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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통일·외교·안보
부산행 거절한 北 "애들이라면 소뿔위에 달걀쌓을 궁리했다 하겠지만···"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불참 발표

"文대통령 고뇌와 번민은 이해"

"모든 일엔 때와 장소 있는 법"

"지금이 수뇌분들 만날 때겠나"

"신남방 귀퉁이에 끼우려는건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오전 부산 벡스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기획단 사무실에서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21일 한국 정부의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 초청을 공개적으로 거절했다.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와 번민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남측의 기대와 성의는 고맙지만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부산에 나가셔야 할 합당한 이유를 끝끝내 찾아내지 못한데 대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한은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도 “아이들이라면 철이 없어 소뿔 우(위)에 닭알(달걀) 쌓을 궁리를 했다고 하겠지만 남조선 사회를 움직인다는 사람들이 물 위에 그림 그릴 생각만 하고 있다”며 한국이 ‘신남방정책’에 북한을 ‘슬쩍 끼워넣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북한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경색을 부각하면서 들러리 역할에 대한 거부 의사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1일 ‘모든 일에는 때와 장소가 있는 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한-아세안 부산 특별정상회의 참석 초청장을 보낸 사실을 공개했다.

기사는 전반적으로 정중하고 격식을 차린 표현으로 거절 의사를 전하면서도 한국이 민족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법이 없는 상황에서 부산 행사를 통해 남북 대화 분위기를 유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통신은 “지난 11월 5일 남조선의 문재인 대통령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이번 특별수뇌자회의에 참석해 주실 것을 간절히 초청하는 친서를 정중히 보내어 왔다”며 “신뢰심과 곡진한 기대가 담긴 초청이라면 굳이 고맙게 생각하지 않을 까닭이 없다”고 밝혔다.

또 통신은 “남측이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부산 방문과 관련한 경호와 의전 등 모든 영접준비를 최상의 수준에서 갖추어놓고 학수고대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지 않는다”며 김 위원장의 부산 방문을 한국이 크게 기대하고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부산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2019 국가 대테러종합훈련’에 참석해 대테러센터장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남측이 여러 차례 간절히 청했지만…

이어 통신은 “이 기회라도 놓치지 않고 현 북남(남북) 관계를 풀기 위한 새로운 계기점과 여건을 만들어보려고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와 번민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그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가 온 후에도 몇 차례나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못 오신다면 특사라도 방문하게 해달라는 간절한 청을 보내온 것만 보아도 잘 알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간 청와대에서 밝히지 않은 대남특사 요청 건을 북측에서 먼저 공개한 것이다.

하지만 통신은 “흐려질 대로 흐려진 남조선의 공기는 북남관계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며 “민족공조가 아닌 외세의존으로 풀어나가려는 그릇된 입장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의 미국 방문도 문제 삼았다. 통신은 “통일부 장관이라는 사람은 미국에로의 구걸 행각에 올랐다”며 “자주성도 독자성도 없다”고 거듭 비판했다.

통신은 현시점은 남북이 마주할 때가 아니라고 한 번 더 강조했다.

통신은 “남조선의 보수세력들은 현 정권을 친북정권이니, 좌파정권이니 하고 입을 모아 헐뜯어 대고 그 연장선 위에서 ‘북남합의파기’를 떠든다”며 “우리에 대한 비난과 공격에 그 어느 때보다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지난해 9월20일 백두산 천지에서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신남방정책에 들러리 서기 싫다는 의사 밝혀

또 통신은 “민족문제는 하나도 풀지 못하면서 북남 수뇌들 사이에 여전히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냄새나 피우고 저들이 주도한 ‘신남방정책’의 귀퉁이에 북남관계를 슬쩍 끼워 넣어보자는 불순한 기도를 무턱대고 따를 우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부산 행사를 지난해 평양남북정상회담과 비교하기도 했다.

통신은 “우리와 크게 인연이 없는 복잡한 국제회의마당에서 만나 악수나 하고 사진이나 찍는 것을 어찌 민족의 성산 백두산에서 북남 수뇌 분들이 두 손을 높이 맞잡은 역사적 순간에 비길 수 있겠는가”라며 “북남 관계의 현 위기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똑바로 알고 통탄해도 늦은 때”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통신은 “남측의 기대와 성의는 고맙지만 국무위원회 위원장께서 부산에 나가셔야 할 합당한 이유를 끝끝내 찾아내지 못한데 대해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북한의 이날 보도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고 존엄은 항상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데, 다자회담에 나가면 들러리를 서는 꼴이 되기 때문에 북한은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또 관철하고자 하는 핵심 의제에 집중할 수 없다는 한계를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사실상 김 위원장이 한-아세안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이 0%”라며 “김 위원장에게 특별정상회의 초청장을 보내면 그것을 수락할 수도 있다고 한국정부가 판단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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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 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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