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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류경수의 소신 “연기만을 바라보고 달렸다”

JTBC ‘이태원 클라쓰’서 최승권 역

15살, 중2 때부터 배우의 꿈을 꾼 류경수는 13년간 오로지 ‘연기’만을 위해 달렸다. 어렸을 적부터 영화 보는 걸 좋아하던 소년은 어머니와 함께 뮤지컬, 연극 공연은 물론 영화관 나들이를 자주했다.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선, 노란 서류봉투에 프로필 서류를 넣은 채 무작정 영화사 문을 두드렸다. 유명 배우들의 인터뷰 기사에 실린 ‘무작정 영화사를 찾아가서 앉아있었다’는 내용을 읽고 실천에 옮긴 것이다.

현실은 기사 내용보다 훨씬 더 냉혹했다. 어리고 경력도 없는 그를 불러주는 곳은 없었다. 코웃음을 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던 그의 뇌리 속에 강하게 남아있는 한마디가 있다. 어디 소속인지는 기억 나지 않는다. 다만 ‘배우가 하고 싶어서 무작정 찾아왔다’는 어린 소년을 보며 ‘넌 뭐가 돼도 되겠다’는 말을 해준 어른이 있었던 것. 류경수는 13년전을 되돌아보며 “ 그 힘으로 지금까지 버터왔던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래서일까. 류경수는 13년의 시간 끝에 얻게 된 현재, “‘이태원 클라쓰’로 연기를 할 수 있게 된 사실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늘 ‘연기만은 붙들고 가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류경수는 지난 2007년 SBS 드라마 ‘강남엄마 따라잡기’로 데뷔 이후 독립영화, 영화, 연극 등 무대에서 자신의 연기 경력을 쌓아왔다. 최근엔 tvN 드라마 ‘자백’에서 악역인 한종구를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JTBC ‘이태원 클라쓰’에서 전작과 180도 달라진 허당미 넘치는 최승권 역을 맡아 인지도를 높였다.

극 중 류경수가 맡은 최승권은 이태원의 작은 포차 ‘단밤’에서 출발해 거대 요식 기업 ‘장가’를 무너트리기까지, 힘든 걸음을 옮겨야 했던 박새로이의 곁을 지키는 인물. 조폭 출신으로 박새로이(박서준 분)와 교도소에서 처음 만나 주먹다짐까지 벌이지만 출감 후 다시 만난 박새로이의 당당한 삶과 소신에 매료돼 과거를 청산하고 그의 곁을 끝까지 든든히 지키는 조력자로 변신하게 된다.

김성윤 PD가 드라마 ‘자백’을 보고 먼저 연락을 준 행운의 사나이기도 하다. 김PD는 신인답지 않게 주눅 들지 않고 배우들과 잘 어우러져서 연기를 펼치는 류경수의 모습에 호기심이 생겼다고 했다. 그렇게 ‘이태원 클라쓰’ 최승권이란 행운이 굴러들어왔다. 원작 웹툰이 연재될 때부터 팬었던 류경수는 “내가 출연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행복한 웃음을 보였다.

류경수가 인물에 접근하는 과정은 자신과 닮은 점과 차이점을 먼저 찾아보는 식이다. 일명 인물과 친해지기 위한 1단계이다.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낸 뒤 공통점은 연기적인 부분에 잘 활용하고, 차이점은 좀 더 좁혀가면서 인물과 가까워지는 과정을 거친다고 했다.

“배우가 어떤 인물을 연기한다고 해서 100퍼센트 그 인물이 될 순 없어요. 배우의 고민이나 상상에 따라 조금 더 가까워지는 과정을 겪는거죠. 얼마만큼 고민하고 상상했나에 따라 표현되는 인물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

류경수는 최승권은 ‘새로이의 조력자이자 단순하지만 의리있는 인물이다’고 소개했다. 히어로물로 따지면 히어로를 보조하는 사이드킥(조수) 같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 하는 인물이었다.

“최승권은 복잡한 캐릭터가 아니에요. 단순하고 엉뚱하죠. 자기 삶에 대한 권태로움 혹은 무료함을 느끼던 차 새로이를 통해 신세계를 보게 된 것 같아요. 아기새가 처음 태어났을 때 처음 보는 사람을 엄마새라고 여기고 쫓아다니듯, 새로이를 만나고 세상에 대해 눈 뜬 사람이랄까요. 또 외로움이 마음 한 곁에 자리해 늘 결핍이 있는데, 새롭게 만난 ‘단밤’에서 그 부분을 채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자기 식구는 챙기는 의리 있는 남자란 점도 빼놓을 수 없어요. 그게 매력이죠.”

극중 최승권과 마현이(이주영 분)과 티격태격 케미는 ‘이태원 클라쓰’의 웃음 포인트이기도 했다. 특히 조이서(김다미 분)의 가르침에 따라 태어나 처음 클럽을 간 최승권이 직진 춤을 추며 마현이(이주영 분)를 유혹하는 장면이 압권이다. 보는 시청자들은 즐거웠지만 승권이를 연기하는 배우 류경수는 그 누구보다 진지했다고 했다.

“승권이는 그 순간 누구보다 진지했던 순간이죠. 이서의 설명을 전적으로 믿었는데, 해석하는데 오류가 있었던 거죠. 본인이 멋지고 섹시하다고 느낀 승권은 최선을 다해서 배운대로 춤을 쳤을거라 생각해요. ’어떻게 웃기지?‘가 아닌 진지하게 가야. 보시는 분들이 흥미롭게 봐주시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





실제 인간 류경수는 조용 조용한 성격에 낯가림 꽤나 있는 편이었다. 다만 자신이 고민하고 노력해온 부분에 대해 설명하는 것에 있어서는 주저함이 없었다. 믿고 맡겨주는 스타일인 어머니가 있어 ‘소신’과 ‘책임감’을 배우며 자랐다. 어린 시절엔 평범한 얼굴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점점 여러가지를 색칠할 수 있는 자신의 얼굴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늘 배워나가는 중이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이던 류경수는 연기를 할 때만큼은 “확신을 가지고 임한다”고 했다. 스스로 확신을 갖고 준비한 것들을 만족스럽게 만들어내야 보시는 분들에게 진정성이 전달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제 연기에 대해 100퍼센트 만족한 적은 없지만, 연기할 때만큼은 자신감 있게 확신에 찬 모습으로 임해요. 어떤 선배님께서 말씀하신 건데,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놓고 자기도 잘 모르겠는데 ‘이거 먹어보세요’ 하고 팔면 사기 아니냐고. 그래서 늘 ‘맛있게 드시고 드셔보라’는 마음으로 임해요. 물론 맛이 없을 수 있죠. 그건 소비자의 몫이니까요.”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연기하는 게 꿈인 류경수. 그가 고민하는 지점은 ‘앙상블’이다. 나 혼자 연기한다는 게 아니라 상대방과의 호흡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그러했다.

“누구처럼 되고 싶다는 롤 모델은 없어요. 물론 좋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어요. 좋은 작품에 함께 해서,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고, 예술적 가치가 있는 작품에 좋은 오브제로 한명의 일원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배우’라는 수식어의 무게를 잘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배우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놓기가 늘 어려웠다”고 했다.

“‘연기하는 류경수입니다’고 소개하지, 배우 류경수라고 소개해본 적이 없어요. ‘배우’라는 그 단어가 저에겐 늘 쉽지 않고 쑥스러웠던 것 같아요. 그 무게가 있잖아요. 제가 조금 더 배우다보면 그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인간 류경수는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우러져서 베푸는 삶을 희망하고 있었다. 본인 역시 힘들었던 20대 시절, 누군가의 진심어린 마음에 많은 힘을 얻었다고 했다.

“어느 직종이나 어느 자리에 있던 20대는 힘이 드는 것 같아요. 저 역시 그런 20대를 강하게 맞이했던 것 같아요. 그 때마다 불안하고 막막하고 좌절할 때가 많았는데, 주변 사람들이 일으켜 세워주려고 도움을 주셨어요. 제 주변 역시 그런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겠죠.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많이 베풀고 싶어요. 같이 웃으면서 만날 수 있으면서 불편하지 않게 필요한 이야기를 건네주는 사람 있잖아요. 그런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한편, 류경수는 올해 영화 ‘대무가: 한과 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양문숙 기자]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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