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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S] 개인정보 무단 조회 74곳 재위탁…취업실적만 높으면 "통과"

■구멍 뚫린 고용부 '취업성공 패키지'

118개사 위반적발…경고 57곳, 사업계약 해지 9곳 그쳐

위탁사 626곳 중 57곳이 고용부 출신 대표…전관예우도

고용부는 "개인정보법 위반 확정 안돼 사업 배제 어려워"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8년 말 민간위탁 사업자들의 구직자 개인정보 무단조회 논란이 일자 대대적인 점검에 나섰다. 2019년 초 특별점검에서 최근 2년 동안 118곳이 각종 취업정보 사이트에서 개인정보 37만4,000건을 무단조회한 사실을 파악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57곳만 경고 조치했을 뿐 사업계약 해지는 불과 9곳에 그쳤다. 경고는 2년 이상 받으면 다음 해 사업 대상에서 자동 탈락하는 조치로 사업계약 해지 다음으로 수준이 높은 중징계다.

하지만 특별점검 과정에서 개인정보 무단조회와 사용일자(상담일자) 임의조작 이슈를 같이 검사하다 보니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용일자 임의조작은 구직자 개인정보 무단조회 업체의 3배에 달하는 317곳이 적발됐다. 적발 업체의 대부분이 경고 조치를 받았다. 해당 업체들은 사안의 수준이 엄연히 다른데도 고용부가 일괄적으로 경고 처리하면서 개인정보 무단조회 업체들이 회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지적했다.

민간위탁 사업체를 운영하는 A씨는 “사용일자를 임의변경한 것은 고용부에서 제시한 내부 규정을 어긴 것이지만 행정 편의상 고용부도 암묵적으로 동의해줬던 일”이라며 “개인정보를 무단조회해 일자리 실적을 부풀리고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가야 할 세금을 허투루 쓴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년 사업자 선정 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업체 입장에서는 경고 조치가 가볍지 않지만 전체 선정 업체 중 절반 이상이 경고 조치를 받으면서 유명무실해졌다”고 덧붙였다.

민간위탁 사업자들이 부당행위에도 불구하고 재선정된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매년 진행되는 신규 민간위탁기관 선정 과정에 허점이 있었다. 신규 평가 시 업체들은 △일자리 질 개선 △취업 실적 △인적자원 투자계획 이행도 △고객만족도 등의 평가를 받는다. 이 중 취업 실적 항목이 과락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취업 실적을 계산할 때 최근 2년간 취업자 수를 통계로 인정하다 보니 개인정보 무단조회로 높은 실적을 올린 업체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결과가 나왔다. 2019년 신규 사업자를 선정할 때 개인정보 무단조회가 이뤄졌던 2017년·2018년 취업자 수를 업체를 판단하는 핵심근거로 사용한 것이다. 제도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올해 신규 사업자 선정도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

민간위탁 업체의 한 관계자는 “취업 실적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은 업체별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올해 선발 과정에서도 2018년 취업자 실적이 반영된다. 부도덕하게 실적을 올린 업체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개인정보법 위반 등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초에 약속했던 근속금을 회수하거나 신규 사업 참여를 배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취업자 수 산정 역시 정보조회 논란이 있는 업체들이 유리할 수 있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역별 고용센터에 리스트를 넘겨 면접심사 등에서 반영하도록 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사용일자 임의조작은 업체 선발 과정에서 적발될 경우 중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사전에 공표했던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고용부 출신이나 노동조합 간부 등 ‘연줄’ 있는 인사들이 민간위탁 업체를 운영하거나 대리 사장을 고용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선정된 취업성공 패키지 위탁사 626곳 중 고용부 출신 대표자가 무려 57곳(9.1%)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 지급된 사업비는 약 121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7.7%에 달했다. 서울경제 취재 결과 고용부 산하기관 출신 고위관료 K씨가 설립한 업체는 2014년 매출이 3억6,000만원 안팎에 불과했지만 2019년 매출은 60억원이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이 업체가 급성장한 배경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대형 업체 위주로 물량 쏠림현상이 심화되면서 이들 없이는 사업 성과를 올리기 어렵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2015년부터 2019년 9월까지 취업성공 패키지 주요 민간위탁사 8곳에 지급된 사업비는 1,401억3,150만원으로 같은 기간 전체 사업비의 22.9%를 차지했다. 대형 업체들이 수령한 위탁 사업비는 2015년 약 170억원에서 2018년 434억5,000만원으로 약 3배 가까이 늘었다.

대형 민간위탁 업체의 한 임원은 “2017년도까지만 해도 취업성공 패키지 예산이 꾸준히 늘었다. 돈벌이가 된다는 소문이 나면서 노조 간부나 정치권 출신 등 연줄 있는 사람들이 크고 작은 업체를 세웠다”며 “큰 업체는 물론이고 작은 업체 중에도 고용부가 처벌하기 부담스러운 곳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고용부 출신으로 취업성공 패키지 사업을 운영하는 B씨는 “모든 고용부 출신들이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업체들이 물량 배정 등 암암리에 여러 혜택을 받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개인정보 무단조회 이슈 역시 여러모로 정치권 등을 통한 로비력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흐지부지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용부의 허술한 관리 감독으로 무엇보다 국민들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말한다. 지금과 같은 주먹구구식 관리 감독 체계로는 정부가 내년부터 역점 사업으로 추진할 예정인 국민취업지원제도 역시 제대로 된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민간위탁 사업자들은 2018년에 거둔 실적을 기반으로 올해까지 금속장려금 명목으로 인센티브를 받고 있다. 취업에 성공한 구직자가 직장을 유지하는 한 사업이 선정된 다음 해까지 근속장려금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올해 사업자로 선정되지 않았어도 지난해 개인정보 조회를 통해 거둔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상당한 돈을 수령한 업체들이 적지 않다. 본지 조사 결과 52억4,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탐사기획팀=박진용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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