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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택의 세상보기] 신종코로나와 경제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수요·공급 타격 속 불확실성 커져

中생산시설 이전 등 대책 세우고

방역과정 혼선 줄이기 최선다해야

현정택 정석인하학원 이사장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방역과 치료에 온 힘을 쏟아야 할 시점인데 무슨 경제 얘기냐고 할지 모르지만 사실 전염병과 경제는 서로 얽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도 신종 코로나 비상사태를 선포할 때 감염력뿐 아니라 경제적 영향까지 포함해 검토했다고 인정했다.

소설 ‘토지’의 시대 배경인 19세기 초 조선에는 기근으로 먹을 게 부족한 상태에서 많은 사람이 콜레라에 전염돼 죽어갔으며 이를 피해 삶의 터전을 떠나는 바람에 경제가 더 피폐해지게 됐다. 기근(경제의 궁핍)과 역병(전염병의 창궐)이 서로 상승 작용을 했다.

신종 코로나가 한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째, 수요를 축소한다. 중국인 관광객의 감소로 호텔·식당·면세점·전세버스 등의 매출이 급격히 줄었으며 특히 제주도는 중국인 무비자 입국 중단으로 섬 전체의 경제가 흔들리게 됐다. 사람들이 외부 접촉을 줄여 국내 영화·공연·유통 산업 전반의 위축도 불가피하다. 과거 사스와 메르스 때는 국내 소매판매액이 5% 내외 감소했다.

둘째, 공급의 차질이다. 현대자동차는 중국에서 오던 부품의 공급 차질로 생산라인을 중단한다. 마스크가 동난 이유에는 수요 증대도 있지만 전 세계 마스크의 절반을 공급하던 중국의 생산이 신종 코로나 감염 확산으로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삼성·LG디스플레이도 중국 정부의 춘제 연장조치로 9일까지 현지 생산을 못 한다.



셋째, 불확실성의 증대다. 신종 코로나 감염 사태 이후 원화 가치는 3% 정도 떨어졌으며 미국의 국채 가격은 상승하고 금값도 많이 올랐다. 신종 바이러스에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예방이나 치료법이 잘 알려지지 않고 확산 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경제도 실제적인 수요나 생산 위축 효과보다 불확실성의 증대로 인해 생기는 부정적 효과가 훨씬 더 크다.

신종 코로나 감염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재정 통화를 동원한 수요 확대 정책을 펴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 수요 감축이 중국 경제 둔화나 외국 관광객 감소와 같이 주로 대외적 요인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국내적으로 돈을 풀어 살리기는 힘들다. 다만 감염 사태가 WHO 최고 경보인 팬데믹 단계에 이르러 세계적으로 병이 대유행하고 경제도 큰 타격을 받을 때는 국제 공조를 통해 수요진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공급 쪽에 있어서는 미국이 신종 코로나를 계기로 글로벌 정보통신 가치사슬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움직임을 가속하는 데 유의해야 한다. 애플은 납품업체인 대만 폭스콘의 우한 생산공장을 이참에 정리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신종 코로나 감염 사태에 대해 “글로벌 공급망 차원에서 북미로 일자리가 돌아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고도 말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동남아시아로 옮기거나 미국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불확실성을 줄이는 일은 방역을 위해서도 경제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매년 독감 사망자가 2,000명으로 추정되는 우리나라에서 메르스로 38명이 사망한 해에 국내총생산(GDP)이 0.3%포인트나 떨어졌다는 사실이 주는 의미는 크다. 신종 코로나 방역 대책 과정에서 나온 혼선을 줄여야 하며 특히 사망자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해 국내외적인 신뢰감을 줘야 한다. 경제적으로는 과도한 대책을 남발하기보다 시나리오별로 잘 짜인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가 상황에 맞춰 시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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