다며 잦은 다툼을 벌였고, 지난 5월 다투다가 아내를 골프채로 폭행해 숨지게 했다. 정치인으로서 지역구 주변인 인천의 어린이집 아이 폭행사건에 대해서는 “폭력에 정당성은 없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경기도 화성시의 한 회사에서 서비스직으로 일하는 A(26)씨는 상사인 B 차장의 이중적 모습에 매번 혀를 찬다. B 차장은 상사가 원하면 무엇이든 하려 들지만 그 일을 후배들에게 떠넘기고, 후배들에게 그 일을 시킬 때는 강압적이며 심지어 성희롱 발언도 일삼는다. A씨는 “‘그래도 내가 인격모독은 안 했잖느냐’라고 말해 더 화가 난다”고 했다.

사회선 온순하지만 가까운 관계에 폭력 ‘야누스형’ 범죄 늘어

“분노 쌓아둬 폭발…태생적 성격장애에 자라온 환경서 결핍”



유 전 의장의 경우 평소 ‘폭력에 강력히 반대하는 정치인’ ‘가족이 화목한 정치인’으로 유권자들에게 비쳤지만 결국 이중적인 실체가 드러났다. 이처럼 최근 두 얼굴을 한 ‘야누스’ 범죄 유형으로 분석되는 강력 사건들이 이어지고 있다. 가족을 살해한 극단적 사례는 아니더라도, A씨처럼 이웃이나 사회에서 온순하거나 강자에게 약한 사람들이 약자를 괴롭히는 일은 흔하다. 전문가들은 유 전 의장과 같은 사례는 ‘성격장애’에서 비롯됐고, 일반적인 ‘직장 갑질’은 성격장애보다 권위적 사고방식에 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범죄심리학에서는 폭력성을 띠는 성향을 ‘내적 통제’ 여부를 기준으로 두 가지로 분류한다. 내적 통제가 되지 않는 사람은 폭력성이 쉽게 드러나 외부의 제재를 받게 되지만, 내적 통제가 되면서도 폭력성을 보이는 사람은 사회에서 친절하고 선한 모습이지만 자신과 친밀한 관계의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후자가 야누스 범죄 유형인 셈이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내적 통제가 되면 밖에서는 폭력성을 보이지 않지만 불만과 스트레스를 쌓아둬 가까운 사람들에게 폭력성을 더 강하게 실현한다”며 “가족 등 친밀한 사람이 그 폭력을 수긍하게 되면 가해자는 ‘이래도 되는구나’ 하고 생각해 상황이 더 심각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에서는 온순하지만 집안에서 폭력성을 띠는 사람의 심리에 대해 공 교수는 “폭력성 표출 자체에는 태생적 성격장애가 있음이 분명하지만, 자라온 가정환경 등 사회적 요인이 이를 더 키운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1세대 프로파일러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같은 분석이다. 이 교수는 “가정환경에서 결핍을 느끼면, 자라서 배우자가 나한테만 집중하고 헌신적이기를 바라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자신의 것을 빼앗기기는 기분이 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사에 싹싹하지만 후배한텐 강압적 ‘직장 갑질’도 빈번

“귄위적 사고방식 탓…신고땐 불이익, 과거의 굴레 못 벗어나”



일상에서 벌어지는 ‘직장 갑질’은 성격장애와 결이 다르다. 직장 갑질은 권위적 사고방식에서 나오는 행위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직장 내 흔한 폭언 등도 크게 보면 폭력성의 문제지만, 그렇게 따지면 폭력성이 없는 사람은 없다”면서 “일반적인 갑질은 자신의 권한을 남용하는 권위적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권위적 사고방식 때문에 자신보다 권위가 있거나 위치가 높은 사람에게는 순종적이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7월부터 정부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도입하면서 상사의 갑질은 처벌받을 수 있는 범죄가 됐지만 여전히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개정안(‘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후 하루 평균 102건의 직장 내 괴롭힘 제보가 접수된다. 이는 법 시행 이전보다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직장갑질119 측은 “직장 내 괴롭힘을 회사에 신고해도 방치·무시하거나 신고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며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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