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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경 "잘된 은퇴도 경영혁신"...첫 '무고 승계'로 창업세대와 동반퇴진

[구자경 LG 명예회장 별세]

■'성숙한 경영권 승계' 모범 보여준 구자경

"무한경쟁시대 세대교체 필요" 1995년 경영일선서 물러나

구씨-허씨 동업체제 잡음 없어...LG-GS 분리과정도 순탄

올 연말인사로 조직 장악한 '구광모 체제' 흔들림 없을듯





94세 일기로 별세한 구자경 LG(003550)그룹 명예회장은 LG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것 외에도 재계 ‘큰 어른’의 표본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70세에 스스로 그룹 수장 자리를 내려놓는 혁신의 자세로 성숙한 경영권 승계의 모범 사례를 제시했고 구씨와 허씨 양가의 57년 동업체제도 불협화음 없이 ‘아름다운 이별’로 마무리했다.

◇재계 첫 ‘무고승계’…창업세대 경영진과 동반퇴진=구 명예회장은 LG에 몸담은 지 45년, 선친의 타계로 회장을 맡은 지 25년 만인 지난 1995년 2월 자진해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는 국내 최초의 대기업 ‘무고(無故·아무런 사고나 이유가 없음) 승계’로 기록되며 신선한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70세로 은퇴를 거론하기 이른 시기에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은 경영혁신의 일환으로 경영진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결심 때문이었다. 구 명예회장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출범 등 본격적인 무한경쟁 시대를 맞아 글로벌화를 이끌고 미래 유망사업을 전개하기 위해서는 젊고 도전적인 사람들이 사업을 주도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구 명예회장은 퇴임에 앞서 당시 사장단에게 “그간 혁신을 성공시킬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노력을 충실히 해왔고 그것으로 나의 소임을 다했다”며 “이제부터는 젊은 세대가 그룹을 맡아서 이끌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퇴임 의사를 표명했다.

구 명예회장이 회장에서 물러날 당시 창업 때부터 그룹 발전에 공헌해온 허준구 LG전선 회장을 비롯해 구태회 고문, 구평회 LG상사 회장, 허신구 LG석유화학 회장, 구두회 호남정유에너지 회장 등 창업세대 원로 회장단도 ‘동반퇴진’을 단행해 큰 귀감이 됐다.

LG그룹에 따르면 구 명예회장은 은퇴를 결심할 당시 ‘멋진’ 은퇴보다는 ‘잘된’ 은퇴가 되기를 기대했다. 육상 계주에서 앞선 주자가 최선을 다해 달린 후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배턴 터치가 이뤄졌을 때 ‘잘됐다’는 표현이 어울리듯 경영 승계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구 명예회장에게 은퇴란 그가 추진해온 경영혁신의 하나였고 본인 스스로 할 수 있는 마지막 혁신 활동이었다는 것이다.



◇구씨·허씨 동업관계 ‘아름다운 이별’=구 명예회장의 인화경영은 2000년대 들어 구씨·허씨 양가의 아름다운 이별로 이어졌다. 3대에 걸쳐 57년간 불협화음 하나 없이 일궈온 양가의 동업관계는 재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사업매각이나 합작, 국내 대기업 최초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 모든 위기 극복과 그룹 차원의 주요 경영 사안은 양가 합의를 통해 잡음 없이 이뤄졌다.

양가의 57년 동업체제를 매듭 짓는 LG와 GS그룹의 계열분리 과정도 합리적이고 순조롭게 진행됐다. 구 명예회장 직계가족은 LG그룹으로 남아 전자·화학·통신 및 서비스 부문을, 허씨 집안은 GS그룹을 설립해 정유·유통·홈쇼핑·건설 분야를 맡기로 했다. 또 전선·산전·동제련 등을 묶어 구태회·구평회·구두회 창업고문이 LS그룹을 공동 경영하기로 했다.

이처럼 순탄한 계열분리가 가능했던 것은 구 명예회장이 인화경영 원칙을 철저히 지켰고 상호 신뢰와 의리를 바탕으로 사업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이는 “한번 사귀면 헤어지지 말고 부득이 헤어지더라도 적이 되지 말라”는 고(故) 구인회 창업 회장의 유지를 받든 것이기도 하다.

◇LG그룹의 앞날은=구 명예회장 별세에도 LG그룹의 경영권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구 명예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지 20여년이 지난데다 구본준 LG 고문을 중심으로 한 ‘LG그룹 내 계열분리설’도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아서다.

특히 지난해 취임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올 연말 인사에서 확실한 조직 장악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구광모 체제’도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구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세대교체’와 ‘성과주의’ 확립을 목표로 6인 부회장 체제를 4인 부회장 체제로 재편하는 등 변화에 힘을 줬다.

재계 관계자는 “수많은 그룹사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는 구 회장 입장에서는 수년 내에 자신의 능력을 ‘숫자’로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이 클 것”이라며 “다만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외부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는 등 ‘LG가 요즘 바뀌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조만간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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