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테크자이언트에 밀리면 끝" 은행, 영업·문화·조직 다 바꾼다

[빅테크發 금융빅뱅]<상>판 뒤집는 은행

네이버·카카오, 메기 넘어 금융생태계 포식자 변신

5대금융지주 회장들 '디지털뱅크 武裝' 진두지휘

무인점포·전문인력 양성·인프라에 조단위 투자도





‘테크자이언트(tech giant)’의 금융권 공세에 은행 관계자들은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며 스스럼없이 위기감을 토로한다. 우리은행이 디지털금융그룹에 최대한의 자율권을 부여하고 궁극적으로 분사까지 염두에 둔 것은 은행이 완전히 달라지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겉만 바꿔서는 안 되고 영업 방식과 조직문화, 의식까지 완전히 ‘다’ 바꿔야 급변하는 금융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감이 금융권 전체에 퍼지고 있다.

당장 네이버는 금융계열사 ‘네이버파이낸셜’을 출범시키면서 내년부터 제휴 금융사와 연계한 ‘네이버통장’을 선보이고 하반기에는 주식·보험·예금·적금 서비스 등을 내놓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네이버의 맞수인 카카오는 이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를 통해 금융권의 메기가 된 지 오래다. 출범 2년 만에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고 영업실적도 최근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내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삼고 있다. 글로벌 은행들은 앞다퉈 사례연구를 할 정도로 놀라워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테크자이언트의 총공세에 은행이 바빠지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직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미래에는 알리바바·구글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이 KB의 경쟁자일 수 있다”고 단언했다. IT 기업을 경쟁자로 정조준하며 무섭게 디지털 전환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같은 시기 KB금융은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인 알뜰폰 ‘리브엠’을 출시하고 은행권 최초의 무인점포에 이어 IT 전문 영업점을 만들었다. KB국민은행은 애자일 조직인 ‘에이스(ACE)’를 설치해 부서 간 경계를 없애고 유기적인 업무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하나금융그룹도 뒤질세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코딩 교육을 시작해 디지털 DNA 무장에 나섰다. 하나금융그룹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직접 주도한 ‘손님 중심 데이터 기반 정보 회사’ 선언 이후 블록체인 사업까지 본격화해 46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의 특허 출원을 마쳤다. 데이터와 블록체인까지 한 발 더 앞서 나가는 모습이다. 하나금융은 금융권 최대 이슈인 오픈뱅킹 역시 업그레이드했다. 계열 증권·보험·카드를 모두 묶은 ‘오픈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독자기술로 개발해 생활 플랫폼 사업자나 핀테크 업체들과 협업 수준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신한금융은 오픈뱅킹의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다. 지난달 말부터 10개 은행이 시범 서비스에 돌입한 가운데 신한은행이 유일하게 오픈뱅킹 도입 시기에 맞춰 자체 애플리케이션인 ‘쏠앱’ 인터페이스와 기능을 전면 개편했다. 다른 은행들이 모바일 앱에 오픈뱅킹 메뉴를 추가한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는 차별화에서 돋보였다. 앱 이용자는 은행과 카드사·증권사·보험사 등의 자산정보를 쏠앱에 모아서 관리할 수 있고 부동산과 자동차 시세, 현금영수증과 연금정보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핀테크 업체에 투자해온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토스와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 업체의 주요 서비스 기능이 신한의 ‘쏠앱’에 다 들어가 있다”며 “은행 앱보다는 핀테크 앱으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의 디지털금융그룹을 인터넷전문은행 수준의 조직 모델을 구축해 성장시키는 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말 디지털금융그룹을 아예 새로운 사옥으로 이전시키면서 “인력에서 예산까지 필요한 자원은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영업 방식에서도 변화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내년부터 영업점 직원의 성과를 평가할 때 비대면 상품 판매실적을 일체 제외하기로 했다. 금융 상품도 디지털 채널로 유통되는 구조가 대세로 자리 잡는 상황에서 지점에 비대면 상품 판매량을 할당하는 것 자체가 구시대적이라는 판단에서다.

NH농협금융그룹도 지난달 ‘NH농협금융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 비전 선포식’을 갖고 디지털 생존 경쟁에 합류했다. 앞으로 3년간 디지털 인프라 구축에 1조2,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농협금융은 지주·계열사의 디지털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고 내년부터 경영전략과 평가 방향도 디지털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특히 업권별 디지털 전환 성숙도와 경쟁상황 등을 고려해 디지털 전환이 시급한 분야를 카드, 은행, 증권, 보험 순으로 보고 가중치까지 부여할 방침이다.

다만 속도를 높이는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디지털 담당자는 “은행 시스템 자체가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라 IT 기업들의 수평적 의사결정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며 “디지털 전환의 방침이 지주 회장과 임원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은행이 테크자이언트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김윤주 보스턴컨설팅그룹 MD파트너는 “핀테크와의 협업이 가능하기 위해서라도 폐쇄적인 은행 시스템을 먼저 허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