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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장관 "네이버 같은 기업 3~4개 더 생기면 국민소득 5만달러 간다"

[서경이 만난 사람]

이달 파리서 스타트업코리아센터 MOU...佛도 韓기술 높이 평가

타다 기소한 검찰측 결정 아쉬워...법 통과시킨 뒤 절충점 찾아야

자영업 비중 10%P 줄여야...소상공인 재기지원예산 반드시 관철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지난 4월 취임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투사’ 이미지가 떠오른다. 언론인 출신에다 4선 의원을 거치며 반대편에 있는 당을 상대해야 했고 재벌개혁 관련 입법을 주로 해온 영향이 커서다. 그런 박 장관이 확 달라졌다. 박 장관은 10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장관이 되고 나서) 벤처나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다 보니 뭔가 해보겠다는 열정들이 넘쳐 난다”며 “이런 영향 때문에 저 스스로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고 시인했다.

‘재벌 저격수’로 불렸던 박 장관이지만 지난 정부에서 대기업을 적대시하고 대기업의 중기 기술 탈취나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집중적으로 해결하려 했던 1차원적인 방법으로는 중기의 자생력 확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안다. 최근 박 장관의 ‘삼성 칭찬’ 발언도 이런 연장선이다. 삼성이나 LG·현대자동차 등을 적대시할 게 아니라 이들이 보유한 기술이나 인프라·노하우를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등과 공유해 상생의 방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해방 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1%의 대기업이 이끌어왔고 굉장한 성공도 이뤘지만, 이제는 한계에 와 있다”며 “국내 기업의 99%, 일자리의 88%를 담당하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들과 대기업이 어떻게 시너지를 내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 100년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수년 전까지만 해도 포드자동차나 GM과 같은 전통 제조 대기업이 경제를 지탱해왔지만 지금은 구글이나 아마존·페이스북 등이 더 익숙해진 것처럼 국내에서도 이런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대기업의 발목을 잡겠다’ ‘대기업을 저격하겠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대기업의 노하우를 중기·소상공인·벤처·스타트업과 나눠 이들이 다시 삼성처럼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담=김홍길 성장기업부장what@sedaily.com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 장관이 취임 일성으로 ‘상생과 공존’ ‘연결의 힘’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실제 박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대·중소기업 상생 구상을 ‘자발적 상생기업’이라는 제도로 구체화했다. 이미 삼성전자를 비롯해 네이버·포스코·신한금융그룹 등 7곳이 참여해 내부 기술과 노하우를 제조 중소기업의 스마트공장 고도화 등에 지원하고 있다. 박 장관은 현대차나 LG 등 대기업 3세들과도 스킨십을 넓히고 있다. 그는 “(요즘 만나는 대기업 3세들은) 굉장히 스마트하고 변화를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 것 같다”며 일단 후하게 평가했다. 최근에는 한 대기업 3세가 박 장관을 직접 찾아 ‘고언을 해달라’고 요청한 일도 있었고 또 다른 대기업 3세의 경우 카카오톡으로 조언을 해줄 정도라고 한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해답을 찾을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가장 잘한 일이 있다면 중소벤처기업부를 신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이 또 하나 공을 들이는 것은 ‘제2 벤처 붐’ 확산이다. 박 장관은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직후 시작한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 사업을 사례로 들면서 “나중에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나 다음·카카오, 게임 업체인 엔씨소프트와 같은 ‘대기업’이 탄생하는 밑거름이 되지 않았느냐”며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3차산업과 4차산업이 접목된 새로운 기업을 탄생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박 장관은 벤처나 스타트업으로 충분한 자금이 잘 흘러들어가게끔 하는 데 고민을 집중하고 있다. 그는 “문 정부 출범 직후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벤처투자를 위한 8,000억원의 모태펀드를 만든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며 “그때 푼 (8,000억원의) 자금이 현장에서는 굉장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문 정부 초기 3개에 불과했던 유니콘 기업이 지금은 9개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가 1조원(10억달러)이 넘는 스타트업을 전설 속 유니콘에 비유해 지칭하는 것으로, 국내에서는 쿠팡·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비바리퍼블리카(토스)·야놀자 등이 있다. 9개의 유니콘 가운데 박 장관 취임 이후에 3개가 더 생겨날 정도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박 장관은 “(유니콘 기업이) 9개나 된다는 것은 문 정부가 자랑할 만한 업적”이라며 “최대 목표는 오는 2022년까지 20개의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며 의지를 보였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문재인 정부에서 중기부가 할 일은 신산업 기반을 다지고 새로운 기업, 유니콘을 더 많이 탄생시키는 일”이라며 “1차·2차 산업혁명 당시 국가경쟁력이 중후산업에 대한 투자 규모로 결정됐다면 이제는 글로벌 기업을 몇 개나 갖고 있느냐가 국가경쟁력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드러난 수치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 유니콘 기업 수는 세계 6위 수준이다. 박 장관은 “네이버 같은 기업이 3~4개만 더 생겨나면 국민소득 5만달러는 충분히 가능하다”며 “모세혈관으로 피가 흐르듯 정책자금이 꼭 필요한 벤처로 잘 흘러가도록 정부도 잘 관리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미 선진국들이 한국 스타트업의 기술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은 뿌듯한 대목. 프랑스가 조만간 국내 스타트업과 현지 투자자를 이어 창업 거점 역할을 맡게 될 ‘스타트업코리아센터’를 파리에 조성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 장관은 이를 위해 이달 프랑스에서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박 장관은 “프랑스의 원천기술과 한국의 응용기술이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를 둘러싼 논란은 제2 벤처 붐의 변수가 됐다. 택시 업계와 타다의 갈등이 최근 검찰이 타다를 불법으로 규정해 기소하면서 정부 대응 혼선으로 재점화됐다.

박 장관은 “(타다를 기소한) 검찰이 여전히 전통적인 시각에 머물러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박 장관은 “타다 문제는 이미 부처 간에 활발히 논의를 벌인 결과 관련 법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며 “하지만 국회가 지난 6개월간 처리를 하지 못하다 보니 검찰이 법의 판단을 구하기 위해 기소하면서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고 봤다. 타다 논란은 양측의 갈등에서 더 나아가 신산업과 기존 사업의 불가피한 충돌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는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제대로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혁신이나 창업 열기를 식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만하다. 박 장관은 “타다가 요구하는 부분을 모두 인정하면 기존 택시 업계는 존립할 수 없다”며 “우선 (국회에서) 법이 통과된 뒤 이 부분을 다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다만 박 장관은 “제도는 정부가 바꾸지만 신사업을 하려는 기업가도 기존 산업 안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포용적 마음이 필요했던 게 아닌가 싶다”며 타다 모회사인 쏘카의 이재웅 대표가 택시 등 기존 산업 종사자에 대한 포용성이 다소 부족했다는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혁신과 벤처, 스타트업을 얘기할 때와는 달리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유증, 내년 300인 미만 기업들의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등의 주제가 나오자 박 장관의 얼굴이 굳어졌다.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중소기업들이 바뀌는 제도에 잘 적응하도록 연착륙을 시켜줘야 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어서다.

박 장관은 “최저임금의 방향은 맞지만 급속하게 인상했다는 지적도 맞다”며 “이렇게 급속하게 올리려고 했다면 (정부는)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해야 했다”고 정책 집행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박 장관은 특히 최저임금 인상 당시 늘어난 세수를 효율적으로 쓰지 못했던 점을 아쉬워했다. 보수적인 시각에서 보면 적자재정 확대로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이지만 박 장관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자영업자 등을 위해 미리 재정을 풀었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박 장관은 “2017년과 2018년 세수가 매년 20조원가량 남았다”며 “이 세수가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준비자금’으로 쓰였다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저항을 최소화하고) 연착륙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해 굉장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마냥 지원만 하는 역할에 머무는 것도 경계했다.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은 이미 시작됐고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은 2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5위다. 박 장관은 “자영업 비중이 현재 25%에서 10% 수준까지 내려가야 하지만 너무 급격하게 낮추기는 어렵기 때문에 15% 정도로는 낮춰야 한다”며 한계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에 대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9월 중소기업연구원 보고서도 “과당경쟁과 온라인 시장 확대로 소매업의 종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박 장관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중기부가 안전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폐업자·폐업희망자·업종전환자를 위한 지원과 교육을 우리가 더 많이 해야 한다”며 “내년 중기부 예산에 들어 있는 소상공인 재기지원예산을 선심성 예산이라고 반대하고 있는 야당도 설득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세상의 빠른 변화에 대한 고민도 드러냈다. 박 장관은 “지금 내가 한 결정이 맞는지, 정책 방향이 틀리지 않았는지 매일매일 고민하고 있다”며 “야당이나 언론의 비판에 대해서는 아무리 사소해 보이더라도 꼭 점검해 고칠 것은 고쳐나가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리=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사진=오승현기자

She is…

△1960년 경남 창녕 △경희대 지리학과 △서강대 언론대학원 석사 △1982년 MBC 기자·앵커·경제부장 등 △제17·18·19·20대 국회의원 △2011년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 의장 △2012년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국민공감혁신위원회 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 △2018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2019년 4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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