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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코로나 막으려면 항균소재 적극 활용…기초연구 지속 환경 절실" [청론직설]

■이경우 서울대 금속공학과 교수

구리·수은·납, 박테리아·바이러스 생존시간 확 줄여

지하철·대형병원 등 공공시설 항균성 제품 설치해야

소부장 산업 육성 위해선 '전문연구교수제' 도입 필요

脫원전 고집보단 제조업 경쟁력 높일 중장기 플랜을

이경우 서울대 금속공학과 교수는 20일 서울대 공학관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제2의 코로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공공시설에 항균성 제품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형주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불안감이 커지는 가운데 바이러스 생존율을 줄여주는 구리 등 항균성 금속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미 항균동(抗菌 銅)은 2시간 내에 99.9%의 유해 세균을 죽이는 등 스테인리스나 은보다 항균 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상당수 해외 병원에서는 문고리나 좌변기, 수도꼭지, 조명 스위치 등 손이 자주 닿는 곳을 항균성 재질로 바꿔 전염병 확산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국제구리협회에 따르면 일본 기타사토대병원은 중환아실과 피부과 병동에 항균동을 도입해 병원 내 감염 사례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미국 메모리얼슬론케터링암센터 등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도 비슷한 효과가 입증됐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에서도 이번 기회에 대형병원은 물론 지하철 역사나 공항 등 대형 공공시설에 항균성 제품을 설치하는 방안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경우 서울대 금속공학과 교수는 20일 서울경제와 만나 “중대형 병원을 비롯해 전염병 차단 필요성이 높은 장소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항균력을 보유한 제품을 설치하도록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에도 또 다른 전염병이 유행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시장성만 있다면 다양한 제품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정부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육성 정책에 대해서는 “소재 산업이 발전해야 제조업이 전반적으로 튼튼해지는데 단시간 내 가시적 성과를 보일 수 없는 소재에는 충분한 관심과 지원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반도체나 바이오 등 거대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도 필요하지만 소재·부품 등 시장이 주목하지 않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하는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균동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상당수 금속이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항균 효과가 있다. 납·수은·은 등이 항균성을 갖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구리의 경우 해외 논문에서 90여개의 박테리아와 20여개의 바이러스에 대한 항균 효과가 보고된 상태다. 그렇다고 금속에 닿자마자 세균이 죽는 것은 아니다. 항균의 역할은 바이러스의 생존시간을 줄여주는 것이다. 예컨대 일반적인 환경에서 세균이 10시간 내외 생존한다면 항균성 금속에서는 생존시간이 절반 이하로 짧아진다는 개념이다.

-공공시설에 항균성 제품을 설치하면 전염병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인가.

△중대형 병원을 비롯해 감염 차단의 필요성이 높은 공간에서는 항균성 소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바이러스는 주로 오염된 손을 통해 전파되는 만큼 손이 많이 닿는 손잡이, 스위치, 에스컬레이터 버튼 등 무한대로 적용할 수 있다. 또 코로나19의 경우 가스 배관을 통해 전파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고층 건물의 배기구에 항균 필터를 적용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특히 지하철 역사나 공항·항만 등 공공시설에 항균력을 보유한 제품을 설치하도록 기준을 만들면 민간 시설은 저절로 따라갈 것이다.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허들을 만들고, 자연스럽게 중소기업들이 제품 개발에 나서는 선순환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

이경우 서울대 금속공학과 교수는 20일 서울대 공학관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제2의 코로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공공시설에 항균성 제품을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성형주기자


-지난해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어려움을 겪다가 기술자립에 성공한 고순도 불산 사례처럼 소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된 것은 무척 고무적이다. 제품개발 과정에서 필수적이지만 사용량 자체가 워낙 적어 존재감이 낮았던 소재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신소재를 개발한 후에도 시장의 확장이 뒷받침되지 않아 상용화에 이르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소부장 산업만 해도 개별 소재들을 일일이 따져보면 이미 10년 전에 연구가 이뤄져야 했던 게 태반이다. 그런데 지원이 없다 보니 연구 자체가 중단된 것이다. 이를 놓고 연구자들에게 왜 연구를 지속하지 않았느냐고 따질 수도 없다. 이공계의 경우 실험을 통해서만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연구비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나 기업에서 새로 뜨는 아이템에만 관심을 가지니 기존 연구를 지속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국내에서는 한 분야만 연구할 수 있는 풍토가 안 돼 있다는 얘기인가.

△10여년 전에 포스코가 파이넥스 공법을 도입하면서 석탄 전문가를 구하려고 동분서주했던 일이 있었다. 파이넥스 공법은 기존 용광로에 비해 친환경적이고 쇳물 제조 원가도 낮다. 기존 고로 공법은 가루 형태의 철광석·유연탄을 고체로 만들어주는 소결·코크스 공정을 거쳐야 하지만 파이넥스 공법은 이런 과정이 없기 때문에 원가를 약 15% 절감할 수 있다. 그런데 공법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석탄 분야에서 몇 가지 난제를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석탄 전문가를 찾을 수 없어 결국 일본에서 찾았다.



-우리도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전문가를 양성해야 하지 않나.

△포스코가 운영하고 있는 철강전문교수제도를 참고할 만하다. 10년 이상 연구할 수 있도록 장기 연구과제가 주어지는데, (나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20여명의 교수가 참여하고 있다. 철강 상공정의 경우 우리가 일본보다 뛰어난데 전문교수제도와 같은 전문가집단의 연구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전문교수제도는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맞춰 유연하게 연구할 수 있고 대학원생을 양성할 수 있다. 이렇게 배출된 인재들이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등 선순환 시스템이 구축된다. 물론 포스코 역시 이 제도를 도입했을 때 내부 반대가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반도체나 자동차 분야 대기업들이 산업 발전에 필수적인 기초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 그렇다고 민간 기업이 알아서 하라고 하면 안 된다. 일본의 경우 대부분의 기초연구가 정부 펀드를 바탕으로 이뤄진다. 기초연구를 지원하고 발전시킬 1차 책임이 정부에 있다는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은 높은 수준이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연구에 쏠림이 많은 만큼 적정한 분배가 필요하다. 기초연구를 배제하고 첨단산업만 쫓으면 중복지원이 많을뿐더러 불필요한 경쟁까지 부추기게 된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을 맡고 계신데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견해는.

△현재 우리나라의 전력생산 구성을 보면 원자력이 30%, 석탄이 50%, 가스를 포함한 신재생에너지가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탈원전 기조에 맞춰 신재생 비중을 높이면 당연히 전기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 제조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값싼 전기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게 안 되면 제조업 경쟁력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월성 1호기 이슈가 터진 후 원전 1기당 경제적 이익을 계산했더니 3,000억~5,000억원 수준이었다. 국내 원전 24기를 놓고 보면 20조원의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셈인데 탈원전을 밀어붙이면 그 비용을 고스란히 산업계가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유럽의 탈원전 정책을 자주 언급하는데.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원자력 비중을 줄였지만 석탄 비중을 높여 전기료 인상을 억제했다. 특히 가정용은 신재생에너지 부담금을 추가로 내기 때문에 비싼 편이지만 산업용 전기료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이탈리아의 탈원전 전철을 밟고 있는 양상이다. 이탈리아는 1980년대 국민투표로 탈원전 정책을 찬성했다. 지금은 태양광이나 풍력 등 신재생 비중이 높고 가스 발전소도 크게 늘었다(신재생에너지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가스 발전소도 같이 늘려야 한다).

-이탈리아와 우리나라의 여건은 다르지 않은가.

△지중해 연안에 있는 이탈리아는 태양열 효율이 높은데다 편서풍 덕분에 풍력의 질도 좋은 편이다. 그런데도 원전으로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프랑스로부터 상당량의 전기를 수입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태양의 질도 나쁘고 사계절 바람의 방향이 달라 풍력의 질도 낮다. 당연히 신재생에너지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이탈리아처럼 전기를 수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과거 제조업 강국 중 하나였던 이탈리아는 탈원전을 밀어붙인 결과 제조업 비중이 줄고 있다. 물론 이탈리아는 관광업 등 서비스 산업 비중이 크기 때문에 제조업 경쟁력 약화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다. 제조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이런데도 무조건 탈원전을 밀어붙이는 것은 대한민국의 산업 경쟁력을 무너뜨리는 자해 행위나 마찬가지다. 신재생 비중을 높이려면 가스 발전소로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원전과 석탄의 비중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 전기에 대한 장기적인 로드맵조차 없이 무조건 탈원전을 추진하면 미래 세대에게 큰 부담을 주게 된다. 정부가 이념을 고집하기보다 전문가의 의견을 폭넓게 듣고 로드맵을 제대로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정민정 논설위원 jminj@sedaily.com

He is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대학원에서 금속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지난 1995년까지 니혼전기주식회사(NEC) 기초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1996년부터 서울대 재료공학부 응용공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 신소재공동연구소장, 서울대 공대 교무부학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과 금속재료학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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