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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없어" 원전 접는 기업들...中 저가공세에 태양광도 '속 빈 강정'

[탈원전의 역습... 원전도 태양광도 놓쳤다]

태양광시장서 발뺀 OCI

정책변화 없으면 복귀 힘들듯

풍력발전도 외국제품이 장악

전력공급 안정성 갈수록 위태

총선 뒤 전기요금 치솟을수도





부산의 한 원전부품 업체 사장 A씨는 최근 ‘원자력품질보증자격인증(KEPIC·케픽)’을 반납하기로 했다. 케픽은 원전 설계부터 제작·설치·시공·운전·유지정비 등 기술적 요건을 갖춘 기업에만 주어지는 일종의 원전사업 적격 증명서다. A씨가 공들여 딴 케픽을 내놓은 것은 일감이 사라져 구태여 쥐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씨는 “신고리원전 5·6호기 사업 말고는 신규 물량이 없어 납품 기회가 사라졌다”며 “일거리는 없는데 3년마다 유지 비용으로 1억원 이상 드는 케픽을 쥐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탈(脫)원전을 골자로 한 에너지 전환정책에 속도를 붙이면서 원전 생태계는 점차 무너지고 있다. 원천 기술부터 주요 기자재까지 국산화하는 등 탄탄한 가치사슬을 구축해왔으나 신규 일감이 사라지면서 사업을 포기하는 업체가 늘어나는 것이다. 정부가 대안으로 내세운 신재생에너지의 생태계는 원전에 비할 바가 못 된다. 주요 소재·부품을 외국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에너지원의 전력 공급 안정성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에너지 전환을 국정 과제로 삼은 지난 2017년부터 원전 생태계는 와해하기 시작했다. 대한전기협회의 케픽 인증 현황에 따르면 케픽 보유기업은 2015년 222곳에서 2017년 210곳으로 감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86곳으로 줄었다. 케픽 인증을 받으려는 신규 심사 건수도 같은 기간 32건에서 10건으로 급감했다. 원전주기기 제조업체 두산중공업도 글로벌 발전시장 침체에 원전 가동률까지 떨어지면서 경영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중추부터 모세혈관까지 원전 가치사슬의 전반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정작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속 빈 강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태양광 산업만 보더라도 생태계(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태양광 모듈)의 국내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유일의 웨이퍼 업체였던 웅진에너지가 고사한 데 이어 국내 최대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인 OCI도 사업에서 발을 빼기로 하면서다. 폴리실리콘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과의 가격 경쟁을 견디기 어렵다”며 “상황이 급변하지 않는 한 사업에 다시 뛰어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풍력발전의 핵심 설비인 터빈 제조 기술 역시 덴마크·스페인·미국 등이 주도하고 있으며 국산 풍력 설비는 절반에 그친다. 정부가 에너지 전환을 위해 가교로 삼겠다던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역시 연료는 물론 핵심 부품인 가스터빈까지 모두 외국산의 독무대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발전원일수록 공급 안정성은 떨어지게 된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확대 보급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는 여전히 논란에 휩싸여 있다. ESS는 날씨에 따라 발전량 차이가 큰 태양광·풍력발전에서 생산한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쓸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 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한 필수 설비다. 문제는 ESS에서 잇달아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분명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민관합동 조사단은 최근 ESS의 화재 원인을 확정하지 못한 채 배터리 결함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을 내놨을 뿐이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재생에너지와 ESS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재생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는 핵심 기기에 문제가 있는 만큼 전력 공급 안정성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에너지 전환은 전기요금 상승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지적도 끊이질 않는다. 원자력 발전단가는 LNG의 2분의1,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의 3분의1에 불과하다. 특히 한국전력이 2018년(-2,080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에너지 전환에 따른 부담을 감당할 여력이 없는 터라 전기요금 인상 압력은 점증하고 있다.
/세종=김우보기자 양종곤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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