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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AI 산업화를 위한 셈법

이남식 서울예술대 총장

해외선 과감한 인재투자하는데

국내선 산업단지·법 만들기 우선

4차혁명시대 맞는 전략 펼쳐야





2016년 3월9일부터 15일까지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AI) 바둑 소프트웨어 알파고 간 대결만큼 AI의 능력을 단번에 일깨워준 이벤트는 없었다. 도저히 인간의 능력을 기계가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했던 바둑 영역에서 세계 최고의 기사를 AI가 넘어섬으로써 많은 사람이 충격에 빠지게 됐고 전 세계적으로 구글이 투자한 ‘딥마인드’라는 벤처기업이 각광을 받게 됐다.

딥마인드는 2010년 영국 런던에서 ‘기계학습과 신경과학 시스템을 연구개발’하는 직원 50여명이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매출이 전혀 없던 창업 4년 차 기업이었지만 구글이 2014년 1월 약 4,000억원을 과감하게 지불하고 인수했다. 2년 뒤 이 기업이 개발한 알파고로 대국이 있던 시기 구글의 시가총액은 약 58조원 늘었다. 4,000억원을 투자한 지 2년 만에 58조원의 기업가치를 늘린 셈이다.

최근 광주시가 4,000억을 투자해 AI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24년까지 AI 연구원과 데이터센터 등 AI 융합 집적산업단지를 만들어 관련 기업 1,000개, 전문인력 5,000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반가운 이야기이기는 하나 여기서 우리는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똑같은 4,000억원을 구글은 세계 최고의 인재 50명을 영입하는 데 투자한 반면 우리는 융합 직접단지, 즉 부동산에 상당 부분을 투자한다는 점이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에서는 공장을 짓고 기계를 설치하는 것이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는 전략이었으나 AI를 산업화하기 위한 전략으로는 통할 것 같지 않다. 우리 계획에는 AI 관련법을 만드는 것도 포함돼 있다. AI 선진국인 미국이나 중국에서 AI 관련법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없다.



최근 매사추세츠공대(MIT)가 AI만을 특화한 단과대학 ‘슈워츠먼컴퓨팅칼리지’를 9월 열었다. 1조원의 개설비용 중 블랙스톤의 슈워츠먼 회장이 3억5,000만달러(약 4,000억원)를 기부했다. 또 다른 4,000억원의 셈법이다. 같은 규모의 돈을 쓰는데 10년 후 그 결과가 어떻게 다를 것인지는 누구든지 예상할 수 있다.

결국 AI와 관련된 최고의 인재들을 모으지 못하면 이 분야에 진입이 불가능하다. 대덕전자의 고 김정식 회장이 최근 서울대에 AI 인재를 키워달라며 500억원을 기부했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은 직접 실리콘밸리를 방문해 5년간 30억원의 연구비를 내걸고 인재를 영입하려 했으나 입도 떼지 못했다고 한다. 미국 대학들도 교수를 구하지 못하고 있고 우리나라 KAIST나 서울대에서 AI를 전공한 졸업생들은 실리콘밸리에 취업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AI 관련 인턴사원 연봉이 20만달러 정도 된다고 한다. 셈법이 다른 것이다.

정치인들이 나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광주에서 큰일이 일어나는데 사진에 관련 학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정치인들만 보인다. 최근 대통령이 연내 데이터3법, 즉 신용정보법·개인정보법·정보통신망법을 손봐 AI 산업화를 돕겠다고 했는데 산업이 시작되기도 전에 각종 규제로 해볼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AI와 관련해 벌어지고 있는 몇 가지 사례를 통해 무엇이 바뀌어야 할지 생각해보자. 요사이 모든 것을 정치가 해결하려 나서는 모습이 큰 우려를 낳게 한다. 정치가들도 열심히 잘하려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나 모든 것이 법을 만들어야 가능한 우리 사회는 속도의 경쟁력을 잃어버렸다. 전문가들의 역할은 없고 모든 것을 힘에 기대려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또는 지능정보화 시대에 우리 모두가 새로운 셈법을 익히지 않으면 21세기에 우리가 설 자리는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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